2022년 2월호

“사윗감으로 이재명·윤석열 누가 나을까요?”

유튜브 ‘Pick & Talk’ 전지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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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입력2022-01-12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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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른 척해도 文-李 정권 똑같아

    • 세력 비전 보고 선택해야

    • 말 바꾸며 간보는 ‘양다리’에 딸 시집보낼 수 있나

    • 잡다한 지식, 리더 역량 대변 못해

    전지현 변호사가 1월 3일 ‘신동아’와 인터뷰하면서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했다. [지호영 기자]

    전지현 변호사가 1월 3일 ‘신동아’와 인터뷰하면서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했다. [지호영 기자]

    “나더러 ‘보수 논객’이라고 하는데, 난 우리 사회에서 누가 보수이고 진보인지 구별할 수 없다. 현 정권의 586 기득권 정치인들이 보이는 행태가 과연 진보라고 할 수 있나. 또 약자를 위하는 게 진보라면 최근 5년간 약자의 삶이 정말 나아졌는지 묻고 싶다.”

    전지현(45) 변호사의 말엔 거침이 없었다. 그는 사법연수원 41기로 2014년 전국동시지방선거 때 김황식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후보 경선 캠프에서 부대변인으로 활동하면서 방송에 입문했다. 방송 초기엔 생활 법률 상담 역을 맡았지만 차츰 정치평론가의 길을 걸었다. 연합뉴스TV·MBN·JTBC·채널A 등 다수 방송을 통해 의견을 펼쳤고, 2020년부터는 유튜브 채널 ‘경제사회TV’의 ‘전지현의 Pick & Talk’ 진행자로서 정치 유튜버 활동을 겸하고 있다.

    전 변호사가 2017년 탄핵 정국 때 박근혜 정권에 쓴소리를 쏟아냈을 때만 해도 그는 ‘진보’로 분류됐다. 그러다 2018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최서원(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한 판사가 ‘신상 털기’ 당한 것을 지적하자 그에 대한 평가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후 조국 사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정치적 쟁점마다 정권에 비판적 태도를 취하면서 이른바 ‘보수 논객’ ‘우파 논객’으로 자리매김했다.

    전 변호사는 자신이 ‘보수’로 분류되는 것에 썩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현 정부를 비판했더니 보수로 규정되더라. 하지만 국민의힘과 비슷한 주장을 펼친다고 해서 보수라고 규정짓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변했다. 이어 “내가 생각하는 법치와 공정에 어긋나지 않는 정의를 주장해 왔다. 현 정부가 그에 위배될 뿐”이라고 덧붙였다. 또 “정권교체를 바라는 것도 이재명 정부가 문재인 정부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월 3일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전 변호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1월 5일 전화로 추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李-尹 개인 대결로 봐선 안 돼

    이재명 후보(오른쪽)와 윤석열 후보. [동아DB]

    이재명 후보(오른쪽)와 윤석열 후보. [동아DB]

    왜 정권교체가 필요하다고 보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문재인 정부와 다른 척하지만 실상은 같다. 이 후보는 성장과 분배를 함께 강조하는데, 과연 같이 갈 수 있는 문제인가. 이게 가능하다면 문재인 정부 때는 왜 못 했나. 문재인 정부도 ‘포용적 성장’을 말하지 않았나.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는 정부가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해 시장의 문제를 정치 논리로 해결하려 한 것이 원인이다. 이 후보도 ‘기본주택’ ‘기본소득’ 등 ‘기본’이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개입하려 한다. 또 이 후보는 일관성이 없다. 부동산세 실효세율을 강화한다고 하다가 양도세를 유예하겠다면서 방침을 바꾸고, 국토보유세도 반발이 거세니 ‘토지이익배당금제’라고 이름만 바꿔 다시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건 ‘간보기식 정치’다. 대선은 후보 개인 간 대결이라고 볼 수 없다. 후보가 속한 정당과 당이 추구하는 비전을 봐야 한다. 문재인 정부와 다를 바 없는 이 후보의 정책이 설득력을 갖겠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다른가.

    “윤 후보는 시장경제 보호 원칙이라는 일관성이 유지된다는 점에서 다르다. 부동산정책을 예로 들면 ‘원가 주택’ 정책은 청년·신혼부부에게 주택을 원가로 공급한 다음 5년 뒤 되팔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뤄주면서 재산 증식 기회를 제공한다. 또 요즘 부각되는 가치가 ‘공정’ 아닌가. 2013년 국정원 여론조작 사건 때부터 몸소 ‘공정’을 보여준 사람이 윤 후보다. 요즘 구설에 많이 오르내린 건 사실이지만 최근 수년간 홀로 야당 역할을 해온 사람이다.”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윤 후보는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된 지난해 11월 5일 직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45.8%를 기록하며 30.8%를 기록한 이재명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PNR(뉴데일리, 시사경남 의뢰), 2021년 11월 5~6일 전국 성인 1005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올해 1월 7~8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 이 후보는 37.6%, 윤 후보는 35.2%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형세가 역전됐다(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아내 김건희 씨 관련 의혹과 국민의힘 내부 갈등, 윤 후보의 각종 실언이 지지율 하락 원인으로 꼽힌다.

    “인사가 尹 최대 리스크”

    전지현 변호사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가장 큰 리스크는 ‘인사’”라고 말했다.  [지호영 기자]

    전지현 변호사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가장 큰 리스크는 ‘인사’”라고 말했다. [지호영 기자]

    윤 후보 지지율이 하락세다.

    “윤 후보를 둘러싼 각종 리스크가 있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이번 대선은 어렵다. 다만 김건희 씨 관련 의혹은 향후 크게 문제 될 것 같진 않다. 본인이 사과를 끝낸 사항이다. 후보의 역량으로 만회할 수 있다고 본다. 가장 큰 문제는 ‘인사’다. 윤 후보는 검찰 방식 인사에 익숙한 듯하다. 검찰에선 일 잘하고 마음에 드는 사람을 쓰면 됐겠지만 정치는 다르다. 자신의 취향이 아니라 국민이 좋아하고 납득할 인사를 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윤 후보의 운영 능력이 떨어졌다. 그러다 보니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라는 존재로 말미암아 계속 갈등이 생기고….”

    ‘윤핵관’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사이의 갈등도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윤 후보와 이 대표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다만 최종 책임자는 윤 후보다. 윤 후보가 이 대표를 안고 가야 한다.”

    이 대표가 윤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

    “이 대표 관련 잡음이 많다고 해서 ‘트러블 메이커’라고 평가하긴 어렵다. 물론 100% 긍정적으로만 볼 수도 없다. 일장일단이 있다. 이 대표는 개성이 강한 편이다. 대선 국면에선 당무우선권이 후보에게 넘어가고 당대표는 묵묵히 전반적 관리에 집중하는 게 낫다. 이런 관점에선 이 대표보다 경륜이 있는 사람이 더 낫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결국 윤 후보 능력에 달렸다. 이 대표는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을 충분히 잘 해낼 인물이다. 윤 후보와 이 대표의 협업이 원만해진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당내에서 이 대표 사퇴론도 나왔다.

    “안 될 말이다. 이 대표는 청년 표를 끌어올 인재다. 이런 사람을 왜 내보내나.”

    딸 시집보낸다 생각하면…

    20대 대선의 특징은 지지율 1,2위 후보의 ‘비호감도’가 높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시사저널’이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5~29일 전국 성인 2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두 후보에 대한 호감도가 ‘낮아졌다’고 응답한 비율은 이 후보 52.2%, 윤 후보 56.1%로 나타났다. ‘후보를 교체해야 한다’는 응답도 이 후보 46.9%, 윤 후보 49.7%로 집계됐다(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2.2%.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비호감 대선’이라는 말이 회자된다. 중도층은 고민이 깊을 듯하다.

    “사랑하는 딸이 신랑감을 데려왔다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가장 먼저 사윗감이 믿을 만한 사람인지 봐야 한다. 대장동 의혹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사람을 믿을 순 없다. 또 수시로 말을 바꾸며 간을 보는 건 ‘양다리’와 같다. 양다리 걸치는 남자에게 딸을 시집보낼 수 있나. 그리고 대개 사윗감의 가정이 화목한지도 묻는다. 이는 그의 과거를 보는 것인데, 우리 사회의 도덕 수준이 전과 4범 대통령을 허용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청약통장이나 구직 애플리케이션(앱) 발언 등과 관련해 윤 후보가 사회 전반 현안에 무지하다는 지적이 있다.

    “메시지 전달 스킬이 부족한 건 분명하다. 방송은 오래한 사람이 더 잘한다. 정치 문법도 그렇다. 하다 보면 실력이 는다. 윤 후보는 정치가 처음 아닌가. 개인적 견해로 윤 후보는 다소 고지식하다. 이런 사람은 자신이 완벽하게 안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표현을 명확하게 하지 않는 편이다.”

    결국 잘 몰라서 말하지 못한다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고 해도 표현을 잘하지 못하면 모르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 않나.

    “윤 후보가 극복해야 할 문제다. 이 후보처럼 능수능란하게 말할 자신이 없다면 그만큼 공부를 많이 하고 정치 문법을 익혀야 한다. 변하지 않으면 현재 이미지가 고착될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이 후보는 ‘유능한 행정가’ 이미지가 강하다.

    “대장동 의혹에도 능력이 뛰어나다는 이야기가 나오나.”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때의 업적이 있는데.

    “잘 모르겠다. 지난해 12월 25일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때 만든 공공배달 앱 ‘배달특급’ 이야기를 꺼내더라. 들인 세금 대비 성과가 안 났는데, 이걸 잘했다고 볼 수 있나. 아무거나 한다고 능력이 있는 게 아니다. 국민의 삶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 일을 했는지가 중요하다.”

    능력 면에서도 윤 후보가 뒤지지 않는다고 보나.

    “지식=능력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인터넷만 검색해도 알 내용을 얘기하는 게 능력인가, 지도자로서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게 능력인가. 난 후자라고 본다. 그런 면에서 윤 후보가 더 낫다. 국민들이 신뢰할 만하고 올바른 비전을 추진할 사람이다. 방송 나가서 말 잘하고 잡다한 걸 아는 게 능력이라면 정치평론가를 대통령 시키면 된다. 리더의 역량이란 지식과 엄연히 다른 문제다.”

    배수진 친 尹 믿어볼 만해

    후보 교체는 어떻게 생각하나.

    “양측 모두 후보 교체는 악수(惡手)다. 윤 후보의 경우 교체한다면 누구로 하나. 홍준표 의원? 지금도 당내 다툼이 많은데, 연대는 몰라도 교체는 안 된다. 갈등이 최소 한 달은 갈 텐데, 그러면 선거에서 진다. 한번 정했으면 끝까지 지지하는 게 맞다.”

    1월 5일 윤석열 후보는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과 결별하고 ‘홀로서기’를 선언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그는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오늘부로 선거대책위원회를 해산하겠다”며 “지금까지 해온 것과 다른 모습으로 다시 시작하겠다. 국민이 기대했던 처음 윤석열의 모습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윤핵관’으로 불리던 권성동 사무총장, 윤한홍 전략기획부총장도 당직과 선대위직에서 사퇴했다.

    ‘인사’가 윤 후보의 가장 큰 리스크라고 했다. 선대위 쇄신안을 평가하자면.

    “윤 후보가 인사의 문제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화합을 우선순위로 하기엔 시간이 촉박해 효율성에 방점을 찍고 ‘초강수’를 둔 듯하다. 지난해 12월 3일 윤 후보와 이 대표가 ‘울산 회동’을 통해 극적으로 화합의 모양새를 갖췄는데도 다시 갈등이 불거졌다는 점을 감안해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된다면 끝’이라는 위기의식이 작용했다고 본다. 국민의힘 내 자중지란을 즐기는 민주당엔 또 한 번 좋은 빌미를 제공했지만 긍정적으로 보자면 오히려 진정한 ‘윤석열다움’을 보일 수 있는 기회다. 윤 후보가 벼랑 끝 강수를 통해 자신을 믿어달라고 말하는 형국이다. 최근 수년간 홀로 야당 역할을 해온 점을 감안하면 믿어볼 만하다. 다만 기존 선대위를 슬림화한 만큼, 의사결정 효율성을 제고하고 젊고 유능한 인재에게 기회를 더 부여해야 한다.”

    1월 5일 기자회견에서 윤 후보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 “서로 선거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데 단일화 얘기를 꺼내는 것은 도의상 맞지 않다”고 에둘러 말했다. 윤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보나.

    “단일화 여부는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어느 정도인지에 달렸다고 본다. 물론 현 지지율 추이를 보면 정권교체엔 단일화가 도움이 된다. 근래 안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였는데 윤 후보에게서 빠진 지지율이 옮겨간 것 아니겠나. 윤 후보와 안 후보가 지향하는 점은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더 승산 높은 후보에게 지지율이 옮겨가리라고 본다. 현재로선 윤 후보로의 단일화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지향점이 크게 다르지 않다면 정권교체 후 국정을 함께 운영하는 것도 괜찮다고 본다.”



    이현준 기자

    이현준 기자

    대학에서 보건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했습니다. 여성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설령 많은 사람이 읽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겐 가치 있는 기사를 쓰길 원합니다. 펜의 무게가 주는 책임감을 잊지 않고 옳은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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