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호

길거리에서, 무더위에도 마스크 꼭 써야 하나

끝나지 않은 논쟁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20-04-2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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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20일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앞길을 걸어가고 있다. [뉴시스]

    3월 20일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앞길을 걸어가고 있다. [뉴시스]

    끝나지 않은 논쟁 가운데 하나가 마스크 착용이 코로나19를 막을 수 있느냐는 문제다. 요즘 거의 모든 국민이 일상적으로 1회용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닌다. 길거리에서도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풍경은 분명 비정상적이다. 언제까지 길거리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할까. 차가운 날씨에는 마스크가 방한대 구실도 해서 그나마 견딜 만했는데, 날이 더워지면 마스크 착용 자체만으로도 매우 불편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줄곧 기침과 같은 호흡기 증상이 없는 사람은 의료용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없다고 밝혀왔다. 코로나19 증상이 있는 사람과, 의료진을 포함해 그들을 돌보는 사람에게만 마스크 착용을 권장했다. 그것도 마스크 착용만으로는 감염을 막을 수 없고, 손씻기와 기침예절, 1m 이상 거리두기 등과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마스크는 코로나19의 주요 감염 경로인 비말(飛沫·작은 침방울)을 막는 데는 효과적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마스크를 쓰지 않을 때보다 마스크를 쓸 때 5배 정도 더 비말로부터 보호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있다.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 대책본부는 지역사회 감염이 유행할 때는 질병 없는 사람도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권고했다. 위기경보 심각단계에서의 질병관리본부 행동수칙에도 일반인이 의료기관을 방문할 때, 고위험군이 외출할 때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돼 있다. 또 밀폐·밀집 장소를 방문할 때도 마스크를 쓰라고 돼 있다.

    ‘마스크 맹신은 주술적’

    그러다 보니 개인은 마스크 착용이 나를 지켜줄 것이라는 신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대부분은 길거리에서, 혹은 혼자 떨어져 걸을 때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닌다. 장재연 아주대 명예교수는 “마스크 착용에 대한 맹신은 주술이나 부적에 가깝다”며 “그만큼 과학적 논쟁을 넘어 우리 사회에 믿음으로 고착화돼 있다. 믿음도 중요한 기능이 있다. 그러나 최근 과학을 빙자해 과학을 능멸하는 현상은 크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장 교수와의 일문일답. 

    - 길거리에 다니면서 꼭 마스크를 써야 하나. 

    “그럴 필요 없다. 확진환자를 만날 확률이 100%인 의료진, 감염자 가족, 간병인은 마스크를 써야 한다. 하지만 일반인이 길거리에서 감염자를 만나 감염될 확률은 매우 낮다. 그것을 어떻게 동등하게 두고 마스크 착용의 효과를 논할 수 있나. 코로나바이러스는 호흡기뿐 아니라 눈을 통해서도 침투할 수 있다. 마스크만으로는 바이러스를 막을 수 없는 것이다. 또 에어로졸 같은 미세입자는 마스크 속으로 침투도 가능하다. 마스크 바깥 면에 바이러스가 묻어 있을 경우 감염의 매개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의료진도 보호의, 고글 등을 함께 착용하고 원칙에 맞게 쓰고 벗도록 교육받고 실천한다.” 



    -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길거리에 나갔다가, 다시 실내로 들어가면 벗는다. 

    “그러니까 주의해야 할 곳에선 주의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야외에서는 주의하고 있다. 사실 코로나19는 대부분 ‘면식범’에 의해 감염됐다. 가족과 지인, 회사 동료, 종교 모임에서 만난 동료 교인들에게서 감염됐다. 그런데 길거리에서 만나는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는 게 과연 얼마나 합리성이 있을까.” 

    - 불특정 다수를 염두에 두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는 건 사회적 불신을 낳는 것 아닌가. 

    “당연하다. 나를 감염시킬 잠재적 위험요소로 타인을 보는데 어떻게 불신이 싹트지 않겠나. 질병관리본부 수칙대로 증상이 있는 사람들만 마스크를 쓰면 마스크 수요도 적어질 것이고 건강한 사람은 마스크 착용자와 접촉을 주의하면 되는데 감염자가 마스크를 쓰지 않았을까 봐 염려한다. 그래서 모두 마스크를 쓰자는 식의 결론을 낸다. 확률적으로는 굉장히 낮은 것을 걱정하고, 확률이 높은 것은 걱정하지 않는 상황이다. 

    - 수많은 식당과 건물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출입할 수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공기를 통해 감염되는 것이 아니라 손을 통해 눈 코 입으로 침투한다. 차라리 손을 소독하고 들어오라는 것이 타당한 조치다. 지금 우리 사회는 마스크만 착용하면 안심이라는 잘못된 인식,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죄인 취급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마스크는 예방을 위한 보호구라기보다는 사회 전체의 안녕과 질서를 위해 개인이 지켜야 하는 일종의 의무 지침에 복종하겠다는 일종의 증표가 됐다. 몸에 지니면 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믿음을 주는 일종의 ‘부적’ 역할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면마스크로도 충분할 듯하다. 면마스크도 상당한 효과가 있고 재사용도 가능해서 환경적으로 좋으니까.” 

    - 공적 마스크가 제때 공급되지 않았을 때 마스크 사려고 추위에 떨며 약국 앞에 길게 줄을 섰고, 새치기하다 싸우는 일도 벌어졌다. 

    “사회적 공포의 현장이었다. 방역 당국도 마스크 착용에 대해 말을 바꿔왔다. 문재인 대통령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언론에 나왔다가, 또 어느 때는 마스크를 벗고 나온다. 국민이 헷갈릴 수밖에 없었다.”

    미 CDC가 면마스크 사용 권고한 이유

    - 마스크를 쓰려고 하는 이유 가운데 무증상 감염자로부터의 감염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3월 말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백악관에 ‘무증상감염’에 대비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메모를 전달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무증상 감염에 의한 감염이 일부 있다 해도 전체 감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그럼에도 이것을 강조해서 시민들에게 겁을 주고 방역 지침이나 시민 행동을 강화하고 바꾸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만일 무증상 감염이 방역의 중요한 요소라면 우리가 방역에서 하는 대부분의 일은 무의미해진다. 모두 골방에 처박히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그렇지 않기 때문에 방역이 의미가 있고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 미국 CDC가 면마스크 사용을 권고하는 수정안을 낸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내용을 살펴보니 사실 특별한 것이 없다고 생각된다. 일반인에게는 N95(한국의 보건용 마스크 KF94에 해당) 등 의료용 마스크 사용을 금지하고 있고, 면마스크 등을 권유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비말 비산 방지 등의 이유를 말하고 있지만 미국 시민들이 상호 감염에 대해 주의하지 않고 있는 것을 감안해서 경각심을 높이려는 차원 같다. 또 감염자 숫자가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마스크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가 급증하자 의료용 마스크에 대한 욕구를 억제하기 위한 것 등의 이유로 수정 권고안을 낸 것 같다.”

    마스크 착용만으로는 방어 부족

    - WHO는 CDC의 수정 권고안 발표 뒤인 4월 6일 임시 지침에서 “마스크 착용만으로는 적절한 수준의 방어가 될 수 없고 다른 조치들이 취해져야 한다” “건강한 사람이 지역사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코로나19와 같은 호흡기 바이러스의 감염을 막을 수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강조했다. 

    “새로 나온 WHO 지침은 마스크 착용의 기본 원칙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다만 어떤 정부나 지역에서 일반인을 상대로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려면 검토해야 할 주의사항과 많은 기준을 열거하고 있는데, 이것은 사실상 쉽게 준수할 수 없는 것들이다. 이는 이미 마스크를 강제 또는 의무적으로 착용케 하는 아시아 국가들이 코로나19 방역 성과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WHO가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라는 압력과 비난 여론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그러나 WHO는 건강한 사람의 경우 지역사회에서 마스크 착용이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 증거가 없기 때문에, 각 정부에 직접 지역사회에서 일반인의 마스크 착용에 대한 연구를 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만일 의미 있는 결과가 나타나면 그때 가서 WHO의 지침에 반영하고 특별한 결과가 없으면 이번 임시 지침은 2년 후에 자동 폐기된다고 밝히고 있다.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라는 압력에 대해, WHO의 지침이나 권고는 생각이나 의견으로 변경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WHO의 입장을 확고하게 밝힌 것이고 불편한 심기가 드러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 많은 국가가 기준으로 삼는 CDC와 WHO의 지침이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WHO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권고이니 과학적이고 근거를 중심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미국 CDC는 자국의 혼란을 막기 위해 근거가 부족하더라도 시민들의 심리적 또는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기존 입장을 임시로 다소 바꾼 게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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