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날의 별자리인 목동자리와 처녀자리엔 많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목동자리는 곰 사냥꾼이자, 쟁기를 발명한 사내다. 처녀자리는 지하로 끌려간 미녀 페르세포네, 정의의 여신, 농사의 여신 등 여러 얼굴을 가졌다. 봄철 밤하늘에서 오렌지색이나 흰색으로 밝게 빛나는 별을 찾았다면 당신은 이미 봄꽃처럼 흐드러지게 핀 신화의 세계로 발을 내디딘 것이다.
킬리만자로 은하수.
누군가 내게 왜 별을 보느냐고 물으면 나는 항상 이렇게 대답한다. “내게 별은 믿음이다”라고. 사람은 변한다. 사람이 변하는 게 아니라 환경이 사람을 변하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별은 항상 그대로다. 별은 최소한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변하지 않는다. 나는 별만큼 사람도 좋아했는데, 사람이 아니라 별을 믿음으로 여기게 된 것은 대학시절 술집에서 만난 어느 노인 때문이다.
어느 노인의 詩
대학 4학년 때 서울 신림동의 한 술집에서 선배와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다리를 저는 노인이 퉁소를 들고 술집으로 들어왔다. 노인은 멋들어지게 퉁소를 불고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노인을 옆자리에 앉게 하고 맥주 한 잔을 권했다. 노인은 단숨에 맥주를 들이켜더니 술값이라며 시 한 수를 읊었다.
길 아래 돌부처
홀로 벗고 서서
일 년내 바람, 비, 눈, 서리를 맞을망정
평생에 이별 없으니 나는 그를 좋아하노라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나는 아직도 이 시를 기억한다. 노인은 70년 넘게 살면서 얼마나 많은 이별을 겪었을까. 사람이 변하는 모습을 얼마나 많이 봐왔을까. 하지만 길 아래 돌부처만큼은 늘 같은 모습으로 당신을 대해줬다는 그 구절을 듣는 순간 나는 밤하늘의 별을 떠올렸다. 별이 내게 그런 존재가 아닐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늘 너머에 내가 아는 그 별이 언제나 있음을 나는 믿는다. 그리고 그 별들을 보면서 나는 한결같은 사람으로 살겠다고 다짐한다.
5월은 가족의 달이다. 가족만큼 변치 않는 믿음을 주는 존재가 또 있을까. 이웃도 친해지면 가족이 되고, 친구도 가족만큼 변치 않는 존재일 것이다. 태양 같은 별이 1000억 개쯤 모여 있는 것이 은하계다. 그리고 우주에는 그런 은하계가 또 1000억 개쯤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우주에는 1000억×1000억 개, 즉 100해(垓·10,000,000,000, 000,000,000,000) 개만큼이나 많은 별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중 하나인 태양의 100만분의 1도 안 되는 작은 행성 지구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 최근 우주의 나이가 138억 년쯤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 인류의 역사는 길어야 수만 년, 그리고 우리는 겨우 100년도 안 되는 삶을 산다.
먼지보다 작은 공간에서 찰나도 되지 않는 삶을 사는 우리에게 사랑이 없다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변치 않는 사랑을 간직한 가족이 소중한 이유다. 5월에 만날 별자리는 가족을 생각나게 하는 처녀자리와 목동자리다.
불타는 심장을 가진 목동
학창시절에 많이들 읽는 알퐁스 도데의 단편소설 ‘별’을 알 것이다. 이 소설에는 양치기 소년이 스테파네트 아가씨에게 목동들의 별 이야기를 들려주는 대목이 나온다. 목동들이야말로 밤하늘 별자리를 만들어낸 ‘원조’들이다.
봄의 밤하늘에는 커다란 도깨비 방망이가 걸려 있다. 이것이 바로 목동자리다. 언뜻 넥타이나 연처럼 보이기도 한다. 별자리 이름은 목동자리지만 신화 속에서는 이 별자리의 주인공을 곰 사냥꾼으로 본다. 오른손에 몽둥이를 들고 왼손엔 가죽 채찍을 쥐고 있는 용감한 사냥꾼이 바로 이 별자리의 주인공이란다. 별자리 그림을 보면 소를 모는 목동보다는 곰을 쫓는 사냥꾼이 더 어울려 보인다. 하지만 북두칠성을 세 마리의 소가 끄는 수레의 모습으로 본다면, 이 별자리 그림을 소를 모는 목동으로 보는 것도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니다.
3월호에서 봄철 별자리를 설명하면서 봄비의 혜택을 받는 첫째 사람이 목동이라고 한 것을 기억하는지? 겨우내 지평선 근처에서 하늘 샘물을 담던 국자(북두칠성)가 봄이 되어 높이 올라가면 국자의 손잡이를 따라 샘물이 봄비가 되어 흘러내린다. 그리고 그 봄비를 맞으며 가장 즐거워하는 사람이 목동이다. 따라서 북두칠성의 손잡이 곡선을 따라 그대로 내려오다보면 목동자리의 으뜸(α)별인 ‘아르크투루스(Arcturus)’를 만날 수 있다. 아르크투루스는 그 빼어난 밝기로 인해 다른 어떤 별보다도 쉽게 눈에 띈다.
그런데 하늘의 샘물에는 철 성분이 많이 들어 있는 듯하다. 이 샘물을 받은 목동자리의 으뜸별 아르크투루스가 오렌지색으로 보이니 말이다. 아르크투루스와 그 위쪽으로 오각형 모양의 별이 만드는 커다란 별자리가 바로 목동자리다. ‘큰곰을 쫓는 불타는 심장을 가진 목동’으로 이 별자리를 기억하면 그 위치를 찾는 데 도움이 된다.
‘곰의 감시인’이란 뜻을 가진 목동자리의 알파별 아르크투루스는 여러 나라에서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중요한 별로 여겨졌다. 이 별이 뜨고 지는 것에 따라 사람들은 봄이 오고 또 가을이 됐다는 걸 알았다. 오늘날에도 아르크투루스의 등장을 봄이 오는 축복의 표시로 받아들이는 문화권이 많이 있다. 이집트에서는 이 별을 나일 신전의 숭배 대상 중 하나인 ‘신전의 별(Temple Star)’로, 그리고 아라비아에서는 ‘하늘의 수호성’으로 부르며 신성하게 여겼다고 한다. 또한 아메리카 인디언들에게 이 별은 ‘흰색 매(White Hawk)’로 알려진 위대한 사냥꾼이었다. 한자로는 이 별을 대각성(大角星)이라고 하는데, ‘하늘의 임금님’을 상징한다.
아르크투루스는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별 중에 시리우스(Sirius, 큰개자리) 다음으로 밝은 별이다. ‘적석거성’이라고도 하는데, 우리 눈엔 오렌지색으로 보인다. 이 별이 붉은빛을 띠는 것은 그 표면 온도가 다른 별들에 비해 낮기 때문이다. 태양과 같은 별은 생애의 마지막이 가까워지면 부풀어 올라 지름이 200배 이상 커진다. 별의 부피가 커지면 표면 온도가 내려가 적색거성이 된다. ‘빨주노초파남보’ 가시광선 중에서 온도가 가장 낮은 빛이 바로 빨간색이기 때문이다.
결국 적색거성은 생(生)이 얼마 남지 않은 늙은 별이다. 미래의 어느 날 이 별은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며 초신성으로 변해서 사라질 것이다. 물론 아주 먼 훗날의 일이다. 우리의 태양도 먼 미래에는 적색거성으로 변할 것이고, 그때가 되면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다 타서 사라져버릴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앞으로 50억 년 후의 일이니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아르크투루스는 고유운동(固有運動·항성의 위치가 오랜 세월에 걸쳐 조금씩 변하는 것)이 큰 별로도 유명하다. 1718년 영국의 왕립 천문학자 핼리(Edmond Halley· 1656~1742)는 이 별의 위치가 옛날 그리스 시대에 관측됐던 위치와 1도(˚) 정도 다른 것을 알아내고 처음으로 별의 고유운동을 발견했다. 현재 이 별은 1년에 2초(˝) 정도 움직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이는 우리가 위치 변화를 느끼기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의 작은 움직임이다.
쟁기를 발명한 아르카스
목동자리의 주인공으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이는 사냥꾼 아르카스(Arcas)다. 별자리 그림에는 큰 곰을 쫓는 사냥꾼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그가 바로 아르카스다. 아르카스는 큰곰자리에 나오는 칼리스토(Callisto)의 아들로 훌륭한 사냥꾼이었으며, 후에 작은곰자리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여기에 얽힌 자세한 이야기는 3월호에서 이야기한 큰곰자리의 신화를 다시 읽어보기 바란다. 이 별자리에 전해지는 전설 중엔 아르카스에 관한 것이 또 있다. 그 전설은 겨울철 별자리인 마차부자리의 전설과 비슷한 점이 있는데, 두 별자리 모양이 모두 오각형인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마차부자리의 오각형이 마차를 발명한 아테네의 왕 에리크토니우스(Erichthonius)의 별자리이듯, 역시 오각형의 목동자리는 두 마리의 소가 끄는 쟁기를 발명한 아르카스의 별자리란 것이다. 아르카스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형에게 모든 재산을 빼앗기고 고생을 하다가 소가 끄는 쟁기를 발명해 농사일에 새로운 기원을 이루게 된다. 그가 죽자 농사에 대한 그의 공을 높이 평가한 제우스신이 그 쟁기와 더불어 아르카스를 하늘의 별자리로 만들어주었다고 한다. 이 경우 북두칠성이 그 쟁기에 해당한다. 이외에도 아테네의 왕 이카리우스(Icarius), 또는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아틀라스(Atlas)가 이 별자리의 주인공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늘의 별들에는 정말 별만큼이나 많은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목동자리의 으뜸별 아르크투루스를 지나 남쪽 하늘로 시선을 옮기면 지평선 위로 하얗게 빛나는 밝은 1등성 하나가 보인다. 이 별이 처녀자리의 으뜸별인 스피카(Spica)다. 처녀자리란 이름은 스피카의 하얗게 빛나는 청초한 아름다움에서 나온 것 아닌가 싶다. 스피카 위로는 많은 별이 길게 늘어져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런 형태만으로는 이 별자리의 주인공이 처녀임을 알아채기란 불가능한 일로 보인다. 옛 사람들이 지평선 근처에서 수줍은 듯 떨고 있는 스피카의 아름다움에 현혹되어 처녀자리라 이름 붙인 것이라고 상상해본다.
스피카는 아르크투루스와 함께 봄철 밤하늘에서 눈에 가장 잘 띈다. 아르크투루스의 오렌지색과 달리 스피카는 백색을 띠고 있어 세계 여러 곳에서 처녀 혹은 순결이란 의미로 통하고 있다. 하지만 스피카가 하얗게 빛나는 것은 표면 온도가 2만 도가 넘는 초고온의 별이기 때문이다. 실제 스피카가 내뿜는 빛은 태양의 1만 배 정도로 처녀라 불릴 만큼 온순한 별은 아니다. 하얗게 빛나는 처녀의 아름다움 속에 쉽게 접근하지 못할 무서움이 도사리고 있음이 여기서도 증명되는 것 같다.
스피카는 여신이 왼손에 들고 있는 보리 이삭에 해당한다. 스피카 반대편에 놓인 3등성 엡실론(ε)이 오른쪽 팔이고, 그 사이의 별들이 여신의 몸을 형성한다. 별들의 연결선으로 여인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그림 속 여신을 이 별자리에 대입하는 것은 왠지 어색하다는 건 필자만의 생각일까.
여인에게서 연상되는 것 중 하나는 보석이다. 그렇다면 여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보석은? 다이아몬드가 최고의 보석임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처녀자리 속에 다이아몬드가 숨어 있다는 것은 우연치고는 무척 재미있는 우연이다. 스피카를 정점으로 작은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보이는 별들은 ‘처녀의 작은 다이아몬드’라고 불린다.
여자들은 어떤 술을 즐길까.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대체로 여자들은 독한 술보다는 달콤한 칵테일을 좋아한다. 처녀자리에서 찾아야 하는 가장 중요한 모양은 바로 칵테일 잔이다. 일반 술잔에 비해 끝이 바깥으로 벌어지고 받침대가 있는 칵테일 잔을 상상해보자. 스피카 바로 옆에 칵테일 잔을 연상시키는 별들이 있다. 이 별들을 가리켜 ‘처녀의 컵’이라고도 한다. 그 잔의 바닥에 해당하는 부분이 스피카다. 맑게 갠 밤, 달콤한 칵테일을 만들어 아름다운 별빛 아래서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마신다면 얼마나 낭만적일까. 물론 안주는 별 이야기로도 충분할 것이다.
하얗게 빛나는 스피카의 비밀
다시 처녀의 나머지 모습을 찾아보자. 여자들이 가장 신경 쓰는 신체 부위는 얼굴과 허리 아닐까 싶다. 처녀의 얼굴은 칵테일 잔 속에 담겨 있고, 허리는 다이아몬드 속에 있다. 하지만 별자리에 나타나는 처녀는 고대 그리스 신화 속의 주인공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신화 속 미인들이 약간의 똥배(?)를 가졌던 것과 달리 처녀자리의 주인공은 무척 날씬하다. 처녀자리의 전체적인 모습은 마치 볼링선수가 막 투구를 시작하는 것 같다. 이 경우 볼링공은 당연히 스피카다. 볼링을 해본 사람이라면 볼링선수가 투구할 때 볼링공을 든 손이 뒤로 가고 다른 손은 앞으로 나온다는 것을 알 것이다. 자, 그렇다면 나머지 별들 속에서 볼링공을 던지는 처녀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 별자리를 사자처럼 불타는 가슴을 가진 남자를 좋아하는 봄 처녀로 기억하면 사자자리, 목동자리와 함께 있는 처녀자리의 위치를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별자리 중 처녀자리만큼 많은 이야기가 전해지는 별자리는 드물다. 그 중 널리 알려진 몇 가지만 소개한다. 우선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Demeter)의 딸 페르세포네(Persephone)에 얽힌 신화다. 어느 맑게 갠 가을날, 지하세계의 지배자인 하데스(Hades) 신이 땅 위의 옥수수밭을 거닐고 있었다. 하데스는 마침 그곳에 나와 있던 페르세포네를 발견하고는 그녀의 아름다움에 빠져 그 자리에서 그녀를 자신의 마차로 납치했다. 땅의 갈라진 틈을 통해 지하세계로 내려간 하데스는 거기서 울며 사정하는 페르세포네를 강제로 아내로 맞이했다. 페르세포네는 그곳에서 아무것도 먹거나 마시지 않고 깊은 슬픔의 날들을 보냈다. 딸을 잃은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는 큰 비탄 속에 빠졌다. 토지의 여신이 슬퍼하자 땅은 메말라갔고, 들에서는 곡식이 이삭을 패지 못했다.
신들의 제왕인 제우스는 땅이 황폐해가는 것을 더 이상 방관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자신의 형 하데스를 함부로 대할 수도 없었기에 이들을 화해시키는 방향으로 일을 만들었다. 제우스는 데메테르에게 페르세포네가 지하세계에서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면 구해줄 수 있다는 조건을 걸고 전령의 신 헤르메스를 하데스에게 보냈다. 헤르메스를 통해 제우스의 뜻을 전달받은 하데스는 페르세포네를 달래서 석류 열매 몇 개를 먹게 했다. 사실 지하세계에는 그곳의 음식을 먹은 사람은 지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법칙이 있었다. 결국 페르세포네는 석류 열매를 먹은 탓에 지상으로 완전히 돌아오지 못하고 일 년의 반만 지상에 머물고, 나머지 반은 지하세계에서 지내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페르세포네는 매년 봄 하늘의 별이 되어 지하세계로부터 동쪽 하늘로 올라온다.
그 후 겨울에는 추위가 닥쳐오고 풀이 돋아나지 않게 됐는데, 이는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가 지하세계에 있는 딸을 그리워하며 슬픔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새 봄이 와서 페르세포네, 즉 처녀자리가 나타나면 데메테르의 슬픔이 가시고 땅은 다시 활기를 띠고 무성한 나뭇잎과 열매를 맺게 된다고 한다.
페르세포네와 아스트라에아
처녀자리에 관한 또 다른 신화는 정의의 여신 아스트라에아(Astraea)에 관한 것이다. 먼 옛날 지상에는 황금의 시대와 은의 시대가 있었다. 이 시대의 인간들은 매우 착하고 성실했기 때문에 신들은 인간과 더불어 땅에 내려와 함께 살았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 철의 시대가 오면서 인간은 매우 부도덕해졌고, 신들은 더 이상 타락한 땅 위에서 인간과 더불어 살 수 없게 되었다.
더러움을 모르는 정의의 여신 아스트라에아는 인간들에게 사이좋고 평화롭게 사는 법을 꾸준히 가르쳤다. 하지만 그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간들은 차츰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억눌렀고, 신은 안중에 없는 듯 제멋대로 설치고 다녔다. 참다못한 신들은 마침내 하늘로 올라가버렸다. 아스트라에아는 인간을 버리지 않고 혼자 남아 정의를 계속 설교했지만 전쟁은 끊이지 않았고, 아스트라에아 역시 더 이상 인간의 땅에 머무를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아스트라에아는 결코 인간을 버릴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정의를 판단하는 천칭을 들고 하늘의 별자리가 되어 인류에게 정의를 베푸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옆의 천칭자리가 바로 아스트라에아가 가지고 올라간 천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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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신화에 의하면 처녀자리의 여인은 농사와 수태를 담당하는 여신 이시스(Isis)라고 한다. 여신 이시스가 시동생인 괴물 티폰(Typhon)에게 쫓겨 하늘로 도망쳤다. 그때 그녀가 들고 있던 보리 이삭을 흘린 것이 밤하늘에 빛나는 하늘의 강 은하수가 되었고, 그녀는 지금의 처녀자리까지 쫓겨와 별자리가 되었다고 한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하지 무렵 내리는 비를 ‘이시스의 눈물’이라고 하고 나일강변에서 제사를 지내며 강물의 깊이를 재었다고 한다.
처녀자리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는 건, 이 별자리가 하늘에 하나뿐인 처녀의 별자리이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