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증권, MTS 출시 3년 만에 서학개미 집결지 우뚝
카카오페이증권, MTS 수요 외면하다 뒤늦은 대응
토스증권=키움증권의 대형사 성장 재현
카카오페이증권=중소형 증권사 롤 모델로 생존 모색
[Gettyimage]
토스증권은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출시 3년 만에 기존 증권사들을 제치고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증권사로 올라섰다. 향후 토스증권은 2000년 온라인 증권사로 출범해 대형 증권사로 성장한 키움증권의 성장 모델을 재현할 것이 유력하다.
반면 카카오페이증권은 뒤늦은 대응이 발목을 잡으며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생존을 위해 모바일 증권사로서 정체성을 포기하고 여타 중소형 증권사처럼 사업다각화를 통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토스증권과 카카오페이증권의 운명을 가른 것은 코로나19에 따른 저금리였다. 하지만 이면에는 ‘절박함의 차이가 승패를 좌우한다’는 비즈니스의 기본 원리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토스증권, 3위 키움증권에 바짝 붙은 4위
토스증권에 따르면 토스증권을 이용하는 월간 활성화이용자(MAU) 수는 2024년 11월 말 기준 무려 330만 명에 달한다. 이는 타 증권사 대비 압도적인 업계 1위 수준이다.
토스증권은 2021년 12월 MTS를 선보이며 해외 주식 위탁매매 서비스를 시작했다. 단 3년 만에 이뤄낸 성적표다. 더욱 놀라운 점은 토스증권을 이용하는 서학개미들의 거래대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토스증권의 2024년 초 기준 해외 주식 거래대금은 7조400억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같은 해 10월 거래대금은 21조 원을 넘어섰고, 11월에는 단숨에 30조5400억 원을 기록했다.
거래대금 급증은 수익으로 연결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기반해 산출하는 금융투자협회 해외 주식 위탁매매 수수료 통계를 살펴보면 토스증권의 2024년 3분기 누적 해외 주식 위탁매매 수수료는 1141억 원에 달한다. 이는 미래에셋증권(1802억 원), 삼성증권(1453억 원), 키움증권(1294억 원)에 이은 4위다. 5위 KB증권(765억 원), 6위 신한투자증권(764억 원), 7위 한국투자증권(761억 원) 등 2위 그룹과는 현격한 격차가 존재한다.
2024년 3분기만 놓고 보면 미래에셋증권(667억 원), 삼성증권(545억 원), 키움증권(524억 원), 토스증권(482억 원)으로 앞선 1~3위와 차이가 더욱 좁혀진다.
토스증권은 해외 주식 수수료로 거래대금의 0.1%를 받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의 해외 주식 수수료율은 0.25%다. 토스증권이 경쟁사 대비 40% 수준의 낮은 수수료를 받고 있다는 점을 역산하면 거래대금 기준으로 토스증권은 이미 국내 증권사 중 해외 주식 1위 자리를 이미 굳혔다고 볼 수 있다.
반면 한때 모바일 증권사로서 토스증권의 라이벌이었던 카카오페이증권의 성과는 부진하다. 카카오페이증권의 2024년 3분기 누적 해외 주식 위탁매매 수수료는 102억 원에 불과하다. 전체 증권사 가운데 11위다.
카카오페이증권은 2021년 3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토스증권보다 1년 정도 늦은 2022년 4월 MTS를 출시했다. 후발 주자로서 카카오페이증권은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2023년 2월 기존 수수료를 0.25%에서 0.05%로 낮추는 파격적인 정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고 적자가 누적되자 2024년 초 다시 0.05%이던 해외 주식 수수료를 0.07%로 인상했다. 이어 지난 10월에는 수수료율을 0.1%로 인상하면서 해외 주식 수수료 경쟁 마케팅을 사실상 포기했다.
토스증권과 카카오페이증권 모두 기업금융(IB) 영역이 미미하기에 이른바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입은 회사의 수익성 및 실적과 직결되고 있다.
토스증권은 2021년 출범 첫해 780억 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이후 적자폭을 빠르게 줄여나갔다. 2022년에는 당기순손실이 325억 원으로 절반가량 감소했고, 2023년 3분기부터 35억 원을 시작으로 분기마다 흑자를 내고 있다. 토스증권은 연간 기준으로도 2023년 당기순이익 15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
토스증권은 2024년부터 당기순이익이 퀀텀점프를 하기 시작했다. 1분기 119억 원에 이어 2분기에는 105억 원을 냈는데 서학개미가 급증하기 시작한 3분기에는 무려 324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연간 1000억 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내는 증권사로 도약이 유력하다.
우리나라에서 연간 1000억 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내는 회사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하나증권, 메리츠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대신증권 등 자기자본 3조 원 이상인 이른바 10대 증권사뿐이다. 토스증권은 설립 4년 만에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반면 카카오페이증권은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카카오페이증권의 연간 당기순손실은 2020년 68억 원을 시작으로 2021년 170억 원, 2022년 480억 원, 2023년 513억 원 등 거침없이 불어났다. 카카오페이증권은 2024년 들어서야 실적도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1분기 105억 원의 당기순손실에 이어 2분기에는 93억 원으로 감축했고, 3분기에는 63억 원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 카카오페이증권은 적자가 지속되면서 대표이사 교체가 잦았다. 카카오페이증권은 2023년 3월 김대홍·이승효 공동대표 체제에서 이승효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했는데 2024년 3월 주주총회에서는 이승효 대표도 일신상의 사유로 물러났다. 결국 카카오 전략지원실장 출신 신호철 대표가 차기 대표에 선임돼 회사를 이끌고 있다.
코로나19 기점으로 엇갈린 토스증권과 카카오페이증권
김승연 토스증권 대표가 2024년 3월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토스증권 기자간담회에서 ‘토스증권의 3주년 혁신과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토스의 기반은 상대적으로 열위였다. 토스는 전화번호만 알아도 송금이 가능한 ‘간편 송금’ 서비스를 내세우며 출범한 스타트업에 불과했다. 이는 현재 은행, 증권 등 금융권 계좌 간 자금을 마음대로 이체하는 오픈뱅킹 서비스의 시초가 됐다.
토스의 2019년 말 기준 가입자 수는 1600만 명이고, 활성이용자는 1100만 명이었다. 토스는 간편 송금 서비스로 끌어모은 이용자를 바탕으로 P2P투자, 부동산 소액투자, 보험, 대출 등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고 했다.
증권업에 먼저 진출한 회사도 카카오페이였다. 카카오페이는 2018년 10월 바로투자증권 지분 60%를 약 400억 원에 인수했고, 2020년 2월 금융당국으로부터 대주주 적격성 허가를 받자마자 곧바로 카카오페이증권을 출범했다.
출범 당시 카카오페이증권의 롤 모델은 중국 알리페이가 2013년 6월 서비스를 시작한 소액 자산관리 서비스 ‘위어바오’였다. 위어바오는 중국 앤트그룹의 알리페이가 고객들이 맡긴 자금을 단기투자 상품에 투자한 다음 이자를 붙여 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머니마켓펀드(MMF)와 유사한 서비스인데 시중금리보다 높은 이자로 인기몰이에 성공했고, 카카오페이증권 출범 당시 중국 위어바오 이용자는 6억 명, 투자 자산은 200조 원에 달했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위어바오처럼 투자에 무관심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금융투자 수요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내세웠다. 하지만 카카오페이증권은 출범 당시 이용자가 직접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MTS 출시를 고려하지 않았다. 이용자의 수요는 분명했지만 롤 모델인 위어바오와는 달랐기에 추후 MTS 서비스 출시도 상황을 봐서 고려해 보겠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토스증권은 MTS에 진심이었다. 토스증권은 미국 젊은이들의 주식거래 앱인 ‘로빈후드’가 롤 모델이었다. 토스증권은 주식에 관심이 있는 기존 투자자들이 아니라 주식에 관심이 없거나 문외한이었던 MZ세대라고 불리는 20~30대 이용자를 끌어들여 새로운 수요와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토스증권의 새로운 시장과 수요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놓고 당시에는 리스크가 높다는 평가도 받았다.
토스증권은 2021년 3월 15일 첫 MTS 서비스를 정식으로 시작했고, 그해 12월에는 해외 주식 서비스도 개시했다. 토스증권은 MTS오픈과 함께 삼성전자, 현대차, 네이버 등 주식 1주를 랜덤으로 증정하는 이벤트를 실시했는데 이 마케팅 전략이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 2030 고객을 대거 유치했다. 이 이벤트는 해외주식 서비스 개시 때도 실시했고, 마찬가지로 큰 성공을 거뒀다.
토스증권과 카카오페이증권의 엇갈린 운명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저금리 시대가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초저금리 기간이 장기화하자 카카오페이가 목표로 했던 위어바오 같은 고금리 단기 금융상품은 사실상 서비스가 힘들어졌다.
카카오페이증권은 뒤늦게 MTS 개발로 방향을 돌렸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코스콤의 도움을 받아 2022년 4월이 돼서야 MTS 서비스를 공식 출범할 수 있었다. 카카오페이증권의 MTS 서비스 출시가 토스증권을 위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정작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이용자들을 선점하면 이후 다른 플랫폼으로 이탈하지 않는 ‘로크인’ 효과가 강력했기 때문이다.
주로 사용하는 은행계좌를 바꾸지 않듯이 증권사 역시 특정 증권사 앱에 익숙해지면 쉽게 다른 증권사 앱으로 갈아타지 않는 것이 인간의 습성이다. 이는 과거 2000년대 온라인 증권사로서 입지를 다진 키움증권을 이용하던 젊은 고객들이 나이가 들어서도 키움증권을 계속 이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토스증권과 카카오페이증권의 엇갈리게 만든 표면상의 이유는 코로나19이지만 절박함의 차이가 근본 이유라는 지적도 나온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선점효과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카카오페이증권이 간과했다는 것이다.
토스는 절박했다. 간편송금이라는 서비스는 언제든지 다른 은행들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였고, 오픈뱅킹이 도입되면서 실제로 그렇게 됐다. 토스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했고, 그래서 주식에 아직 관심이 없거나 적은 젊은 층을 신규 고객으로 만들어야 토스가 생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MTS 서비스를 출범하면서도 철저하게 고객 수요와 눈높이에 맞추는 데 집중했다.
토스증권은 현재 대형 증권사로 성장한 키움증권의 성장 과정을 비슷하게 재현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20~30대 이용자들이 나이를 먹어갈수록 소득과 자산이 늘어날 것이고, 토스증권을 이용하는 금액의 규모도 증가하면서 수익도 성장할 것이라는 사업 모델이다.
토스증권은 키움증권 지향, 카카오페이증권은 사업다각화 추구
키움증권은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차별화된 HTS(홈트레이딩시스템)로 국내 개인투자자 고객을 대거 유치했다. 이후 경쟁사의 위탁매매 수수료 인하 공세가 거세지자 키움증권은 주 수익원을 위탁매매 수수료에서 단기대출인 신용융자로 바꾸었다.
증권사의 신용융자 등은 자기자본의 100% 내에서만 가능하다. 토스증권의 2024년 3분기 말 자기자본은 2338억 원에 불과해 키움증권 같은 신용융자 서비스 제공은 당장 쉽지 않다.
토스증권은 2024년 11월부터 국내외 주식 미수거래 서비스를 시작했다. 미수거래는 개인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고 난 뒤 2영업일 뒤인 실제 결제일(T+2일) 안에 결제대금을 갚는 초단기 외상 거래다. 토스증권의 이번 서비스는 고객에게 레버리지 투자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향후 신용융자 서비스를 출범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분석이다.
카카오페이증권은 IB와 자산관리(WM) 등 기존 증권사들이 해왔던 사업 영역에 힘쓰고 있다. 생존을 위해 모바일 증권사가 아닌 기존 중소형 증권사처럼 사업다각화로 방향을 선회하는 양상이 뚜렷하다는 평가다.
카카오페이증권은 2024년 11월 정인영 전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 대표를 투자금융그룹장으로 선임했다고 공시했다. 정 그룹장은 카카오페이증권에서 IB 업무 및 신규 사업을 총괄한다.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은 정인영 대표 시절 로보어드바이저 투자 서비스 ‘핀트’를 출시한 바 있다. 여기에 카카오페이증권은 11월 25일 연금저축 서비스도 출시하면서 WM 부문에도 힘을 주고 있다.
카카오페이증권은 비용 절감에 나서면서 분기마다 당기순손실이 줄어들고 있다. 2023년 4분기 144억 원에 달했던 분기 순손실은 2024년 들어 1분기 105억 원, 2분기 93억 원으로 줄더니 지난 3분기에는 63억 원까지 감소했다. 카카오페이증권은 더는 토스증권과 경쟁하기는 어렵지만 카카오페이증권이 사업다각화에 성과를 낸다면 흑자전환에 성공해 다른 중소형 증권사들처럼 장기적으로 생존은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