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호

교류분석(TA)으로 분석한 트럼프의 성격은?

지배적 어버이(CP), 철없는 아이(FC) 성향…마음 놓기 어려운 열정가

  • 김은주 심리학자·K-교류분석상담협회장

    입력2025-01-12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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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격이나 심리에 대한 궁금증은 시대와 세대를 초월한다. 기성세대는 혈액형을 잣대로 삼았지만 MZ세대는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Myers-Briggs Type Indicator·MBTI)를 ‘신봉’한다. 자신 혹은 타인의 심리를 더 정교하게 파악하고 싶다면 심리학자 에릭 번이 1950년 개발한 교류분석(Transactional Analysis·TA)이 답이 될 수 있다. MBTI 유형은 16가지이지만 TA는 243가지에 달한다. 교류분석(TA)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성격을 분석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24년 11월 2일 노스캐롤라이나주 개스토니아 시립공항에서 열린 대선 유세 집회에서 춤을 추고 있다. [AP=뉴시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24년 11월 2일 노스캐롤라이나주 개스토니아 시립공항에서 열린 대선 유세 집회에서 춤을 추고 있다. [AP=뉴시스]

    현대인의 분주한 삶은 불안을 야기한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번아웃(burnout·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해 정신적, 생리적으로 극도로 피로한 상태)’에 이르기도 한다.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는 프랑스 정신분석학자 라캉(Lacan)의 말처럼 현대인 대부분은 그렇게 살아왔다. 자신의 욕구와 니즈보다는 타자의 눈에 비친 ‘사회적 자아’를 열망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사회생활을 하는 많은 사람은 단체로 아프다. 마음이 병들어 간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사회병리’ 현상이라 말한다. 고달픈 삶과 생존경쟁에 지쳐, 또는 진정한 자신을 모르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

    5060 베이비부머 세대는 “너 혈액형이 뭐야?”라는 질문으로 타인을 파악하고, 성격을 분류해 유형화했다. 같은 혈액형에 속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진한 소속감과 친밀감을 느낀다. 소속 욕구는 ‘매슬로의 욕구 5단계(미국 심리학자 매슬로가 확립한 이론으로 인간이 살기 위한 욕구를 △1단계 생리 욕구 △2단계 안전 욕구 △3단계 소속 욕구 △4단계 존경 욕구 △5단계 자아실현 욕구로 체계화했다)’ 가운데 3단계로 인간의 정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성격이 같은 집단에 소속돼 있다는 것은 무리 안의 정상 범주에 있다는 것을 새삼 확인해 주는 효과가 있다. 무리 안에 있음을 다행으로 여기고 불안함을 덜어내는 것이다.

    대인관계 개선에 유용하고 MBTI보다 과학적

    최근 몇 년 사이 ‘MBTI’라고 하는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Myers-Briggs Type Indicator·MBTI)가 성격을 파악하는 척도로 자리 잡았다. 젊은이들은 잘 모르는 이를 만나면 ‘너 F야, T야?’라는 물음을 인사말처럼 사용한다. MBTI는 심리학자 카를 융의 이론을 기반으로 캐서린 브릭스(Katharine Briggs)와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Issabel Briggs Myers)가 개발한 간단한 성격 테스트다. 8가지 성격 선호와 16가지 성격 유형으로 분류한다. 네 가지 이분법(외향/내향, 감각/직관, 사고/감정, 판단/인식)을 기반으로 사람들의 성격을 이해한다.

    인간의 성격을 MBTI보다 정교하게 들여다보고 싶다면 영국 초등학교의 필수 교과과정에 들어 있는 교류분석(Transactional Analysis·TA)이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3대 심리학의 뿌리인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 파블로프와 스키너의 행동주의 학습 이론, 백의 인지치료 이론과 달리, 교류분석과 게슈탈트심리학(Gestalt psychologie·형태심리학)은 ‘제3세력의 심리학’에 속한다. 특히 교류분석은 새로운 심리학 이론으로 1980년 이후 전 세계에 알려졌다. 미국과 영국, 일본에서는 이미 핫한 심리학 이론으로 자리매김했다.

    교류분석은 1950년 심리의학자인 에릭 번(Eric Berne)이 개발한 이론이다. 인간의 성격을 파악하는 지표일 뿐만 아니라 대인관계에서 상호작용과 커뮤니케이션을 잘하기 위한 도구라 할 수 있다. 즉 교류분석은 개인의 행동과 감정, 사고 패턴을 분석한다.

    MBTI는 성격 유형이 16가지지만 교류분석은 243가지에 달한다. [Gettyimage]

    MBTI는 성격 유형이 16가지지만 교류분석은 243가지에 달한다. [Gettyimage]

    ‌MBTI가 16가지의 유형화된 성격을 다루는 반면, 교류분석의 유형은 243가지에 달한다. 교류분석은 인간의 기본적 성격을 세 가지 구조로 보고 있다. 심리학자 프로이트는 사람의 성격을 이드(id·본능, 충동), 에고(ego·현실적 판단을 내리는 자아), 슈퍼에고(super ego·도덕적 기준과 규범을 지키려는 바른 행동으로 이끄는 초자아)로 구분한 것과 흡사하다.

    에릭 번은 이드를 닮은 C(child), 에고를 닮은 A(adult), 슈퍼에고를 닮은 P(parent) 세 가지가 성격을 형성한다고 봤다. MBTI 성격 테스트에 해당하는 것이 ‘에고그램(Ego-gram)’이다. 에고그램은 교류분석의 P, A, C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성격 진단 테스트다. 단단한 심리이론에 기반해 상당히 과학적이며, 사주학처럼 복잡하면서도 정확한 통계가 수치화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에고그램은 자아를 다섯 가지 패턴으로 분류한다. 지배적이고 엄격한 어버이 성향(Critical parent·CP), 따뜻하고 관용적인 어버이 성향(Nurturing parent·NP), 차분하고 이성적인 어른 성향(Adult·A), 자유분방하고 철없는 아이 성향(Free child·FC), 순종적이며 타협적인 아이 성향(Adopted child·AC)이 그것이다. 교류분석에서는 이렇게 나누는 것을 에고그램의 성격 유형화라 한다.

    MBTI는 개인의 성격을 이해하고 직업을 선택하는 데 도움을 주는 반면, 교류분석의 에고그램은 대인관계 개선과 효과적 커뮤니케이션, 갈등 해결에 유용하다. 각각 아쉬운 점도 있다. MBTI는 성격 유형이 고정적이라는 오해를 사기 쉽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에고그램은 심리학적 이론이 다소 복잡해 일반인이 이해하기에는 어려울 수 있다. 교류분석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전문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렇다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자신을 알려면 어느 정도의 심리학적 지식과 공부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통합과 성숙이 인간의 최종 목표라면, 교류분석의 매력에 빠져보기를 권한다.

    권위적·즉흥적 트럼프 자아의 상호작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24년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열린 대선 유세 집회에서 총격을 받은 직후 비밀경호국 요원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24년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열린 대선 유세 집회에서 총격을 받은 직후 비밀경호국 요원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AP=뉴시스]

    교류분석에 따라 2024년 11월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의 성격과 의사소통법을 분석해 보자. 에고그램의 다섯 가지(CP, NP, A, FC, AC) 자아 패턴을 근거로 트럼프 당선인의 성격을 추정하면 그는 243가지 유형 중 ‘하이파워(high power)’, 즉 ‘정력가형’에 해당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궁극적 목표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정치 행보를 보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를 유례없이 높인다든지, 국가 간 협의가 이미 끝난 사안도 원점에서 재검토해 재협상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이러한 행동으로 미뤄볼 때 그는 CP(엄격한 어버이 성향)와 FC(철없는 아이 성향)가 지나치게 높은 타입으로 판단된다. CP는 지배적인 어버이처럼 자기주장이 강하고 비판적 성향을 나타낸다. FC는 철없는 아이처럼 즉흥적이고 자유로우며, 유머러스한 성향을 띤다. CP와 FC 성향이 강한 ‘하이파워’형은 지치지 않는 에너지를 뿜어내는 열정가의 기질을 보인다. 야망과 욕망이 지나치게 강해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는 어떤 일도 개의치 않는 유형이다.

    이런 유형은 상대방의 행동에 비판적이고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한다. 자기주장만이 옳다고 여긴다. 불만을 잘 삭이지 못하고 직설적으로 표현해 버린다. 제멋대로라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대인관계에서는 추진력 있게 일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자신만만하고 자유분방한 정신의 소유자로 호기심이 왕성하고 놀이 근성이 넘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은 반드시 손에 넣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지 않으면 만족하지 않는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는 창조성, 충동성, 관능적 성향을 보여 마음 놓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중과 소통하는 방식에서도 이러한 성격과 성향이 드러난다. 트럼프 당선인은 2024년 7월 선거 유세 도중 총에 맞을 뻔했다. 그는 총알이 스쳐 귀에 피가 흐르는 상황임에도 즉흥적으로 “나는 이긴다”는 동작과 함께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지지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이런 행동 역시 “트럼프답다” “트럼프만이 할 수 있다”는 평을 받았다. 그는 자주 즉흥적으로 발언하며, 감정에 따라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즉각적 반응은 철없는 아이 자아, 즉 FC의 특성을 반영한다.

    그는 종종 도발적이고 공격적 발언으로 상대방이나 반대파를 자극한다. 대선 유세 중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정말 멋진 사람들이에요. 그들은 나를 좋아하죠. 그리고 나는 그들을 사랑해요. 하지만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그냥 무시하세요!” 이런 행동도 FC의 반항적 면모를 드러낸다.

    그의 발언은 종종 직관적이고 간결한 언어로 구성돼 있다. 그는 복잡한 개념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을 선호한다. “나는 모든 것을 잘하고 있어요. 여러분도 아시잖아요!” 간결한 언어 사용은 FC의 특성을 드러낸다.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그는 놀이적 요소로 유머를 사용하거나 가벼운 농담을 통해 대중의 관심을 끌면서 긴장을 풀려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그의 지지자들을 향해 “여기서 나가면 모두가 나를 좋아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관객과 소통하면서 유머를 유발한다. 이는 FC의 놀이적 성향을 나타낸다.

    이처럼 트럼프는 종종 감정적이고 즉흥적 반응을 보인다. 그의 발언은 유머러스하거나 도발적일 때가 많고, 이를 통해 대중의 감정에 직접적으로 호소하기도 한다. 이는 FC의 자유로운 특성을 나타낸다.

    트럼프는 자신의 경험과 권위를 바탕으로 강한 주장과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 이는 비판적 부모 자아, 즉 CP의 특성으로, 대중에게 권위를 부여하고 그들의 행동이나 생각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겠다” “나는 다른 대통령들이 하지 못한 일을 하고 있다” 같은 발언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또한 그는 종종 비유와 과장을 활용해 자신의 주장을 강조한다. 예컨대 “역사상 가장 큰 세금 감면” 같은 표현을 사용해 자신이 내놓은 정책의 중요성을 부각하는 식이다.

    트럼프는 대중과 소통하면서 종종 적대적이거나 도전적 태도, 즉흥적 유머를 동시에 사용한다. 이는 상대방을 자극하고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으로 FC와 CP가 결합된 형태다. 간결한 언어와 즉흥적 유머는 FC, 불법 이민자를 막기 위한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과 미국 우선주의는 CP의 성향에 해당한다.

    결론적으로, 트럼프가 대중과 소통하는 방식은 FC의 즉흥적이고 감정적 특성, CP의 권위적이고 비판적 특성이 어우러진 복합적 상호작용 패턴이라고 할 수 있다.

    김은주
    ‌● 1967년생
    ● 상담심리학 석사, 소비자인간발달학 박사
    ● 고려대·동국대·가천대·상명대 외래교수, 한양대 겸임교수
    ● 現 심리상담연구소 ‘플마(Play Mind)’ 대표
    ● 저서 ‘소비를 멈추니 내가 보이네’ ‘묻다’ ‘Psychological effect’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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