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이래 최대 위기’ 시절에 부임
실적 악화·인국공 사태 수습… “고생 많이 했다”
공사법 개정·경제자유구역 중복지정 해소 필요
2040년 RE100 달성해 친환경 공항 목표
나라 위해 일하고 싶어 경제학과 선택
국토교통부 요직 거치며 소방수 역할
10년 뒤 ‘팬데믹 극복한 CEO’로 기억되고파
임기 3년 차를 맞은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어려운 시기에 사장으로 취임해 공항이 재도약하는 데 발판을 마련한 CEO로 평가받고 싶다”고 말했다. [조영철 기자]
국제공항이라고는 김포국제공항이 유일하다시피 했던 1970·80년대, 세계적 수준의 국제공항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여론에 힘입어 국제공항 신설이 추진됐다. 여러 후보지 가운데 부지 면에서 압도적이었던 인천 영종도가 선정됐고, 정부는 영종도 일대 바다를 간척해 그 자리에 활주로를 깔았다. 10여 년간의 공사를 통해 연간 540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세계적 수준의 공항이 세워졌다. 2001년 인천국제공항이 공식적으로 문을 열었을 때 그 규모와 위용에 국민 모두가 감탄해 마지않았다.
인천국제공항은 설립 이후 22년간 숫자로 가치를 입증했다. 취항 항공사 88개, 취항 도시 189곳, 취항 국가 58개국, 2019년 기준 연간 이용객 7100만 명, 연간 화물수용 276만t 등 규모 면에서 세계 유수 공항과 어깨를 나란히 해왔다. 명성을 드높인 데는 인천국제공항 직원들의 노고도 한몫했다. 세계 1800여 개 공항의 협의체인 국제공항협의회(ACI)가 발표하는 세계공항서비스평가에서 인천국제공항은 2005년부터 12년 연속으로 1위에 선정된 기록을 갖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의 영원할 것 같던 위상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팬데믹 여파로 흔들렸다. 국가 간 여객기 운항이 급감한 후 인천국제공항과 공항 내 사업장은 기약도 없이 영업을 중단했다. 고통스러운 3년을 감내하는 동안 2019년 정점을 찍었던 각종 지표는 내리막을 걸었다. 인천국제공항의 매출액은 2019년 2조7592억 원에서 2020년 1조978억 원, 2021년 4905억 원으로 급감했다. 영업이익 역시 2019년 1조4713억 원에서 이듬해 3705억 원으로 74.8% 줄어 국민적 충격을 안겼다.
팬데믹 2년 차, 암흑기에 부임한 사장
인천국제공항의 운영과 사업 전반을 관장하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어려움이 컸음은 말할 것도 없다. 여러 대기업과 중·소 사업자들이 업종 전환과 전략 재편 등 기민한 대응으로 활로를 모색한 데 반해 인천공항공사는 코로나19 종식과 정부 지침 변화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는 말이 돌았던 것도 과장이 아니었다.암흑과 같던 시절인 2021년 2월, 김경욱(57) 사장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새 수장으로 부임했다. 그는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국장, 국토정책관, 기획조정실장을 두루 거치고 국토교통부 제2차관에 오른 이상적 공무원의 표본과도 같았다. 30년 공직 생활을 마무리하고 2020년 21대 총선에서 고향인 충북 충주에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신 그는 이듬해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됐다.
김 사장은 경영 실적 악화 속에서도 인위적 구조조정을 단행하지 않으면서 경영 효율화를 시도했고, 입점 업체와도 상생을 추구하는 등 지속 가능한 경영을 추구했다. 그 덕에 인천국제공항은 2024년 4단계 사업 완료와 동시에 두바이 공항, 이스탄불 공항에 이어 세계 3대 공항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3월 9일 인천 중구 운서동에 위치한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부임 3년 차를 맞는 김경욱 사장을 만나 그간의 경영 소감과 30년 공직자의 길을 걸어온 소회에 대해 얘기 들었다.
2021년 2월, 코로나19 팬데믹이 언제 끝날지 모르던 어려운 시기에 사장으로 부임했다. 당시 공사 상황은 어땠나.
“창사 이후 최대 위기 상황이었다. 공항 업무가 올스톱됐고, 견실한 수익을 내던 입점 기업들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에 앞서 2020년 6월 이른바 ‘인천국제공항 사태’라고 불리는 보안요원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조직 자체가 크게 흔들려 기존 사장이 낙마하는 등 내부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또 마침 인천공항 토지를 무단 점유하고 영업해 온 스카이72 골프장과의 소송도 진행되고 있다. 솔직히 부임 초에는 일련의 일들을 해결하기 위해 고생을 많이 했다. 2년이 지난 지금은 다행히 전반적으로 안정됐고, 직원들이 불안해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환경까지는 만든 것 같아서 다행스럽다. 이제는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 다시 도약할 수 있는 발판까지 만들었다고 자평한다.”
부임 초 인천국제공항을 둘러봤을 때 상당히 썰렁했을 것 같다. 어떤 인상을 받았나.
“공항에 손님보다 우리 직원이 훨씬 많았다. 코로나19 이전에는 공항 전체 종사자가 8만 명 이상이었다. 그 가운데 인천국제공항공사 직원과 자회사 직원이 1만2000여 명, 각 부처에서 나온 공무원이 3000여 명 정도였다. 나머지는 면세점과 항공사 지상 조업 직원, 교통·운수 근로자, 주변 호텔 근로자 등 민간기업 소속이었는데 당시 기업들은 심각한 고용 위기를 겪고 있었다. 공항 생태계 붕괴를 방지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다. 그런 측면에서 공항 입점 점포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임대료 감면을 추진했다. 그럼에도 고용이 줄기는 했지만, 저희가 상당 부분 공항 생태계를 보호하는 데 기여했다고 본다.”
어려운 시기에도 구조조정하지 않고, 입점 업체와 상생하는 동시에 공항 사업에 투자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듯한데, 그간 어떤 목표로 경영했나.
“팬데믹은 일시적 현상이라고 봤다. 단기적 현상이 장기적 경쟁력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컸다. 인천국제공항은 5~10년 중장기 목표가 있는데 2024년 완료를 목표로 하는 4단계 사업을 기존 계획에 따라 계속 추진했다. 팬데믹 이후 공항이 먹고살 거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발전 기반도 만들었다. 예를 들면 미술품 수장고(收藏庫) 유치, 항공정비·수리·분해조립(MRO) 기업 유치 등이다. 지금 당장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향후 큰 성과가 예상된다. 무엇보다 공항 운영에 필수적인 부분은 팬데믹 상황에도 그대로 유지하면서 공항 수요가 회복될 때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끔 신경 써왔다. 그 결정은 최근 유럽과 미국 등 주요 공항들이 혼란을 겪는 것에 비하면 올바른 결정이었음이 증명됐다.”
지난해 말부터 정부 지침 완화로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했는데, 공항 운영이 정상화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
“이용객 수는 팬데믹 이전의 66% 정도 수준으로 회복됐다. 중국발·대중국 여행객 비중이 전체의 20% 정도인데 한한령 해제로 여행이 재개되면 전체 이용객 수는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승객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부분은 항공사 공급력 부분이다. 항공기 확보, 승무원 복귀 등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 또 공항버스도 팬데믹 이전의 50% 정도만 운영을 재개해 이용자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 있다. 그런 부분은 차차 해소될 거라 본다.”
현재 이용객 수 팬데믹 이전 66% 수준
인천국제공항의 면세점 입찰에 호텔롯데, 호텔신라, 신세계디에프, 현대백화점면세점, 중국 CDFG 등 5개 대기업이 참가했다. 공사는 3월 중순 제안서 평가 및 가격 개찰을 실시한 뒤 특허심사 적격사업자를 선정해 관세청에 통보할 계획이다. 사진은 3월 초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면세점. [뉴시스]
“인천국제공항은 국제공항인 만큼 국제 입찰을 원칙으로 한다. 이번에 국내 기업 외에 중국 기업도 입찰에 참여했는데 어쨌든 공사는 공정한 룰에 따라 심사해야 한다. 입찰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세부 내용을 밝히기는 어렵다. 다만 국내 면세점 업체들의 어려움과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정도만 알아주길 바란다.”
인천국제공항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인천국제공항공사법 개정과 공항구역 경제자유구역 중복 지정 문제 해소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법령은 공사가 공항을 직접 건설하고 운영하는 부분까지만 업무 영역으로 규정한다. 앞으로의 공항은 단순히 운송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데 관련 산업이 유기적으로 같이 발전하는 ‘공항 경제권’ 개념으로 가야 한다. 즉 공항과 연관된 산업이 공항 주변에 집적되면서 발전하고, 그것이 다시 공항을 발전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이뤄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법령은 공사가 주변 지역 개발을 직접 수행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또한 공항시설법에 따라 공항 부분을 개발하는데 만약 경제자유구역으로 중복 지정돼 있으면 인허가를 이중으로 받아야 하는 문제가 있다.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다. 공항시설법으로 갈 부분과 경제자유구역법으로 갈 부분을 나누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게 제 생각이다.”
공사 소유 토지를 무단 점유하던 골프장 사업권 문제도 지난해 말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어떻게 정리되고 있나.
“정리가 잘돼서 후속 체육시설업 등록에 대한 양도양수 절차가 이뤄졌다. 신규 사업자가 준비 과정을 거쳐 이르면 4월 재개장할 예정이다. 또한 최근 2년간 무단 점유로 인해 발생한 금전적 피해 부분에 대해서는 민사소송을 통해 환수할 계획이다.”
스마트·문화예술·친환경 공항
3월 10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문을 연 ‘인천공항 여행자센터’는 관광객들에게 한국 문화유산을 소개하고, 다양한 여행 정보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사용된다. 사진은 여행자센터에서 VR 기기를 활용한 전통문화 체험을 하는 김경욱 사장. [뉴스1]
스마트 공항, 문화예술 공항, 저탄소·친환경 공항으로 키우기 위한 구체적인 추진안이 궁금하다.
“무엇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그러려면 고객 만족도를 높여야 하는데 이는 선진 기술 활용으로 가능하리라고 본다. 수년 전부터 인천국제공항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밑바닥부터 첨단기술을 발 빠르게 도입해 서비스 품질을 높여왔다. 특히 공항은 정보기술(I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생체인식 등 첨단기술을 적용하기 적합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향후 더욱 스마트한 공항으로 도약하도록 신기술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두 번째는 고객 만족 부분에서 ‘품격 있는 공항’을 추구하고자 한다. 공항에서 고품격 공연을 감성하고, 아주 훌륭한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면 품격은 저절로 올라간다. 문화예술 부분은 공항 간 경쟁력을 높이는 데 분명한 플러스알파 요인이다. 세 번째로 친환경 공항은 시대적 요구다. 이제는 글로벌 공항들이 기능 경쟁이 아닌 ‘가치 경쟁’을 벌이는 시대가 왔다. 기후변화 대응에 가장 앞서가는 친환경 공항을 목표로 하고 있다.”
탄소중립은 글로벌 과제인데 아직까지 ‘친환경 공항’이라고 하면 와닿지 않는다. 어떤 부분에서 친환경을 목표하는지 궁금하다.
“인천국제공항은 전기를 굉장히 많이 쓰는 공항으로 하루 전기료만 2억 원가량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RE100 선언을 했다. 2040년까지 공항에서 쓰는 모든 전력을 친환경으로 100% 전환할 계획이다. RE100을 달성하려면 친환경 전기를 직접 생산하거나, 친환경으로 생산된 전기를 매입해야 한다. 공항 내 주차장, 건물 상부 등 유휴부지가 상당하기 때문에 태양열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는 등 약 50%는 자체 수급할 예정이다. 나머지는 친환경 에너지를 구매해서 RE100을 달성하려고 한다. 또한 항공 분야에서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를 중심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CORSIA(Carbon Offsetting and Reduction Scheme for International Aviation)라고 항공사에 부과되는 탄소 배출 저감 계획이자 의무 사항이다. 이는 항공사뿐 아니라 공항에서도 친환경 연료 공급을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충분한 서포트가 이뤄져야 한다. 앞으로 수소 항공기 등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항공기가 도입되면 공항도 연료를 공급할 시스템을 갖춰야해 우리도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또, 공항 구내에만 약 5000대의 차량이 사용되는데 전부 친환경 차량으로 바꾸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출세보다 나라 위해 일하고 싶었던 청년
김경욱 사장은 29년 8개월 동안 국토교통부에 몸담았다. 강산이 세 번 바뀌는 세월 동안 제주국제자유도시 및 경제자유구역 개발, 수서고속철도(SRT) 신설, 3기신도시 광역교통대책 마련 등 주로 국민 편익을 위해 국토를 개발하는 업무를 맡아왔다. 업무 처리 능력을 인정받아 국토교통부에서도 요직을 두루 거쳤고, 2019년에는 제2차관 자리에 올랐다. 40년 전 여드름 난 고3 소년은 ‘개인의 출세가 아닌 나라의 경제를 발전시키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부푼 꿈을 결국 이뤄냈다.1984년 서울 충암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수재 소리 듣던 학생이 법학과에 진학하던 시절인데, 경제학도의 길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그때 학력고사 점수가 전국 250등이었다. 문과에서는 전국의 어느 과를 써도 다 갈 수 있었다. 그런데 당시 시대 분위기가 서울대 법학과보다 경제학과 합격생 평균 점수가 높았다. 법학과에 가서 판·검사가 되면 개인적으로 출세하지만, 경제학과에 가면 우리나라 경제발전을 위해 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국민 모두가 잘살게 하는 데 일조하고 싶었다. 공동체주의 분위기가 형성돼 있어서 전국 수석 한 친구도 경제학과로 진학했다.”
1989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국토교통부 철도국장, 건설정책국장, 교통물류실장, 기획조정실장 등을 두루 거쳤다. 30년간 국토부의 굵직한 사업은 거의 다뤘을 듯한데, 기억에 남는 성과는.
“행시 재경직 시험을 전체 40명 중에 4등으로 통과해 부처 선택권이 있었다. 대부분 기획재정부를 선택했는데 당시 건설부가 멋있어 보여서 또 소신 지원을 했다. 1980년대 말 토지공개념이 도입돼 관련 사업을 해보고 싶었는데, 결국 참여를 못 해봤다. 대신 29년 8개월 재직하는 동안 10년을 기획조정실에 근무하며 전체적인 업무를 조율했고, 이외 단위 업무도 두루 도맡아서 했다. 건설 담당을 하면서 처음 맡았던 업무가 건자재 수급 이었다. 1991년 당시 200만 호 주택 건설을 하면서 철근·시멘트·골재 파동이 수차례 났는데 을지로 건재상을 뛰어다니고, 시멘트 공장을 찾아다니며 조율했던 기억이 난다. 또 인천 경제자유구역을 개발할 때 실무 책임자로 일하며 굵직한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제주국제자유도시(제주특별자치도) 개발 업무도 열심히 일했다. 수서고속철도 면허 문제로 사회적 갈등이 컸는데 그런 부분을 극복하고 담당자로서 SRT 면허를 내준 기억도 난다. 이외에도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전국 버스 대란이 야기돼 노사정 합의를 이끌어낸 일, 타다·카카오택시와 택시조합의 갈등을 조정했던 일 등이 기억에 남는다.”
주로 굵직한 이슈를 다뤄 감회가 남다를 듯하다.
“무슨 큰일이 터지면 위에서 ‘네가 가서 한번 막아봐라’며 소방수로 보낸 것 같다.(웃음) 지나고 보니 그렇게 큰 싸움 붙은 갈등의 현장에서 많이 뛰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주택 가격이 급등하던 2019년 문재인 정부 시절에 국토부 제2차관으로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주택 가격은 2020년부터 급등했다. 차관으로 일하던 당시 3기 신도시 공급대책을 발표했다. ‘주택 공급만 추진하면 수도권 분산에 한계가 있다’며 수도권 광역교통대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이전의 신도시 공급 대책과 달리 3기 신도시 공급 대책에는 GTX-B노선 추진과 함께 A노선 조기 확충 방안도 함께 들어갔다.”
“지금 추진한 것들이 10년 뒤 호평받길”
김경욱 사장은 올해 임기 3년차를 맞았다. 공기업 사장의 통상 임기는 3년이다.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인천국제공항의 제반 사항을 추진하기에는 시간이 매우 짧다. 그러나 그는 임기 마지막 해에 10년 뒤를 내다보며 뛰고 있다. 단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코로나19 팬데믹 종식 이후 인천국제공항이 글로벌 톱3 공항으로 도약하는 데 발판을 마련한 CEO로 기억되길 바랄 뿐이다.사장 부임 직전인 2020년 4월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원래 국회 입성이 꿈이었나.
“크게 뜻을 품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사실 중앙부처 국장급 이상 공무원이 되면 주로 국회에서 여야 의원을 만나 설득하는 작업을 한다. 정책을 추진할 때 입법이 필요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정당을 가리지 않고 관련 의원들을 쫓아다니며 입장을 전달하는 업무를 하는데 그러다 보니 국회가 돌아가는 것을 상당 부분 알게 됐다. ‘내가 해도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더불어민주당에서 영입 제의를 받았다. 끝까지 고민하다가 출마를 했는데, 첫 출마치고는 표를 많이 받았지만 석패했다. 출마한 것에는 후회가 없다. 공무원 조직 안에만 있다가 선거운동하면서 국민들을 직접 접촉하며 잘 몰랐던 서민들의 삶에 눈을 뜨고, 정치권이라는 정글을 맛본 것은 소득이었다.”
지금은 탈당하고 내년 총선 불출마도 선언했다. 완전히 뜻을 접었는지.
“3년 전 출마하면서 두 가지 꿈이 있었다. 충주라는 전형적인 지방 중소도시를 공직 생활 하며 터득한 노하우로 발전시키는 데 기여하는 것이 첫째였다. 둘째로 중앙 정치라는 것은 결국 어떤 국가적 자원을 어느 지역에 배분하느냐를 결정하는 과정인데, 국회에 입성해서 국가 자원 배분 프로세스를 고치고 싶었다. 지금도 그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정치를 해보니 시민과 스킨십을 하고, 사람과의 네트워크를 쌓는 일을 해야 하는데 그 부분이 서툴더라. 자각을 하면서 포기했다.”
이번에 충암고 총동문회장도 맡았다고 들었다. 대통령을 배출한 학교로 유명세를 탔는데, 동문회 분위기는 어떤가.
“동문회장은 기수별로 맡는데 이번에 저희 기수 차례였고, 등 떠밀려서 맡게 됐다. 충암고는 역사가 50년 정도 됐는데 옛날 경기고, 서울고, 덕수상고 등처럼 소위 명문고는 아니다. 그 시절 명문고들은 시험을 쳐서 들어갔지만 충암고는 6회부터 평준화 세대라 차이가 있다. 충암고가 주목을 받은 것은 아무래도 대통령을 배출했기 때문인데 그런 부분이 참 조심스럽다. 동문회가 대통령께 큰 힘이 돼야겠지만, 자칫 누를 끼칠 수 있어 신경이 쓰인다. 동문회장 임기 동안 굉장히 조심하면서 이끌어 가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
임기가 1년 정도 남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시작을 맞이한 중요한 시점이다. ‘김경욱 사장표 인천국제공항’은 역사에 어떻게 남기를 바라는가.
“임기가 3년이다 보니 장기적 비전을 갖고 투자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 우리 법체계가 그래서 어쩔 도리가 없다. 대신 3년 임기지만 10년 이상 재임하는 외국 항공사 CEO와 같은 비전을 갖고 경영하고자 한다. 지금 여러 투자를 유치하고, 비전을 갖고 결정하는 것들이 10년 뒤에 큰 힘을 발휘하도록 씨를 심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사실 지금 인천국제공항이라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공항을 갖고 있는 것도 선대 사장들과 선배 임직원들이 토대를 잘 마련해 놓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10년 뒤쯤 후배들에게 ‘굉장히 어려운 시기에 사장으로 취임해 재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
정혜연 차장
grape06@donga.com
2007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여성동아, 주간동아, 채널A 국제부 등을 거쳐 2022년부터 신동아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금융, 부동산, 재태크, 유통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의미있는 기사를 생산하는 기자가 되기를 꿈꿉니다.
제8회 ‘K사회적가치·ESG, 경제를 살리다’ 포럼 성료
롯데, ESG 경영으로 환경‧사회에 선한 영향력 확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