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들의 에너지를 한순간에 빼앗는 부모가 의외로 많다. 100점짜리 시험지를 흔들며 집에 들어온 아이가 “엄마~” 하고 외친다. 이 외침에는 자신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부모에게 얼마나 칭찬을 받고 싶은지 많은 생각과 감정이 실려 있다. 이런 아이에게 엄마는 말한다. “거봐,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하니까 되잖아!” 이 한마디에 아이는 금메달을 송두리째 뺏길 뿐 아니라 다음 도전에 필요한 에너지마저 잃고 만다.
이따금 “우리 애는 도대체 꿈이 없어요”라고 말하는 학부모들을 만난다. 정말일까? 세상에 꿈이 없는 사람은 없다. 아마도 아이가 부모에게 자기 꿈을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말해봤자 인정받지 못할 테니까, 오히려 잔소리만 듣게 될 테니까…. 가출 청소년에게 가출 이유에 대해 물어보면 “부모가 나에 대해 모르면서도 아는 척하는 게 제일 싫다”고 털어놓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한다.
예전과 달리 현재 서울대는 수석입학자를 발표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봄에 모 일간지가 ‘서울대 계열별 마지막 수석을 만나다’라는 인터뷰 기사를 실은 적이 있다. 강원 삼척 출신 남학생이 인문계열 수석을 차지했는데, 이 학생은 중학생 때까지는 ‘도랑치고 가재 잡으며’ 공부에 관심이 없다가 강원도가 동계올림픽 유치에 거듭 실패하는 것을 보고 ‘훗날 올림픽 유치에 기여하겠다’고 결심하면서 공부에 몰입했다고 한다. 최근 서울대 입학생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학업 성취에 결정적 영향을 준 가장 큰 요인으로 ‘자기주도적 학습’(78.4%)이 꼽혔다.
이제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또래들은 부모의 말에 순종하는 편이다. 부모가 챙겨주고 관리해주는 ‘약발’이 잘 먹힌다. 그런데 학년이 올라가면서 부모보다 친구들이 좋아지는 시기가 찾아온다. 자기 의견이 무시당했다며 자존심을 운운하고, 엄마아빠와 의견이 맞지 않아 갈등이 생겨나는 횟수가 늘게 된다. 심지어 ‘자유’니 ‘독립’을 외치며 부모와 전쟁을 벌인다. 요즘 학부모들은 이 시기의 아들을 ‘무법자’, 딸을 ‘시한폭탄’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는 어느 가정에서든 피할 수 없는 전쟁인데, 중요한 점은 이 전쟁이 중학교 3학년 이전에 끝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전쟁이 고교 입학 전에 끝나지 않으면 고등 1학년 성적이 3학년까지 갈 수밖에 없다.
자녀와의 전쟁을 방지하거나 조기에 종료하는 것은 부모의 노력 여하에 달렸다. 내 아이가 자기주도적으로 성장하기 바란다면 자녀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관리의 끈’을 늦출 필요가 있다. 사소한 것이라도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실천방법을 선택하고, 결과를 인정하는 과정을 경험하도록 해야 한다. 물론 부모 입장에서 이는 힘든 일이겠지만,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여기고 인내해야 한다. 부모의 뜻과 힘으로 대신해주는 것이 당장은 쉽고 빨라 보이지만 아이의 ‘자립’을 방해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수학은 손으로 푸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수학 공부법 초중고 달라
중학생은 자존감이 가장 낮은 시기다. 스스로 괜한 열등감에 사로잡히고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는 시기라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매우 힘들어한다. 이 시절의 아이들은 본심과 달리 행동할 때가 의외로 많다. 밉게 굴더라도 ‘사랑받고 싶구나’ ‘위로받고 싶구나’라고 생각하며 아이의 감정을 잘 받아줘야 한다. 아이의 행동이 눈에 거슬린다고 해서 그 즉시 이성적으로 설득하려는 시도는 뜻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중학 수학은 도형이 중요하다. 모르는 문제는 문제풀이를 보되 문제와 풀이를 손으로 5번씩 반복해 써보면 도움이 된다. 중학생 때 손으로 수학 문제를 푸는 습관을 들이지 않으면 고등 수학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점을 명심하자.
고등학생은 공부 방법과 사교육 선택 등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려고 한다. 부모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극히 제한되며, 따라서 아이의 자기주도력 없이는 3년을 견뎌내기 어렵다. 그래서 고입 전 겨울방학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이 기간에 어떤 투자를 했느냐가 고교 3년을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서 살펴본 진학사 조사에서 고등 1학년 때 1등급이던 학생이 3학년까지 1등급을 유지할 확률은 무려 95%에 달했다. 고교 수학은 자신과의 싸움이어서 사고력, 추론능력 못지않게 지구력과 체력이 필요하다. 특히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학 문제는 복합, 변형된 문제가 많기 때문에 어려운 문제를 혼자만의 힘으로 풀어본 학생만이 고득점을 받을 수 있다.
학습이란 배움(學)과 익힘(習)이다. 배움은 학교수업이나 EBS 수능방송, 인터넷강의를 듣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성적 향상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실력을 향상시키려면 스스로 복습하고 확인하는 익힘의 과정을 반드시 병행해야 하는데 이는 충분조건이라 할 수 있다. 배웠으면(學) 내 것으로 만들어야(習)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