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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요리솜씨

프로레슬러 이왕표 자반고등어조림

무와 고등어의 냄비 속 한판 대결

  • 글·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 사진·김용해 부국장 sun@donga.com

프로레슬러 이왕표 자반고등어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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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레슬러 이왕표 자반고등어조림

특별한 약속이 없는한 그는 매일 아침 6시부터 12시까지 운동을 한다. 젊은 시절엔 그냥 해야할 것 같아서 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운동은 그에게 권리가 아닌 의무가 됐다. 한국 프로레슬링의 화려한 부활을 위해….

이씨가 팬들에게 오래 전 추억의 자반고등어조림을 만들어주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왕년의 실력’이 녹슬지 않아서일까. 키 190cm에 몸무게 120kg의 거구가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하는 모습이 생각보다 그리 어색해 보이지 않았다. 이씨는 아주머니들의 참견을 물리치고 자신만의 독특한 요리법을 고집했다.

자반고등어조림에서 가장 중요한 부재료는 무다. 먼저 무를 1.5~2cm의 두께로 큼직하게 잘라서 냄비 바닥에 깐다. 그 위에 고추장과 다진 마늘, 간장을 1:1:3의 비율로 섞어 만든 양념장을 골고루 뿌린다. 그리고 하루 전에 내장과 지느러미, 머리 등을 잘라내고 다듬어서 소금에 재워둔 자반고등어를 올린다.

그 위에 청양고추를 썰어 얹고, 고춧가루 2큰술과 들기름을 살짝 뿌린다. 들기름은 생선의 비린내를 없애고, 식중독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그 다음 무가 충분히 잠길 정도로 물을 붓고 푹 끓인다. 이때 물이 너무 적으면 무가 익기도 전에 물이 졸아 탈 수 있고, 물이 너무 많으면 맛이 싱거워질 수 있는 만큼 물 조절이 중요하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 파를 어슷썰기로 썰어넣고 한소끔 끓이면 요리는 끝난다.

흔히 간장게장을 ‘밥도둑’이라고 하지만, 얼큰하게 간이 밴 무와 매콤짭짤한 자반고등어조림에 비하면 좀도둑이다. 이씨는 자신이 직접 만든 자반고등어조림에 밥 한 공기 뚝딱 먹어치우곤 곧바로 자리를 떴다.

이씨는 요즘 이래저래 바쁘다. 다른 일도 많지만, 그에게 당장 시급하고 중요한 일은 침체된 한국 프로레슬링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이다. 그가 보기에 국내 프로레슬링이 침체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스타의 부재, 그리고 기술과 실력의 부족이다. 또 운영 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것도 한 원인이다. 얼마 전 서울 강남의 레스토랑식 격투장에서 경기 중 선수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라는 것. 이씨는 격투기가 ‘술집 문화’로 자리잡아가는 것을 보고 무도(武道)가 허물어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갖게 됐다. 그래서 그는 시합이 있을 때마다 다짐한다.



“레슬링은 제 인생이에요. 후회보다는 나름의 보람을 갖고 살아왔죠. 그런데 언제부턴가 사명감과 의무감이 들더군요. 레슬링의 화려한 부활을 위해 힘이 남아 있는 한 결코 링을 떠나지 않을 겁니다.”



신동아 2005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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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 사진·김용해 부국장 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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