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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연재〉 소문난 자치 리더

“청년 일자리 확대, 성공 넘어 감동”

염태영 수원시장

  • 허만섭 기자|mshue@donga.com

“청년 일자리 확대, 성공 넘어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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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K무브 스쿨, 학교 사회 복지사, 일자리 센터…
  • ● 세계에 알린 ‘도시재생’
  • ● 교과서에 실린 ‘협치’
  • ● 문재인 정부도 벤치마킹
전국 기초단체(시·군·구) 중에서 경기도 수원시는 특별하다. 인구 125만으로, 최다인구의 기초단체다. 울산광역시보다 더 많다. 또한, 수원엔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기업인 ‘삼성전자’의 본사가 있다. 덩치만 큰 게 아니라 내실도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수원은 기초단체의 맏형으로 통한다. 수원이 어떤 것을 시작해 결과가 좋으면 다른 시·군이 따라 한다.

염태영 시장은 2010년부터 지금까지 수원시정을 이끌어왔다. 그동안 ‘일자리 창출’에서 발군의 성과를 내어 3년(2015~17년) 연속으로 ‘전국 지자체 일자리 대상 최우수상’을 받았다. 수원컨벤션센터, 수원고등법원 같은 도시의 성장 동력이 될 만한 대형 시설물을 갖춰가고 있고 ‘분당보다 낫다’는 광교신도시를 조성하고 있다.

수원 토박이인 염 시장은 서울대 농화학과를 졸업한 뒤 삼성에서 회사원 생활을 했다. 그러다 직장을 관두고 환경운동에 투신했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노무현 전 대통령 측과 함께 일하게 됐고 결국 행정가로 변신했다. 8월 10일 시청에서 염 시장을 만났다.    



“숙명 같은 곳”

평범하지만은 않은 삶을 산 것 같은데요. 농화학과에서 환경으로 어떻게 연결되는 건가요?
“서울대 농대는 지금 관악캠퍼스로 합쳐졌지만 예전엔 수원에 있었어요. 제가 살던 데에서 멀지 않은 데에 캠퍼스가 있었죠. 당시 국립대 한 학기 학비가 10만 원 수준으로 사립대보다 훨씬 낮았죠.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신 소년가장이어서 농대를 갔고요. 농화학과는 그때 취업이 아주 잘되는 유망한 과였어요. 1970~80년대 좋은 회사라는 게 제일제당, 미원 이랬거든요. 화학을 공부하다 전공과 관련이 있는 좀 더 현실지향적인 분야를 발견했는데 그게 환경 분야였죠. 재학 중 환경기사 자격증을 땄고 졸업 후 삼성건설에 취업했어요. 거기에서도 환경 관련 업무를 봤죠.”



보통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면 결혼하고 집 사고 자녀 낳아 교육하면서 그럭저럭 살게 되는 데요. 회사를 그만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한 10년 삼성에 있었죠. 그동안 제 동생 두 명 뒷바라지해 취업까지 시켰어요. 이렇게 소년가장 역할을 어느 정도 끝내고 난 뒤에 그전부터 하고 싶었던 환경운동을 전업으로 하게 된 거죠. 삼성에서 기술사 자격증도 땄고.”

그 시절부터 공적 마인드가 있었던 것 같네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선 누군가 환경운동을 해야 한다고 봤어요. 집안 살림은 교사인 아내의 수입으로 어떻게 되겠지 싶었죠. 저의 조상은 250년 전 경북 상주에서 수원으로 왔대요. 저는 수원에서 태어나 수원에서 대학까지 마쳤고 이후에도 수원에서 줄곧 살면서 서울의 직장에 통근했어요. 환경운동도 수원에서 하기로 했죠.”

수원에서 환경운동을 하면서 어떤 점을 느꼈나요?
“수원은 제게 숙명 같은 곳이죠. 기술사 중에 환경운동 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중앙의 ‘환경운동연합’ 같은 곳에서 제게 같이하자고 했죠. 그러나 제겐 수원의 환경문제가 더 중요했어요. ‘수원환경운동센터’라는 단체를 하나 만들어 지역 환경운동의 모델이 되고자 했어요.” 

염 시장은 지역 환경운동가로서 자연형 하천 조성 운동, 수원천 복개 반대 운동, 팔달산 관통도로 건설 반대 운동, 노송지대 살리기 운동, 교사-학생 대상 환경교육을 펴나갔다고 한다. 그러던 중 지방의제21 전국협의회를 이끈 것이 계기가 되어 2003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 상근자문위원이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 측과 만나면서 염 시장의 삶에 또 한 번 변화가 찾아왔다. 


수원 속의 삼성전자

인수위에 참여하면서 대통령비서관이 된 건가요?
“그건 아니고요. 당시 우리나라에서 몇 가지 환경 현안이 발생했어요. 이를테면 지율스님의 천성산 터널 반대 단식 같은 것이죠. 저를 비롯한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서울 광화문에서 농성을 했어요. 그러자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이 ‘청와대에 들어와 직접 해보라’고 한 것이죠. 이렇게 해서 제가 환경 분야를 담당하는 청와대 지속가능발전비서관이 됩니다. 3개월 동안 터널 공사를 중지한 채 민·관 공동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에 따르는 식으로 단식 문제를 해결했어요. 김은경 현 환경부 장관이 제 후임 비서관이죠.”

청와대 비서관으로 일하다 어떤 계기로 수원시장이 됐나요?  
“2006년 지방선거가 다가오자 수원시장 출신 심재덕 의원이 제게 시장선거 출마를 몇 번이나 요청했어요. 열린우리당 인기가 너무 없어서 아무도 안 나가려 할 때죠. 다른 데도 아닌 수원이라 저는 낙선할 줄 알면서도 출마했고, 낙선했죠. 그때 제 나이가 만 45세였어요. 이후 노무현 정부가 ‘국립공원관리공단 감사’를 하라고 해서 그렇게 했어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저는 ‘정권 잡은 쪽이 편하게 인사(人事) 하시라’고 자리에서 물러났어요. 2010년 지방선거에 다시 도전해 수원시장이 되는 게 제 꿈이 되었는데, 다행히 이뤄졌죠. 저처럼 돈도 없고 조직도 없는 사람이 인구 125만 도시의 시장이 된 것도 행운이고 재선된 것도 행운이고.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아 시정을 잘 꾸려가고 있어요.”

수원은 남다른 기초단체 같아요.
“지금도 매년 2만 안팎씩 인구가 늘어요. 프로축구단이 두 개, 프로야구단이 한 개 있어요. 남녀 배구단도 있고요. 경기도가 전국체전 14연패, 15연패 하는데 우리가 경기도 전력의 33%죠. 수원은 기초단체지만 기초 규모가 아니죠. 가장 선도적인, 모델이 되는 기초단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원이 어떤 정책을 추진하면 다른 곳도 따라 하게 되죠. 저는 지방자치, 분권도 선도적으로 주장하고 있어요.”

수원 하면 ‘삼성전자’를 떠올리는 사람도 꽤 있는데요.
“저는 삼성 출신이어서 그런지 삼성이 우리 사회에 기여한 바가 크다고 생각해요. 물론 삼성은 재벌의 한계, 전근대적 경영 같은 지적을 받고 그것은 그것대로 이유가 있다고 봐요. 그렇지만 삼성전자의 일사불란한 정책결정 구조, 신(新)경영,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지금의 반도체, 가전, 스마트폰 성공신화를 만든 것도 사실이죠. 이런 삼성전자의 본사가 수원에 있죠. 저는 자랑스러워할 만하다고 봐요. 삼성은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더 노력해야겠지만, 국민도 삼성의 기업문화를 존중해야 한다고 봐요. 삼성이 우리 경제에 큰 기여를 하는 점을 우리는 간과해선 안 됩니다.”



‘미스터 일자리’

염 시장은 시대적 화두로 떠오른 ‘일자리 창출’ 분야에서 주목을 받는다. 수원은 고용노동부의 일자리 최우수상을 3년 연속 수상했다. 특히 몇몇 시민은 “청년 일자리 확대는 성공을 넘어 감동”이라고 말한다. 광역·기초단체장 중 유일하게 염 시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일자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집무실에 일자리 현황판이 걸려 있듯, 염 시장의 집무실에도 일자리 현황판이 있다. 

또한, 염 시장은 ‘도시재생’ 분야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냈다는 평을 듣는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인 도시재생 뉴딜 정책은 수원 사례를 벤치마킹해 만든 것이라고 한다. 나아가 염 시장은 300인 원탁토론 등을 진행하면서 ‘시민과의 협치’ 분야에서도 롤모델을 만들었다. 수원의 도시정책 시민기획단 사례는 초등학교 4학년 국정교과서에 수록됐다. 최근 광화문에서 진행된 3000명 미세먼지 원탁토론이나 신고리 원전 5·6호기 프로세스는 수원시가 제공한 참고자료를 바탕으로 기획된 것이라고 한다.  

요즘 청년실업난 문제가 심각한 것 같습니다.
“제가 가장 공을 들인 게 일자리 창출 부분이죠. ‘미스터 일자리’로 불리길 원했어요. 시청에 들어오면 ‘일자리센터’가 바로 눈에 들어오죠. 동별로 일자리 상담사를 두고 있고 특성화학교에도 일자리 상담사를 두고 있어요. 창업과 청년취업도 선도적으로 지원했어요. ‘K무브 스쿨’을 만들어 6개월 동안 30명 안팎의 청년을 교육해요. 여기 수료생 대부분은 일본 기업에 취업됩니다. 이번에 29명이 수료하는데 21생이 취업됐고 8명이 면접 중이에요.”

일본어를 모르는 청년도 다닐 수 있나요?
“상관없어요. 6개월 동안 언어를 함께 배우면 돼요.”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의 책에…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 ‘공공일자리 확대’라는 사회적 화두를 제시하고 있는데요.     
“수원시 사례는 공공일자리 확충이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죠.”

귀가 쫑긋해질 만한 이야기인데요.
“대기업은 10조 원을 투자해도 일자리 1000개를 만들기가 쉽지 않아요. 자동화로 가기 때문이죠. 반면, 공공기관은 1조 원으로 일자리 1만 개를 만들 수 있죠. 취업이 어려울 땐 공공영역이 일자리의 마중물 역할을 해줘야 합니다. 저희 대표적 사례가 ‘학교 사회복지사’죠. 초중고교 학생들이 이성 문제,  왕따 문제, 폭력 문제, 학업 문제, 부모와의 갈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양호교사가 학생들의 신체적 치료를 담당한다면 사회복지사는 이들의 정신적 치료를 맡는 셈이죠. 저희는 학교에 사회복지사를 두도록 지원했어요. 200개 학교 중에 56개 학교가 신청해 사회복지사를 채용했어요. 학생들의 반응이 매우 좋아요. 정부와 교육청이 제도화해주면 200개 학교 모두에 둘 수 있고 큰 학교는 두세 명을 둘 수 있죠. 전국으로 확대하면 상당한 공공일자리 창출 효과를 내죠.”  

현지 사정을 잘 아는 기초단체가 세금 낭비 없는 공공일자리를 더 잘 만들어낼 수 있겠군요. 그런데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쓴 책에 수원 이야기가 나온다면서요?
“그 책에 ‘생태교통 2013’이라는 우리 시의 ‘도시재생’ 정책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어떤 내용인가요?
“한 달 동안 수원시 행궁동 구도심의 특정 지역에서 주민들이 차 없이 생활하도록 했어요. 성공리에 끝나자 남아프리카공화국, 대만에서 따라 해요. 동네의 차를 모두 외곽의 주차장에 빼놓습니다. 대신 자전거나 전기자동차를 이용하죠. 차 없이 생활하니 당연히 불편이 따르죠. 이를 감수하는 대신 이 지역은 가로 환경을 정비해줬고 걷고 싶은 도로를 만들어줬어요.”

그 효과는?
“차 없는 한 달 동안 100만 명이 그 동네를 찾았어요. 점집만 있던 동네가 ‘핫플레이스’가 됐습니다. ‘유엔 헤비타트’로부터 ‘도시대상’을 받았죠.”



살고 싶고 찾고 싶은 도시

2016년 7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수원을 찾았다. 8월 24~25일엔 한·중·일 환경부 장관 회의가 수원에서 열린다. 세 나라 환경부 장관이 함께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수원시가 행사를 유치했다고 한다. 시는 노면전차인 트램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염 시장은 지방자치 혁신을 주문한다. 그는 “정부의 권한을 지방자치단체로 대폭 넘겨줘야 한다. 그러면 훨씬 빨리 수원을 ‘살고 싶은 도시’ ‘찾고 싶은 도시’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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