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호

신열 身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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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열 身熱

일러스트·박진영

창밖에 서 있는 한 그루 나무

비오는 날 가지에 매달린 물방울이

눈물 같아 내 마음 애달프지만

네게 건넬 적당한 말이 없다

흰 눈이 내리는 날



하얀 눈을 쓰고 눈사람인 양

조심조심 내 앞에 서더라도

받아 안은 흰 눈이

네 애틋함의 무게로 휘어지더라도

내가 네게 건넬 적당한 말은 없다

결국 네 몸이 내뿜는 신열로

눈은 혼자 녹아내리겠지만,

아침에 피었다 저녁에 져버린

꽃 그림자 같은 적막이 너를 둘러싼다 해도

내가 네게 건넬, 너의 심연으로 건너갈,

적당한 말이 내겐 없다.

최금녀

● 시집 ‘큐피드의 독화살’‘저 분홍빛 손들’‘가본 적 없는 길에 서서’‘들꽃은 홀로 피어라’‘내 몸에 집을 짓는다’

● 시선집 ‘최금녀의 시와 시세계’

● 현대시인상, 한국비평가문학상 수상

● e메일 choikn11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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