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진영
비오는 날 가지에 매달린 물방울이
눈물 같아 내 마음 애달프지만
네게 건넬 적당한 말이 없다
흰 눈이 내리는 날
하얀 눈을 쓰고 눈사람인 양
조심조심 내 앞에 서더라도
받아 안은 흰 눈이
네 애틋함의 무게로 휘어지더라도
내가 네게 건넬 적당한 말은 없다
결국 네 몸이 내뿜는 신열로
눈은 혼자 녹아내리겠지만,
아침에 피었다 저녁에 져버린
꽃 그림자 같은 적막이 너를 둘러싼다 해도
내가 네게 건넬, 너의 심연으로 건너갈,
적당한 말이 내겐 없다.
최금녀
● 시집 ‘큐피드의 독화살’‘저 분홍빛 손들’‘가본 적 없는 길에 서서’‘들꽃은 홀로 피어라’‘내 몸에 집을 짓는다’
● 시선집 ‘최금녀의 시와 시세계’
● 현대시인상, 한국비평가문학상 수상
● e메일 choikn112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