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신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와 편견을 버리면, 문신도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하나의 예술이 된다”고 주장하는 타투 아티스트 진영근(45)씨는 문신에 대한 이러한 부정적 인식에 맞서고 있다. 그는 ‘한국문신클럽연합(www.tattookr.com)’을 만들어 타투 아티스트를 음지에서 양지로 이끌어내기 위해 애쓰고, 비밀리에 주고받던 문신에 대한 이야기들을 공론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문신을 특수한 계층, 그러니까 주로 조직폭력배나 건달들만 하는 것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문신이 자신의 자유와 개성을 몸으로 표현하는 매력적인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시도할 수 있는 ‘표현예술’로 봐야 해요.”
문신은 흔히 ‘자청(刺靑)’ 혹은 ‘입묵(入墨)’이라고 한다. 자청은 ‘찔러서 푸르게 한다’는 뜻이고, 입묵은 ‘먹을 넣는다’는 의미로 단어 자체가 문신의 방법을 드러낸다. 즉 바늘로 피부를 찔러서 색을 넣는 것이다. 문신은 주로 여름에 많이 하는데, 여름이 노출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여름에는 피부 모공이 잘 열려 색소가 잘 들어가기 때문이다.
패션 문신 급증
진영근씨에 따르면 문신은 크게 일본 스타일과 아메리칸 스타일로 나뉜다. 흔히 조폭들에게서 볼 수 있는 커다랗고 정교한 문양이 대개 일본 스타일로, ‘이레즈미’ 혹은 ‘갑옷 문신’ ‘병풍 문신’이라고 칭한다. 이에 비해 일반인이 장식용으로 작게 하는 패션 문신은 아메리칸 스타일이다.
“과거엔 문신 하면 일본 스타일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런데 불과 몇 년 사이에 패션 문신이 훨씬 많아졌습니다. 이러한 추세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인 흐름이에요. 저 역시 주로 일본 스타일로 작업했는데, 2∼3년 전부터 패션 문신을 많이 하고 있죠.”
패션 문신이 유행하면서 ‘헤나(Henna)’와 ‘플라노 아트(Flano Art)’도 인기를 모았다. 헤나와 플라노 아트는 피부에 색소를 스며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천연 식물성 염료를 이용해 피부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2∼3주가 지나면 자연스럽게 지워진다. 문신과는 다르지만 문신과 비슷한 효과를 내기 때문에 문신에 매력을 느끼면서도 문신의 영구성으로 말미암아 문신하는 것을 망설이는 사람들이 선호한다. 진씨는 “헤나나 플라노 아트를 해본 사람들이 문신을 하러 온다”고 말한다.
서울대 조현설 교수(국문학)는 ‘문신의 역사’라는 책에서 아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그리고 남태평양의 작은 섬에 이르기까지 문신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을 확인시키며 “문신은 인류 문화의 보편적 현상이며 각 지역, 각 민족의 문화를 구성하는 근본적인 요소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고대 국가가 형성되고, 중세 문명사회가 열리면서 문신은 한 사회가 다른 사회를 열등한 집단으로 타자화하는 수단, 즉 미개하고 야만적인 것, 금지와 회피의 대상으로 전락해버렸다는 것. 또한 그리스와 로마, 중국과 일본 등에서 문신을 형벌의 일종으로 활용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형벌 문신이 있었다는 기록을 제시하며 “문신이 집단의 습속이 아니라 불효와 범죄자의 표상이 되면서 문신은 사악한 이미지의 덧옷을 입게 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진씨 또한 “과거 일본인들은 죄를 지은 사람의 몸에 형벌로 문신을 새겼다. 이를 테면, 죄를 한 번 저지르면 팔에 줄을 하나 새기고, 두 번째 죄를 지으면 하나를 더 새기곤 했다. 이처럼 형벌 문신을 당한 이들-대부분 야쿠자였는데-이 형벌 표시를 감추기 위해 더 큰 문신을 새기면서 자연스럽게 발전한 것”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