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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내 리듬을 찾아 덩실덩실…아, 무한의 경지가 여기 있었네!

잃어버린 내 리듬을 찾아 덩실덩실…아, 무한의 경지가 여기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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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점잔 빼던 김광화씨가 춤바람이 났다. 물론 카바레에 맛들였다는 말은 아니다. 오묘한 춤의 세계에 빠졌다고 할까. 춤으로 말미암아 상처가 아무는가 하면, 심연의 명상에 빠지기도 한다. 어깨뿐 아니라 손, 눈, 입술, 혀까지 들썩거리다 보니 어느새 얼굴은 밝아지고 묵은 미움도 스르르 녹았다. 그는 그렇게 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잃어버린  내  리듬을  찾아  덩실덩실…아, 무한의  경지가  여기  있었네!

온 세상이 눈이다. 눈에 파묻혀 춤을 춘다.

아침 햇살이 오를 때, 식구들이 하나 둘 거실로 모인다. 자연이가 음악을 튼다. 고요한 음악이 흐르고 누군가가 춤을 춘다. 음악이 바뀌고 리듬이 조금 빨라진다. 나 또한 하던 일을 멈추고 몸을 흔든다.

곧이어 힘찬 음악 ‘DOC와 춤을’이 나온다. 제 방에서 뭔가를 하던 무위마저 뛰어나온다. 이 녀석은 온 집안 구석구석을 펄쩍펄쩍 뛰어다니며 춤을 춘다. 입으로는 노래를 부르며 몸을 흔든다. ‘춤을 추고 싶은 때는 춤을 춰요, 할아버지 할머니도 춤을 춰요, 그깟 나이 무슨 상관이에요~, 다 함께 춤을 춰봐요, 이렇게~’

우리가 추는 춤은 자유롭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춤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춤이다. 굳이 설명을 붙이자면 몸을 푸는 춤이고, 몸이 가는 대로 흔드는 춤이다. 눈을 감고 자기만의 몸짓으로 추다가도 식구들 몸놀림을 본다. 처음 보는 몸놀림에 내 몸도 어느새 새로운 몸놀림을 따른다.

어지간히 몸을 흔들었는지 아내는 아침밥을 짓기 위해 가스 불을 댕긴다. 이렇게 우리 식구가 다 함께 춤을 추는 건 아주 최근에 생긴 풍경이다. 돌아보면 내게 춤은 아주 쑥스럽고 어색한 몸짓이었다. 살다 보면 춤을 추어야 하는 자리가 가끔 있다. 회식자리나 잔칫집에서 여흥이 무르익으면 하나 둘 춤을 춘다. 그럴 때 나는 몸둘 곳이 마땅치 않았다. 핑계를 대자면 ‘자의식이 강하다’고 할까. 먼저 일어난 사람들이 내 옷깃을 당겨도 뿌리치곤 했다. 그러다가 앉아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만큼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마지못해 따라 일어난다. 춤이라고 해봐야 나무토막처럼 흔드는 막춤이었지만.

‘자연으로 들어가는 멋진 문’



그러던 내가 바뀌고 있다. 몸 쓰는 일을 많이 하다 보니 어느새 춤과도 만나게 된다. 그러니까 지난 여름이었다. 아내의 둘도 없는 친구이자 내 친구이기도 한 바람소리(닉네임)가 우리집에 들렀다. 당시 친구는 ‘춤 치료(Dance Therapy)’에 흠뻑 취해 있었다. 친구는 하던 일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우울증을 겪었는데, 이를 이겨내는 과정에서 춤 치료를 만났다고 했다.

나는 치료보다는 춤에 관심이 많아 친구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이 기회에 춤을 어려워하는 나 자신을 고치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친구가 말하는 춤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정형화된 춤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춤이라는 말이 마음에 들었다. 친구가 다섯 가지 리듬을 알려주었다.

첫째 리듬이 흐름(flowing). 현실을 바로보고 받아들이는 리듬이란다. 둘째는 드러내기. 밖으로 자기 색깔을 드러내는 것, 즉 선택을 말한다. 셋째는 내던지기. 선택한 것에 온몸을 던진다. 넷째가 영혼의 노래. 자기 내부에 있던 것들이 위로 올라온다.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인 춤이 나온다. 마지막으로 침묵의 춤. 자기만의 춤이며 가장 아름답단다.

친구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렵게만 느껴지던 춤이 가깝게 다가온다. 다섯 가지 리듬은 우리 일상의 몸놀림과 여러모로 연결된다. 낮과 밤, 계절의 흐름을 늘 겪으며 산다. 또 단순 반복하는 일도 있지만 온몸으로 해야 하는 일도 많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자기만의 몸짓이 나올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춤을 추고 싶었다.

친구한테 리듬에 따른 춤을 가르쳐달라고 했다. 맨 정신에 춤을 추는 게 쑥스러웠지만 그 고비를 넘기니 친구를 따라 출 수 있었다.

친구가 돌아가고 나서 춤이 계속된 건 아니다. 한동안 춤을 잊고 지내다가 이번에는 박태이(47)씨가 하는 춤 명상(Dance Meditaion)을 알게 되었다. 춤과 명상. 얼른 느끼기에는 두 글자의 연결이 잘 안 된다. 춤이 몸을 활발하게 움직이는 거라면 명상은 고요히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게 아닌가. 그런데 두 글자가 하나가 되니 뭔가 또 다른 깊이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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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화 농부 flowing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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