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말처럼 한미 FTA가 한국 경제에 무조건적인 축복을 가져오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또한 FTA 반대론자들의 주장도 단편적이긴 마찬가지다. 부정적인 효과를 강조한 나머지 자유무역의 장점과 잠재력마저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견해만큼은 분명하게 밝힐 수 있다. 한국은 열린 경제를 지향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한국이 갖고 있는 풍부한 잠재력을 100% 이끌어내고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가능케 하는 길이다.
장기적 효과는 제한적
이런 점에서 FTA 자체가 한국을 열린 경제로 나아가게 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일단 협상을 시작한 이상 이 협상이 결렬되거나 장기간 지연될 경우 오히려 한국사회는 손해만을 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 개혁의 진전을 가로막고, 추가적인 개방을 방해하는 세력이 득세해 결국 변화하고자 하는 다수 한국인의 의지마저 약하게 만들 위험이 있어서다.
물론 나는 FTA 협상이 원만하게 마무리될 것이라고 예상하며,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미 협상을 시작한 마당에, 협상이 결렬되는 것이야말로 최악의 시나리오다. 실제 양국은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은 부시 대통령이 미 의회로부터 위임받은 무역협상권한이 곧 만료되는 촉박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협상을 차분하게 진행하고 있다. 미국은 FTA 협상을 통해 한국시장의 거대한 보호 장벽을 없앨 경우 미국의 무역규모가 큰 폭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반면 한국산 수입품이 미국에 미칠 영향은 비교적 작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의 경제규모가 미국보다 훨씬 작기 때문이다.
한국도 노 대통령이 한미 FTA를 최고의 우선순위로 선언하고, 얼마 남지 않은 그의 정치적 자산의 대부분을 FTA 문제에 쏟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 협상이 타결되면 이는 노 대통령의 중요한 업적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과 같이 합의가 불가능한 문제도 있지만, 원활한 협상을 위해 한미 양국이 서로 노력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한국측에서는 협상의 걸림돌이던 스크린 쿼터 폐지 등을 양보했다. 미국은 농산물에 대한 개방 예외 품목 수용이라든지 의약품시장의 개방을 유연하게 요구하는 등 한국인에게 민감한 쟁점에 대해 양보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노무현 정부는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대대적인 FTA 홍보 캠페인에 착수했다. 지난 8월31일, 노 대통령은 KBS와 한 회견을 통해 FTA의 효과에 대해 강한 확신을 보였다. 대통령은 여러 나라와 FTA를 체결한 나라들이 그렇지 않은 나라들보다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는 연구결과를 언급했다. FTA가 한국경제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라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보고서도 인용했다. 그는 협상 테이블에 앉은 한국 관료들의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