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링법칙 _ 허경구 지음, 미래를소유한사람들, 1권 512쪽·2권 320쪽(전 2권), 3만2000원

글을 만지는 일, 구체적으로 단행본 출판을 업으로 하면서 나는 희망사항이 하나 생겼다. 휴대전화, 자동차, 조선 등은 이미 세계를 이끌고 있고, 문화 분야에서도 K-POP 열풍, 김기덕 감독의 베스니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 등 한류가 뜨겁다. 그런데 출판은 왜소하다. ‘일본의 식민지’가 된 소설 분야를 비롯해, 인문학 영역에서 외서가 국내 서점가를 휩쓸고 있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는 몇 년 전 화제를 모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Please Look After Mom)’ 이후 아직 소식이 없다(물론 그전에도 극히 드물었다).
나는 허경구 박사의 필생의 역작인 ‘커플링법칙’ 원고를 만난 뒤 희망을 떠올렸다. 성(性)선택이라는 인류 보편적 주제를 ‘오타쿠’처럼 25년간 파고들어 내놓은 콘텐츠. 이 정도면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
두 권으로 구성된 ‘커플링법칙’은 여러모로 무게감이 느껴지는 책이다(저자 스스로도 “요즘은 책이 책답지 않다”고 자주 말한다). ‘모든 인간관계는 커플링법칙의 지배를 받는다’는 명제를 설명하는 데 있어 저자는 한 치의 빈틈도 허용하고 싶지 않다는 듯 동서고금의 관련 자료를 빠짐없이 섭렵했다. 찰스 다윈에서 시작해 질 테일러, 윌리엄 셸든, 윌리엄 제임스, 마리아 몬테소리, 아리스토텔레스, 소광섭, 김세철, 이제마 등 일일이 언급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석학의 연구를 참조했다. 언급만 한 것이 아니라 핵심 내용을 파악해 커플링법칙의 주재료로 삼았다. 읽는 사람이 주눅이 들 정도다.
커플링법칙의 주장은 간단하다. ‘한 사람의 몸과 행동을 보면 그 사람의 본질을 알 수 있다. 이런 사람의 특성은 20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고, 개별 유형은 서로 적합성을 가진다. 그러니 누구에게라도 천생연분은 반드시 존재한다. 따라서 사랑은 골라서 해야 한다.’
이쯤 되면 둘 중 하나라고 보는 것이 맞다. 괴짜의 황당한 주장이거나, 아니면 엄청난 인식의 전환. 전자일 것이라고 얕보기에는 저자의 이력이나 원고의 완성도가 큰 울림을 전한다. 신문기자, 미국 정부 장학생, 고려대 교수, 2선 국회의원 등을 지낸 저자는 커플링법칙에 확신을 갖고 있다.
이 책은 어렵지만 읽는 재미가 있다. 분량이 방대하지만 빨리 읽힌다. 1권 ‘어떻게 최적의 파트너를 선택하는가’에서는 뇌형과 5행 분석을 통해 인간의 체질·체형 이론을 완성했다. 2권 ‘뇌형을 알면 세상이 보인다’에서는 김대중·김일성·마오쩌둥 등을 모델 삼아 만화경처럼 다양하게 펼쳐지는 인간 군상을 살핀다. 저자는 독자에게 ‘중간에 포기하지 말고 반드시 끝까지 읽어달라’고 부탁한다. 이 약속을 지킬 경우 독자는 가장 쓸모 있는 ‘인생 사용설명서’를 곁에 두는 행운을 얻게 될 것이라며.
유병철│ 도서출판 ‘미래를소유한사람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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