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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은 인생의 3분의 1…‘24시간 장애’로 인식해야

수면장애

잠은 인생의 3분의 1…‘24시간 장애’로 인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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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은 인생의 3분의 1…‘24시간 장애’로 인식해야

불면증은 여러 수면장애 중 일부인 하나의 증상이다.

수면장애란 수면의 이상으로 낮과 밤에 증상을 나타내는 경우를 말한다. 수면장애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것은 밤의 수면에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그 후유증 탓에 낮의 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에 수면장애는 24시간에 걸친 장애라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수면장애라면 우선 불면증을 연상하지만, 국제 수면장애 분류엔 현재 80여 가지의 수면장애가 있고 불면증은 여러 수면장애 중 일부인 하나의 증상이다. 국제 수면장애 분류는 가능한 한 원인적으로 접근하려고 분류했기 때문에 학술적 가치는 있지만, 임상적으로 접근하긴 쉽지 않다. 따라서 주로 보이는 증상에 따라 수면장애를 불면증이 주로 나타나는 수면장애, 낮에 과도한 졸림을 일으키는 수면장애, 자다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수면장애로 나눠보면 이해하기 쉽다.

수면장애에서 보이는 특징적 증상으로는 이 세 가지 외에도 집중력 저하, 우울이나 불안정서, 일상생활에서의 기능 저하, 심혈관계 장애, 성기능이나 면역기능 저하 등과 같이 매우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환자의 수면-각성에 관한 병력조사를 보면 이러한 증상은 일상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예를 들어, 과도한 졸림을 보이는 환자의 반 이상이 자동차 사고나 직업상 사고를 일으키며 때론 치명적이다. 많은 사람이 수면장애로 인해 직업을 잃기도 한다. 교통사고나 산업재해, 재난에 대한 정보를 보면 졸림과 생명을 위협하는 사건들 사이엔 연관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정생활에도 수면장애와 이로 인한 졸림의 영향은 상당히 크다. 아이들에게서 낮의 졸림은 학습장애와 관련된다. 24시간 측정한 뇌파 연구를 보면 근무자의 약 20%는 실제로 밤 교대근무 시간에 잠에 빠지는 것으로 돼 있다. 해당 시간대에 작업수행 능력이 가장 떨어지며, 교대근무자에게서 산업재해 발생률이 가장 높았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대부분의 연구에선 10%의 응답자가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불면증을 호소하고, 낮에 과도한 졸림을 호소하는 사람도 전체 인구의 4~5%를 차지한다.

불면증엔 수면-각성 기능 증진 행동치료



잠은 인생의 3분의 1…‘24시간 장애’로 인식해야

고려대 안암병원 수면장애클리닉의 수면다원검사.

잘 수 있는 여건이 주어졌음에도 잠들기 힘들거나, 중간에 자주 깨거나, 너무 일찍 잠이 깨서 더 이상 잠들지 못하며, 아침에 회복감을 느끼지 못하고 주간 생활에 장애를 초래하는 경우를 불면증이라고 한다. 그 원인은 다양하다. 우울증·불안장애와 같은 정신과적 장애, 스트레스와 같은 심리적 부담, 위식도 역류와 같은 내과적 질환, 퇴행성 신경계 질환에 동반돼 나타나기도 한다. 때론 술·약물·카페인과 담배(니코틴)의 과용과 같은 생활습관, 소음·온도 변화·불편한 잠자리 등과 같은 환경적 요소, 교대근무 혹은 시차 큰 해외여행 끝에 나타나기도 한다. 수면무호흡증, 주기성 하지운동증, 하지불안증, 수면 중 지속되는 각성 뇌파의 활동과 같은 특정한 수면장애의 증상으로 불면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불면증은 지속기간에 따라 며칠 잘 자지 못하는 일시적 불면증, 2~3주 지속되는 단기불면증, 4주 이상 지속되는 만성불면증으로 나뉜다. 일시적이거나 단기적인 불면증의 경우 원인이 되는 상태가 개선되면 불면증도 따라서 좋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만성불면증은 문제가 복잡하다. 일시적이거나 단기적인 불면증의 원인이 되는 상태가 개선돼도 만성불면증을 겪는 사람을 보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결과로 낮에 효과적으로 능률을 올릴 수 없는 것에 대해 걱정하고, 밤에 잠을 청하기 위해 더욱 노력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정신은 더 생생해지고 잠에 대한 걱정이 되풀이되면서 무리하게 잠을 자려고 시도하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그래서 만성불면증을 ‘학습된 불면증’, 혹은 ‘정신생리성 불면증’이라고도 한다.

많은 만성불면증 환자는 의외로 불면증이 처음엔 사소한 문제에서 시작됐다고 하며, 불면증이 왜 생겼는지 이해하지 못하기도 한다. 어느 경우든 만성불면증 환자에게서 보이는 행동적 특성엔 유사한 점이 발견된다. 우선 부족한 잠을 보충하려는 시도다. 부족한 잠을 보충하고 피곤함을 면하려고 심하게는 10시간 이상 누워 있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오래 누워 잠을 청하면 되레 긴장되고 각성돼 수면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는다. 또 밤에 자꾸만 시계를 보고 얼마나 잤는지, 지금이 몇 시인지 확인한다. 그때마다 아직도 잠들지 못한 것에 대해 좌절하고 ‘다음 날 낮에 어떻게 생활하나?’ 하고 걱정한다. 낮에도 잠을 청하지만 막상 잠은 오지 않고 피곤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활동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는 제대로 자지 못한 사람들이 잠을 보충하려고 당연히 시도하는 행동인데, 시간이 가면서 점차 이러한 행동 자체가 수면-각성을 조절하는 뇌의 기전을 방해해 만성적인 불면증이 지속되는 데 결정적 구실을 한다.

불면증에 효과적인 행동치료는 수면시간을 오히려 제한하고 규칙적인 수면시간을 지정해준 뒤 지키도록 지도하는 것인데, 이는 생체시계에 의해 조절되는 수면-각성 기능을 증진시키려는 것이다. 수면제는 한 달 이상 지속적으로 복용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특히 만성불면증엔 일률적으로 수면제를 복용해선 안 되며 원인을 규명하고 원인에 따라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특히 술을 마신 다음 수면제를 복용하거나, 의사 처방 없이 수면제를 구매해 복용하는 것은 다음 날 낮의 졸림과 수행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한다. 단기간 사용하는 수면제가 도움이 되는 경우는 시차적응, 교대근무, 급성 스트레스 상태 등이며, 만성적인 불면과 동반돼 과도하게 불안한 경우 이를 완화할 목적으로 일시적으로 사용하거나, 특정한 의학적 장애에 수반되는 불면증과 같은 몇몇 경우에 국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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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린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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