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로서 진료와 연구, 학생 교육을 병행하면서 여유시간이 많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오래 일해오면서 나 자신의 마음부터 건강해야 환자의 어려움도 충분히 보듬을 수 있다는 점을 새삼 깨닫곤 한다. 따라서 내게 스트레스 해소는 단지 개인적 여가생활이라기보다 전문가로서 환자에게 충실하기 위한 노력과도 연계된다.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난 일에 몰두함으로써 오히려 일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칙센트미하이 박사는 ‘몰입’은 자신의 일에 충실하면서 희열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며 궁극적으로 세상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고 한 바 있다. 실제로 나 역시 몰입을 통해 집중력과 즐거움이라는 두 토끼를 잡는 경험을 여러 차례 하면서 이 방법에 확신을 갖게 됐다.
인간이 어떤 활동을 하든 기본이 되는 게 근육의 수축과 이완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근육 조직이 수축한다. 이를 통해 근육은 뇌로 하여금 스트레스 상황에 대비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반대로 뇌 역시 근육으로 추가적인 수축 신호를 보내면서 통증이 유발되고 자신도 모르게 긴장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진료 중 틈틈이 최대한 자주 스트레칭을 통해 근육을 이완해주는데 신체적, 정신적 긴장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 상하지 운동을 모두 하려면 5분 정도 걸리지만, 한 동작을 15~30초만 유지하면 되기 때문에 시간 여유에 따라 유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배우자와의 관계도 나이가 들수록 더욱 중요하다는 걸 느낀다. 동일한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배우자와 충분한 정서적 유대감이 있는 사람은 잘 극복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아내와 여행을 하거나 운동을 같이 하면서 대화시간을 갖는다.
바쁘더라도 하루 1시간 이상, 일주일에 5일 이상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투자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내 경우엔 시간, 장소에 크게 구애 없는 독서를 주로 하는 편인데, 다양한 분야의 책을 통해 자극을 받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다.
명상과 취미활동이 생활의 활력소
스트레스 조절에 마술적인 방법이 있는 건 아니다. 따라서 어떤 방법이 자신한테 맞는지 시험해볼 필요가 있다. 경우에 따라선 새로운 방법을 추구함으로써 자신에게 적합한 스트레스 관리 방법을 찾아야 할 때도 있다.
내 경우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하루에 한두 차례 눈을 감고 조용히 명상을 한다. 좋아하는 취미활동(그림 그리기)에 몰입하거나 관심 있는 미술서적 등을 보기도 한다. 가끔은 TV(내셔널 지오그래픽, 세계테마기행, 다큐멘터리, 휴채널 영상 등)도 시청한다.

신체적 이완을 위해 공중목욕탕에도 자주 간다. 스트레스에 대한 상식적인 해결은 이완을 하는 것이지만, 이완을 수행하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다. 다른 기술과 마찬가지로 훈련이 필요하다. 이완 기술은 호흡기법, 근육이완기법, 명상기법 등 다양하다. 필요할 때 언제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는 기법을 배워 지속적으로 훈련하는 게 효과적인 스트레스 관리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