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월호

‘새대가리’는 욕이 아니라 칭찬?

  •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입력2005-02-24 10: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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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대가리’는 욕이 아니라 칭찬?

    철사를 갈고리처럼 구부려 먹이를 낚아 올리는 까마귀.

    “야,조류!”

    지난해 여름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궜던 인기 드라마 ‘풀하우스’에서 남자 주인공은 툭하면 여자 주인공을 이렇게 불렀다. 새처럼 단순하고 머리가 나쁘다는 것을 빗댄 표현이다. ‘새대가리’는 이처럼 우둔한 사람을 비하할 때 쓰는 속어다. 영어에서도 새대가리를 뜻하는 ‘birdbrain’은 바보, 멍청이를 뜻한다.

    이렇게 된 것은 100년 전 한 신경생물학자의 연구결과 때문이다. 독일의 루트비히 에딩거 박사는 뇌를 연구하면서 인간 뇌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신피질이 6겹의 평평한 세포층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 부분이 높은 지능을 담당한다고 믿었다. 그런데 새의 뇌에는 인간처럼 6겹의 대뇌피질이 없으며, 따라서 새는 본능적인 행동밖에 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그 바람에 새대가리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이 자리잡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속설이라는 연구결과가 최근 속속 발표됐다. 조류의 뇌는 포유류의 뇌와 마찬가지로 복잡하고 창의적이라는 것.

    지난해 12월10일자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는 까마귀과 조류의 지능에 관한 연구결과가 실렸는데, 그에 따르면 포유류인 여우가 조류인 까마귀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또 까마귀의 지능은 침팬지 같은 영장류와 맞먹는다.



    연구자들은 실린더 속에 고깃점을 담은 작은 바구니를 넣은 뒤 실린더 주변에 곧은 철사와 굽은 철사를 놔두고 까마귀가 고깃점을 빼내먹는지 실험했다. 까마귀는 실린더 높이 때문에 부리가 바구니에 닿지 않자 몇 번 시행착오를 겪더니 결국 굽은 철사로 바구니를 꺼냈다.

    이번에는 굽은 철사를 없애고 곧은 철사만 놔둔 채 까마귀의 행동을 지켜봤다. 까마귀는 처음에 곧은 철사로 바구니를 꺼내려고 시도하다 실패하자 잠시 후 철사 한쪽 끝을 발로 고정시키고 반대쪽을 부리로 물어 철사를 구부린 다음 바구니를 꺼냈다.

    최근에도 비슷한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신경학잡지 ‘네이처 리뷰스 뉴로사이언스’에는 새의 노래와 앵무새의 말 등을 통해 조류의 발성법을 연구한 결과가 실렸는데, 그에 따르면 새는 도구를 사용하고, 숫자를 세며, 노랫소리를 이용해 의사소통을 할 뿐 아니라 때로는 거짓말로 상대방을 속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까마귀는 작은 막대를 운반도구로 이용하고, 신호등 색이 바뀌는 것을 파악해 도로 위에 호두를 놓아 지나가는 차가 깨뜨리게 했다. 앵무새는 말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유머감각까지 갖고 있으며 새로운 단어도 만들어냈다. 앞으로는 ‘새대가리’라는 표현을 칭찬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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