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의 유산 _ 김영섭 지음
mp3 파일 같은 디지털 음원과 최신 하이엔드(high-end) 기기들이 넘쳐나는 지금도 오디오 마니아들은 대개 아날로그 시스템과 진공관 사운드의 우위를 주장한다. ‘음색이 더 따뜻하기 때문’ ‘공연장을 집으로 가져온 것 같기 때문’ 등 저마다 이유도 다양하다. 그런 시스템을 통해 바그너와 브루크너, 말러 같은 대 작곡가들의 교향곡을 제대로 만끽하고 싶은 것이다.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인 김영섭(58)씨도 시작은 비슷했다. 더 완벽한 소리를 재생하기 위해 많게는 수천만원에 이르는 오디오 기기들을 계속 ‘바꿈질’ 해왔다. 그에게는 집과 자동차보다 음반과 오디오가 먼저였다. 형편이 넉넉지 않던 신혼 시절에도 집 한 채 값을 주고 오디오 시스템을 장만했다.
물론 그는 몇 장의 음반만으로 최상의 소리를 내는 기기에만 집착하는 극단적 오디오파일(audiophile)은 아니다. 그는 음악 쪽으로도 깊이 기울어 있다. 그런데 40여 년 음악과 오디오라는 ‘산’에 미쳤던 그가 내린 결론은 의외로 간단하다. 황혼에 이르고 보니 꼭 에베레스트 같은 높은 산만 산이 아니고 올라보지 못한 집 뒤 작은 동산의 매력도 커 보이고, 만나는 오디오 시스템마다 좋은 점만 발견된다고 한다. 결국 오디오 천국으로 통하는 문의 열쇠는 각자가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
김씨는 이 책에서 자신의 음악 여정과 더불어 스피커 앰플리파이어 턴테이블 레코드플레이어 카트리지 케이블 등 오디오를 구성하는 각 시스템의 대표적 기종과 브랜드들을 자신의 경험담을 곁들여 소개하고 있다. 한길사/ 380쪽/ 8만원
사티리콘 _ 페트로니우스 지음, 노먼 린지 그림, 강미경 옮김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 소설로 알려진 이 책은 로마시대 네로 황제 치하의 시대상과 인간의 욕망에 대한 풍자와 해학을 담고 있다. 떠돌이 검투사인 주인공 엔콜피우스가 동행인이자 애인인 미소년 기톤과 함께 목도한 네로시대의 온갖 음란한 행각과 다양한 인간군상을 그리고 있다. 세밀화로 그린 빼어난 일러스트와 내용에 외설적인 부분도 있지만 풍자를 통해 문학적 성취를 이루고 있다. 황제나 귀족이 아닌 로마 서민의 실제 삶을 그려낸 최초의 사실주의 소설로, 국내에 처음 번역 소개됐다. 스콧 피츠제럴드가 이 소설을 ‘위대한 개츠비’의 모델로 삼았으며, 네오리얼리즘의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도 이 작품을 영화화했다. 20권가량의 원문은 대부분 소실되고 14,15권 전체와 16권의 일부만 남아 있다. 공존/ 516쪽/ 3만3000원
도스토예프스키, 돈을 위해 펜을 들다 _ 석영중 지음
도스토예프스키는 러시아의 대문호이지만 어렵고 고리타분한 주제의 소설을 주로 쓴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책이 그런 고정관념을 뒤집을 듯하다. 제목처럼 도스토예프스키는 돈을 벌기 위해 끊임없이 작품을 써댔다. 돈에 얼마나 집착했으면 그의 작품 거의 모든 페이지마다 돈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심지어 살인자가 여자를 죽일 때 사용한 칼도 그냥 칼이 아니라 ‘얼마짜리’ 칼로 나온다. 한마디로 그의 소설은 돈, 치정, 그리고 살인을 정점으로 하는 폭력이 주제다. 이런 통속적 소재로 세기를 뛰어넘는 철학과 사상과 예술을 흥미롭게 빚어낸 것이다. 대문호는 문제는 돈이 아니라 언제나 인간이며, 돈이 모두가 아닌 사람에겐 행복도 돈과 반드시 비례하진 않는다고 보았다. 예담/ 344쪽/ 1만3000원
착한 책 _ 원재훈 지음
시인이면서 전방위적 글쓰기를 하고 있는 저자가 사람을 주제로 한 산문집을 펴냈다. 사람이 겪어내야 할 사랑, 본능적으로 갈구하는 행복, 오해와 미움, 영원한 극복 대상인 욕심 등이 주제다. 글의 구성이 독특하다. 짧은 산문을 세 부분으로 나누고 있다. 첫 단락에는 역사 속 인물이나 사물의 유래, 책 이야기 등을 등장시킨다. 예컨대 루이스 세풀베다의 동화에서 ‘날개만으로 하늘을 날 수 있는 건 아냐! 오직 날려고 노력할 때만이 날 수 있는 거지’라는 구절을 인용하면서 삶에서 잃지 말아야 할 용기와 의지를 강조한다. 둘째 단락에선 글의 주제와 관련된 콩트식 이야기를 만들었다. 셋째 단락에선 새겨둘 만한 잠언들이 등장한다. 긍정적이고 착한 삶을 지향하는 이들이 되새김질하며 읽을 만한 책이다. 바다출판사/ 264쪽/ 9500원
마주침 _ 유정아 지음
‘우리가 클래식이라는 음악을 들으며 취할 것은 바로 그런 것이다. 내 안의 귀함을 발견하는 것.’ KBS 1FM에서 ‘FM 가정음악’을 진행하는 저자가 클래식 음악에 얽힌 여러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클래식에 대한 진입장벽을 허물고 그 매력에 빠져들게 한다. 타고난 영감과 상상력으로 당대를 사로잡은 천재적 작곡가 비발디, 예술가적 양심을 온몸으로 보여준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화합을 위해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를 창단한 사회학자 사이드와 지휘자 바렌보임, 역사상 가장 위대한 프리마 돈나 마리아 칼라스,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탁월하게 연주한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 등 유명 음악인들의 삶이 잔잔한 필치로 담겨 있다. 저자가 즐겨 듣는 베스트 음반 20장에 대한 해설도 흥미롭다. 문학동네/ 396쪽/ 1만8000원
블랙홀 이야기 _ 아서 밀러 지음, 안안희 옮김
저자는 이 책을 ‘블랙홀이라는 아이디어의 전기’라고 부른다. 더 정확히는 이름도 생기기 전에 그 존재 가능성을 처음으로 수학적으로 입증한 인도 출신 과학자 찬드라세카르(이하 찬드라)의 전기다.
우주 공간에서 매우 강력한 중력을 가진 공허(부피 제로)로 존재하는 블랙홀은 처음에는 과학자들도 받아들이기 힘든 개념이었다. 그래서 찬드라가 1935년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을 별의 내부에 적용해 별이 안으로 붕괴하다가 사라져버릴 수 있음을 수학적으로 입증했음에도 과학자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영국의 뛰어난 천체물리학자였던 아서 스탠리 에딩턴은 식민지에서 온 ‘애송이’ 과학자의 논증을 ‘별 장난’으로 폄하했다. 수학적 망상에 지나지 않으며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이론이라고 뭉갠 것이다.
무엇보다 수학을 중히 여기고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천체물리학자가 수학적 입증을 앞에 놓고 단순히 자신의 직관과 선입관만을 고집한 것은 뜻밖이다. 따라서 쇠락하던 대영제국의 마지막 자존심이 그를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아무튼 에딩턴의 거부로 인해 ‘블랙홀 이론’은 수십년 동안 묻혀 있다가 수소폭탄과 초신성 연구 과정에서 찬드라가 옳았음이 밝혀졌다. 결국 찬드라는 48년 만인 1983년 노벨상을 받았다.
별의 죽음에 관한 논쟁에서 시작해 블랙홀의 존재가 증명되고 관측되기까지 전 과정에 참여한 20세기 대표적 과학자들과 그들의 운명을 좌우한 세계사적인 사건들을 균형감 있게 서술한 책이다. 푸른숲/ 540쪽/ 2만5000원
고승철 밥과 글 _ 고승철 지음
저널리스트를 통해 한국 현대사를 재조명하는 ‘한국의 저널리스트’ 시리즈물 가운데 하나로,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인 저자가 27년간의 언론인 생활을 뒤돌아보며 시대와 인간에 대한 고민 등을 담았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경향신문 파리특파원, 동아일보 경제부장, 출판국장 등을 역임한 저자는 경제와 문화, 세계 속의 한국인, 전쟁과 인간 등 다양한 영역에 관심을 갖고 남다른 열정으로 기사를 써왔다. 한미 쌀시장 개방 협상 특종보도와 세계사의 변혁 현장을 지킨 특파원 시절 이야기 등을 통해 저널리스트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한다. 대학교수들과 토론한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 일화, 어렵게 받아낸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육필 원고가 신문에 실리지 않은 이야기 등도 흥미롭다. 커뮤니케이션북스/ 155쪽/ 1만원
책을 읽는 방법 _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김효순 옮김
장편 ‘일식’으로 스물넷의 나이에 아쿠타가와 상을 받은 저자는 국내에서도 여러 권의 책이 번역돼 나올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는 일본 현대문학의 기수다. 책을 읽고 쓰는 것을 생업으로 하는 작가인 그가 빠른 시대에 느린 독서법을 제안하고 있다. 사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도 속독보다는 ‘다시 읽기’를 제안하고, 다카하시 겐이치로는 늘 책상에 똑바로 앉아 줄을 그어가며 읽는다고 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카프카의 ‘다리’, 가네하라 히토미의 ‘뱀에게 피어싱’ 등 여러 편의 소설 속에 숨겨진 수수께끼의 비밀을 발견하고 즐기는 기술들을 일러준다. 대표적 ‘비법’은 깊이 생각한 뒤 작자의 의도를 넘어서 독자 스스로 내용을 찾아내는 ‘풍요로운 오독’이다. 문학동네/ 220쪽/ 1만원
수학걸 _ 유키 히로시 지음, 김정환 옮김
소설 형식을 빌려 흥미로운 수학 문제들을 풀어가는 책으로 일본아마존 서점에서 교양수학 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수학을 좋아하지만 인간관계에 서툰 고교생이 역시 수학을 잘하는 소녀 미루카, 중학교 여자 후배 테트라와 수학 게임에 돌입한다. 일반적인 수학책과 달리 이 책은 수학 문제를 해결해가면서 사고하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깨닫게 한다. 다양한 방법으로 공식을 유도하고 수식을 이해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잘 풀리지 않는 수학 문제에 집중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전투 게임에 빠져든 이들의 열광을 넘어선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소수, 절댓값, 방정식과 항정식, 멱급수, 미분, 확률 등의 문제를 흥미롭게 대하게 된다. 저자는 프로그래밍과 암호, 수학에 관한 전문가다. 동아일보사/ 388쪽/ 1만2000원
Social Change in Korea _ 김경동 외 지음
한국 사회학계를 대표하는 교수 27명이 1987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인 김영섭(58)씨도 시작은 비슷했다. 더 완벽한 소리를 재생하기 위해 많게는 수천만원에 이르는 오디오 기기들을 계속 ‘바꿈질’ 해왔다. 그에게는 집과 자동차보다 음반과 오디오가 먼저였다. 형편이 넉넉지 않던 신혼 시절에도 집 한 채 값을 주고 오디오 시스템을 장만했다.
물론 그는 몇 장의 음반만으로 최상의 소리를 내는 기기에만 집착하는 극단적 오디오파일(audiophile)은 아니다. 그는 음악 쪽으로도 깊이 기울어 있다. 그런데 40여 년 음악과 오디오라는 ‘산’에 미쳤던 그가 내린 결론은 의외로 간단하다. 황혼에 이르고 보니 꼭 에베레스트 같은 높은 산만 산이 아니고 올라보지 못한 집 뒤 작은 동산의 매력도 커 보이고, 만나는 오디오 시스템마다 좋은 점만 발견된다고 한다. 결국 오디오 천국으로 통하는 문의 열쇠는 각자가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
김씨는 이 책에서 자신의 음악 여정과 더불어 스피커 앰플리파이어 턴테이블 레코드플레이어 카트리지 케이블 등 오디오를 구성하는 각 시스템의 대표적 기종과 브랜드들을 자신의 경험담을 곁들여 소개하고 있다. 한길사/ 380쪽/ 8만원
사티리콘 _ 페트로니우스 지음, 노먼 린지 그림, 강미경 옮김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 소설로 알려진 이 책은 로마시대 네로 황제 치하의 시대상과 인간의 욕망에 대한 풍자와 해학을 담고 있다. 떠돌이 검투사인 주인공 엔콜피우스가 동행인이자 애인인 미소년 기톤과 함께 목도한 네로시대의 온갖 음란한 행각과 다양한 인간군상을 그리고 있다. 세밀화로 그린 빼어난 일러스트와 내용에 외설적인 부분도 있지만 풍자를 통해 문학적 성취를 이루고 있다. 황제나 귀족이 아닌 로마 서민의 실제 삶을 그려낸 최초의 사실주의 소설로, 국내에 처음 번역 소개됐다. 스콧 피츠제럴드가 이 소설을 ‘위대한 개츠비’의 모델로 삼았으며, 네오리얼리즘의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도 이 작품을 영화화했다. 20권가량의 원문은 대부분 소실되고 14,15권 전체와 16권의 일부만 남아 있다. 공존/ 516쪽/ 3만3000원
도스토예프스키, 돈을 위해 펜을 들다 _ 석영중 지음
도스토예프스키는 러시아의 대문호이지만 어렵고 고리타분한 주제의 소설을 주로 쓴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책이 그런 고정관념을 뒤집을 듯하다. 제목처럼 도스토예프스키는 돈을 벌기 위해 끊임없이 작품을 써댔다. 돈에 얼마나 집착했으면 그의 작품 거의 모든 페이지마다 돈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심지어 살인자가 여자를 죽일 때 사용한 칼도 그냥 칼이 아니라 ‘얼마짜리’ 칼로 나온다. 한마디로 그의 소설은 돈, 치정, 그리고 살인을 정점으로 하는 폭력이 주제다. 이런 통속적 소재로 세기를 뛰어넘는 철학과 사상과 예술을 흥미롭게 빚어낸 것이다. 대문호는 문제는 돈이 아니라 언제나 인간이며, 돈이 모두가 아닌 사람에겐 행복도 돈과 반드시 비례하진 않는다고 보았다. 예담/ 344쪽/ 1만3000원
착한 책 _ 원재훈 지음
시인이면서 전방위적 글쓰기를 하고 있는 저자가 사람을 주제로 한 산문집을 펴냈다. 사람이 겪어내야 할 사랑, 본능적으로 갈구하는 행복, 오해와 미움, 영원한 극복 대상인 욕심 등이 주제다. 글의 구성이 독특하다. 짧은 산문을 세 부분으로 나누고 있다. 첫 단락에는 역사 속 인물이나 사물의 유래, 책 이야기 등을 등장시킨다. 예컨대 루이스 세풀베다의 동화에서 ‘날개만으로 하늘을 날 수 있는 건 아냐! 오직 날려고 노력할 때만이 날 수 있는 거지’라는 구절을 인용하면서 삶에서 잃지 말아야 할 용기와 의지를 강조한다. 둘째 단락에선 글의 주제와 관련된 콩트식 이야기를 만들었다. 셋째 단락에선 새겨둘 만한 잠언들이 등장한다. 긍정적이고 착한 삶을 지향하는 이들이 되새김질하며 읽을 만한 책이다. 바다출판사/ 264쪽/ 9500원
마주침 _ 유정아 지음
‘우리가 클래식이라는 음악을 들으며 취할 것은 바로 그런 것이다. 내 안의 귀함을 발견하는 것.’ KBS 1FM에서 ‘FM 가정음악’을 진행하는 저자가 클래식 음악에 얽힌 여러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클래식에 대한 진입장벽을 허물고 그 매력에 빠져들게 한다. 타고난 영감과 상상력으로 당대를 사로잡은 천재적 작곡가 비발디, 예술가적 양심을 온몸으로 보여준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화합을 위해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를 창단한 사회학자 사이드와 지휘자 바렌보임, 역사상 가장 위대한 프리마 돈나 마리아 칼라스,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탁월하게 연주한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 등 유명 음악인들의 삶이 잔잔한 필치로 담겨 있다. 저자가 즐겨 듣는 베스트 음반 20장에 대한 해설도 흥미롭다. 문학동네/ 396쪽/ 1만8000원
블랙홀 이야기 _ 아서 밀러 지음, 안안희 옮김

우주 공간에서 매우 강력한 중력을 가진 공허(부피 제로)로 존재하는 블랙홀은 처음에는 과학자들도 받아들이기 힘든 개념이었다. 그래서 찬드라가 1935년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을 별의 내부에 적용해 별이 안으로 붕괴하다가 사라져버릴 수 있음을 수학적으로 입증했음에도 과학자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영국의 뛰어난 천체물리학자였던 아서 스탠리 에딩턴은 식민지에서 온 ‘애송이’ 과학자의 논증을 ‘별 장난’으로 폄하했다. 수학적 망상에 지나지 않으며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이론이라고 뭉갠 것이다.
무엇보다 수학을 중히 여기고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천체물리학자가 수학적 입증을 앞에 놓고 단순히 자신의 직관과 선입관만을 고집한 것은 뜻밖이다. 따라서 쇠락하던 대영제국의 마지막 자존심이 그를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아무튼 에딩턴의 거부로 인해 ‘블랙홀 이론’은 수십년 동안 묻혀 있다가 수소폭탄과 초신성 연구 과정에서 찬드라가 옳았음이 밝혀졌다. 결국 찬드라는 48년 만인 1983년 노벨상을 받았다.
별의 죽음에 관한 논쟁에서 시작해 블랙홀의 존재가 증명되고 관측되기까지 전 과정에 참여한 20세기 대표적 과학자들과 그들의 운명을 좌우한 세계사적인 사건들을 균형감 있게 서술한 책이다. 푸른숲/ 540쪽/ 2만5000원
고승철 밥과 글 _ 고승철 지음
저널리스트를 통해 한국 현대사를 재조명하는 ‘한국의 저널리스트’ 시리즈물 가운데 하나로,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인 저자가 27년간의 언론인 생활을 뒤돌아보며 시대와 인간에 대한 고민 등을 담았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경향신문 파리특파원, 동아일보 경제부장, 출판국장 등을 역임한 저자는 경제와 문화, 세계 속의 한국인, 전쟁과 인간 등 다양한 영역에 관심을 갖고 남다른 열정으로 기사를 써왔다. 한미 쌀시장 개방 협상 특종보도와 세계사의 변혁 현장을 지킨 특파원 시절 이야기 등을 통해 저널리스트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한다. 대학교수들과 토론한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 일화, 어렵게 받아낸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육필 원고가 신문에 실리지 않은 이야기 등도 흥미롭다. 커뮤니케이션북스/ 155쪽/ 1만원
책을 읽는 방법 _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김효순 옮김
장편 ‘일식’으로 스물넷의 나이에 아쿠타가와 상을 받은 저자는 국내에서도 여러 권의 책이 번역돼 나올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는 일본 현대문학의 기수다. 책을 읽고 쓰는 것을 생업으로 하는 작가인 그가 빠른 시대에 느린 독서법을 제안하고 있다. 사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도 속독보다는 ‘다시 읽기’를 제안하고, 다카하시 겐이치로는 늘 책상에 똑바로 앉아 줄을 그어가며 읽는다고 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카프카의 ‘다리’, 가네하라 히토미의 ‘뱀에게 피어싱’ 등 여러 편의 소설 속에 숨겨진 수수께끼의 비밀을 발견하고 즐기는 기술들을 일러준다. 대표적 ‘비법’은 깊이 생각한 뒤 작자의 의도를 넘어서 독자 스스로 내용을 찾아내는 ‘풍요로운 오독’이다. 문학동네/ 220쪽/ 1만원
수학걸 _ 유키 히로시 지음, 김정환 옮김
소설 형식을 빌려 흥미로운 수학 문제들을 풀어가는 책으로 일본아마존 서점에서 교양수학 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수학을 좋아하지만 인간관계에 서툰 고교생이 역시 수학을 잘하는 소녀 미루카, 중학교 여자 후배 테트라와 수학 게임에 돌입한다. 일반적인 수학책과 달리 이 책은 수학 문제를 해결해가면서 사고하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깨닫게 한다. 다양한 방법으로 공식을 유도하고 수식을 이해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잘 풀리지 않는 수학 문제에 집중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전투 게임에 빠져든 이들의 열광을 넘어선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소수, 절댓값, 방정식과 항정식, 멱급수, 미분, 확률 등의 문제를 흥미롭게 대하게 된다. 저자는 프로그래밍과 암호, 수학에 관한 전문가다. 동아일보사/ 388쪽/ 1만2000원
Social Change in Korea _ 김경동 외 지음
한국 사회학계를 대표하는 교수 27명이 19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