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박용인
때로 재앙일 수 있다는 것을
생생한 실물로 보여주는 저 붙박이 생들
올해도 지루하게 동어를 반복하고 있다
후천성 일급 장애로 봄이면 버릇처럼,
악착같이, 수평 향해 가지를 뻗어보지만
번번이, 욕망은 잔인하게 진압되고야 만다
지쳐 쓰러져, 탕진의 바닥에 누울 때까지
썩지 않을 희망, 썩지 않을 절망
저 가혹한 운명의 슬픈 우리 자화상
|
가로수
일러스트·박용인
|
스티븐 킹 원작, 프랭크 다라본트 각색 ‘쇼생크 탈출’
황승경 예술학 박사·문화칼럼니스트
윤석열 전 대통령이 7월 10일 새벽, 다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3월 8일 윤 전 대통령 측의 구속 취소 청구가 인용돼 석방된 지 124일 만에 재수감된 것이다. 10일 오전 2시 7분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
구자홍 기자
대항해시대를 연 것은 향신료 무역이었다. 아랍 상인이 실크로드와 인도양, 홍해 항로를 장악하면서 유럽 국가는 향신료를 비싸게 소비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 나라는 향신료를 얻기 위해 새 항로를 찾아 나섰다. 스페인은 크리스토퍼 콜럼버…
윤지호 경제평론가
나는 이 소르본 길에서 청춘의 많은 시간을 보냈다. 어떤 날은 학교 앞 노천 분수 앞에서 친구들을 기다렸고, 또 어떤 날은 무거운 수업의 무게를 견디며 이 거리를 헤매기도 했다. 세미나와 포럼 중심의 수업은 내게 광활한 광야처럼 느껴졌다. 비판적 사고와 학문적 자유는 낯선 풍경이었고, 교수와의 토론은 끝없이 이어졌다. 그 속에서 나는 질문을 던지는 법을 배웠다. 소르본의 아침은 정적 속에서 깨어났다. 거리의 빵집에서는 버터 가득한 빵 냄새가 새어 나왔고, 학생들은 커피를 들고 조용히 건물을 오갔다. 그날의 수업 주제는 ‘주체의 형성’이었다. 교수는 “누가 나를 나라고 말하게 하는가?”라는 물음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앉아 있었다. 답을 모른다기보다 질문이 너무 낯설었기 때문이다. 이방인의 언어로, 이방인의 생각을 따라가는 일이 내겐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떤 날은 어찌할 바 몰라 강의실에서 나와 분수대 옆 벤치에 오래 앉아 있기도 했다. 묵음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나는 나만의 언어로 조심스럽게 대답을 써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