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호

지식커뮤니티 Book치고 ;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

분노하는 ‘도덕지향’의 사회

도덕으로 회귀하는 리(理)의 사회

  • 이종현 세종대 디지털콘텐츠학과 졸업·Book치고 2기

    입력2019-08-19 14: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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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은 찰(察)이다. 남을 관찰(觀察)하고, 나를 성찰(省察)하며, 세상을 통찰(洞察)하는 도구여서다. 찰과 찰이 모여 지식과 교양을 잉태한다. 덕분에 찰나의 ‘책 수다’가 묘한 지적 쾌감을 제공한다. 정작 살다보면 이 쾌감을 충족하기가 녹록지 않다. 이에 창간 88주년을 맞는 국내 최고 권위의 시사 종합지 ‘신동아’가 ‘지식커뮤니티 Book치고’를 만들었다. 회원들은 한 시즌(4개월)간 월 1회 씩 책 한 권을 고재석 기자와 함께 읽는다. [편집자 주]
    2019년 여름 한국 사회에 분노가 넘친다. 일본 정부는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겠다며 엄포를 놓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무례한 태도’에 굴복하지 않겠다며 ‘극일(克日)’을 내세웠다. 국민들은 불매운동을 통해 반일(反日)을 앞세운다. 

    일본의 공격과 이에 응전하는 한국의 모습은 유사 이래 수차례 반복돼왔다. 정작 이를 근본적으로 진단하는 작업이 흔치 않았다. 지피지기가 없다면 역사는 도돌이표처럼 또 반복될 공산이 크다. 오구라 기조의 책은 ‘반복된 비극’을 끊는 데 요긴한 도구 노릇을 한다. 한국을 철학적으로 심층 탐사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책의 시각을 빌리자면 작금의 한일 갈등은 두 가지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다. 하나. 한국사는 ‘리’의 역사다. ‘리’는 도덕지향적인 것이자 추구해야 할 대상이다. 유교적 관점이 짙게 스며든 그곳에는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한편에서 민족주의라는 오래된 ‘리’가 한국인의 마음 깊은 곳에서 꿈틀대고 있다. 즉, 강제 징용 문제를 비롯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한국인의 생각은 잘못된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리’의 역사관과 민족주의라는 ‘리’의 정신이 결합한 결과다. 

    둘. 메이지유신 이전까지 유교문화에서 벗어나 있던 일본을 두고 조선은 ‘놈’으로 인식했다. 그런 나라가 한국에 씻지 못할 아픔을 줬다. 일본은 ‘절대악’이자 한국이 경제·사회적으로 발전하는 데 방해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책의 분석틀을 빌리자면 현재의 한일 갈등은 한국이 ‘리’의 상승을 추구하는 데 일본이라는 악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이고, 한국의 ‘한(恨)’이 발현되고 있는 셈이다. 

    저자는 이처럼 긴 세월 한국의 지배이념이었지만 공론장에서는 다소 간과됐던 주자학을 통해 한국의 민낯을 보여준다. 물론 친절한 책은 아니다. 생소한 ‘이기론’을 이해하고 더듬어가며 저자의 서술을 따라가야 한다. 평소 유교에 관심이 없으면 자칫 중도 포기하기 쉬운 책이다. 



    하지만 한국인도 몰랐던 한국의 모습을 알려준다는 데에 책의 가치가 있다. 설사 ‘이기론’에 대한 지식이 없더라도 한국 사회를 살면서 체화된 경험 지식이 있다면 충분히 이해할 만한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덕분에 빠르게 변화하는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핵심 줄기를 바라보는 눈을 갖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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