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호

‘To the Space’에서 ‘From the Space’로

인공위성의 세계

  • 이정훈 /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입력2012-08-28 09: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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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6t의 무게를 갖고 해상도 15cm의 사진을 찍는 미국의 KH-12 정찰위성, 깜깜한 밤에도 구름이 두껍게 덮인 날에도 지상을 정밀하게 촬영하는 SAR 위성. 한국은 위성 후발국이지만 이미 해상도 70cm의 사진을 찍는 위성을 쏘아 올렸고 SAR 위성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
    •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들여다보지 않았던 위성의 세계를 살펴본다.
    ‘To the Space’에서 ‘From the Space’로

    해상도 70cm의 사진을 찍는 아리랑 3호 상상도.

    소련이 1957년 스푸트니크-1호를 발사한 이래 지금까지 6500여 기의 위성이 발사됐다. 그중 상당수는 수명이 다해 떨어졌으니 현재 지구 궤도를 도는 것은 훨씬 적을 것이다. 위성 중에는 비밀리에 발사된 것이 많다. 수시로 쏘아 올리고 수명이 다하면 떨어지기에 현재 지구 궤도를 도는 위성 수를 정확히 파악하긴 어렵다.

    위성은 추력이 없어도 지구 궤도를 돈다. 지구는 강한 인력(引力)을 갖고 있는데, 왜 위성은 지구로 떨어지지 않는가. 이유는 위성이 지구 주위를 빠르게 돌기 때문이다.

    빠르게 원 운동을 하는 물체에서는 밖으로 날아가려는 원심력이 일어난다. 이 원심력이 지구가 잡아당기는 인력과 일치하면, 지구로 떨어지지 않고 지구에서 먼 곳으로 날아가지도 않으면서 지구 주위를 돌게 된다. 따라서 ‘모든 위성은 지구 주위를 돈다’는 명제가 성립된다.

    모든 위성은 지구 주위를 돌지만 아무 곳에서나 돌면 안 된다. 반드시 공기가 없는 곳에서 돌아야 한다. 그 이유가 뭘까. 달리는 차 안에서 창문을 내리고 팔을 내밀어 손바닥을 펼쳐보자. 차의 속도를 높일수록 강한 공기저항이 느껴질 것이다. 사람 팔이 아닌 거대한 판자를 내밀었다면 공기 저항은 더욱 강해져, 자동차의 속도를 높이는 데 한계를 주기도 한다.

    위성은 일정한 속도로 지구 주위를 돌아야 지구 인력과 동일한 원심력을 얻는다. 그런데 공기(대기)가 있다면 공기저항 때문에 속도가 줄어 결국엔 추락하게 된다. 추락을 피하려면 위성은 대기가 없는 곳을 돌아야 한다. 대기가 없는 곳이 바로 ‘대기권 밖’이다. 대기권 밖을 보통 우주라고 하므로, 위성은 우주에서 지구 주위를 돈다. 지구 인력은 예상외로 강력하기에, 위성이 여기에 맞서는 원심력을 얻으려면 아주 빨리 돌아야 한다.



    온도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소리는 1초에 약 340m를 간다고 한다. 여객기를 포함한 대부분의 비행기는 초속 340m인 음속 이하로 비행한다. 전투기도 마찬가지다. 마하 2~3이라고 하는 전투기의 최고속도는 ‘애프터버너’라고 하는 또 하나의 엔진을 켰을 때만 낼 수 있다. 애프터버너를 켜면 연료 소비가 급증해 위험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으니, 비상시에만 켠다.

    대기권 밖은 진공세계

    ‘To the Space’에서 ‘From the Space’로

    울릉도 도동항을 찍은 위성사진. 왼쪽은 해상도 1m의 아리랑 2호가 찍은 것이고 오른쪽은 70cm의 아리랑 3호가 촬영한 것이다.

    저궤도위성이 지구 인력에 맞서는 원심력을 얻으려면 하루에 지구를 14바퀴 반 정도 돌아야 한다. 음속으로 따지면 마하 20~25 정도 되는 속도다. 공기가 있는 곳에서는 이 속도를 낼 수가 없다. 그러나 공기가 없는 ‘진공(眞空)’이라면 가능하다. 진공에서는 마찰이 없으니, 이 속도가 나도록 한번 밀어주면 계속 같은 속도로 돌아간다. 대기권은 지구 표면에서부터 고도 100km까지를 가리킨다. 100km 이상은 대기가 거의 없어 대기 마찰이 없는 진공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100km를 경계로 아래에는 대기가 있고, 위에는 전혀 없는 식의 완전한 구분은 이뤄지지 않는다. 대기도 인력 때문에 지구에 붙잡혀 있는 것이니, 고도가 낮아지면 밀도가 높아지고, 반대로 고도가 높아지면 밀도가 낮아질 뿐이다. 학자들은 지상 100km 정도면 지구 인력이 ‘의미 있는 대기’를 잡아놓지 못한다고 보고, 그 이하를 대기권으로 명명했다. 100km 이상에서도 희박하지만 대기는 있다. 이러한 대기도 마찰을 일으키므로 위성은 대개 400km 이상에서 비행한다. 대기권 밖에 있는 이 ‘희박한 대기’가 미세한 저항을 일으켜 400km 이상에서 도는 위성의 고도를 낮춘다.

    대기(공기)는 열을 받으면 팽창한다. 열(熱)기구가 사람과 물자를 태우고 떠오를 수 있는 것은, 기구 안으로 열을 넣어 기구 안의 공기를 팽창시켜 공기의 밀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대기권 밖에 있는 대기도 열을 받으면 팽창하고 열을 잃으면 수축한다. 태양 활동은 활발해졌다 약해졌다를 반복하는데, ‘태양 활동 극대기’엔 대기권 밖에 희박하게 존재하는 대기의 밀도도 높아져, 위성은 이전보다 조금 더 내려온다. 위성은 내려올수록 에너지가 약해지기 때문에 지구인력에 이끌려 떨어져 소실된다.

    따라서 위성을 오래 사용하려면 떨어진 고도를 높여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저궤도위성에서는 ‘추력기(thruster)’, 정지위성에서는 작은 로켓엔진을 사용한다. 추력기는 고무풍선 방식으로 힘을 낸다. 고무풍선을 빵빵하게 불어 묶어 놓았다가 풀어주면 공기가 강하게 빠져나오며 풍선은 공기가 나오는 반대 방향으로 날아간다. 추력기나 작은 로켓이 힘을 잃으면 위성은 더 이상 고도를 높일 수 없기에 차츰 고도를 낮추다 지구 인력에 이끌려 소실되는 것이다.

    에너지를 잃은 위성은 고도를 낮추다 고도 150km쯤에서 지구 인력에 강하게 이끌려 원형으로 회전하며 낙하하다 100km의 대기권에 들어와 마찰로 소실된다. 이때 몇몇 위성은 대기권에 튕겨 나가는 ‘물수제비 현상’을 보인다. 잔잔한 호수에 납작한 돌을 비스듬한 방향으로 세게 던지면, 수면을 치고 튀어 오르는 것을 반복하다 가라앉는데, 그와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대기권에 진입하지 못하고 튀어 오른 위성은 에너지를 많이 잃었기에 잠시 지구 주위를 돌다 대기권으로 끌려들어와 소실된다.

    대기권의 물수제비 현상

    위성 중에는 사람을 태운 것도 있다. 흔히 말하는 (유인)우주선이 그것이다. 우주선은 어떠한 경우에도 대기권에 튕겨나가지 말고 지구로 돌아와야 한다. 우주과학자들은 연구를 거듭해 물수제비 현상을 일으키지 않고 대기권으로 들어오는 각도를 찾아냈다. 장거리 미사일에서도 이 각도는 중요하다.

    사거리 1000km 이상의 (지대지)탄도미사일의 탄두는 대기권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대기권으로 들어오는 ‘재진입(re-entry)’ 과정을 거쳐 목표물로 떨어진다. 재진입할 때 각도를 찾지 못하면 탄두는 물수제비 현상으로 튀어 올랐다가 나중에 엉뚱한 곳에 추락한다. 대기권에 닿아 튕기는 순간 충격을 받아 폭발할 수도 있다. 이를 피하려면 물수제비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 각도로 진입시키고, 대기권과의 충돌로도 폭발하지 않게 해야 한다. 대기권에 진입한 우주선과 탄두는 점점 더 밀도가 높아지는 대기와 마찰하면서 고열 덩어리가 된다. 보통의 위성은 이 열 때문에 소실되지만 우주선과 탄두는 타지 말고 지상에 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우주선과 탄두의 외부는 강력한 내열(耐熱)물질로 도배한다.

    탄두는 적을 공격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지상에 충돌하거나 목표물 상공에서 자폭해야 하지만, 우주선은 안전하게 지구에 내려야 한다. 비행기는 커다란 날개로 공기저항을 일으켜 속도를 줄이고 바퀴(기어)로 활주로에 내린다. 우주선에는 이러한 날개를 달 수가 없다. 날개를 단다면 대기권 진입 후 엄청난 저항을 받아 타버리거나 부러져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날개가 부러지거나 타버리면 날개가 사라진 곳으로 엄청난 열기가 들어와 우주선은 폭발한다.

    우주선은 바퀴가 없어 활주로에 내릴 수도 없다. 바퀴를 내리면 마찰열 때문에 바퀴가 타버리고 우주선도 폭발할 것이다. 우주선은 지구 표면을 ‘폭격’하듯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면 타고 있던 사람들이 상하게 된다. 따라서 마지막 단계에서는 속도를 줄이기 위해 거대한 낙하산을 펼친다. 러시아와 중국의 유인우주선이 이러한 방법으로 지상에 떨어진다. 러시아와 중국은 사람이 살지 않는 넓은 초원에 낙하산을 펼친 유인우주선을 착륙시킨다.

    2008년 러시아의 소유즈 발사체를 타고 국제우주정거장에 갔던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박사를 태운 소유즈 우주선도 낙하산을 펼치고 러시아 남쪽에 있는 카자흐스탄의 초원에 떨어졌다. 그때 이 박사는 큰 충격을 받아 한동안 허리를 쓰지 못했다고 한다.

    미국도 초기에는 지상 충돌 식으로 우주선을 착륙시켰다. 그러다 타고 있는 사람과 장비에 주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 보다 부드러운 ‘바다 착수(着水)’를 검토했다. 낙하산을 펼쳤다지만 우주선의 낙하 속도는 빠르다. 우주선은 부력(浮力)도 크지 않으니 그냥 떨어지게 하면 수면을 뚫고 들어가 해저에 꽂힐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거대한 고무튜브인 ‘부낭(浮囊)’을 자동으로 펼쳐지게 했다. 부낭 덕분에 착수(着水) 시 물에 들어갔던 위성은 수면으로 떠오른다.

    미국은 전 세계에 함대를 보내놓고 있는 최강의 해군국이다. 우주선이 착수하면 그 순간 대기하고 있는 해군 함정이 달려가 이들을 건져 올리게 했다. 미국은 보다 안전한 착륙(착수) 방법을 찾아냈지만, 다른 어려움을 만났다. 악천후 때 우주선이 떨어진 경우다. 태풍이 불어 거칠어진 바다에 우주선이 떨어지면 함정 접근이 쉽지 않다. 접근했다 하더라도 거대한 파도를 헤치며 이들을 구조해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악천후가 없는 바다로 우주선이 떨어지게 했다. 이를 위해서는 세계의 기상 정보를 꿰뚫는 시스템을 갖고 있어야 한다. 미국은 뒤에서 설명할 기상위성을 띄움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했다. 바다로 위성을 귀환시키던 미국은 한발 더 나아가 비행기처럼 바퀴로 활주로에 내리는 우주선을 개발해냈다. 이 우주선은 ‘착륙 충격’이 거의 없기에 다시 발사체에 실어 우주로 쏘아 올릴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우주왕복선’이다.

    초속 7.8km 로 지구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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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스터는 발사체 몸통 좌우에 붙어 있다. 발사체 몸통은 보통 2단 이상으로 구성된다.프랑스 아리안-5 발사체.

    다시 위성의 속도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대기권 밖인 400~1500km 고도에 올라간 위성이 지구 인력과 균형을 이루는 원심력을 내려면 고도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최소한 초속 7.8km로 지구를 돌아야 한다. 마하로 환산하면 20~25 정도 되는 엄청난 속도다(고도에 따라 속도는 달라진다). 대기권에서는 대기마찰이 있기에 어떠한 비행체도 이 속도를 내지 못한다. 그러나 ‘진공’인 대기권 밖에서는 가능하다. 위성은 이러한 속도를 발사체로부터 얻는다.

    발사체의 정식 이름은 ‘우주발사체(Space Launch Vehicle)’다. 발사체는 로켓(엔진)과 다르다. 발사체는 여러 개의 ‘단(段)’으로 구성되는데, 각각의 단은, 한 개 혹은 여러 개의 로켓엔진으로 구성된다. 한 개 로켓으로 단을 만들 수도 있고, 여러 개를 묶어서 단을 만들 수도 있다. 단이 되지 못한 로켓을 부스터(booster)라고 한다. 부스터는 큰 힘을 내야 하는 1단 옆에 따로 붙이는 로켓엔진이다.

    발사체에서 가장 큰 것은 1단이다. 발사체는, 모든 로켓엔진이 연료를 가득 채워 가장 무거운 상태에서 1단을 점화해 상승한다. 1단은 아주 강력한 힘을 내 발사체를 상승시킨다. 점화된 1단에서는 강력한 힘이 나오는 만큼 연료도 매우 빨리 소진한다. 덕분에 1단의 무게는 급격히 가벼워져 더욱 빨리 치솟는다. 1단은 200~300여 초 사이에 모든 연료를 소진하고 대기권 밖으로 올라간다. 그리고 빈 연료통과 로켓엔진으로 구성된 1단을 재빨리 떼어내 무게를 줄이고, 2단을 점화한다.

    2단은 대기권 밖에서 점화되니 발사체는 더욱 빨라진다. 이런 식으로 모든 단을 떼어내면 위성을 실은 탑재부만 남아 엄청난 속도로 우주를 날게 된다. 대기권 밖에 나와 2단을 점화할 때쯤 유선형으로 된 탑재부는 뚜껑인 ‘페어링(fairing)’을 떼어내고 안에 있는 위성을 노출시킨다. 대기 저항이 없는 진공에서 위성을 노출시키므로 속도는 줄지 않는다. 마지막 단이 분리될 때면 마찰이 더욱 작은 고고도에 올라와 있으니 위성은 빠른 속도로 지구를 돌게 된다. 이 속도가 지구 인력과 균형이 잡힌 원심력을 내는 마하 20~25인 것이다.

    위성을 띄우는 것은 일을 시키기 위해서다. 위성이 일을 하려면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이 에너지는 매일 소모되는 것이라 바로 보충해줄 수 있어야 한다. 우주에서 매일 보충받을 수 있는 에너지원은 태양빛뿐이다. 따라서 모든 위성은 거대한 태양전지판을 붙이고 올라간다. 태양전지로 전기를 일으켜 탑재 장비를 가동하는 것이다. 태양전지를 일정하게 가동하려면, 위성은 일정하게 태양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위성의 궤도는 발사체가 어떤 방향으로 밀어줬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지구의 적도를 따라 돌도록 밀어줬으면 계속 지구 적도를 따라 돌고, 남북극을 따라 돌도록 밀어주면 소실될 때까지 계속 남북극을 따라 돌아간다. 적도와 남북극 사이 비스듬한 각도로 밀어주면 비스듬한 그 궤도로 돌아간다.

    남북극 도는 태양동기궤도

    지구는 남북극을 잇는 선을 축으로 자전(自轉)하면서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 따라서 남북극을 돌아갈 때만 위성은 일정하게 태양을 접할 수 있다. 적도를 따라 돌게 했거나, 비스듬한 궤도로 투입한 위성은 태양을 보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것이다. 태양전지판을 일정하게 가동할 수 있도록 남북극을 따라 돌게 하는 것을 ‘태양동기(同期)궤도’라고 한다. 남북극을 도는 위성(극궤도위성)은 지구의 자전 덕분에 전 지구를 내려다볼 수 있게 된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저궤도를 도는 극궤도위성은 지구 관측용으로 많이 쓰이게 됐다.

    위성이 지구 궤도를 도는 속도와 회전수는 위성이 떠 있는 고도에 따라 달라진다. 더 높이 올라가면 지구의 인력이 약해지므로 위성은 속도와 회전수를 줄여 보다 작은 원심력이 일어나게 한다. 그래서 지구에서 3만5786km 고도까지 올라가면, 이 위성은 정확히 하루에 한 번만 지구를 돌아도 지구 인력과 균형을 맞추는 원심력을 낼 수 있다. 그때의 속도가 초속 3.07km다. 400~1500km 고도에서 돌 때보다는 많이 떨어졌지만 여전히 음속의 열 배 이상 빠르게 비행한다.

    지구의 지름은 1만2756km이므로, 이 고도는 지구 지름의 세 배가 되는 아주 먼 거리다. 이렇게 높은 고도를 돌아가는 위성은 태양빛을 충분히 쬘 수 있으니 태양동기궤도를 돌 이유가 없다. 이 위성은 적도를 따라 돌게 한다. 하루에 지구를 한 바퀴 돌아가는 위성이 적도를 따라 돈다면, 이 위성은 지구에서 보면 늘 같은 자리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때문에 특별히 ‘정지위성’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남북극을 도는 위성은 통신이나 방송용으로 쓸 수가 없다. 반대편으로 넘어갔을 때에는 이 위성을 쏘아 올린 나라로 전파를 쏘아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지위성은 늘 같은 곳에 떠 있으니 특정 지역을 향해 방송전파와 통신전파를 쏴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정지위성은 통신위성과 방송위성으로 널리 쓰이게 되었다. KT(한국통신)는 1995년 이래 무궁화 시리즈의 위성을 띄우고 있는데, 무궁화위성이 바로 통신과 방송을 겸하는 정지위성이다.

    정확한 기상 예보를 하려면 특정 지역의 기상 변화를 24시간 지켜보고 있어야 한다. 한반도의 기상을 알기 위해서는 광대한 북태평양과 동북아시아 대륙에서 일어나는 기상 변화를 함께 지켜보아야 한다. 한국은 이러한 곳을 영유하고 있지 못하니 그곳의 기상 변화를 추적할 수가 없다. 영유하고 있다고 해도 지상에 설치한 장비로는 그렇게 넓은 구역을 관찰하지 못한다. 그러나 기상용 정지위성이 있으면, 이웃 나라의 주권을 침해하지 않고도 정확히 살펴볼 수 있다. 보통 대기권인 100km까지만 영공으로 보기 때문에, 3만5786km 높이에 떠 있는 정지위성은 영공을 침해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정지위성은 기상위성으로도 많이 쓰이게 되었다. 기상을 관측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해양을 관찰하게 된다. 해양에서 발생한 수증기는 일기 변화를 일으키는 핵심 요인이기 때문이다. 2010년 6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통신장비와 해양관측장비, 기상관측장비를 함께 실은 천리안 위성을 정지궤도에 띄우는 데 성공했다. 천리안은 통신과 해양관측, 기상관측을 겸하기에 ‘통·해·기 위성’으로 불리기도 한다. 한국은 또 하나의 정지위성을 갖게 된 것이다.

    자연위성, 달(月)

    정지위성은 특정 국가를 24시간 감시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 특정 국가가 장거리탄도미사일을 쏠 수 있는 적성국가라면, 미사일 발사 사실을 포착하는 조기경보 시스템을 실은 정지위성을 띄워놓고 항시 그 나라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러한 위성은 미국이 띄워놓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설명한다.

    정지위성보다 더 먼 거리에서 지구 궤도를 도는 ‘자연위성’이 달(月)이다. 달은 약 38만4400km 떨어진 거리에서 지구 주위를 돈다. 따라서 회전수도 크게 줄어들어 29.5일 만에 지구를 한 바퀴 돈다. 29.5일 만에 지구 궤도를 돈다고 해서 달의 속도를 우습게 보면 안 된다. 달이 지구 궤도를 도는 속도는 마하 3인 초속 1km 정도다. 달은 지구에서 워낙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지구 인력도 약하게 받아 그만큼 천천히 돈다. 달이 있는 곳은 대기가 없으므로 대기마찰 또한 없어, 속도가 느려도 달이 지구로 떨어지는 경우는 없다. 달이 지구 인력에 이끌려 떨어진다면 이는 지구 종말의 날이 될 것이다.

    위성은 크게 저궤도위성과 정지위성으로 나뉜다는 것을 알고 다음 주제로 넘어가보자. 1961년 인류 최초로 지구궤도 비행을 하고 돌아온 소련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은 “지구는 푸른빛이었다”고 말했다. 이로써 위성에서 지구를 관측할 수 있는 것이 확인돼 지구 관측을 전문으로 하는 저궤도위성이 본격적으로 발전했다.

    저궤도위성은 지구주위를 빠르게 도니 특정 지역을 24시간 관찰할 수 없다. 하지만 정지위성에 비해서는 아주 낮은 고도로 비행하므로 정밀한 관측은 할 수 있다. 따라서 저궤도위성을 여러 대 띄워놓고 정지위성과 연동해 운영한다면, 특정국가를 대관소찰(大觀小察)할 수 있게 된다. 정지위성으로 개략적인 감시를 하다가 수상한 조짐이 발견되면, 그 시각 특정국가 인근을 지나는 저궤도위성을 조작해 정밀하게 살펴보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운영은 군사 분야에서 주로 이뤄지는데, 군사용으로 관측하는 위성을 ‘정찰위성(Reconnaissance satellite)’이라고 한다. 미국은 국방부 산하의 국가정찰국(NRO·National Reconnaissance Office)과 공군의 우주사령부(AFSPC·Air Force Space Command)가 공동으로 여러 대의 정찰위성을 운영한다. 두 기관이 운영하는 저궤도 정찰위성이 KH 시리즈다. 미국은 ‘열쇠 구멍(Key Hole)’으로 적성국가를 엿본다는 뉘앙스로 이 위성의 이름을 KH로 지었다고 한다.

    KH 시리즈 정찰위성은 1959년부터 미 공군이 쏘아 올리고 있었는데, 한발 늦은 1960년 미 국방부가 NRO를 창설함으로써 공군과 NRO가 공동으로 운영하게 됐다고 한다. 두 기관은 KH-1, KH-2, KH-3 식으로 숫자가 커질수록 발전한 정찰위성을 제작해 띄워왔다. 초기의 KH 위성에 관해서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이 전해진다. KH-1을 쏘아 올린 1959년의 기술 수준은 지금에 비해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메모리 카드를 사용하는 디지털 카메라가 일반적이지만 당시는 필름 카메라뿐이었다. KH-1을 비롯해 초기에 올라간 정찰위성들은 필름 카메라로 적국(주로 소련과 중국)을 찍어야 했다. 필름 카메라를 싣고 하루에 14.5바퀴씩 남북극을 돌다 소련이나 중국 상공을 지나면, 미국이 보고자 한 군사 시설을 촬영한 것.

    위성서 떨어뜨린 필름 회수 작전

    이 위성에 탑재한 카메라는 태양빛을 이용해 촬영하는 ‘광학(光學) 카메라’다. 따라서 태양빛이 없는 밤에는 찍지 못했다. 표적 상공에 구름이 덮여 있으면 구름만 찍어야 했다. 이러한 난관을 뚫고 찍어내려면 표적이 있는 곳의 기상 정보를 갖고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미국은 적국의 적도 상공에 기상관측용 정지위성을 띄웠다. 기상위성으로부터 얻은 정보를 토대로 정찰위성은 구름층을 피해가는 각도에서 표적을 찍었다.

    이렇게 찍은 필름을 지구로 보내는 데 큰 어려움이 있었다. 한번 올라간 위성은 4~5년간 궤도를 돌다가 지구로 추락해 소실된다. 정찰위성은 살아서 귀환하지 못하니, 찍은 필름을 어떻게 회수할 것인가. 살아 돌아온다고 해도 4~5년 전에 찍은 사진은 군사작전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찍는 즉시 받아봐야 정보로서 가치가 있다. 필름을 받기 위해 대기권 밖으로 다른 위성을 쏘아 올릴 수도 없었다. 정찰위성을 기획했을 때 봉착한 가장 큰 문제는 ‘어떻게 위성이 찍은 필름을 빨리 회수할 것인가’였다.

    ‘To the Space’에서 ‘From the Space’로

    폐쇄된 최정산의 미군기지(중계소) 흔적.

    고민 끝에 택한 방법이 찍은 필름을 지구로 떨어뜨리게 하는 것이었다. 위성은 필름을 캡슐에 넣고, 물수제비 현상을 피하는 각도로 캡슐을 떨어뜨린다(그래서 물수제비 현상을 피하는 각도를 찾기 위해 많은 연구를 했다). 캡슐은 대기마찰에 타버리지 않도록 내열처리한 것이어야 했다. 본부에 자기 위치를 알리는 송신시설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냥 떨어뜨리면 바다에 빠질 수도 있고, 소련 같은 적국(敵國)에 떨어질 수도 있으니 본부는 낙하 지점까지 철저히 고려해 위성에 캡슐 투하를 지시해야 했다.

    이런 까닭에 위성은 찍은 필름을 바로 보내지 못하고 적합한 때를 골라 투하했다. 이런 식으로 정찰위성에서 캡슐이 투하되면 미 공군은 이 캡슐을 공중에서 낚아채기 위해 특별히 제작한 항공기를 띄웠다. 캡슐에서 나오는 신호를 포착해 이륙한 이 항공기는 잠자리채로 잠자리를 잡듯이, 캡슐을 공중에서 포획한다. 그리고 기지에 착륙해 필름을 현상 인화했는데, 필름을 찍어 현상 인화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최소 6일이었다. 6일 전의 사진이지만, 이것이 그때는 적국 깊숙한 곳에서 벌어지는 음모를 가장 빨리 알아내는 방법이었다.

    공중 낚아채기에는 종종 실패가 있었다. 출격한 특수항공기가 위성에서 떨어뜨린 필름을 낚아채지 못해 빈손으로 돌아오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가끔은 적국이 떨어뜨린 캡슐을 낚아채기도 했다. 미국은 소련 정찰위성의 신호를 추적하다 캡슐을 떨어뜨린 신호가 포착되면 특수항공기를 이륙시켰다. 미국은 유럽과 일본 한국 등 전 세계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었기에 소련 국경 밖으로 떨어지는 소련 캡슐 낚아채기를 시도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소련은 반드시 소련 상공에서만 캡슐을 투하하도록 했다.

    골치 아픈 필름 회수 문제는 디지털 카메라가 개발돼 찍은 정보를 무선으로 보낼 수 있게 됨으로써 해결됐다. 찍은 사진을 무선으로 보내줄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를 ‘전자광학 카메라’라고 한다. 전자광학 카메라가 등장한 뒤로는 정찰위성이 찍은 사진 정보를 받는 수신소가 중요해졌다. 미국은 본토와 해외 영토 그리고 동맹국과 우방국에 정찰위성과 교신하며 지령을 내리는 추적소와 정찰위성으로부터 실시간으로 사진을 받는 수신소를 설치했다. 한국에는 경북 달성군 가창면에 있는 해발 905m의 ‘최정산’ 정상에 수신소가 아닌 추적소를 설치했다. 미국은 1990년까지 이 추적소를 유지하다 폐쇄했다.

    지금도 최정산 정상에 올라가면 ‘지뢰지대’란 표지와 함께 안에 있던 시설을 철거해 황폐화된 미군 시설을 볼 수 있다. 인근 주민들은 오랫동안 이곳을 미군 미사일 기지로 알고 지내왔다고 한다. 최정산은 대구시민들이 자주 찾는 곳이기에 산꾼들 사이에서 최정산 미군 기지는 상당히 유명한 존재로 기억되고 있다. 미국은 최정산 일대의 기상이 좋지 않아 추적소를 폐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6t의 KH-12 위성

    1959년 일반 필름 카메라를 싣고 최초로 발사된 KH-1 정찰위성 사진의 해상도는 무려 8m였다. 지상에 있는 8×8m 물체를 점(點) 하나로 표시한 것이다. 이러한 해상도가 현저히 높아져 현재 지구를 돌고 있는 KH-12에서는 15cm가 되었다. 미국은 농구공만한 것도 식별해내는 위성을 갖게 된 것이다. 1994년 한국 최초로 발사한 관측위성 아리랑-1호의 해상도가 6.6m, 1999년 발사한 아리랑-2호는 1m, 올해 5월 18일 궤도에 올린 아리랑-3호는 70cm니, 미국과 한국 위성 간의 수준 차이를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To the Space’에서 ‘From the Space’로

    KH-12 위성 추정도.

    KH 위성은 미국의 록히드마틴이 제작한다. 해상도 15cm의 사진을 얻기 위해 록히드마틴은 우주 관찰에 사용하는 허블 망원경과 비슷한 광학렌즈를 KH-12에 탑재했다. KH-12는 전자광학 카메라와 함께 적외선카메라도 싣는다. 적외선카메라는 적이 미사일이나 우주발사체를 쏜 사실을 쉽게 잡아낸다. 미사일이나 우주발사체를 쏘면 발사장 일대에 강한 열기가 남는데, 그 열을 포착해내는 것. 이러한 열은 밤에도 포착할 수 있으니 KH-12는 전천후 정찰을 할 수 있다.

    적외선카메라를 탑재한다는 점 때문에 이 위성은 다른 이름을 가질 뻔했다. KH-11이 가동되던 1980년대 후반 NRO와 미 공군우주사령부는 ‘아이콘(ikon)’ 또는 ‘임프루브드 크리스털((Improved Crystal)’이라는 사업명으로 발전한 정찰위성 개발을 추진했다. 고(高)해상도의 전자광학 카메라와 적외선카메라를 탑재한 정찰위성을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적외선카메라는 적국에서 몰래 한 지하 핵실험을 확인하는 데 유용하다. 지상과 대기권은 물론이고 지하에서 핵실험을 하면, 상당 시간 동안 핵실험한 곳에서는 열이 나온다. 광학카메라는 이 열을 포착하지 못하지만, 적외선카메라는 포착한다. 열을 잡아 ‘열(熱)영상’을 만드는 것이다.

    열영상카메라는 요즘 보편화됐다. 2010년 3월 26일 밤 백령도 인근에서 천안함이 피침됐을 때 백령도에 주둔한 해병대 초병이 찍은 TOD 동영상이 공개된 적이 있다. 가동하는 함정에서는 열이 나오는데, 이 열을 잡는 장비가 바로 TOD다. 적외선카메라는 살아 있는 동물과 가동 중인 물체에서 나오는 열로 영상을포착하기에, 컬러가 아닌 흑백 사진을 만든다. KH-12는 이전 정찰위성과는 기능이 아예 달랐기에 NRO와 공군우주사령부는 새로운 이름을 붙이려 했다. 그러나 ‘KH=정찰위성’이라는 인식이 워낙 강해, KH-12로 명명했다.

    해상도 15cm의 전자광학 카메라에 적외선카메라까지 탑재했으니 KH-12는 덩치가 매우 커질 수밖에 없었다. KH-12의 무게는 무려 19.6t이나 되었다(아리랑-3호의 무게는 1t이다). 1992년 11월 28일 NRO와 미 공군우주사령부는 KH-12 1호기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록히드마틴이 제작한 타이탄-4 우주발사체에 실어 쏘아 올리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같은 기능을 가진 위성을 계속 쏘아 올렸다. 미국은 KH-12를 몇 대 쏘아 올렸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2005년까지는 5대를 궤도에 올려 운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5대 중 어느 하나가 수명이 다해 추락하면 보다 개량한 것을 띄워 총 대수를 다섯으로 유지한다고 보는 것이다. 미국은 5대의 KH-12가 있으면 24시간 적성국가를 볼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KH-12가 19.6t이나 되는 무게를 갖게 된 이유로는 많은 연료를 실은 것을 꼽는다.

    미국은 KH-12의 궤도를 공개하지 않는다. 미국은 5대의 KH-12를 전부 태양동기궤도로 돌게 하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정밀히 살펴 봐야 하는 나라가 있으면 한두 대의 KH-12는 돌 때마다 반드시 그 나라를 보도록 비스듬히 돌게 해놓는다. 정밀한 촬영이 필요하면 KH-12는 추력기나 작은 로켓으로 지구 가까이 내려가 촬영을 한다. 그리고 추력기나 로켓을 다시 가동해 자기 궤도를 찾아가야 하기에 많은 연료를 실었다. 미국은 KH-12는 개발하는 데 10억 달러를 투입했고, 한 번 쏘아 올리는 데 4억 달러를 지출하고 있다. 한마디로 KH-12는 최고가의 저궤도위성인 것이다.

    미 국방부 산하 정보기관이 올리는 위성 중에는 안테나 길이가 수 km에 달하는 것도 있다. 이 위성은 지구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무선 신호를 포착해야 하기에 거대한 안테나를 달았다. 이러한 위성이 있기에 미국은 전 세계의 무선통신을 감청하는 ‘에셜론’을 운영할 수 있었다.

    NASA의 예산은 190억 달러(한화 20조 원 상당) 정도다. 그런데 미국 정부가 우주에 쏟아 붓는 돈은 750억 달러(80조 원)가 넘는다. NASA 예산을 초과하는 560억 달러(60조 원)는 누가 집행하는 것일까. 대답은 국방부와 그 산하의 정보기관 그리고 각 군이다. 미 국방부 밑에는 공군과 함께 정찰위성을 운영하는 NRO(국가정찰국), 통신감청을 담당하는 NSA(국가안보국) 등 위성을 활용하는 정보기관이 여럿 있다. 미군에서는 공군이 가장 많은 우주 예산을 집행하고 다음이 해군, 육군 순이다.

    라크로스 위성 개발로 MD 구축

    적성국가가 미사일이나 발사체를 쏜 것을 잡아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KH-12 정찰위성은 MD(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축하는 기본 장비가 됐다. KH-12가 등장한 후 선진국들 사이에서는 적외선 카메라를 탑재한 정찰위성이나 관측위성 제작이 보편화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도 적외선카메라를 탑재한 ‘아리랑-3A’를 제작해 러시아의 드네프르 우주발사체로 쏘아 올리려고 한다.

    2005년 NRO와 미 공군우주사령부는 ‘SAR’이라는 레이더영상위성을 새로 지구 궤도에 올려놓았다. 이 위성은 광학카메라나 열영상카메라(적외선카메라)가 아니라, 자신이 쏜 전파가 표적에 맞아 돌아오면 그 반사파로 영상을 만드는 장비를 실었다. SAR의 원리는 초음파 사진과 비슷하다. 초음파 대신 레이더파를 쏘고 그 반사파로 흑백사진을 만드는 것. 전파는 어둠은 물론이고 구름도 뚫고 들어가므로, 야간은 물론이고 구름이 짙게 깔려 있어도 지상 표적을 찍을 수 있다.

    SAR 위성 개발로 미국은 KH-12가 갖고 있던 허점을 보완하게 되었다. 두 기관은 이 위성만큼은 KH 시리즈와는 전혀 다르다고 판단해 ‘라크로스(Larcrosse)’로 이름 지었다. 미국은 라크로스 위성을 3대 띄웠다. 그 후 선진국들도 앞 다퉈 SAR 위성을 개발했다. 한국의 항우연도 이탈리아의 기술을 도입해 최초의 SAR 위성을 제작해 ‘아리랑-5호’로 명명했다.

    그러나 이 위성을 드네프르 우주발사체로 쏘아주기로 계약한 러시아 회사가 러시아 정부의 허가를 받지 못해 발사가 연기되고 있다. 러시아의 코스모트라스사는 드네프르 우주발사체로 한국 최초의 적외선카메라 위성인 ‘아리랑-3A호’와 한국 최초의 SAR 위성인 ‘아리랑-5호’를 띄워준다고 계약해놓고 계속 순연시키고 있는 것이다.

    KH-12 5대와 라크로스 3대는 미국이 구축한 MD 조기경보망의 기본이 된다. 미국의 MD 조기경보망을 보다 상세히 설명해보자. 앞서 설명했듯이 저궤도위성은 정밀한 촬영을 하지만 넓은 지역을 24시간 감시하지는 못한다. 이 때문에 미국은 적외선 감지장비를 탑재한 정지위성 ‘DSP(Defense Support Program)’를 따로 쏘아 올렸다. 적국이 탄도미사일이나 발사체를 띄우면 강한 적외선이 나오는데 DSP 위성은 이 적외선을 전문으로 포착한다. DSP는 특정 적성국가를 24시간 감시하기에 ‘조기경보위성’으로 불리기도 했다.

    DSP 위성은 소련이 발사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전문으로 감지하기 위해 제작됐다. 소련에서 발사된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약 30분 후 미국에 떨어지므로, 냉전 시 소련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쏘았는지를 알아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그러나 현실세계에서는 대륙간탄도미사일보다는 작은 전쟁에서 일반 탄도미사일을 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았다. 1991년 소련 붕괴로 냉전이 종식되면서 미국은 일반 탄도미사일 위협에도 대처하게 되었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대기권 밖으로 올라와 장시간 비행하지만 일반 탄도미사일은 잠시만 대기권 밖으로 올라온다. 비행시간도 짧기에 훨씬 더 정밀한 적외선 감지장비를 싣고 있어야 탐지해낼 수 있다. 미국은 일반 탄도미사일의 발사 사실을 알기 위해 보다 정밀한 적외선 감지장비를 탑재한 정지위성 ‘SBIRS (Space Based Infrared System)’를 개발했다. SBIRS는 북한의 스커드B나 노동, 대포동 같은 미사일의 발사 여부를 탐지하는 데 적합하다.

    북한 미사일 추적하는 SBIRS 위성

    미국은 DSP와 SBIRS 위성으로 적성국가를 24시간 감시한다. 그러다 이상한 조짐이 보이면 KH-12와 라크로스를 집중 투입해 정밀 정찰한다. 이러한 위성들의 활동으로 적성국가가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판단이 들면, 탄도미사일을 전문으로 추적하는 레이더 부대에 알린다. 이러한 레이더의 대표가 미 해군 이지스함에 실린 SPY-1 계열의 레이더다(한국 이지스 구축함에도 이 레이더가 탑재돼 있다).

    정찰위성과 SPY-1 레이더의 가동으로 탄도미사일의 궤적이 정확히 추적되면, 미국은 이지스함에 탑재한 요격미사일 SM-3를 발사해 격추를 시도한다. 이것이 실패하면 육군이 THAAD(전구 고고도 공역방어)라고 하는 고고도 요격 미사일을 발사해 격추를 시도한다. 이것도 실패하면 마지막으로 육군이 PAC-3(패트리어트 개량형)를 발사해 요격한다.

    미국은 DSP와 SBIRS, KH-12와 라크로스 위성만으로 MD를 구성하지 않는다. 적국이 미사일을 쏠 것이 확실하면 ‘코브라 볼’이라는 별명을 가진 RC-135 정찰기도 띄운다. RC-135 정찰기도 적외선 탐지장비를 싣고 있어 발사된 미사일과 우주발사체의 궤적을 정확히 추적한다. 미군은 유사한 장비를 고공정찰기 U-2와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 등에도 실어 함께 추적한다.

    발사 직후의 미사일이나 우주발사체는 속도가 느리다. 이때 RC-135 등의 활동으로 이 미사일과 우주발사체의 궤적이 정확히 포착되면 미국은 레이저 공격을 가한다. B-747기 같은 대형기에 레이저 발사시설을 준비해놓았다가 RC-135 등이 표적을 잡아주면 쏘게 하는 것이다. 레이저 빔을 맞은 미사일이나 우주발사체는 폭발하는데, 이렇게 되면 파편과 낙진이 적국에 떨어져, 적국이 큰 피해를 보게 된다. 미국은 이를 ‘발사단계 요격’이라고 명명했다.

    MD는 저궤도위성과 정지위성 그리고 적절한 항공자산을 함께 운영해야 완성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저궤도 정찰위성과 조기경보용 정지위성은 떠 있는 고도만 다를 뿐 한 배를 탄 존재다. 우주개발과 항공은 한 배를 탄 운명임을 알 수 있다. 레이건 대통령 시절 미국이 소련을 상대로 MD의 전 단계인 ABM이라는 대(對)탄도탄 요격미사일을 소재로 한 경쟁인 ‘스타워즈’를 벌인 것은 이런 자산이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의 선진국들이 우주로 올라가는 To the Space를 하려고 애쓰고 있을 때 미국은 우주에서부터 지상을 향하는 우주전쟁인 From the Space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양한 우주정거장 활용

    위성의 활용은 군사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내친김에 특이한 저궤도위성에 대해 더 알아보기로 하자. 저궤도위성이 정지위성에 비해 반드시 작은 것은 아니다. 위성은 진공 상태에서 발사체가 밀어준 속도로 비행하는 것이라, 덩치가 커도 속도는 작은 것과 똑같이 낼 수 있다. 덩치 큰 저궤도위성의 대표가 우주정거장이다.

    우주정거장은 사람이 장기간 거주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우주는 중력이 작용하지 않기에 다양한 우주 실험을 해볼 수 있다. 대기가 없으니 태양을 비롯한 천체 관측도 용이하다. 심(深)우주라고 하는 더 먼 우주를 탐험하는 기지도 될 수 있다.

    지구에서 심우주를 탐험할 우주선(위성)을 쏘아 올리려면, 지구 인력을 이겨내는 것이 가장 큰 과제가 된다. 달에 사람을 착륙시켰다가 돌아오는 아폴로 사업을 하기 위해 미국이 만들었던 새턴-5 우주발사체의 총무게는 약 2800t이었다. 2800t짜리를 쏘아 올리려면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겠는가. 한국의 나로호도 140여 t의 무게를 갖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지상에서 우주발사체를 쏘는 데는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중력이 거의 없는 우주에서 쏜다면 이야기는 180도 달라진다. 우주는 마찰이 없는 완전 진공이라 살짝만 밀어줘도 무한히 날아가므로, 새턴-5 같은 거대한 발사체가 필요하지 않다. 우주정거장에서 발사체를 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우주왕복선 등을 이용해 부품을 조금씩 날라놓고 우주정거장에서 조립해 발사하면 된다. 조립을 하려면 작업자가 거주해야 한다. 따라서 우주정거장은 사람이 장기 거주하는 ‘우주숙소’ 혹은 ‘우주 호텔’ 구실도 한다.

    국제우주정거장(ISS)은 러시아와 미국이 중심이 돼 이렇게 만들어졌다. 국제우주정거장의 완성 시 무게는 무려 460t이다. 따라서 한 번에 띄워 올리지 못하고 부품으로 나눠 조금씩 올린 후, 레고 블록을 맞추듯 우주에서 조립해 만들어갔다. 저궤도위성은 초속 7.8km라는 놀라운 속도로 돌아가지만 같은 고도에서는 같은 속도로 돌아가니 그들끼리는 정지해 있는 상태가 된다. 따라서 추력기 등을 가동해 약간씩 떨어뜨려놓은 부품을 모아 우주정거장을 조립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수 있다. 우주에 떨어뜨려 놓은 부품을 결합하기 위해서는 도킹 기술이 필요한데, 미국과 소련은 1960년대에 이미 이 기술을 습득했다.

    초대형 우주정거장은 다용도로 쓰일 수 있다. 이곳에서 우주를 관찰한다면 아주 좋은 자료를 얻을 수 있다. 망원경을 거꾸로 돌려 지구를 본다면 초정밀 관측 자료를 얻을 수 있다. KH-12나 라크로스는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지구를 정찰하지만, 우주정거장은 사람이 머물며 조작할 수 있기에 더 정교한 정찰을 한다. 극단적으로는 우주에서 지상을 향해 무기를 쏠 수도 있는 것이다.

    큐브위성의 활용

    저궤도위성의 활용은 이것만이 아니다. 저궤도위성 한두 기로는 특정지역을 24시간 관찰할 수 없지만 많이 띄워놓으면 가능하다. 이러한 위성의 대표가 GPS 위성이다. GPS는 일반적인 저궤도위성보다는 높은 2만200km의 중고도에 떠 있다. 미국이 띄워놓은 GPS 위성은 24대인데, 늘 가동하는 것은 21대이고 3대는 예비용이다. 이렇게 많은 위성이 떠 있으니, 지구상에서는 어떤 곳에 있어도 늘 GPS 위성 5~8개를 접할 수 있다.

    GPS 위성은 지구 주위를 돌지만 자기 위치를 알고 있다. 이러한 위성 3개로부터 신호를 받는 사람은, 간단한 계산으로 자기가 있는 위치를 정확히 알아낼 수 있다. 5개 이상으로부터 신호를 받는다면 정확도는 더욱 높아진다. 이러한 GPS 위성 덕분에 ‘토마호크’를 비롯한 미국의 순항미사일은 표적 건물의 유리창을 뚫고 들어가는 정밀도를 보인다. 일반인은 민간 버전의 GPS 신호를 수신하지만, 미군은 암호처리한 군사용 GPS 신호를 받기에 초정밀 사격이 가능하다. GPS 위성은 저궤도위성도 여러 대 띄우면 전 지구를 24시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건조기에 일어나는 산불로 세계 여러 나라가 피해를 보고 있다. 산불은 바람을 타고 이동하기에 우주에서 살펴봐야 어디로 번질지 알 수 있다. 황사도 광범위한 지역에 피해를 주기에 우주에서 보지 않으면 윤곽을 잡기 어렵다. 산불과 황사는 정밀하게 관측할 필요까지는 없다. 정지 기상위성을 통해 관찰할 수도 있지만 이 위성은 기상 관측이라는 고유 임무를 해야 한다.

    산불과 황사는 해상도가 낮은 카메라를 실은 낮은 저궤도위성으로 충분히 추적할 수 있다. 저궤도위성은 2분 만에 한반도를 지나간다. 따라서 30여 대를 띄우면 그중 한 대는 항상 한반도의 직상공이나 그 옆을 지나가게 된다. 해상도가 낮은 카메라는 크기가 작으니 이를 실을 위성도 작게 제작한다. 항우연 설립 전인 1992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영국 서리대학의 도움을 받아 48.6kg 무게의 ‘우리별-1호’를 제작했다. 우리별-1호는 해상도 400m의 사진을 찍었는데, 이 정도의 사진이면 산불과 황사의 추세를 감시할 수 있다.

    지금은 전자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40여 kg의 위성에 더 좋은 카메라를 실을 수 있다. 작은 위성이 주목받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같은 성능을 가졌다면 위성은 작은 것이 좋다. 작아야 발사체도 작은 것을 사용해 발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목하 ‘작은 것이 좋은’ 시대다.

    항공우주학자들은 10~100kg의 작은 위성을 마이크로 위성이라고 했다(표 참조). 이 분류대로라면 우주정거장과 미국의 KH-12와 라크로스는 물론이고 한국의 아리랑-3호와 3A호, 5호는 대형 위성에 해당한다. 요즘의 대형 우주발사체는 1t이 넘는 대형 위성 두서너 개를 함께 싣고 가 지구 궤도에 올리므로, 마이크로 위성만 띄운다면 한꺼번에 40개 이상을 띄울 수 있다.

    ‘To the Space’에서 ‘From the Space’로
    전자산업의 발달로 소형화된 장비를 실은 마이크로급이나 그보다 작은 위성을 수십 개 띄울 수 있다면 굳이 많은 돈을 들여 높은 고도까지 올라가는 정지위성을 띄울 이유가 없다. 마이크로급 위성은 수십 개가 올라가니 한두 대가 고장 나도 애초 목적을 이루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그렇다면 저가의 마이크로 위성은 각광을 받을 수 있다. 기술은 끝없이 발전하므로 GPS 위성도 점점 작아질 수 있다. 언젠가 마이크로 위성 정도로 작아진다면 웬만한 나라들도 GPS 위성을 띄울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위성들에 통신장비를 탑재한다면 거대한 정지 통신위성을 올릴 필요가 없어진다. 통신장비를 탑재하고 저궤도에 올라간 수십 개의 위성으로 전 세계를 연결하는 무선통신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정지통신위성은 특정 지역의 무선통신망만 구성해주는데, 이 위성은 전 세계를 하나의 무선통신망으로 엮는다. 실제로 미군은 이러한 통신망을 구축해 전 세계를 네트워크로 엮어놓았다.

    우주개발에도 블루 오션 있다

    1999년 미국 연구진은 나노급 위성 급인 크기 10×10×10cm, 무게 1kg짜리를 특별히 만들어 ‘큐브 위성(Cube Sat)’이라고 명명했다. 앞으로는 큐브 위성을 저궤도에 올려 활용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에서처럼 나노 위성, 피코 위성, 마이크로 위성이 주목받는 시대가 열린다면, 한국은 후발국이지만 우주 개발에 적극 도전해 볼 만하다.

    위성의 활용법은 무궁무진하다. 위성 운영은 산업 영역으로 발전한 지 오래다. 위성 운영뿐만 아니라 위성을 올리는 발사체도 사업거리가 되었다.

    미국과 러시아 등 몇몇 나라는 일찌감치 국가 차원에서 위성을 제작하고 발사체를 만들었기에 이제는 쫓아갈 수 없는 우주 개발 강국이 되었다. 우주 개발은 미사일 개발과 직결되기에 이들은 후발국들의 진입로를 막아버렸다.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Missile Technology Control Regime)를 만들어 우주 개발 기술이 후발국으로 전수되는 것을 차단해버린 것.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파고들 공간이 있다. 우주 개발은 1950년대 미국과 소련에서 시작된 것이다. 한국의 기술이 뒤처졌다고 해도 50~60년 전 미국과 러시아가 한 것을 못할 리가 없다. 북한도 하고 있는데 말이다. 교과서에 나와 있는 기술에 새로 공부한 기술을 접목하면 선진국이 하고 있는 단계까지는 따라갈 수 있다. 미국과 러시아 프랑스 일본 중국 인도 등 우주 개발 선진국들은 대단한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그들도 그들이 할 수 있는 분야에만 치중하고 있다.

    우주는 시간과 공간이 합쳐진 광대한 영역이기에 발상만 바꾸면 선진국들이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무대를 찾아낼 수 있다. 선진국들이 손대지 않은 블루 오션이 있는 것이다. 이 공간을 찾아내 공략한다면 한국은 단기간에 우주강국이 될 수 있다. 우주개발의 블루 오션은 무엇인가. 우주의 블루오션을 찾는 방안을 다음 글에서 하나씩 설명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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