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호

트럼프 2.0 맞는 건설업계 속내는? ‘작은’ 기대 ‘큰’ 불안

[부동산 인사이드] 공사비 상승, 사업·수주 위축 전망… “불확실성 증폭”

  • 김미리내 비즈워치 기자 pannil@bizwatch.co.kr

    입력2025-01-04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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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달러, 무역장벽 확대로 원자잿값·공사비 상승 예상

    • 파리협정 탈퇴, 화석연료 회귀… 신재생에너지 축소 불가피

    • 美 시장 수주 감소 우려, 수주 ‘텃밭’ 중동 불안 여전

    • 러·우 전쟁 종식 시 ‘재건 사업’ 등 유럽 시장이 활로 될 수도

    2024년 11월 14일(현지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미국우선정책연구소(AFPI)’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연설하고 있다. [AP=뉴시스]

    2024년 11월 14일(현지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미국우선정책연구소(AFPI)’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연설하고 있다. [AP=뉴시스]

    2024년 11월 도널드 트럼프(공화당) 전 대통령이 미국 제47대 대통령에 당선했다. 4년 만의 백악관 재입성이다. 트럼프 정부 2기 출범을 앞두고 전 세계가 대응 전략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16년 당선 이후 “미국 우선(America First)!”을 강조하며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펼쳤던 그가 이번에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외치며 더 강력하게 돌아와서다. 상·하원을 비롯해 대법원까지 공화당이 장악하면서 1기에 비해 더 강한 자국 우선 정책 실현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건설업계는 트럼프 2기를 환영하고 있다. 부동산개발과 건설산업 비즈니스로 성공한 그가 긍정적 영향을 불러올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트럼프가 선거운동 때부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1조2000억 달러 규모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 법안(ILJA)’ 철회 의지를 밝힌 것도 한몫했다. 정부 주도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가 규제 완화와 함께 민간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봐서다. 세금 경감, 건설 규제 완화도 기대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국내 건설업계 사정은 다르다.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긴 하지만 우려가 더 크다. 보편 관세, 미·중 무역분쟁 재점화, 강달러, 원자잿값 상승, 화석연료 부활과 신재생에너지 사업 불확실성 확대, 첨단산업 지원 축소 및 대북정책까지 국내 건설업계뿐 아니라 경기 전반에 부정적이거나 불확실성을 던질 요인이 산적해서다.

    주택경기 부진과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축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 내년에도 건설 경기 부진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우려는 더 크다. 특히 국내 건설 경기 악화로 해외 수주와 친환경 에너지 등 신사업에 고삐를 죄던 대형 건설사들의 경우 고민이 더 깊다.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비롯해 중동 지역 수주 감소로 신사업 확대 전략에 제동이 걸릴 수 있어서다.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시 대규모 재건 사업 등 기대 요인도 일부 있다. ‘트럼프 2.0’을 맞이하는 국내 건설업계의 속내를 짚어봤다.

    이제 괜찮아지나 했는데… “공사비 다시 오를 것”

    2022년 러·우 전쟁 발발로 시작된 금리와 원자잿값 상승은 건설업계 전반에 수익성 악화를 불러왔다. 공사비가 크게 올라 수년간 수익성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다만 최근 원자잿값이 다소 안정화하고 공사비가 오르기 전인 2~3년 전 수주 물량을 털어내면서 2025년 하반기부터는 수익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다시금 공사비 상승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에 따라 환율 상승과 관세 보복 흐름이 전 세계로 확산할 경우 원자잿값 상승을 피하기 어려워서다. 트럼프 정부는 모든 수입품에 10~20%의 관세를 부여하는 보편적 관세정책을 예고했다. 상대국과 동일한 수입관세율을 부과하는 상호무역법도 강조했다. 중국에 추가 10% 관세를 예고한 데 이어, 주요 무역국인 멕시코와 캐나다에도 관세 25%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대미무역 흑자국인 우리나라도 이를 피해 가기 어려워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건설업계 전문가들은 환율 상승 영향이 공사비 상승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2024년 11월 8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트럼프 2기 정책에 따른 국내외 건설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철강 등 일부 수입 품목의 원가 상승과 국내 산업 전반의 수입 물가 상승으로 한국의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놨다. 엄근용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율 상승이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건설공사비 상승을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트럼프 당선이 확정된 2024년 11월 6일(현지 시간) 약 7개월 만에 1400원을 돌파했다. 이후 1410원대도 뚫리며 1400원대가 유지되는 ‘킹달러’ 고착화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수출 기업엔 호재인 소식이지만 수입 원자잿값 상승 부담은 커질 수 있다.

    더욱이 미국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 폭탄을 예고한 가운데, 중국이 관세가 아닌 공급망 타격 대응으로 나설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 중국 공급망을 이용하는 국내 기업들의 불확실성도 커진 상황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매달 발표하는 건설공사비지수는 2024년 10월 130.32를 기록했다. 2020년 100을 기준으로 봤을 때의 수치다. 2020년 대비 공사비가 30.32% 오른 것이다. 최근 원자잿값 상승세가 줄어들며 안정화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공사비는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여기에 상승 압력이 더해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이 자국 제품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금리인하, 약달러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론 약달러 기조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美 친환경 신사업·수주 위축 우려

    공사비 문제와 함께 건설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점은 해외와 친환경·신재생에너지 사업 분야 수주 규모 축소다. 최근 국내 주택사업 부진과 건설 경기 악화로 대형 건설사들이 일제히 해외와 신재생에너지 사업에서 활로를 찾고 있어서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확대와 탄소중립을 위한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추진 과제 등 건설업계의 친환경·신재생 에너지 사업 확대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024년 7월 루마니아 소형모듈원전(SMR) 프로젝트 기본설계에 참여하며 글로벌 SMR 시장 공략에 나섰다. SMR은 저탄소 에너지원인 원자력을 활용하는 기술로, 기존 대형 원전 대비 규모가 작으면서도 안전성이 높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현대건설도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그리드 산업으로 꼽히는 초고압직류송전선로 사업인 사우디 ‘리야드-쿠드미 송전선로 건설’ 수주에 성공하며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폐배터리 재활용, 그린수소, 해상풍력 등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사업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DL이앤씨도 SMR 기술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향후 그린수소 및 암모니아 생산 등 친환경 에너지 밸류체인을 구축해 신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엔지니어링도 태양광, 해상풍력, SMR, 수소 등 신사업 부문 확대에 나섰다.

    이 같은 건설사들의 행보는 바이든 행정부의 탈탄소, 재생에너지 확대, 친환경 사업 육성안을 담은 ‘그린뉴딜’ 정책과 맞물리며 탄력이 붙었다. 실제 SK에코플랜트, 현대건설은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PIS펀드(플랜트·인프라·스마트시티 펀드) 등과 팀을 꾸려 2023년 6000억 원 규모 미국 초대형 태양광 사업 개발 및 수주에 성공했다.

    삼성물산은 2024년 11월 한국전력, 동서발전과 함께 미국 괌 전력청이 발주한 에너지저장장치(ESS) 연계 태양광발전소 건설·운영 계약을 수주했다. 132㎿ 규모의 태양광 설비와 842㎿ 4시간용(326㎿h) 에너지스토리지(BESS)를 연계한 발전소를 2027년까지 건설, 생산된 전력을 괌 전력청에 판매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트럼프 2기를 앞두고 이러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트럼프는 바이든 정부의 환경정책(그린뉴딜)을 “녹색 신종 사기”라고 지적하며 화석연료 사용 확대와 신재생에너지 지원 축소를 예고했다. 취임 즉시 기후에너지 관련 행정명령과 ‘파리협정’ 탈퇴도 예고한 상황이다.

    건설업계는 사업을 확대해 오던 미국형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불확실성이 커진 데 대해 불안한 시선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2024년 3분기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 규모는 211억1000만 달러, 이 가운데 미국 수주는 전체의 12.3%(26억 달러) 수준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 신규 사업 수주가 줄어들 수 있어 우려되는 점이 있다”고 전망했다. KIND 관계자는 “텍사스 태양광 사업은 이미 승인된 사업으로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앞으론 PPA(전력판매계약) 등 장기간 수익이 날 수 있는 안정적 계약 위주로 신규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낙관적 전망도 있다. 트럼프는 1기 때도 화석연료 생산·활용 장려, 기후변화 정책과 신재생 에너지 개발에 불리한 공약을 제시했었다. 그러나 오히려 당시 미국의 신재생 발전설비는 연평균 7.2% 성장률을 보였다. 바이든(9.8%) 행정부와 비교하면 소폭 낮지만, 오바마(7.2%) 정부와 비슷한 수준이다. 풍력발전용량(연평균 9.8% 성장)에서는 바이든 정부 성장률(6.9%)을 뛰어넘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방향성이 신재생 발전의 증가 추이를 꺾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며 “신재생에너지 공급은 정권 성격과 관계없이 꾸준히 성장해 왔고, 확장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동 시장도 불안, 유럽이 기회 될 수도

    최대 수주 텃밭인 중동 시장 불안도 변수다. 2024년 11월 27일 미국, 프랑스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휴전 합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60일간의 임시 휴전인 데다, 휴전 과정에서도 산발적 공격이 지속돼 ‘반쪽짜리 휴전’이란 지적이 나온다. 확전 불씨가 남아 있어, 건설업계의 우려도 여전한 상황이다.

    엄 연구위원은 “트럼프의 이스라엘 친화적 중동 강경책은 중동 시장 규모가 큰 우리나라 해외 건설 수주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중동 긴장도가 커지면 중동 국가의 신규 발주 감소와 프로젝트 지연 등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24년 10월까지 건설사들이 중동에서 수주한 규모는 151억9246만 달러에 달한다. 2위인 아시아 시장(50억8810만 달러)과 비교해 3배 이상 많아 “제2의 중동 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나마 러·우 전쟁 종식 시 유럽 시장이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규모는 4863억 달러로 추산된다. 재건이 본격화할 경우 국내 건설사들의 수혜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또한 이를 토대로 그동안 부진했던 유럽 시장의 진출 확대 가능성도 점쳐진다.

    2023년 9월 국토교통부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참여를 위해 민관 합동 재건협력대표단을 구성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한 바 있다. 교통·스마트시티·공항현대화·하수처리시설·철도노선 고속화 등 우크라이나 정부와 6대 프로젝트 추진 계획을 발표하며 재건 사업 수주 길을 넓혔다.

    이렇듯 대외 환경이 복잡해지는 가운데, 건설사들은 아직 전략 수정 등을 논하기엔 이르다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시장 상황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업계 전문가는 “트럼프 2.0은 건설업계를 비롯해 우리 경제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면서 “다만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부분이 있어 실제 트럼프 정부의 행정명령이 어떻게 이뤄질지에 따라 미래 먹거리 전략 방향에 대한 수정 전략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과 미국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방향을 선제적으로 모색해 제시하는 등 적극적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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