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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가족의 미래 가장 잘 아는 보험, 은행·투신 제치고 최후의 승자 될 것”

“나와 가족의 미래 가장 잘 아는 보험, 은행·투신 제치고 최후의 승자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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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가족의 미래 가장 잘 아는 보험, 은행·투신 제치고 최후의 승자 될 것”

윤병철 전 우리금융지주회사 회장

보험사와 은행은 서로 영역을 넓히기 위해 어쩌면 끝나지 않을지도 모를 지루한 싸움을 벌여야 할 운명에 놓여 있다. 보험상품을 만들 뿐 아니라 보험금 결산까지 해주는 보험계리사 1호이자 삼성생명 이사를 지낸 서병남 인스밸리 사장은 “보험업은 원래 리스크(위험)를 관리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지금은 장기자금을 관리하는 분야까지 영역이 넓어졌다”고 말한다. 물론 손해보험은 예상치 못한 사고에 대비한 위험 관리가 가장 중요한 영역이지만, 생명보험은 10년 이상 장기자금을 관리하는 쪽으로 업무의 핵심영역이 이동한다는 것이 서 사장의 예측이다. 이는 최근 들어 보험업계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최근 들어 인기를 끌고 있는 변액보험 상품을 들여다보면 서 사장의 예측이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변액보험은 보험과 은행의 기능을 합친 퓨전 형태의 보험이다. 즉 보험과 투자신탁 그리고 예금을 결합시켜 고객의 자금을 불려주기 위해 디자인된 상품이 바로 변액보험 상품인 것. 물론 변액보험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이는 고객의 책임이다. 고객과 상의해서 투자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변액보험은 투자에 대한 위험을 고객과 보험사가 분담하면서 투자 이익금을 나눠 갖는 형태를 띈다.

서병남 사장은 “은행이나 투신상품은 삼각형이고, 보험상품은 사각형”이라는 흥미로운 비유를 들었다. 예컨대 만기 때 1억원을 받는 상품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은행에서 팔든, 보험사에서 팔든 10년 뒤에 1억원을 받는다는 점에서는 같은 상품이다. 다른 점은 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1년만 돈을 내고 사망한다고 해도 1억원을 받지만 은행이나 투신사의 금융상품은 10년간 꾸준히 돈을 투자해야만 이자가 불어나면서 1억원 고지에 올라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은행이나 투신의 금융상품이 삼각형 구조라면, 보험상품은 10년 안에 어느 때든 사망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 언제든 1억원을 탈 수 있다(물론 돈을 받는 사람은 살아 있는 가족이겠지만)는 측면에서 사각형 구조라는 얘기다.

이 같은 상품을 팔기 위해서는 보험사 직원이 은행과 투신업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점에서도 금융회사 융합현상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윤병철 회장이 지적한 것처럼 앞으로 금융회사의 생존 여부는 고객의 개인 자산을 누가 더 잘 관리해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개인자산관리 시장에서 1인자가 되지 못하는 금융회사는 도태되고 만다는 이야기다. 윤 회장은 은행업을 ‘돈 심부름’이라고 정의한다. 돈을 갖고 있는 고객과 돈이 필요한 고객 사이에서 돈을 빌려주고 이자와 원금을 받아주는 것이 은행원의 역할 중 핵심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은행원은 돈 심부름꾼인 셈이다.



윤 회장은 1985년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 사장 시절, 금융업의 목표를 직원들과 공유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돈 심부름을 정확하게 하는 금융업의 기본원리를 사장과 직원이 공유하도록 했다. 윤 회장은 “기본원리를 공유하는 것보다 기업에 더 큰 힘이 되는 것이 없다”고 말한다.

하나은행은 은행가에서 이단아 취급을 받던 곳이다. 그러나 원래 은행이 아니라 단자회사(단기로 자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던 금융회사. 지금은 은행에 흡수돼 자취를 감췄다)로 출발한 때문인지 은행 특유의 보수적인 태도보다는 제조업체처럼 유연한 사고를 갖춰 금융권 관계자와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나은행은 일개 단자회사로 출발, 은행으로 업종을 넓히더니 대형 은행들과 경쟁하는가 하면, 지난해에는 서울은행을 인수해 외국인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이러한 저력을 확인한 외국인들이 하나은행의 지분을 대량 매입해 지난해 가장 높은 주가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윤 회장은 하나은행의 기틀을 잡은 금융인으로 평가받는다. 이런 경험을 인정받아 우리금융지주회사의 초대 회장으로 영입되었다. 지금도 금융전문가를 길러내기 위해 재무설계사협회 회장을 맡는 등 현장에서 활발하게 뛰고 있다. 하나은행의 성장과정을 보면 윤 회장이 은행업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앞으로 은행의 운명이 어떻게 바뀌게 될 것인지를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다.

윤 회장의 역사관에 따르면 “결국 사회는 일정한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한다. 그 방향은 자유화다. 윤 회장은 “세상의 흐름을 짚는 데 자신감을 갖는다면 분명 앞서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지금 성업중인 것들은 곧 없어질 것”이라고 단언한다. 하나은행의 전신인 단자회사가 좋은 예다.

과거 정부가 특정 회사에게만 단자영업을 허용하던 시절, 단자회사는 그야말로 잘나가던 업종이었다. 1980년대 상과대학에서 공부깨나 했던 사람들의 취업 희망 1순위가 바로 단자회사였다. 돈을 잘 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유화의 추세를 감안한다면 단자회사란 영업형태는 한시적인 것이다. 언젠가는 규제가 풀려 단자영업을 할 수 있는 곳이 늘어나고, 그렇게 되면 단자영업만 해온 금융기관은 도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윤 회장이 이끌던 한국투자금융 역시 마찬가지 운명이었다.

“내가 만약 사장이라면”

윤 회장은 한국투자금융 사장 시절, 은행으로 업종을 전환할 것을 결심한다. 지금이야 이를 당연한 결정으로 받아들이지만, 시계를 20년 전으로 돌려놓고 생각해보면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돈 잘 버는 업종을 버리기도 어려운 일이지만, 은행업으로 전환하는 길이 막힌 상황에서 업종 전환은 한 개인의 상상력으로만 치부됐을 법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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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허 헌 자유기고가 parkers4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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