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년 1월 허태학(許泰鶴·61) 사장이 취임하면서 변모한 서산공장의 풍경이다. 허 사장의 환경 마인드는 회사에 ‘녹색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2000년 12월말 삼성석유화학이 삼성종합화학(현 삼성토탈)으로부터 인수한 서산사업장은 에너지 효율이 턱없이 낮은 침체된 공장의 전형이었다.
그러나 허 사장이 주도한 ‘녹색사업장 만들기 운동’이 이곳에 활기를 불어넣기 시작했다. 잿빛 건물은 화사한 오렌지색 옷을 입었고, 공장 녹지율은 2003년 2%에서 2005년 40%를 훌쩍 넘어섰다. 적막함이 감돌던 이곳에 지금은 까치가 둥지를 틀고, 맑은 물이 흐른다.
유원지 수준이던 용인자연농원을 세계 5대 테마파크인 에버랜드로 키운 ‘조경 전문가’, 호텔신라를 키워온 ‘서비스 전도사’…. 삼성그룹 서비스 문화의 산실인 호텔신라와 삼성에버랜드에 33년간 몸담았던 허 사장은 이제 제조업체인 삼성석유화학에서 새로운 사풍(社風)을 일궈내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초 매출액 1조원 돌파와 세계 3위 고순도 테레프탈산(PTA) 생산기업 진입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한 것. 그러나 그의 경영이 주목받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모든 사업장을 친환경 녹지공간으로 변모시킨 ‘그린 마케팅’이다.
에너지 프로젝트 3단계
5월11일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석유화학 접견실에서 허태학 사장을 만났다. 전날까지 서산·울산 공장을 시찰하고 돌아온 그이지만, 피곤한 기색을 전혀 엿볼 수 없었다. 그는 “환경과 우리 국토를 살리는 일은 나의 사명”이라고 했다.
-삼성석유화학이 ‘친환경기업’의 선구자로 꼽힌다고 들었습니다.
“흔히 석유화학업체라고 하면 머리가 아플 정도의 약품 냄새와 폐수부터 떠올립니다. 하지만 실제로 사업장을 방문해보면 의외로 깨끗한 시설에 놀라실 겁니다. 제가 부임하기 전부터 삼성석유화학은 ‘친환경 경영’의 역사를 갖고 있었죠. 1995년 울산사업장이 국내 최초로 환경친화기업으로 지정됐고, 2003년엔 녹색에너지 우수 기업으로 선정됐습니다. 지난해 11월엔 서산사업장이 환경친화기업으로 지정됐고요. 울산과 서산의 사업장이 모두 환경친화기업으로 선정된 것이죠. 지속적으로 환경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사업장이 자리잡은 울산과 서산지역의 환경 개선에 꾸준히 노력한 결과가 아닌가 싶네요.”
-삼성석유화학이 중점적으로 생산하는 화학섬유 원료인 PTA 생산공정에서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하는 온실가스(이산화탄소, 프레온가스 등)가 배출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울산사업장의 경우 1998년 19만7000t의 온실가스를 배출했지만, 지난해는 18만8000t을 배출해 4.6% 줄어들었습니다. 2010년엔 10% 정도 감축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에 만전을 기할 생각입니다. 우리와 합작하고 있는 영국의 에너지 기업 BP와 정보를 교류해 배출량 절감을 위한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고요.
에너지 효율화정책의 일환으로 에너지 프로젝트도 단계별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전기 에너지 절감을 위한 공정설비 조정, 전용 공기압축기 설치, 공정에서 발생하는 가스 재활용이 바로 연료 사용 절감을 위한 ‘에너지 프로젝트 3단계’입니다.”
-폐수처리는 어떻게 합니까.
“서산사업장에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죠. 미생물로 폐수에 메탄가스를 발생시켜 공정의 연료로 사용하는 설비를 설치했습니다. 이렇듯 연료를 절감하는 환경기술을 적용하는 데 약 80억원을 투자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