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추리얼리즘(maturialism)’이란 말이 있다. 중년층이 자신의 삶을 가꾸는 데 필요한 상품을 적극적으로 찾는 소비 패턴을 의미한다. 2006년에 주목해야 할 트렌드 용어 중 하나다. 40대 이상이 건강과 외모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웰루킹(well-looking)’ 서비스업의 시장 규모도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패션 및 화장품 업계, 성형외과, 셀프 다이어트방, 모발관리실, 피부관리 전문점, 네일숍, 요가방 등은 젊게 보이고 싶고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중장년층을 주요 고객층으로 삼아 적절한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다.
2005년 패션계의 기린아가 된 ‘크로커다일 레이디’는 중년 여성의 웰루킹 심리를 공략해 성공한 대표적 사례다. 이는 40대 이상 여성을 주 소비층으로 하는 저가 캐주얼 의류 브랜드였으나 톱스타 송윤아를 모델로 내세우며 한층 젊고 세련된 이미지로 ‘트레이딩 업(trading-up)’해 매출과 수익성 성장률에서 업계 최고의 성과를 거뒀다. 젊게 보이려는 중년 여성의 욕구를 잘 끌어안은 덕분이다.
‘크로커다일’의 영향으로 여러 패션 업체가 속속 유사한 전략을 펼치며 새 브랜드를 론칭하거나 기존 브랜드의 마케팅 방법을 전환하고 있다. 2006년엔 중년 여성복 시장도 이른바 ‘레드오션’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지만 다른 소비재 시장에 비해서는 아직도 충분히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중년층은 자아실현 욕구의 일환으로 자신이 애용하는 상품을 스스로 만들어보고 싶어한다. 이러한 욕구를 반영한 상품들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프랑스 가정용품 회사인 세브(SEB)가 하이네켄과 제휴해 선보인 가정용 맥주 제조기 ‘비어 텐더(Beer Tender)’가 그런 예다. 맥주를 직접 만들어 가족과 함께 즐기고, 손님을 접대하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준 이 제품은 중년 남성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또한 독일의 지멘스는 버튼 조작만으로 전문가 수준의 다림질을 할 수 있는 가정용 고급 다리미 ‘드레스맨(Dressman)’을 출시해 주목받고 있다.
중년에게 스스로 무언가를 새롭게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고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이러한 상품들은 실패를 맛보지 않을 만큼 쉽게, 유용한 무엇인가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신선한 아이디어와 기획력이 뒷받침된다면 앞으로도 꾸준히 히트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급진적으로 표현되는 중년층의 문화 향유 욕구는 곧 중년의 자기만족 기준이 변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과거에 부와 명예, 자녀의 성공이 행복의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좀더 여유롭게 문화생활을 즐기고 부부가 데이트도 하면서 감성적인 풍요로움을 느끼는 것이 행복의 조건이 되고 있다. 이러한 자기만족 기준의 변화와 주5일 근무제, 기업 접대비 제한 등의 영향으로 중장년층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폭넓은 문화상품도 ‘대박 상품’으로 부각될 듯하다.
중년층은 새로운 상품을 끊임없이 갈망하고 있다. 영화든 패션이든 휴대전화든, 젊은 소비자를 겨냥한 레드오션에서 벗어나 중장년층의 새로운 욕구가 흘러넘치는 블루오션을 찾아나설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