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안산시 시화호에 늘어선 송전탑 뒤로 여명이 붉게 빛나고 있다.
1월 10일 서울 삼성동 전력거래소 위기대응 훈련장. 한 직원이 고장 보고를 전달했다. 한파에 따른 전력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해 예비전력이 140만kW까지 추락했다. 민방위 재난경보 사이렌이 울리고 재난방송이 시작됐다. 2011년 9·15 정전사태와 같은 위기가 닥쳤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실시된 훈련 상황이다.
훈련 하루 전(1월 9일) 지식경제부는 1월 14일부터 전기요금을 평균 4.0% 올린다고 밝혔다. 오피스 상가 등에서 쓰는 일반용 요금 인상률이 4.5%로 가장 높고, 산업용(4.4%), 교육용(3.5%), 농사용 순으로 인상률이 높았다. 주택용 전기요금 인상률은 2.0%. 요금 인상 명분은 전력 수급 안정이다. 정부는 이번 요금 인상으로 전력수요가 최대 75만kW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전력 수급 사정이 아슬아슬하다. 발전량보다 소비량이 더 많아 블랙아웃(대규모 동시 정전) 상황이 발생하면 전기가 다시 들어올 때까지 국가 및 산업 기능의 상당 부분이 마비된다. 일부 산업시설은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는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에서 이렇듯 전력 수급을 걱정하는 일이 벌어지는 까닭은 뭘까. 2월 25일 출범할 박근혜 정부는 전력산업 정책을 어떻게 손봐야 할까.
기형적 전력산업 구조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기에 앞서 한국 전력산업의 현주소를 들여다보자.
정부는 1999년 전력산업 구조 개편에 나섰다. 독점 전력회사인 한전의 분할 및 민영화가 골자였다. 한전의 발전부문을 6개 회사로 나누고 전력거래소를 설치하는 1단계 구조 개편을 2001년 4월 완료했다.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동서발전, 한국중부발전 등 6개사가 한전 자회사 형태로 출범했다. 한전 자회사 중 민간에 매각된 곳은 지금껏 없다. 배전부문도 지역별로 분할한 뒤 민영화할 방침이었으나 사회적 합의에 따라 중단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