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라스베이거스 야경. 화려한 조명의 건물이 늘어선 거리가 카지노호텔이 밀집한 ‘스트립’이다.
가장 적극적인 지자체는 인천국제공항을 끼고 있는 인천. 영종도에선 파라다이스 세가사미 합작회사가 지난해 11월 복합리조트 공사를 시작했고, 올 하반기엔 리포&시저스(LOCZ)가 착공 예정이다. 이미 허가를 받은 이 두 곳 외에도 인천시는 홍콩의 주대복(周大福·CTF)그룹, 한국관광공사 자회사인 그랜드레저코리아가 각각 투자자로 참여하는 복합리조트 건설을 신청할 계획이다.
경남은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에 복합리조트를 유치하기 위해 홍준표 경남지사가 직접 나섰다. 홍 지사는 지난 3월 미국 LA에서 폭스사(社) 경영진을 만나 복합리조트 공모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전남은 여수 경도해양관광단지에 유치하려고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 편입을 추진 중이다. 충북은 KTX 오송 역세권과 청주국제공항 인근의 오창 등을 염두에 두고 투자자 유치에 나섰다. 투자자 확보가 여의치 않을 경우 관광 중심의 복합리조트 사업을 추진한다는 ‘플랜 B’도 마련했다. 전북은 새만금 지역을 복합리조트 후보지로 검토 중이고, 한국수자원공사는 경기 화성시 420만㎢ 부지에 복합리조트 조성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벨라지오 호텔의 음악분수.
이런 가운데 미국 라스베이거스 샌즈 코퍼레이션(샌즈그룹)은 지난 2월 부산항(북항) 재개발 1단계 부지에 최대 5조 원을 투입해 세계적인 복합리조트를 짓겠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투자가 성사될 경우 생산 7조6000억 원, 소득 1조1000억 원, 부가가치 3조5000억 원, 고용 5만3000명 등의 유발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한다. 싱가포르 복합리조트를 근거로 추정한 세수(稅收) 유발효과도 3893억 원에 달한다. 신발, 섬유, 기계산업 사양화로 인해 소비도시화한 부산엔 반가운 제안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부산시와 샌즈그룹은 정부의 ‘1조 원대 복합리조트’ 건설사업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샌즈그룹의 투자 전제조건이 ‘내국인 카지노 출입 허용(오픈 카지노)’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올해 초 발표한 복합리조트 사업엔 외국인 전용 카지노만 포함돼 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내국인 카지노 출입 허용을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 국민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며 ‘또 다른 성격’의 복합리조트 유치에 나선 상황이다. 미국 대형 복합리조트 업체의 한국 에이전시인 A씨는 이렇게 설명한다.
“라스베이거스나 마카오처럼 대형 복합리조트 단지를 조성해 황금산업으로 키우려면 1조 원대 호텔 건물 한 동으로는 불가능하다. 한 지역에 최소 3~5동 이상을 지어 ‘복합리조트 타운’을 건설해야 많은 관광객이 찾아온다. 대형 아웃렛에 여러 업체가 입점해 쇼핑객을 끌어들이듯, 관광객들도 (카지노) 게임, 쇼핑, 공연·경기관람 등을 다양하게 즐기고 싶어 한다. 오픈 카지노가 허용되면 샌즈그룹뿐 아니라 라스베이거스의 다른 대형 카지노 그룹들도 한국에 투자할 계획이다.”
정부는 오픈 카지노 허용에 대해 “검토하지 않았다”며 선을 긋는다. 현행법은 오픈 카지노를 2025년까지 폐광(廢鑛) 지역에만 개설할 수 있도록 했다. 카지노 게임을 도박으로 보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오픈 카지노 허용 주장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로 여겨진다. 그런 상황에서 서병수 시장이 ‘총대’를 메고 나선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3월 ‘복합리조트의 전략적 유치를 위한 제언’ 보고서에서 “내외국인 모두 카지노를 이용할 수 있도록 오픈 카지노 제도를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복합리조트 유치로 싱가포르 관광·오락 수입은 4년 새 27배 증가(2009년 약 170억 원→2013년 약 4조4000억 원)한 만큼 한국도 마이스(MICE · 회의, 인센티브관광, 컨벤션, 전시회)산업 육성을 위해 싱가포르의 사례를 배워야 한다. 유명 복합리조트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내려면 오픈 카지노 정책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라스베이거스는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왼쪽부터 길거리 공연, 베네시안 호텔의 곤돌라, 벨라지오 호텔의 오(O)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