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호

中 공안과 합동조사단 작년 70억 원어치 압수

‘짝퉁 부품과의 전쟁’ 나선 현대모비스

  • 김지은 객원기자 | likepoolggot@empal.com

    입력2015-06-24 10: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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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이 중국산 모조 부품으로 골머리를 앓는다. 지난해 1만7500대를 리콜한 고급차 애스턴 마틴을 비롯해 메르세데스 벤츠, BMW, 아우디 등 내로라하는 명차들이 모조 부품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한국 자동차 브랜드도 예외는 아니다. 현대모비스는 모조품 유통을 근절하기 위해 중국 당국과 합동조사를 펼쳐 지난해에만 86개 모조 부품 생산업체를 적발했다.
    中 공안과 합동조사단 작년 70억 원어치 압수
    지난해 현대모비스와 중국 공안 합동조사단이 적발한 모조 부품업체 86개 사의 매출 규모는 모두 합쳐 연간 4000만 달러(약 443억 원). 현대모비스는 이들을 적발해 총 620만 달러(약 68억 원)에 달하는 모조품을 압수, 전량 폐기 처분했다.

    하지만 해마다 단속에 나서는데도 모조품 유통은 끊이지 않고 있다. 중국 내수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최근 한국 완성차에 대한 중국 시장의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완성차 수요의 증가는 당연히 부품 수요 증가로 이어진다. 자동차 부품은 안전과 직결되는 것인 만큼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완성차 업체는 물론 중국 당국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대담한 짝퉁 수법

    中 공안과 합동조사단 작년 70억 원어치 압수
    모조 부품업체들의 수법은 날로 대담해진다. 시골 농가나 아파트 등을 공장으로 개조하는가 하면, 평범한 부품 판매점처럼 꾸민 건물 내부에 비밀 통로를 설치해 가짜 자동차 부품 창고를 마련하기도 한다. 부품의 종류도 와이퍼, 오일필터, 패드와 같은 소모품에서부터 안전과 직결되는 범퍼, 핸들, 에어백, 라디에이터 그릴, 휠에 이르기까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창고에 가득 쌓인 제품에는 순정부품 스티커도 버젓이 부착돼 있다. 로고까지 정교하게 만들어 사용하는 것. 현대모비스는 중국 내 현대·기아차의 모조 부품 시장규모가 2억20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모조 부품은 검증되지 않은 제조사가 저가의 재료와 부품을 사용해 만든 것으로, 주로 공업사 등을 통해 완성차의 수리나 소모품 교체 때 사용된다. 안전성과 내구성 검사 과정을 거치지 않아 위험성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크지만, 외형은 순정부품과 거의 같아 일반인은 물론 전문가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조금 다른 사례이긴 하지만, 완성차에 모조 부품이 사용된 경우도 있다. 영국의 럭셔리 스포츠카 브랜드 애스턴 마틴(Aston Martin)은 지난해 협력사 중 한 곳인 중국의 선전 커샹(Shenzhen Kexiang Mould Tool)에서 가짜 듀폰 플라스틱을 사용한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납품한 사실을 발견하고 2007년 이후 판매분 전량을 리콜하기로 결정했다. 주행 도중 액셀러레이터 페달의 지렛대가 부서질 경우 가속은 물론 속도 유지도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순정부품은 완성차의 초기 설계 단계에 함께 만들어져 해당 자동차에 최적화하도록 각종 시험을 거친 것”이라면서 “모조품은 외형만 순정부품을 따라 했을 뿐 기능조차 보장할 수 없는 경우도 많아 사고의 주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칫 대형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지만, 사고가 발생한 후에는 사고 원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파손된 부품의 진품 여부를 밝혀내기 어려워 사전에 모조품 사용을 단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디자인권 보호 ‘경고등’

    中 공안과 합동조사단 작년 70억 원어치 압수

    현대모비스 톈진공장. 현대모비스는 곧 정품 인증 시스템을 갖출 예정이다.



    현대모비스는 매년 중국 쓰촨성, 광둥성, 장쑤성 등 총 17개 지역에서 현지 공안 당국과 공조해 단속 조사를 펼친다. 짝퉁 부품의 최대 생산지로 지목된 곳은 중국 동부 연안 지역. 이곳에서 생산된 모조품들은 순정부품 대비 30~50% 저렴한 가격으로 중국 전역에서 유통된다. 최근에는 주요 항구도시와 국경도시를 경유해 해외로도 수출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약 2억 원 상당의 현대·기아차 짝퉁부품이 부산항을 거쳐 콜롬비아로 이송되려다 적발돼 전량 압수된 바 있다.

    지난 1월에는 메르세데스 벤츠를 비롯해 BMW, 아우디 등 유명 수입차 브랜드의 상표를 부착한 타이어 휠 모조품을 중국과 대만에서 수입해 타이어 업체 등에 유통한 일당이 구속되는 사건도 있었다. 이들은 유명 수입차 타이어의 정품 휠 4개 1세트의 가격이 600만~700만 원의 고가인 점을 악용해 1세트에 50만 원 정도의 저가 모조 휠을 수입, 60만~70만 원에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중 일부는 자신이 운영하는 타이어 업체에서 직접 모조품을 판매해 1억여 원의 이윤을 남긴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 피해가 늘수록 국내 산업계 전반의 경쟁력이 덩달아 악화하는 것은 당연지사. 모조 부품이나 유사품 사용으로 인한 고장은 원 제조사의 브랜드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유사·모조품은 제품 개발과 마케팅 등에 소요된 원 제조사의 투자비용과 노력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해외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가는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에도 커다란 타격을 입힌다. 이 때문에 자동차업계뿐만 아니라 IT와 전자업계 등에서도 자사 제품에 대한 디자인권 보호가 주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2011년 미국 애플과 삼성의 디자인 특허 소송전을 기점으로 디자인 권리에 관한 각 기업과 국가의 경계가 강화되는 추세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유사품에 대한 법적 기준이 현재까지 명확히 수립되지 않아 단속에 어려움이 크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더욱이 중국 내수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점을 감안할 때 불법 유통 경로를 통해 시중에 판매되는 모조품과 유사품의 규모 또한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산 부품마다 QR코드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중국 현지에서 지속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모조 부품과 유사품의 유통을 완벽히 근절하기에는 힘든 상황”이라며 “소비자 스스로 시세와 비교해 가격이 현저하게 차이 나는 부품이라면 일단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검증된 대리점에서 순정부품을 증명하는 입체 홀로그램 등을 꼼꼼히 살펴보라”고 강조했다.

    현대모비스는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 현지에서 생산되는 부품에 대해 고유 QR코드를 부여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이다. 각 제품에 고유 QR코드를 부여해 전용 애플리케이션으로 정품 여부를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소비자는 각 판매처에서 전용 앱으로 QR코드를 스캔해 정품 여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정품 등록이 가능한 것은 물론, 모조품일 경우 현장에서 바로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를 위해 현대모비스는 정품 인증 시스템과 서버 구축을 올 상반기 중 완료하고 시범 운영을 거쳐 하반기에 정식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현대모비스는 새롭게 도입될 시스템이 모조품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크게 줄일것으로 기대한다. 현대모비스 측은 중국에서의 시범 운영 후 실효성 여부에 따라 다른 국가로도 이 시스템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완성차 업체들 중에는 애스턴 마틴 사태 이후 완성차에 대한 신뢰도마저 하락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중국 현지에서 소비되는 부품조차 아예 중국산을 사용하지 않는 곳도 있다.

    도요타는 중국에서 생산되는 물량에도 순수 중국산 부품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일본에서 부품을 들여가거나 중국 내 외국계 기업으로부터 조달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닛산은 중국산 부품을 쓰는 대신 자사 엔지니어를 부품 생산공장에 정기적으로 파견해 품질을 점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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