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호

창간 88주년 특별기획

스타트업의 요람 혁신금융

아이디어 투자가 ‘일류 창업국가’ 만든다

  •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입력2019-10-18 14: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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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3월 21일 서울 중구 IBK 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혁신금융 비전선포식에서 금융지주 대표, 기업 대표들과 함께 ‘기업과 금융이 함께 간다’는 의미로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문재인 대통령이 3월 21일 서울 중구 IBK 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혁신금융 비전선포식에서 금융지주 대표, 기업 대표들과 함께 ‘기업과 금융이 함께 간다’는 의미로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흔히 ‘기술이 있어야 혁신기업을 일굴 수 있다’고 한다. 기술의 씨앗은 아이디어다. 특허출원에 만족하는 사람이라면 그는 발명가다. 기술과 아이디어를 무기 삼아 시장에 뛰어드는 순간 그는 사업가다. 이정동 청와대 경제과학특별보좌관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아이디어를 사업화 단계로 키워가는 과정을 ‘스케일업(scale up)’이라 했다. 

    스케일업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스타트업이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넘지 못한 채 고꾸라졌다. 스타트업이어서 자금이 필요하지만, 스타트업이라는 이유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사업화에 성공하더라도 초기 자금이 바닥나 창업 3~4년 만에 폐업하는 스타트업도 부지기수다. 한국에서 유니콘(unicorn·기업가치가 1조 원을 넘는 스타트업)이 좀체 탄생하지 못하는 데는 이와 같은 이유도 있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변화의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만한 행사가 지난 3월 21일 서울 중구 IBK 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혁신금융 비전선포식’이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금융이 아이디어의 가치를 인정해주어야 한다. 혁신금융이 창업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맥”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금융이라는 동맥이 잘 뚫려 있어야 혁신의 심장이 쉬지 않고 고동칠 수 있다. 정부는 과거의 금융 관행을 벗어나 미래 기술혁신을 선도하는 ‘혁신금융’을 강력하게 추진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여당도 지원부대로 나선 모양새다. 경제·금융통인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경제부총리)은 6월 26일 ‘주간동아’ 인터뷰에서 “우리 금융의 기업대출 규모는 전체 대출의 50%에도 미치지 못한다. 기업으로 가지 않은 자금이 대부분 부동산 담보대출로 채워져 집값만 크게 올렸다”며 “이 자금의 일부가 기술혁신형 벤처기업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혁신의 플랫폼

    정부·여당이 계기를 제공한 모양새지만 금융계도 문제의식은 공유하고 있다. 부동산 담보에 의지하는 보수적인 대출 관행으로는 저성장 시대에 생존 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다는 위기감 탓이다. 그래서인지 ‘혁신금융 비전선포식’에는 은행, 증권사, 자산운용사, 벤처캐피털(VC) 등 업계 종사자 등이 대거 참석했다. 가시적인 움직임도 엿보인다.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그룹, NH농협지주 등 5대 금융지주사는 4~6월 사이 혁신금융 전담조직을 신설했다. 이들 기업이 혁신금융 지원을 위해 조성하는 자금의 규모는 도합 200조 원에 육박한다. 중소기업 지원에 특화한 IBK기업은행도 혁신금융 관련 펀드를 조성하고 혁신기업 육성 플랫폼을 꾸렸다. 

    지방 금융지주사도 각자의 색채로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BNK금융지주는 올해를 포함해 3년간 부산·울산·경남 지역 혁신 성장 기업에 21조 원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DGB금융그룹은 핀테크 기업들이 아이디어를 상용화할 수 있도록 사업성 검토, 법률 상담, 자금 조달 등을 지원하는 전담 조직을 꾸렸다.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들(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카드)은 삼성벤처투자와 공동으로 우수 스타트업 발굴에 나섰다. 우수 스타트업에는 900억 원 규모 전략 펀드를 통한 투자 검토가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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