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호

“빅테크와 경쟁은 이제 시작”…‘KB스타뱅킹’ ‘신한 SOL’ 大반격

[금융 인사이드]

  •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입력2022-06-30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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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카오뱅크 올해 1분기 기준 MAU 1500만 명

    • 은행 등 금융회사 모바일 서비스 선호도 94.1%

    • IT기업 금융 서비스는 송금·계좌 조회에 그쳐

    • 충성고객 모시려 금융사마다 앱 경쟁력 강화 중

    “넘버원 금융 플랫폼 기업이 돼야 한다. KB스타뱅킹이 그룹의 ‘슈퍼앱’으로 자리 잡도록 모든 역량과 자원을 집중하겠다.” (윤종규 KB금융 회장)

    “디지털 플랫폼 전반을 ‘바르게, 빠르게, 다르게’ 운영해 빅테크, 플랫폼 기업과의 경쟁에서 당당히 앞서나가자.”(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지난 수년간 국내 대형 금융지주 수장들의 신년사에는 ‘디지털’이라는 주제가 빠진 적이 없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특히 무엇보다 자사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게 최근 대형 금융사들의 지상 과제로 여겨진다.

    대형 금융사들은 자사 은행 앱을 종합금융 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해 여러 앱을 하나로 통합해 경쟁력을 키우는 등 혁신에 나섰다. 사진은  KB국민은행의 ‘KB스타뱅킹 앱’. [KB국민은행]

    대형 금융사들은 자사 은행 앱을 종합금융 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해 여러 앱을 하나로 통합해 경쟁력을 키우는 등 혁신에 나섰다. 사진은 KB국민은행의 ‘KB스타뱅킹 앱’. [KB국민은행]

    대형 금융사 지상 과제 된 ‘은행 앱’

    소비자가 단순히 은행 업무만 보고 나가는 게 아니라 앱 안에서 여러 경험을 하며 머무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다. 어떤 은행을 이용하든 개의치 않는 ‘뜨내기손님’이 아닌 자사 은행만 이용하는 이른바 ‘충성 고객’을 만들겠다는 것.

    그래서 최근 금융권에서 중요한 지표로 떠오른 게 바로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Monthly Active Users)’다. 각 인터넷·모바일 서비스를 얼마나 많은 사용자가 실제 이용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단순 가입자 수가 아닌 실제 이용자 수를 집계한다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다. 이 지표가 높을수록 충성 고객을 많이 확보하고 있다는 의미로 여겨지곤 한다.



    국내 금융권에서 ‘모바일 서비스’ 영역의 선두 주자로 여겨지는 카카오뱅크의 경우 올해 1분기 말 기준 MAU가 15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민 3명 중 1명은 한 달에 최소 한 번씩 카카오뱅크를 쓴다는 의미다.

    기존 대형 금융사의 경우 MAU 지표에서만큼은 한참 뒤처져서 쫓는 형국이다. KB금융의 대표 앱인 ‘KB스타뱅킹’이나 신한금융의 ‘신한은행 쏠(SOL)’의 경우 1000만 명 안팎 수준으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KB금융의 경우 올 초 2021년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스타뱅킹의 MAU를 올해 1500만 명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각 금융사가 충성고객 확보에 너도나도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이렇게 보면 온라인 공간에서만큼은 많은 소비자가 기존 금융사의 서비스보다는 카카오나 네이버, 토스 등 이른바 빅테크 기업의 서비스를 훨씬 선호하고, 앞으로도 이런 흐름이 지속할 거라고 판단할 만하다.

    최근 이런 예상을 뒤엎는 조사 결과가 나와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것도 일반 시장조사 업체가 아닌 한국은행이 내놓은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대출 등 핵심 서비스는 은행 앱이 우세

    한국은행이 5월 25일 내놓은 ‘2021년 지급수단 및 모바일금융서비스 이용행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은행 등 금융회사’가 제공하는 모바일 금융 서비스에 대한 선호도가 IT기업(네이버, 카카오, 페이코 등)의 서비스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등 금융회사 모바일 서비스가 더 낫다고 응답한 비율은 94.1%에 달한다. 20대(91.5%)와 60대(99.2%) 등 연령에 관계없이 격차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은행 앱을 선호하는 이유는 ‘주로 이용하는 은행 및 신용카드사가 모바일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46.1%로 가장 많았다. 또 ‘앱 구성·이용의 편리성’이라고 답한 이들도 30.8%로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이밖에 금리 혜택 등 때문에 선호한다는 의견이 15.0%, 제공 기관의 신뢰성 때문이라는 응답이 4.4%로 나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금융회사 앱은 종류 자체도 너무 많은 데다가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를 고려하면 분위기가 많이 바뀐 셈이다. 반면 IT기업의 서비스를 선호하는 이유로는 ‘메신저나 포털 등 자주 사용하는 앱을 통해 접근하기가 편리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56.8%로 과반을 차지했다. ‘앱 구성·이용의 편리성’은 16.7%, ‘포인트 적립 등의 이용 혜택’은 15.0%로 나왔다.

    이 조사 결과만으로 요즘 은행 앱이 과거와는 다르게 ‘잘나가고 있다’고 단언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른바 ‘통계 착시’가 있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금융업에 진출한 IT기업에 비해 기존 금융사의 수가 훨씬 많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규모 자체가 압도적으로 크니 선호한다는 응답도 많았을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의미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여러 함의를 읽어볼 수 있다. 일단 그간 MAU만으로 서비스 경쟁력을 가늠하던 관행이 정답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통계라고도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일각에서는 MAU가 곧 기업가치를 의미한다고 강조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번 통계에서 읽을 수 있듯 MAU가 곧 ‘선호도’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과장된 해석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카카오나 네이버의 금융 서비스를 빈번히 이용하긴 하지만, 주로 송금이나 계좌 조회 등 단순 업무에 그칠 가능성이 지적된다. 특히 이 업체들은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송금이나 출금 등을 무료로 서비스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설득력 있는 지적이다.

    반면 대출 등 핵심 서비스는 주로 기존 금융사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선호도가 더 높을 수 있다. 실제 IT업체들의 경우 아직은 서비스 영역이 제한적이기도 하다.

    설문조사에서도 주로 이용하는 은행과 신용카드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선호도 또한 높다는 응답이 가장 많이 나왔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IT 기업의 경우 설문 결과에서도 읽을 수 있듯 지금까지는 압도적 접근성으로 경쟁력을 키워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대출이나 예금, 신용카드 등 ‘핵심 서비스’를 주로 이용하는 금융사로서 신뢰를 얻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 점도 읽을 수 있다.

    한 대형 금융사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해당 회사의 서비스를 사용하는 지표인 MAU의 의미가 작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아직 은행 등 전통 금융사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는 점, 대부분 금융거래가 은행 계좌 기반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빅테크의 갈 길이 멀다는 점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은행마다 앱 경쟁력 강화에 공들여

    아울러 은행들의 앱 경쟁력 강화 움직임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은행의 ‘반격’으로 업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우선 KB국민은행의 경우 올해 하반기 기존의 ‘리브’와 ‘마이머니’ 앱 서비스를 종료하고 해당 앱 기능을 KB스타뱅킹 앱으로 통합하기로 했다. 여러 앱을 하나로 통합해 경쟁력을 키우는 ‘원 앱’ 전략이다.

    이에 앞서 신한은행의 경우 2018년 기존 6개 앱의 기능을 통합해 ‘신한 SOL’을 선보인 바 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역시 ‘하나원큐’와 ‘우리WON뱅킹’ 등 주요 앱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금융사들의 이런 움직임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통합 앱으로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금융 당국도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고승범 전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말 은행업계 간담회에서 “금융그룹이 슈퍼앱을 통해 은행·보험·증권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가 가능하도록 제도적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금융 당국 관계자는 “친숙함이나 접근성 면에서 IT 플랫폼 기업들의 경쟁력이 강한 게 사실이지만, 은행의 경우 영업망과 고객 기반이 탄탄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IT 기업의 금융업 진출을 계기로 경쟁이 활성화하고 산업도 한 단계 더 발전하는 분위기”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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