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교보생명 신창재가 라이프플래닛 미는 이유

[금융 인사이드] 11년간 1763억 원 손실 지적에도…

  • 김민지 뉴스웨이 기자

    kmj@newsway.co.kr

    입력2024-05-07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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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년 출범 국내 최초·유일 디지털 생명보험사

    • 흑자 기록 無, 매년 100억~200억 원대 순손실

    • “디지털 익숙한 소비자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

    [Gettyimage]

    [Gettyimage]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이하 교보라이프플래닛)은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디지털 생명보험사다. 보험 가입부터 유지, 보험금 지급 등 모든 절차가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탄생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3년 8월 교보생명은 일본 온라인 전업사 라이프넷 생명보험사와 합작으로 교보라이프플래닛을 설립한다. 당시 교보생명은 자본금 238억4000만 원을 출자해 74.5%의 지분을 확보했고, 나머지 지분 25.5%(81억6000만 원)는 라이프넷이 보유했다.

    합작사가 세워진 이후 교보생명은 △2014년 11월 380억 원 △2015년 11월 240억 원 △2016년 12월 150억 원을 교보라이프플래닛에 지원했다. 금융 당국이 교보라이프플래닛 인가 당시 2017년까지 자본금을 1060억 원으로 확대하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애당초 라이프넷과 함께 자본 확충을 지원하기로 했으나 라이프넷이 돌연 발을 빼면서 교보생명이 단독으로 자금을 쏟아부었다.

    이후 2018년 3월 라이프넷의 풋옵션 행사에 따라 교보생명은 라이프넷 몫의 지분을 전량 매입했다. 이로써 교보라이프플래닛은 교보생명이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로 편입됐다. 교보라이프플래닛에 대한 교보생명의 자금 수혈은 멈추지 않았다. △2019년 1월 350억 원 △2020년 5월 1000억 원 △올해 3월 125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출범 이후부터 지금까지 교보라이프플래닛에 쏟은 금액만 해도 3370억 원이다.

    신창재 뚝심… “흡수합병 안 한다”

    교보생명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교보라이프플래닛은 100억~200억 원대 순손실을 지속하고 있다. 출범 이후 흑자를 거둔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출범 첫해엔 50억 원의 적자를 냈다. 이어 2014년 167억 원, 2015년 212억 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지난해엔 220억 원을 기록해 2022년(142억 원)에 비해 크게 늘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교보생명]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교보생명]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교보라이프플래닛 출범 당시 5년 내 흑자 전환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무리였다. 코로나19로 비대면 금융이 활성화한 기간엔 되레 적자가 심화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실적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교보생명이 교보라이프플래닛을를 흡수합병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2015년 현대해상이 자회사 현대하이카다이렉트의 자본 건전성이 계속해서 하락하자 흡수합병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하이카다이렉트는 2005년 12월 현대해상이 100% 출자해 탄생한 온라인 자동차보험 자회사였다. 적자가 누적되며 건전성이 저하됐고, 현대해상은 온라인 보험 영업 효율성 향상을 위해 출범 10여 년 만에 흡수합병을 결정한 바 있다.

    교보생명은 흡수합병설에 선을 그었다. 적자를 지속하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서도 교보생명이 교보라이프플래닛에 대한 지원을 지속해 온 것은 신창재 회장의 의지 때문으로 해석된다. 신 회장이 디지털 생명보험업계의 잠재력을 여전히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은 생명보험사 중 특히 보수적인 곳으로 꼽힌다. 인수합병(M&A)이나 신규 사업 진출도 신중을 기하고 안정을 중시한다.

    이 같은 곳이 최초로 디지털 생명보험사를 설립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1인가구 증가와 디지털 확산 추세를 고려할 때 비대면 개인 계약에 특화한 인터넷 보험사는 아직 시장잠재력이 있다는 판단에 대한 믿음이 여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보험연구원의 보고서 ‘2024년 보험산업 전망과 과제’에 따르면 현재 보험산업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디지털 전환 수준이 제고됐으나 사업 모형 전환을 통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조영현 보험연구원 금융시장분석실장은 이와 관련한 세미나에서 “디지털 전환이 경영 성과, 시장 확대, 경쟁력 강화로 연결될 수 있도록 상품 서비스를 개발하고 파트너십 강화, 생태계 연결을 염두에 두고 임베디드보험 활성화와 헬스케어 서비스 활성화에 나서야 한다”며 “특히 내부와 외부 데이터 결합으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차남 신중현에게 주어진 ‘디지털 혁신’ 미션

    교보생명이 교보라이프플래닛에 대한 자금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이유는 또 있다. 신 회장의 차남인 신중현 씨가 몸담고 있기 때문이다. 중현 씨는 1985년생으로 2020년 8월 교보라이프플래닛 디지털전략파트 매니저로 입사했다. 미국 컬럼비아대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 비즈니스스쿨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일본 SBI금융그룹 계열사인 인터넷 전문은행 SBI스미신넷뱅크와 SBI손해보험에서 전략·경영기획 업무를 맡다 교보라이프플래닛에 합류했다. 당시 그가 교보라이프플래닛에서 맡은 역할은 디지털 신사업 전략 수립과 글로벌 기업 네트워크 구축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디지털혁신팀장을 맡고 있다.

    교보생명은 전사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핵심 사업 방향으로 잡고 이에 집중하고 있다. 2016년 신 회장은 디지털 시대를 맞아 상품·채널 혁신을 통해 생명보험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교보인의 비전(VISION) 2020’을 선포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엔 ‘교보인의 비전 2025’를 선포하며 새로운 고객가치를 제공하며 보험업계를 선도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가 바꿔놓을 ‘새로운 세상’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신 회장은 “디지털 트렌드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과거의 소비 방식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고 이런 트렌드는 더욱 가속화해 디지털 경제로 급속한 전환을 이끌 것”이라며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디지털을 활용한 비대면 영업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같은 해 하반기 전략회의에서도 디지털 혁신을 위한 핵심 추진 과제로 △비대면 영업활동 강화 △업무 절차 효율화 △새 사업 모델 발굴 △온라인 교육·회의 활성화 등을 제시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슬로건(왼쪽)과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의 건강 관리 플랫폼 ‘라플 365 플래닛’.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슬로건(왼쪽)과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의 건강 관리 플랫폼 ‘라플 365 플래닛’.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신중현 팀장은 지난해 교보라이프플래닛의 기존 디지털 플랫폼 서비스인 ‘360˚플래닛’을 리뉴얼한 ‘라플 365플래닛’을 선보이는 데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360˚플래닛은 2016년 이학상 전 대표 주도로 만든 고객 참여형 플랫폼으로 헬스케어와 보험료 결제, 포인트 전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라플 365플래닛은 ‘365일 나를 채우는 건강한 습관’이란 콘셉트로 고객들이 다양한 혜택 속에 건강한 삶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서비스다. 회원의 걸음걸이와 연동해 연간 최대 4만8000포인트를 제공하고 이외에도 출석 체크, 보험 가입 후기 등 다양한 미션을 통해 회원에게 포인트를 지급한다.

    포인트는 보험에 가입하거나 다른 보험의 보험료를 납부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교보문고 전자도서 이용 또는 교보문고 포인트로도 전환할 수 있어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8월 서비스 개편 이후 라플 365 플래닛을 방문한 이용자수(MAU)는 같은 해 12월까지 매월 평균 약 71%씩 증가했다.

    10년 만 수장 교체 + 첫 외부 수혈

    2022년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수장 교체를 단행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강태윤 경영지원실장을 대표로 앉혔다. 창립부터 교보라이프플래닛의 최고경영자(CEO) 역할을 수행하던 이학상 대표는 2022년 임기 만료를 끝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약 10년 동안 교보라이프플래닛을 이끌던 이 전 대표가 교체된 데엔 신 회장의 의중이 상당히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 대표는 숭실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워싱턴대에서 MBA 학위를 취득했다. 1997년 교보생명 입사 후 e-비즈니스(e-Business) 태스크포스(TF)장부터 다양한 부문의 전략 기획 업무를 담당해 왔다. 2013년 교보라이프플래닛 설립 이후엔 경영지원실장을 맡아 디지털 경영 혁신 부문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강 대표는 취임사를 통해 “디지털 생명보험사로서의 기반을 더욱 강화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 디지털 생명보험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며 “고객과 모든 시장 관계자가 인정하는 디지털 생명보험사로 거듭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강 대표 역시 지난해 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교보라이프플래닛은 김영석 전 SK바이오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김 대표는 교보라이프플래닛 출범 이래 첫 외부 출신 수장이다.

    1972년생인 김 대표는 서울대 사범대학을 졸업한 뒤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수료했다. 이후 글로벌 경영 컨설팅 기업 액센츄어(Accenture), EY한영에서 카카오뱅크 설립 경영 자문을 수행했다.

    KB국민은행, 라이나생명의 차세대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에도 참여했으며 AIA생명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최고운영책임자(COO)를 역임하며 생명보험 분야의 디지털 경영 혁신을 주도하기도 했다. 2022년 SK바이오사이언스 최고 전략기획담당 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교보라이프플래닛 대표로 선임됐다.


    새 성장 위한 4대 중점 사업전략 수립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올해 유상증자를 계기로 새로운 성장을 위한 ‘4대 중점 사업전략 방향’을 수립했다. 이를 통해 보험업계에서 혁신을 선도하고 새로운 가치를 제시, 한국을 대표하는 디지털 금융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4대 중점 사업전략 방향으로는 △높은 단계의 제휴 강화 △상품의 전면적 혁신 △하이브리드 채널 구현 △인슈어테크 솔루션 사업 강화 등을 꼽았다.

    이를 위해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전략적 제휴 강화로 디지털 보험사로서의 장점을 극대화한다. 다양한 플랫폼과 파트너십을 맺고 데이터 및 상품의 복합 제휴, 자본 제휴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보장성 보험 판매 비중도 꾸준히 높여나갈 계획이다. 2030세대부터 3050세대까지 각 세대에 특화된 혁신적 보장 상품 등을 선보이기로 했다.

    특히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올해 새 회계제도(IFRS17)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저축성보험 판매 비중을 줄이며 체질을 개선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젊은 세대와 제휴처 고객들이 더 쉽게 보장성보험에 대해 경험하고 가입할 수 있도록 ‘라플365미니보험’을 출시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선보이고 있다.

    또 고객 개인의 상황에 맞춰 한결 쉽고 편리하게 장기 보장성보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라이프플래닛의 보험 진단 서비스인 ‘바른보장서비스’의 시스템을 개선하고, DIY 형태의 ‘내게맞춘건강보험’도 상품 경쟁력 강화를 진행하고 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2월까지 누적 기준 저축성보험 판매 비중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6% 감소했고, 같은 기간 전체 상품 신규 계약 건수는 41% 증가해 매출은 늘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기존 순수 디지털 채널과 함께 채팅 상담, 전화 응대 등을 활용한 단절 없는 옴니 채널을 구현하고 생성형 AI 기술의 대(對)고객 활용도 구체화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인슈어테크 솔루션 사업에도 2025년 아시아 시장 진출을 목표로 적극적으로 투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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