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로봇공학, 통신 엮어 모빌리티 미래 그린다
산, 물속, 하늘까지 어디든 갈 수 있는 로봇
모든 사물이 사람 위해 움직이게 하는 MoT
로봇은 감각의 확장, 차는 감각 통신 단말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개발한 인간형 보행 로봇 아틀라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현대차그룹]
스스로 생각해 달리는 로봇 자동차, 즉 자율주행차는 전 세계 자동차업계가 주목하는 분야다. 국내 최고의 자동차 회사인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그룹)도 마찬가지.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외에도 이동과 관계된 로봇 기술 전반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로봇 분야 연구팀인 ‘로보틱스팀’을 신설해 로봇 연구를 시작했다. 2019년 11월에는 로보틱스랩으로 이름을 변경, 수장으로는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UC버클리 등에서 수학한 현동진 상무를 앉혔다. 현 상무의 전공 분야는 기계공학과 로봇공학. 입사 초기부터 인간 편의를 위한 로봇 개발 업무를 맡아온 로봇 전문가다.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서 정의선 회장은 “로보틱스는 머나먼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며 “현대차그룹은 로보틱스를 통해 위대한 성취를 이루고자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1월 4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CES 2022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로보틱스 비전 발표를 위해 로봇개 ‘스폿’과 함께 무대 위로 올라오고 있다(왼쪽). 현대자동차그룹 로보틱스랩이 개발한 자율주행 모듈 플러그앤드라이브(PnD). 작은 부품 안에 자율주행 센서와 모터, 바퀴가 전부 들어 있다. [현대차그룹]
현대차, 로봇에도 움직임 강조
현대차그룹은 로봇산업에 뛰어든 여타 기업과 마찬가지로 웨어러블, 안내용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가장 강점을 보이는 것은 로봇 이동 등에 쓰이는 모빌리티 기술이다. 로봇의 발이 되는 이동장치부터 자율주행 장치 등 이동과 연관된 모든 부분에서 다른 업체에 비해 앞서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로봇 이동 관련 하드웨어 개발 분야만 본다면 현대차그룹은 국내 로봇 업계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을 자랑한다”고 말했다.현대차그룹이 CES 2022에서 밝힌 차기 로보틱스 비전은 ‘이동 경험 영역의 확장’이다. 자동차로 대표되던 개인용 이동수단이 더 작아지고 다양해진다는 의미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플러그앤드라이브(이하 PnD) 모듈과 드라이브앤리프트(DnL) 모듈을 내놨다.
PnD 모듈은 이름대로 꽂으면 바로 움직일 수 있는 부품이다. 부품 하나에 바퀴, 모터, 자율주행 센서, 서스펜션, 브레이크를 모두 담았다.
DnL 모듈은 자율주행 장치의 이동 범위를 평면에서 3차원으로 확장한다. 바퀴형 자율주행 로봇은 계단, 험한 경사 등을 오르기 어렵다. 오를 수 있다 해도 요철을 건널 때마다 내부가 흔들리기 일쑤다. DnL 모듈은 이 같은 자율주행 로봇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장치다. 바퀴의 움직임과 로봇 몸체의 기울기를 제어해 자율주행 로봇이 험지도 주파할 수 있게 돕는다.
현대자동차그룹이 CES 2022에서 발표한 운반 로봇 ‘모베드’. 로보틱스랩의 드라이브앤리프트(DnL)가 적용돼 험지를 달려도 짐칸이 흔들리지 않는다. [현대차그룹]
두 모듈을 이용하면 자율주행 휠체어, 자율주행 킥보드 등 소형 이동 로봇을 쉽게 만들 수 있다. 사람만 이동하는 것은 아니다. 선반에 자율주행 모듈을 달면 사람이 부르면 오는 수납장을 만들 수도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집 안의 모든 사물이 사람을 위해서 움직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 측은 이를 ‘Mobility of Things(MoT)’라 불렀다. 이는 모든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된 사물인터넷(IoT)처럼 모든 사물이 자율주행 로봇에 연결된 상태를 말한다.
로봇과 감각 공유하는 세상 열린다
이동 경험의 확장에는 로봇을 이용해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의 범위가 넓어지는 측면도 있다. 일례로 인간이 가기 어려운 물속, 하늘, 열대우림 등 험지를 로봇이 대신 탐험한다. 이때 인간은 로봇의 눈인 카메라를 통해 험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추후 로봇 기술의 발달로 후각이나 촉각, 미각까지 로봇이 전달할 수 있다면, 인간의 이동 경험이 큰 폭으로 확장되는 셈이다.이동 경험의 확장은 현실 세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로봇의 오감 전달 기술이 발달하면 이를 메타버스나 게임 등 가상세계에도 접목할 수 있다”며 “지금은 가상공간의 아바타를 인간이 움직일 수 있는 정도지만 로봇공학이 발달하면 가상공간에서도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을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감을 전달하려면 신체 전체를 통신장치에 연결해야 한다. 지금의 스마트폰 같은 작은 통신 단말기로는 어렵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인간이 가상세계, 혹은 오감의 확장을 위해 자동차를 통신 단말기로 쓸 수 있다는 것. 자율주행 기술도 있으니 이동 중에도 가상세계에 접속하거나, 로봇과 감각을 공유할 수 있다.
이동 경험의 확장을 위해 현대차그룹은 두 가지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로봇 이동 기술 개발과 오감 연결 관련 통신 기술 개발이다. 지난해 미국의 로봇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한 것은 로봇 이동 기술 개발을 위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보행 로봇을 주로 개발하는 회사다. CES 2022에서 현대차그룹이 선보인 네 다리로 걷는 로봇 ‘스폿’, 인간 신체와 가장 유사한 2족 보행로봇 ‘아틀라스’를 만든 회사가 이곳.
더 사람 같은, 더 사람 말 잘 듣는 로봇
업계 관계자는 “로봇이 사람과 감각을 공유하려면 외관도 닮아 있어야 한다”며 “세계 각국의 기업과 연구기관이 지속적으로 휴머노이드(사람과 닮은 로봇) 개발에 나서는 이유도 비슷하다. 감각 공유 등 인간이 로봇을 더 쉽게 조종할 수 있게 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통신 기술 개발은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양한 IT회사와 협업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최근 실험하는 과제는 메타버스 ‘스마트 팩토리’. 로봇을 이용해 완전 자동화된 공장을 설치한 뒤, 이 공장을 본뜬 가상 공장을 메타버스에 짓는다. 공장의 가동 상황은 그대로 가상 공장에 반영된다. 관리자는 가상 공장에 접속해 공장을 관리할 수 있다. 공정에 비효율적인 부분 있다면 가상 공장을 수정하면 된다. 가상 공장의 수정 사항은 실제 공장에 실시간 반영된다. 로봇들이 명령에 따라 스스로 움직여 공장의 모습을 바꾼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미국에서 베트남이나 인도 등 공장을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목표”라며 “다양한 IT, 통신업계와 협업해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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