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고록에서 그녀는 남편 클린턴이 뒤늦게 ‘부적절한 관계’에 대해 고백할 때 “그의 목을 비틀어 죽이고 싶었다”고 썼다. 하지만 그녀는 1994년 ‘화이트워터’ 비리수사 특별검사로 임명된 후로 남편 클린턴을 집요하게 괴롭혔던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에 대한 분노가 클린턴과의 이혼을 막아주었다고 밝혔다. 남편이 한 일은 도덕적으로 나쁘지만, 케네스 스타 검사가 권력을 남용해 남편을 압박하면 할수록 남편을 동정하게 됐다는 것.
모두 합해 562쪽, 본문만 528쪽, 총 38장으로 구성된 회고록은 “나는 퍼스트 레이디나 상원의원으로 태어나지 않았다”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1970년대초 예일대 법대에서 처음 만나 30년 이상 이어온 클린턴과의 애증 관계를 그녀 나름의 정치적인 잣대로 섬세하게 그려간다. 아울러 자신의 실수(르윈스키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어떻게든 인정하지 않고 곤경을 피해보려 했던 상황에서 클린턴이 보였던 인간적인 한계와 고민도 그녀의 글에 잘 묘사돼 있다.
이 책은 힐러리가 책 속에서 고백했듯 ‘전투적’인 측면이 강하다. 그 대상은 남편 클린턴의 정적들이다. 책을 읽다보면 남편 클린턴이 낙관론자인데 비해 아내 힐러리는 여전사처럼 비쳐진다.
그녀는 정적들이 ‘광범한 우익 음모’로 남편과 자신을 고통 속에 몰아넣었다고 주장한다. 힐러리의 시각에선, 스타 검사는 미 공화당 우파들이 클린턴을 깎아내리려고 꾸민 음모의 집행자에 지나지 않는다.
친(親)부시 정치평론가들은 힐러리의 회고록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부시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자였고 부시의 일방주의 대외정책을 찬양하는 책 ‘올바른 남자(Right Man)’를 써낸 데이빗 프럼은 힐러리를 가리켜 ‘새로운 악의 축’이라 규정했다. 힐러리의 2008년 대선 출마를 겨냥한 포석이란 견해도 나온다. 어쨌든 1990년대 미국 정치판에서 민주·공화 양대 세력이 벌여온 치열한 권력쟁투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힐러리의 회고록. 도대체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다음은 ‘살아 있는 역사’를 발췌, 요약한 것이다.
PART 1. 공화당 극우파의 음모, 화이트워터 사건
1993년 10월31일 ‘워싱턴 포스트’ 일요일판의 한 기사를 읽은 후 소름이 돋는 듯한 두려움을 느꼈다. 1970년대 말 남편 클린턴과 내가 아칸소주에서 투자했다가 손실을 입었던 화이트워터(Whitewater) 부동산 개발회사가 다시 우리를 괴롭힐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익명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한 기사의 내용은 부정 금융거래를 조사하는 연방정부기구인 ‘RTC’가 ‘메디슨담보저축대부’ 회사의 범법 행위를 조사하도록 권고했다는 것이었다. 메디슨의 경영자 짐 맥두걸과 그의 부인 수전은 화이트워터의 동업자였다. 하지만 맥두걸이 화이트워터 사업에 투자했던 것은 메디슨을 인수하기 4년 전의 일이었다. 따라서 화이트워터와 메디슨은 완전히 별개의 것이었다. 그럼에도 맥두걸과 동업했었다는 이유 하나로 우리 부부는 불행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1978년 클린턴이 32세 최연소의 나이로 아칸소 주지사가 된 후 친구이자 정치적 후원자인 짐 맥두걸과 함께 화이트워터 부동산 개발회사에 공동투자를 했으나 2만5000달러 손해를 보고 물러났다.-역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