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통일이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했다.
독일의 통일이 현실로 나타난 뒤 여러 관찰들이 때때로 보도됐다. 그 관찰들 가운데 하나는 일정한 규모의 독일인들이 통일에 대해 실망하거나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환호하던 독일인들 가운데 통일의 부작용에 시달리면서 부정적인 느낌을 갖는 사람들이 생겼다는 관찰이 보도되곤 했다. 그러한 경향은 지난날 동독에 속했던 사람들 사이에서 강하게 나타난다고 어떤 관찰자는 덧붙였다. 과연 이 관찰은 정확한 것인가?
잘사는 서독 낙후한 동독
필자는 지난 6월 30일부터 7월 31일까지 1개월에 걸쳐 독일 베를린의 자유대학교 한국학연구소에서 ‘독일인들은 통독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책들을 읽었다. 필자는 독일 알렉산더·폰·훔볼트재단의 후원으로 1988년 5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독일 뮌헨대학교 동유럽연구소에서 ‘남북한관계와 동서독관계의 비교’라는 주제를 연구했었고, 1988년 12월 1일부터 1989년 2월 28일까지 오스트리아 빈대학교 국제법연구소에서 ‘오스트리아 중립화 모델과 한반도’라는 주제를 연구했었다. 그 인연의 연장선 위에서, 훔볼트재단은 통독 20주년의 시점에서 필자 내외를 독일로 다시 초청했다. 필자가 ‘독일인들은 통독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관심을 보이자, 훔볼트재단은 필자를 통일독일의 수도에 위치한 자유대학교의 한국학연구소로 연결해주었다.
이 연구소는 2년 전에 창설됐다. 자유대학교가 한국연구의 중요성을 인정해 역사문화과학대학 산하 동아시아학부에 한국학과와 더불어 이 연구소를 개설한 것이다. 학과장 겸 소장에는 한국국적의 이은정 교수가 초빙됐다. 이 교수는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진덕규 교수의 지도 아래 학사와 석사를 받은 뒤 독일로 유학해 괴팅겐대학교에서 정치철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데 이어 할레대학교에서 정치학 교수자격취득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 교수의 지휘 아래, 10명 안팎의 석사들 및 박사들이 강의와 연구에 전념하고 있으며 몇몇 학사들이 석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조교로 봉직하고 있다.
필자는 이 연구소를 거점으로 삼아 주제에 접근했다. 우선 독일인 학자들을 약 20명 만났다. 그들 가운데 어떤 사람들은 지난날의 동독에서 성장하며 교육을 받았고 어떤 다른 사람들은 지난날의 서독에서 성장하며 교육을 받았다. 그들 가운데 어떤 학자들은 필자의 연구주제에 대해 이미 깊은 연구를 마치기도 했다. 따라서 그 학자들이 이미 발표한 논문들은 필자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 학자들 가운데 대표적인 학자는 베르너 훼니 박사다. 그는 자유대학교에서 중국의 대외정책을 전공해 정치학박사를 받았으며 그 이후 이른바 양안관계(兩岸關係), 즉 중국과 타이완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그는 ‘분단 중국’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분단 한반도’에 대해서도 연구를 계속해, 남북한관계의 장래에 대해 필자에게 좋은 분석들을 제시했다.
면담과 대화도 유익했지만, 여행 역시 유익했다. 우선 베를린의 여러 곳들을 여행했다. 베를린은 통독 이전에 동베를린과 서베를린으로 나뉘었던 곳이어서, 통독에 대한 독일인들의 인식을 이해하는 데 유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