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는 원전3호기(왼쪽)와 4호기가 처참히 부서진 상태다.
핵물리학자 등 학자들은 이론적 지식을 주로 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전대미문의 사건에 대한 원전업계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는 잘 보도되지 않고 있다. 원래 이런 사건은 학자들보다는 해당 업계의 종사자들이 그 내막을 더 잘 아는 법이다.
‘신동아’는 최근 함희공 전 한국전력 필리핀법인(KEPHILCO) 사장을 인터뷰했다. 한전 필리핀법인은 필리핀 내에서 여러 발전소를 운영하면서 필리핀 전체 전력의 15%를 공급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전의 가장 성공한 해외진출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함 전 사장은 “나는 영광 원전 1, 2호기 건설에 한전 부장으로 참여한 뒤 1995년 한전 필리핀법인을 설립해 기틀을 다졌다. 이 법인을 통해 내가 한전에 안겨준 게 1조원이 넘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어 “지금은 한전을 퇴사해 ULTI POWER TECH INCO라는 회사의 대표로 재직하면서 각국 정부와 전력회사 간 발전소 사업을 중개하고 있다. 세계 원전업계에 발이 넓은 편”이라고 자신의 경력을 소개했다.
후쿠시마 골프장의 추억
이번 재앙과 관련해 그는 사고가 난 후쿠시마 원전 인근에서 몇 차례 골프를 쳤던 기억을 먼저 떠올렸다.
▼ 사실 한국인에게 후쿠시마 골프장은 친숙한 편이죠?
“맞아요. 일본에서 버블 붕괴로 골프장 매물이 쏟아지자 일부 한국인이 인수했죠. 한국인 사업가가 2004년 10월경 일본 모 클럽으로부터 후쿠시마 소재 골프장 3개를 사들이기도 했어요.”
▼ 한국인 고객들이 많이 찾았겠네요?
“한국에서 회원권을 팔았는데 꽤 인기가 좋았죠. 내 주변에서만 20, 30명이 샀으니까. 후쿠시마의 60여 개 골프장 중에서도 명문 코스로 통하는데다 기후가 온화해 겨울에도 즐길 수 있죠. 주변에 200여 개의 온천이 있고 복숭아 등 농산물 품질이 뛰어나요. 골프 휴양을 하기에 제격이죠. 한국 연예인들도 자주 찾았어요. 항공편으로 후쿠시마 공항에 내리면 골프장으로 가는 셔틀버스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27홀 라운딩, 골프텔 1박, 조식과 석식 등이 10만원 안팎의 비용에 제공되기도 했죠. 나도 거기서 몇 번 골프를 쳤어요.”
▼ 그 골프장이 사고가 난 원전에서 어느 정도 떨어져 있나요?
“20㎞ 정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풍광이 아름다운 곳인데 원전이 폭발하는 걸 보면서 ‘아이고…’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오더군요.”
일본 정부는 4월12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를 7등급으로 상향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국제원자력사고등급(INES) 중 가장 높은 등급으로 체르노빌과 같은 수준이다. 이어 “원전 반경 20㎞ 안팎은 10년에서 20년간 사람이 살 수 없게 됐다”는 간 나오토 일본 총리의 발언이 전해졌다. 마쓰모토 내각관방참여는 “간 총리가 직접 말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일본은 충격에 휩싸였다.
후쿠시마 원전 운영회사인 도쿄전력은 4월12일 “원전에서 방사성 물질 누출이 멈추지 않고 있다. 방사성 물질이 100% 밖으로 나가면 체르노빌 사고 당시 누출 양을 초과할 수 있다”고 했다. 세계 각국 언론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자연재해와 인재(人災)가 결합된 사고로 본다. 이와 관련, 함 전 사장은 세계 원전업계에서 돌고 있는 도쿄전력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도쿄전력이 원자로를 아끼려다 방사능 차단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