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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30년 맞짱 뜬 ‘사막의 풍운아’는 왜 흔들리나

‘리비안 마키아벨리’ 카다피와 그 가족들

미국과 30년 맞짱 뜬 ‘사막의 풍운아’는 왜 흔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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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집권 후 오일 로열티 120% 인상…서방의 눈엣가시
  • ● 연설은 기본 5시간…“카다피의 무기는 그의 입과 돈”
  • ● 미군 폭격으로 양녀 사망, 아들은 부상
  • ● ‘팬암기’ 보상으로 경제제재 푼 건 ‘마키아벨리안 테크닉’
  • ● 알제리, 이집트 민주혁명은 단지 기폭제일 뿐
  • ● 나라 문 열었지만 국민은 후진성 자각…‘고르바초프 딜레마’
  • ● ‘리비안 마키아벨리’의 운명은 21세기 중동 격변의 가늠자
미국과 30년 맞짱 뜬 ‘사막의 풍운아’는 왜 흔들리나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4월10일 수도 트리폴리의 요새 바브 알아지지아에 등장해 건재함을 과시했다.

1973년 이탈리아 일간지 ‘라 스탐파’는 리비아의 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를 풍자하는 기사를 실었다. 분노한 카다피는 ‘라 스탐파’ 소유회사인 ‘피아트’를 사들이겠다고 엄포를 놓으며, 유대인 편집장 아리고 레비를 해고하라고 요구했다. 당시 피아트의 회장 조반니 아넬리는 레비를 두둔하고 나섰고, 카다피는 이탈리아인들의 웃음거리가 됐다. 그러나 그것으로 모든 게 끝난 것은 아니었다.

3년 뒤, 아넬리는 피아트의 새로운 사업파트너로 카다피를 영입한다고 발표했다. 리비아 외환은행이 4억달러가 넘는 돈을 투자하면서 세계 5위의 자동차회사 피아트의 지분 10%를 사들였던 것이다. 4억달러라는 돈은 당시 이탈리아의 재정적자 4분의 1을 메울 수 있는 큰 액수였다. 이번에는 이탈리아 정부와 이탈리아인들이 카다피의 조롱거리가 된 셈이었다. 아리고 레비가 그 후 어찌되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월급쟁이 편집장으로서는 카다피의 집요함과 피아트 지분 10%의 ‘위력’을 버텨낼 재간이 없었으리라.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리비아를 식민통치했던 이탈리아의 자존심은 여지없이 구겨졌지만, 마키아벨리의 후예들은 카다피의 돈 앞에 언제든지 무릎 꿇을 준비가 돼 있었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이탈리아인들이 사랑한 카다피의 이 돈을 미워했다. 그럴 만도 했다. 1969년 9월 쿠데타로 집권하자마자 카다피는 아랍 민족주의와 아랍인의 자존심을 부추기면서 리비아국립석유회사를 설립해 미국 메이저 석유회사들에 유전사용료 인상을 요구했고,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배럴당 1달러였던 로열티를 배럴당 2.2달러로 무려 120%나 끌어올렸다. 당시 매일 100만배럴씩 원유를 생산하던 리비아의 외환보유액(290억달러)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수위로 올라서자 다른 산유국들도 앞 다투어 카다피의 선례를 따랐다. 미국이 북아프리카의 말 많은 지도자를 눈엣가시로 여기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였다. 카다피에 의해 축출된 리비아의 전 국왕 이드리스는 메이저 석유회사들에게 매우 관대한 조건을 제공했고, 미국의 석유회사들은 리비아를 ‘우리의 진정한 낙원’이라고 불렀었다.

오일달러가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하자 미국 언론들은 “1980년대가 되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자들이 제너럴 모터스(GM)를 사들이고, 쿠웨이트의 자금이 미국 전역에 ‘아라비안나이트’라는 이름의 모텔을 건설할 것이며, 아부다비의 무슬림들이 컬럼비아 픽처스나 MGM 같은 영화사들을 소유하게 될 것”이라며 경계론을 펼쳤다. 특히 반미노선을 견지하던 리비아와 이라크를 미국의 대(對)유럽 정책에 사사건건 엇박자를 놓던 프랑스로부터 핵무기를 구입할 가능성이 가장 큰 국가로 지목하기도 했다.



고독한 풍운아

실제로 1970년대 카다피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넘쳐나는 오일달러를 리비아에 전혀 필요가 없는 미라지 전투폭격기 114대를 도입하는 데(2억달러) 쓰거나, 이집트와 시리아 등 주변 국가들에 매년 각각 1억달러와 5000만달러씩 지원하는 데 썼다. 누가 보아도 타깃은 이스라엘이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게릴라조직으로 낙인찍혀 있던 아라파트의 팔레스타인해방기구에 자금을 지원하면서 리비아는 테러조직을 지원하는 국가로 이미지가 굳어졌다. 반미, 반이스라엘 노선을 견지하는 무슬림 조직이라면 미국 내 운동단체라도 ‘통 큰’ 카다피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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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현 | 정치학 박사·국제정치칼럼니스트 zvezda@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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