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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평창’ 이후 격동의 한반도 |

北의 ‘평창 공세’ 뒤집어보니

“정부 9차례 北에 굴종, 국민 자존심에 상처”

  • | 이종훈 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입력2018-02-25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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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2월 8일 청와대에서 종이를 보면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환담하고 있다. [동아DB]

    문재인 대통령이 2월 8일 청와대에서 종이를 보면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환담하고 있다. [동아DB]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여를 계기로 남북관계를 호전시키면, 6월 지방선거에 유리할 것으로 여겼는지 모른다. 그런데 악재로 돌변했다. 

    1월 9일 남북이 고위급회담에서 북한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 참가에 합의했을 때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이후 논란에 논란을 거듭하면서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은 하락했다. 한국갤럽 1월 2주 차 조사 때만 하더라도 73%로 고공행진 중이었다. 하지만 2월 2주 차 조사에서 63%까지 떨어졌다. 부정 평가 이유로 1위는 ‘평창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동시 입장’, 3위는 ‘북한 핵/안보’, 4위는 ‘친북 성향’이었다. 모두 북한이 원인이었다.

    “메달권” “불편해하신다” 엽기 망언

    평창올림픽 과정에서 보여준 문재인 대통령의 ‘친북 성향(여론조사상의 표현)’이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필자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9차례 고비 때마다 정부는 북한에 굴종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비쳤다. 

    첫 번째 고비는 한반도기 사용이다. 1월 17일 남북한은 평창올림픽 개회식 때 한반도기를 앞세워 공동 입장하기로 합의했다. 이 합의 이전부터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진영은 “우리나라가 주최국이므로 공동 입장을 하더라도 태극기를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측은 “부산아시아경기대회와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때도 우리나라가 주최국이었지만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했다”고 했다. “올림픽과 아시아경기대회는 차원이 다르지 않으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이 이어졌다. 정부는 당초 뜻을 관철했다. 

    이런 속에 단일팀을 구성하기로 한 북한 아이스하키팀이 1월 25일 방한했다. 그들의 단복에는 ‘인공기’와 ‘DPR Korea’라는 글자가 선명했다. 한반도기가 새겨졌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북한 선수단은 선수촌 입촌 뒤 거대한 인공기까지 걸었다. “저들은 우리 영토에서 인공기를 당당하게 내거는데 왜 우리는 태극기를 사용하지 못하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두 번째 고비는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이다. 북한 선수들이 포함되면서 우리 선수들의 출전 기회가 줄어들었다. 사전에 감독과 선수들에게 알리지도 않았다. 국민적 공분이 나왔다. 

    여기에 이낙연 총리의 실언이 더해졌다. “여자 아이스하키가 메달권에 있거나 그렇지는 않다”고 한 것이다. 메달권 운운은 ‘올림픽 출전에 청춘을 건 태극전사’에게 할 말은 아니었다. 이 발언에 대해 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20~30대의 반발이 컸다.

    동맹국 부통령을 싫다는데 막무가내로?

    여덟 번째 고비는 펜스 미국 부통령의 평창올림픽 리셉션 불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평창올림픽 개막식을 북·미대화의 계기로 만들려고 한 것 같다. 2월 2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 때 이미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적극적인 북·미관계 화해의 제스처를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미국 정부는 강경했다. 방한한 펜스 미국 부통령은 정부에 “평창올림픽 행사에서 북한 대표단과 마주치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는 반대로 움직였다고 한다. 리셉션장 헤드 테이블에 김영남과 펜스 부통령을 마주 보게 했다. 펜스 부통령은 5분 만에 리셉션장을 떠난 것으로 불쾌감을 표시했다. 진보 성향 매체는 펜스의 외교 결례를 비판했다. 그러나 몇몇 외교 전문가는 “동맹국 부통령이 싫다는 데도 막무가내로 앉히려 한 게 맞다면 원인 제공은 누가 한 것인가? 북한이 원하는 북미대화를 성사시켜주겠다는 조급증으로 인해 한미관계 균열을 일으킨 외교 참사일 수 있다”고 말한다. 

    아홉 번째 고비는 북핵 빠진 북한 고위급 대표단 접견이다. 문 대통령은 2월 10일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제1부부장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김여정은 문 대통령의 방북을 요청하는 김정은의 구두 메시지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키자”고 했다. 남북정상회담의 단초를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김정은의 특사(김여정)와 이야기하면서 한국의 최대 안보 현안인 북한 핵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문 대통령은 핵이 발등의 불인데도 북한 면전에 싫은 소리는 하지 않는 것으로 비쳤다. 

    이런 연장선에서 몇몇 외교안보 전문가는 “비핵화 알맹이 없는 남북정상회담, 대북제재 해제하는 남북정상회담, 한미군사훈련 취소하는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이는 한국 안보를 위협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일 것”이라고 우려한다. 

    문 대통령은 김여정-김영남을 사흘 새 다섯 번이나 만났다. 또 이낙연 국무총리, 임종석 비서실장도 접대에 나섰다. 펜스 부통령을 비롯해 평창올림픽 때 방한한 어떤 나라 지도자도 이런 환대를 받진 못했다. 김여정에 대한 과잉 의전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이 같은 9차례 고비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정부는 북한에 굴종한다는 논란을 자초했고, 국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준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원래 성향이 그런 것일까, 의욕이 과했던 것일까, 평상심을 잃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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