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나마 올 들어 전국에 걸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잇달아 출범시킨 게 성과라면 성과다. 주요 거점별 지역창조경제혁신센터와 대기업을 일대일로 연계시켜 창업 및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전담 시스템을 만들고 있는 것. 박근혜 대통령은 바쁜 일정에도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는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다. 그만큼 공을 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창조경제 실무를 총괄 지휘하는 최양희 장관은 전·현직을 통틀어 박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장관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최 장관을 박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할 ‘순장조’ 0순위로 꼽기도 한다. 그런 까닭에 최 장관이 내년 총선에 차출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국정 경험과 더불어 박 대통령의 신뢰와 지지를 바탕으로 주요 전략 지역에 그를 내세울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정작 최 장관으로선 그렇게 멀리 내다볼 겨를이 없는 듯하다.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올 한 해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창조경제의 성공 여부가 결정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다. 4월 7일, 과천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실에서 만난 최 장관에게 먼저 창조경제의 지난 2년에 대한 자평(自評)부터 청했다.
“창조경제 성과는 복합적”
“여러 부처에서 과학기술과 정보통신, 여기에다 창조경제와 융합, 이런 걸 모아서 새로 시작하다보니 처음에 안정화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린 것 같아요. 첫해는 그렇게 창조경제를 이끄는 주관 부서로서, 그리고 우리 경제의 미래와 성장을 위한 과학기술 및 정보통신기술의 기반을 마련하는 주관 부서로서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민간과 교감하느라 상당한 시간을 쏟은 것으로 보입니다.
중간에 제가 들어온 이후로는 이런 기반 위에서 도약하고 성장하는 방향으로 착실히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결실을 보기에는 좀 이르죠. 우리 국민이나 언론에서는 ‘왜 이렇게 뭐가 빨리 안 되느냐’고 하시는데, 과학기술이나 창조경제가 급하게 서둘러야 할 분야는 아니거든요. 모든 것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그렇더라도 아직껏 구체적인 성과라고 할 만한 게 없다는 건 좀 아쉬운 대목입니다.
“민간기업은 이미 창조경제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국내에서 지배력을 갖추고 세계시장에서도 성공한 여러 가지 제품과 서비스들이 모두 창조경제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민간부문을 예로 들기엔 조금 거북하지만, 삼성전자가 휴대전화로 세계를 휩쓰는 것이 바로 창조경제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반도체 기술력으로 세계 2위 기업을 5년 이상 앞서 있는 건 수천 명의 박사가 지속적으로 과학기술을 연구해서 도달한 성과입니다. 그런 창조기업들이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또 그다음 기업, 그다음 벤처들이 쭉 따라가도록 연결돼 있고요.
정부의 전략은 이렇게 스스로 알아서 잘하는 민간기업들에는 손을 안 대고, 창업 초기 단계에 지원을 집중해서 이 연결고리가 끊어지지 않고 전체적으로 계속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또한 창조경제란 수도권, 지방 할 것 없이 전 지역이 골고루 압축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이죠. 창조경제의 성과는 민간기업 스스로 하는 부분, 정부가 도와서 하는 부분, 정부의 기초연구를 민간기업이 받아서 하는 부분 등 여러 부분에서 복합적으로 나타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창업 지원, 연구개발(R&D) 분야 투자 등은 이전 정부들도 한 일 아닌가요.
“과거에는 자본 규모나 노동생산성, 마케팅을 통해 확보한 고객 수 등이 기본적인 경제 지표였다고 봅니다. 정부가 창업이나 소프트웨어를 지원하긴 했지만, 그게 성공하지 않아도 한국 경제는 생산성 향상이나 수출 확대를 통해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죠. 그런데 이젠 우리와 똑같이 하는 나라가 너무 많이 생겨났어요.
또한 일본이 다시 한번 도약의 계기를 얻었고, 미국에선 제조업이 부활했습니다. 유럽도 과거의 침체를 벗어나 새로운 구조조정을 통해 활로를 찾았고요. 가장 무서운 것은 중국입니다. 혁신을 통해 수많은 기업이 탄생해 급성장하고 있잖아요. 우리도 새로운 패러다임(인식체계)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더 이상 성장할 수 없습니다.
창조경제라는 것은 창의력과 혁신에 의해 기업이 탈바꿈하고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근본적인 구조의 변환을 의미합니다. 그것을 실현하는 가장 빠른 길이 창업이고, 소프트웨어이고, 정보통신기술 융합인데 이는 근본적으로 우리나라의 모든 기업과 일자리에 해당하는 겁니다. 특히 국제환경이 변화하면서 창조경제의 절박성이나 당위성이 과거 어떤 정권보다 더 커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