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대 여배우들의 전성기가 꽤 오래 이어지고 있지만 새롭게 떠오르는 별들도 반짝거린다. 그중 최선봉에 선 인물이 문근영과 한예슬이다. 두 여배우의 매력은 서로 상반된 위치에서 빛을 발한다. 문근영이 성숙되지 않은 그 무언가로 시선을 자극한다면 한예슬은 섹시한 자태와 발랄한 탄력성을 함께 드러내며 다가온다. 두 차세대 스타의 매력탐구.
교복 차림의 문근영은 영화 ‘어린 신부’의 시사회장에서 단연 돋보이는 존재였다. 현장에 있던 수많은 남성팬은 문근영의 ‘자태’에 내심 탄성을 자아냈다. 교복차림의 여고생에게 보내는 시선에 묘한 심리가 담겨 있는 것이다. 영화 홍보담당자는 이 교복이 문근영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것이라고 전했다.
‘어린 신부’에서 문근영은 몸에 꼭 끼는 트레이닝복을 입고 등장한다. 영화에서 그는 여고생의 신분을 드러내는 교복말고도 특별히 제작되었다는 이 트레이닝복으로 몸매를 드러낸다. 막 피어나는 문근영의 봉긋한 가슴과 엉덩이는 온몸을 다 가린 트레이닝복을 입고서도 충분히 시선을 자극할 만했다.
더구나 문근영의 캐릭터는 ‘어린 신부’ 아니던가. 그는 집안끼리 약속된 결혼이라 어쩔 수 없이 하기는 했지만 남편(김래원) 몰래 바람을 피우기도 한다. 성인영화라면 당연히 불륜으로 묘사되겠지만, 그 대상이 문근영이기에 ‘여고생 주부’의 바람은 미화되고도 남았다.
‘바람’의 상대는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선배다.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신부 문근영은 남편과 각방을 쓰고 있다. 그리고 아직 남편을 사랑하지 않는다. 문근영이 지금 사랑하는 남자는 ‘첫사랑’이기도 한 학교선배다. 풋풋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문근영에게 ‘무늬만 남편’인 김래원도 점점 빠져든다. 그때부터 어린 그녀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한 남편의 몸부림이 시작되는 것이다.
‘어린 신부’에서 문근영이 ‘난 사랑을 아직 몰라’를 부를 때 호기심은 극대화한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큰 눈망울을 깜빡이며, 어설프지만 귀엽기 그지없는 춤을 추는 소녀에게 저항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장면 역시 철저히 남성을 겨냥해 기획된 결과물이다.
‘천사’의 고민
문근영 신드롬은 곧 ‘롤리타 신드롬’이다. ‘롤리타’는 러시아 출생의 미국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동명소설에 등장하는 12세 소녀의 이름이다. 소설의 주인공 험버트는 자신의 의붓딸인 롤리타의 미모에 이끌려 아내를 사고로 죽게 만든다. 그리고 그에게서 롤리타를 빼앗아간 극작가 퀼티마저 죽인다. 험버트는 롤리타에 대한 자신의 사랑이 순결하다고 굳게 믿고 이런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어린 소녀를 향한 성적 동경을 이르는 ‘롤리타 신드롬’이란 이렇듯 극도의 자제력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광적인 것이다.
영화 ‘레옹’이 흥행에 성공한 것도 쓸쓸하고 초라한 레옹의 뒷모습보다는 그의 곁에 있던 어린 소녀 ‘마틸다’ 때문이었다. 마틸다는 레옹에게 말한다.
“아저씨, 소파에서 자는 것 보기 싫어요. 이제부터는 침대에서 나와 함께 자요.”
그리고는 묻는다.
“세상 사는 것이 항상 이렇게 힘든 건가요, 아니면 어릴 때만 그런가요?”
마틸다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한마디 한마디는 묘한 유혹을 던진다. 이렇듯 보호해야 할 대상에 대한 강한 욕망은 그것을 절제함으로써 더 큰 자극을 불러오는지도 모른다. 마틸다가 어린 소녀가 아니었다면 레옹과의 사랑은 변질됐을지 모른다. ‘롤리타’에 대한 욕망은 그래서 다른 한편으로 충분한 변명거리를 던져준다. ‘어린 신부’에서의 문근영에게 성적 호기심을 느끼게 만든 것은 ‘의도된’ 것이라는 얘기다.
문근영이 이제껏 연기해온 캐릭터는 어리고 순수한 소녀이거나 아이였다. 드라마 ‘명성황후’에서 연기한 어린 명성황후 역이나 ‘가을동화’에서 맡은 어린 은서 역 모두 마찬가지였다. ‘아내’에서 유동근·김희애의 딸 ‘민주’로 등장했을 때도 문근영의 이미지는 별로 달라진 게 없었다. 아역 연기자가 자신의 캐릭터를 갖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하지만 고등학생을 연기하면서 주인공으로 데뷔한 것은 문근영에게 행운이었다. ‘어린 신부’의 성공은 성인 연기자가 아닌 문근영이 고등학생을 연기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대다수 20대 여배우가 드라마나 영화에서 고등학생을 연기하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하지만 문근영은 우리 나이로 열아홉 살이 되었다. 고3 수험생인 동시에 성인 연기자로 변신하는 시험에도 통과해야 한다. 팬들로부터 ‘천사’ 같은 외모라고 찬사를 받는 문근영이지만 요즘엔 고민거리가 하나 생겼다. 앳된 얼굴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다소 복스러운 콧방울 때문이다. 오뚝한 콧날은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야 하는 성인 여배우에겐 필수적인 조건일 것이다. 소속사 관계자는 “성인 연기자로 변신하려면 코를 좀 높여야 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는 ‘푸념’을 전하기도 했다.
어쨌든 문근영은 이제 몇 달 후면 성인 연기자에 도전하게 된다. 오는 4월 개봉되는 멜로영화 ‘댄서의 순정’에서 조선족 출신의 스포츠댄서 장채린을 연기하는 것. 이 영화에서 끈적끈적한 라틴 댄스를 선보여야 하기 때문에 그는 요즘 본격적으로 춤 연습을 하고 있다.
성인 역을 처음 맡은 문근영의 걱정과 포부는 대단히 크다. “성숙한 여성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연기가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다”는 고백은 그야말로 순수한 여고생의 심정일지도 모르겠다. ‘어린 신부’이던 문근영이 ‘댄서의 순정’을 얼마나 잘 표현해낼 수 있을지 자못 기대된다.
약간은 맹한 듯한…
문근영이 성숙되지 않은 무언가에 대한 남성의 은밀한 욕망을 바탕으로 스타 반열에 올라섰다면, 한예슬(23)은 완벽한 외모, 그러면서도 약간은 맹한 듯한 백치미와 섹시미로 주목받고 있다. 눈꼬리가 살짝 올라간 커다란 눈, 얄미울 만큼 새침하고 갸름한 입술, 크지도 작지도 않게 보기 좋게 뻗은 콧대가 손바닥만한 얼굴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한예슬의 얼굴은 모델로서 최상이다. 신체적 조건도 그만이다. 키는 껑충하게 크고 팔다리는 늘씬하게 길다. 군살 하나 붙지 않은 곧은 몸매는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한예슬은 처음 CF를 통해 대중의 뇌리에 새겨졌다. 그의 이미지를 단번에 알린 것은 정우성과 함께 출연한 휴대전화 광고였다. 자동차 창문이 스르르 닫히는데 그 안에 탄 미녀의 가슴 속으로 정우성이 휴대폰을 밀어넣는다. 자동차와 미녀라는 식상한 소재지만 이 광고는 두 배우의 이미지만으로도 시청자에게 깊이 각인됐다.
한예슬은 2001년 슈퍼모델 선발대회를 통해 데뷔했다. 섹시함을 무기로 내세운 모델대회 입상 이후 한예슬은 한동안 광고를 통해서만 얼굴을 알렸다. 한예슬이 가진 신체적 조건은 광고시장에서 그의 주가를 높이기에 충분했다. 인지도는 미미했으나 광고 출연 기회가 이어졌다.
모델 출신답게 한예슬은 평소 걸음걸이에서도 힘이 느껴진다. 촬영하다가 짬이 날 때도 결코 몸을 움츠리거나 구부리는 모습을 볼 수 없다. 허리를 언제나 곧게 편 ‘모델다운’ 자세로 생활하는 것이 습관이 됐기 때문이다. 한예슬은 “24시간 내내 아랫배에 힘을 주고 다니는 것이 버릇이 되어 전혀 힘들지 않다”며 나름의 노하우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한예슬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데에는 다른 매력이 크게 작용했다. 시트콤 ‘논스톱4’에 등장한 한예슬은 광고에서 묘한 눈빛을 던지던 그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섹시함과는 전혀 거리가 먼, 특유의 콧소리를 내며 애교 섞인 눈웃음을 치는 한예슬은 다소 엽기적이고 순진하며 때로는 맹한 구석까지 보였다.
한예슬의 색다른 이미지는 그를 인기스타 대열에 올려놓았다. 섹시함과 발랄함을 동시에 갖춘 여배우는 그리 많지 않다. 애교 많은 여성과 섹시한 여성 중에 한 명을 택해야 한다면? 물론 남성들은 ‘둘 다’를 원한다.
그런데 사실 한예슬은 ‘논스톱4’ 첫 촬영을 하기 전만 해도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아무리 시트콤이라고는 해도 어리벙벙한 극중 캐릭터에 도전하기까지 적잖은 고민을 했다.
“요즘 남자들이 좋아하는 여성상이 바뀐 것 같아요. 예전에는 왠지 자신이 보호해주거나 안아주고 싶은 연약한 여자를 좋아했는데, 요즘은 엽기적이고 발랄한 여성을 더 좋아하더라고요. ‘논스톱4’를 찍기 전에는 ‘내 캐릭터가 너무 튀는 거 아닐까’ 하고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사회적 트렌드와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한예슬이 ‘논스톱4’에서 연기한 캐릭터는 본인의 말대로 ‘안하무인 날라리’였다. 현란하고 섹시한 댄스를 선보이기도 했고, 땅바닥에 엎드려 쌍코피를 흘리기도 했으며, 심지어 ‘왕싸가지’란 별명까지 얻었다.
애드리브도 필요하고 감정변화의 속도가 빠른 시트콤은 신인 연기자들에게 연기를 배울 수 있는 더없이 좋은 장르다. 한예슬은 시트콤 연기에 잘 적응해 갔고, 당시 연출진은 한예슬에게 더욱 다양한 연기를 주문했다. 그녀와 호흡을 맞춘 봉태규와 MC몽의 역할도 중요했다. 평소 모습을 그대로 시트콤으로 옮겨간 한예슬은 봉태규와 MC몽에게서도 큰 도움을 얻었다고 한다. ‘논스톱4’ 촬영장이 언제나 활기에 넘친 것도 배우들이 편한 분위기에서 연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화려한 외모, 생기 넘치는 몸짓
한예슬의 다소 과장된 캐릭터는 시트콤이기에 돋보일 수 있었다. 만화와 같은 작위적인 설정은 만화 여주인공 같은 한예슬의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졌다. 한예슬이 시트콤을 통해 연기자로 데뷔한 것은 분명 현명하고 ‘약은’ 판단이었다. 뛰어난 연기보다는 다소 과장된 이미지로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장르인 시트콤은 한예슬의 발랄함을 자연스럽게 담아내는 데 적절한 분야였다.
그러나 아직 연기력이 부족한 한예슬은 드라마 ‘구미호외전’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첫 주연을 맡게 된 이 드라마에서 한예슬은 몸에 달라붙는 검은색 의상을 입고 등장한다. 파티플래너라는 직업 때문에 값비싼 파티복도 종종 선보였다. 한예슬이 잘 ‘소화’해낼 수 있는 의상이지만 왠지 어울리지 않았다. 극중 ‘채이’는 한예슬이 그렇게 욕심내던 캐릭터이지만 편한 연기가 나오기엔 ‘내공’이 부족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한예슬은 살인적인 스케줄 속에서도 생기를 잃지 않았다. 당시 그는 ‘구미호외전’을 촬영중이었고 MBC ‘섹션TV 연예통신’에서 김용만과 함께, SBS ‘인기가요’에서는 김동완과 나란히 MC를 맡고 있었다. 한창 잘 나가는 스타를 마주하다 보면 저마다 다른 매력이 느껴지는데, 한예슬과 얘기를 나누다 보니 화려한 외모와는 딴판으로 편안함이 무엇보다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한예슬의 콧소리는 ‘방송용’이 아닌 평소 목소리다. 정작 본인은 자신의 목소리가 특이해서 콤플렉스로 여기고 있다고 한다.
주목받는 여자 연예인들이 한번쯤 ‘거쳐가게’ 마련인 연예정보 프로그램의 MC 활동을 통해 한예슬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특히 생방송 도중 일어날 수 있는 방송사고 방지를 위해 한시도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는 걸 깨쳤다. 한예슬은 북한 용천역 폭발사고 소식을 전하면서 ‘웃는’ 실수를 해 한동안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다. 당시 기분을 묻자 한예슬은 정색하지 않고 “솔직히 마음이 많이 아팠다. 다 아시면서”라며 웃음을 지었다. 공동MC인 김용만은 당시 상황에 대해 “예슬씨가 원래 실수하면 웃는 버릇이 있다”며 “MC로서 한예슬이 가진 잠재력이 차츰 드러날 것”이라는 칭찬을 건네기도 했다.
한예슬이 지닌 자유분방함의 매력은 패널들과 함께 자리에 앉아 진행하는 ‘섹션TV 연예통신’보다 ‘인기가요’에서 편안하게 발산된다. 정제되지 않은 언어표현과 한순간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몸동작은 한예슬의 섹시함과 발랄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김용만의 표현대로 한예슬은 메이크업이 더해질 때마다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낼 줄 아는 잠재력이 풍부한 배우다. 한예슬의 새로운 변화가 기다려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