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 설립 15년째인 지방의 중소기업. 창사 이래 매출액은 25배, 이익규모는 70배가량 증가했다. 외환위기 때조차‘마이너스 성장’을 겪어보지 않았다. 그 흔한 노사분규도 없었다. 식당 아주머니도 정규직인 이 회사 직원들은 자녀의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등록금, 직계존비속 병원비는 물론 문화생활비까지 회사로부터 지원받는다. 회사 이익금의 10%는 지역의 학교와 장애인을 위해 쓰인다.
이런 상황에서 한 지방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성공적인 경영 실험은 어느 쪽에서 봐도 좋은 참고자료가 될 듯하다. 양극화 시대, 전통 제조업, 비(非)대기업, 비(非)수도권 기업이라는 불리한 조건을 감안하면 그 가치는 더욱 빛이 난다.
지역 재계에서 ‘한국형 나눔경영’을 실현한다는 찬사를 듣는 주인공은 경남스틸(주) 최충경(崔忠坰·59) 사장. 워런 버핏이나 빌 게이츠처럼 오랜 기간 벌어들인 거액을 몰아서 사회단체에 분배하는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대신 자사 임직원에게 지속적으로 보상함으로써 자발적으로 열심히 일하게 만들고, 지역사회 기부를 통해 기업 이미지, 나아가 현물가치 상승을 유도함으로써 매출과 이익구조를 개선한다는, 언뜻 ‘공자님 말씀’ 같은 철학이 최 사장의 경영 요체다. 요컨대 회사 이익과 직원 복지후생, 주주 이익, 지역 환원은 서로 상승·보완작용을 일으킨다는 얘기다.
일부 기업인들은 ‘적극적 분배를 통한 적극적 성장’이라는 이런 독특한 경영모델에 대해 “기업과 임직원의 장기적인 미래를 위해서 좀더 비축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기도 한다.
경남스틸의 복지 혜택에는 굴지의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적지 않다. 이를테면 이 회사 직원의 직계존비속이 병원 신세를 지게 되면 병원비(입원비와 수술비)를 전액 회사가 부담한다. 지난해의 경우 부모의 암 수술비 700만∼1000만원을 지원받은 직원도 몇 사람 있다.
자녀수와 상관없이 유치원부터 대학까지의 학비 전액이 제공되는 것도 이례적이다. 또한 연간 100만원 한도 내에서 직원들의 악기 배우기나 레저 등 문화 예술이나 취미 활동을 지원한다. 식당 아주머니까지 포함해 직원 52명이 모두 정규직인데, 4년에 한 번꼴로 1억원 이상을 들여 해외 고급 휴양지로 전(全)직원 연수를 떠나기도 한다. 고생한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2004년 5월에는 문화관광부에서 시상하는 ‘메세나 우수기업’에 선정돼 중소기업으로는 첫 수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1990년 설립된 경남스틸은 포스코에서 냉연코일을 공급받아 소비자가 주문하는 규격으로 가공해 원자재를 공급하는, 대표적인 굴뚝기업이다.
1991년 매출 56억원, 영업이익 1억1500만원의 첫 실적을 기록한 후 창립 15년 만인 2005년 매출 1400억원, 영업이익 80억여 원으로 매출은 25배, 이익규모는 70배가량 수직상승했다. 그 사이 노사분쟁 한 번 없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을 포함, 매출과 이익은 한 번도 마이너스 성장을 한 적이 없다. 1995년부터 주주들에게 매년 평균 22%의 고배당을 실현했으며, 지역 장애인 돕기와 교육사업 투자를 위해 매년 이익금의 10%를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인터넷 경제전문지 ‘이데일리’에 따르면 2000년 코스닥에 상장된 경남스틸은 ‘상장 이후 순이익 지속 증가 코스닥 기업’ 순위에서 동서, 하나투어, 안국약품, 진양제약 등 쟁쟁한 중견기업에 이어 5위를 차지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최충경 사장의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공신화의 울림은 서울로도 전파되고 있다. 10월18일 연세대 공대를 찾은 이현재 중소기업청장은 ‘중소기업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제목으로 강연하면서 한국형 우수 중소기업의 대표사례로 경남스틸을 들었다. “전 직원이 해외연수를 떠날 정도로 복리후생이 잘 돼 있는 알짜 중소기업으로 웬만한 대기업 못지않다”며 학생들의 입사지원을 독려한 것.
경남 창원시 팔룡동에 있는 경남스틸 본사를 찾아 최충경 사장을 만났다. 철강 가공 소음이 요란한 공장 현관에는 직원들이 타이베이, 오클랜드, 피지로 떠난 연수에서 찍은 기념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다음은 최 사장과 나눈 대화이다.
‘세금 추징액 0원’
▼ 경영철학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투명경영입니다. 그런데 적당히 투명한 게 아니고 그야말로 속을 다 내놓아보자는 심정으로 투명을 추구합니다. 회사 사정을 직원들이 속속들이 알고 거기에 맞춰 대우를 받는다면 불만이 생겨날 여지가 줄어들겠죠. 저는 거래처 사람과 커피 한 잔을 마셔도 회사 전산망의 비용처리란에 꼬박꼬박 기입합니다. 10년 전 제가 돈 2억원을 들여 사내 전산지원관리 시스템(ERP)을 설치하니까 어떤 분들은 조그만 기업에서 별 쓸데없는 짓을 다 한다며 혀를 찼어요.
그때부터 3개월에 한 번씩 빠짐없이 경영실적을 공개했습니다. 초기에는 직원들이 그걸 꼼꼼히 살펴보던데, 시간이 흐르니까 요즘은 ‘알아서 하겠지’ 생각하는지 잘 들어가 보지도 않더군요(웃음). 노사 신뢰라는 것이 투명성이 정착되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거란 걸 실감했습니다.
창사 이래 계속 실적도 좋고 배당도 높아서였는지 지난해 10월에 우리 회사가 세무조사를 받았습니다. 부산지방국세청에서 전문조사요원들이 나와 한 달 동안 5년치 세무조사를 했어요. 그때 그곳 국장이라는 분이 그럽디다. ‘세무서 생활 31년에 이렇게 털어서 먼지도 안 나오는 기업은 처음’이라고(최 사장은 사무실 액자에 걸어놓은, ‘세금 추징액 0원’이라고 적힌 국세청 통지서를 보여줬다). 제가 가장 존경하는 기업인이 유한양행 창업주 유일한 박사인데, 그분을 닮으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 법인카드며 비용처리 같은 게 사실 경계가 모호하지 않습니까.
“물론 기업을 하다보면 친구들과 술 마시고 법인카드를 사용하는 경우도 생겨나죠. 그런데 ‘법인의 일’을 포괄적으로 보자면 친구와 술 마신 것도 비즈니스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경우 무조건 세무서 관점에서 생각해 비용처리를 합니다. 탈세란 게 그렇잖아요. 기업이 탈세를 왜 하느냐, 좀 심하게 이야기하면, 주주들에게 100원을 배당하면 세금이 50원 나오니까 그걸 아끼려고 탈세하는 것 아닐까요.”
▼ 경남스틸에서는 노사 문제가 전혀 없었습니까.
“회사 설립하고 15년 동안 노사분규니 파업이니 하는 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기업주가 정직하게 경영하면 절대 노사분규가 일어날 수 없다고 봅니다. 기업주가 비자금이니 뭐니 뒷주머니 차지 않고 떳떳하게 이익 생기는 만큼 배당하고 직원들 복지 잘해주면 직원들도 그만큼 값어치를 합니다.
저희 회사에선 52명의 직원이 매출 1400억원을 올리고 있습니다. 비슷한 매출 규모의 동종업체 같으면 70명이 일해도 벅찬 수치지요. ‘기업주가 먼저 잘해주면 일은 직원들이 더 잘 알아서 한다’는 선순환 구조를 확인했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대우와 책임은 정비례
▼ 투명경영의 기준은 직원들에게도 적용됩니까.
“대우가 높은 대신 책임의 기대치도 높습니다. 저희 회사에 입사하는 사원들은 맨 먼저 ‘정직경영확약서’에 서명해야 합니다. 회사의 이익을 앞세워 거래처나 관공서 관계자들과 부정한 거래를 하지 않고 정직경영에 매진할 것을 최고경영자와 약속하는 절차죠. 정직경영 방침에 어긋나는 사례가 발생하면 회사의 사직 요구에 이의 없이 응한다는 조항이 들어 있습니다.
또한 직원들에겐 지역(국가)사회에 대한 봉사활동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1년에 2회씩 반드시 헌혈을 해야 한다’ ‘승진한 직원은 그 직후 20시간 이상 사회봉사시설로 파견을 간다’는 등의 조항이 있습니다. 장애인과 함께 지내며 봉사해본 사람은 대부분 심경에 변화를 느끼고 그후로는 더욱 적극적으로 봉사에 동참하게 됩니다. 자신의 처지에 대해 진정 감사할 줄 알게 되기도 하고요. 말로만 봉사를 외치는 것보다 훨씬 임팩트가 강합니다.”
최충경 사장이 2억원을 기부해 세워진 마산 창신고교 체육관(위). 아래는 경남스틸 제2공장 내에 있는 준공 기념석. 그의 장인이 ‘초심’을 잃지말라는 문구를 보내줬다고 한다.
“직원의 복지후생을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자는 게 요체입니다. 복지라는 말에 선입관을 가진 분이 많은데, ‘고객만족’이란 의미로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겁니다. CEO에겐 직원들이 내부 고객입니다. 고객이 만족하면 반드시 기업에 이윤으로 돌아오게 돼 있어요.
우리 회사 화장실이 무척 깨끗하지 않던가요? 그 청소를 직원들이 다 합니다. 따로 용역직원이나 계약직을 쓰지 않아요. 복지후생 수준이 높은 대신 직원 개개인이 챙겨야 할 일도 다른 회사보다 많습니다. 회사에 관리직원이 3명밖에 없거든요. 일례로 우리 회사엔 사장 비서가 따로 없어요. 총무를 주로 하면서 필요한 경우에만 대표이사 업무를 거들어주는 직원이 있을 뿐이죠. 쓸데없이 커피 타고 서류정리하는 직원은 없어요. 그야말로 정예 인력뿐입니다.”
▼ 학자금 전액 보조, 본인과 직계존비속 병원비 지급 같은 혜택은 어떻게 도입했습니까.
“유치원 등록금 보조는 2003년부터, 병원비 지급은 회사를 설립할 때부터 시행해왔습니다. 원래는 초등학교부터 대학졸업 때까지 자녀 수에 관계 없이 학자금을 100% 대준다고 했죠.
그런데 직원들과 대화하다보니 결혼하고 막 정착하면서, 첫아이가 유치원 들어갈 때쯤에 살림이 가장 빠듯한데 그 때에 대한 배려도 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 자리에서 받아주겠노라 했습니다. 그후 젊은 직원들 사기가 크게 올랐습니다. 사실 요즘 한 달에 수십만원씩 하는 영어 유치원 같은 것도 많이 생겼잖아요.
의료비도 그렇습니다. 제 자신도 효도를 다하지 못하고 부모님을 떠나보낸 것 같아 늘 마음이 아픕니다. 제가 성산 장기려 박사를 존경하는데요, 그분이 돈 없는 환자들에게 ‘밤중에 뒷문을 열어놓을 테니 살짝 도망가시오’ 하셨다는 일화도 있지 않습니까. 몸이 아픈 사람들에게 도움줄 수 있다는 것은 봉사이면서 축복이 아닐까 합니다.
저희는 암 같은 질병은 물론 교통사고 치료비 등도 다 지원합니다. 치매의 경우는 요양소 비용까지 대주지요. 성형외과나 치과치료 등을 뺀 수술이나 입원치료를 요하는 부분은 모두 회사부담이라고 보면 됩니다. 워낙 많이 보장이 되어 그런지 직원들은 기본적인 건강보험말고도 어느 대형 보험사 상품 못지않은 ‘프리미엄 보험’을 하나 더 들고 있다며 든든해합니다. 그 정도 보장을 받으려면 보험사에 월 몇십만원은 내야 할 겁니다.”
▼ 연 100만원까지 문화예술비를 지원하는 것도 이채롭군요.
“제가 개인적으로 미술과 음악 취미를 갖고 있어요. 틈나는 대로 색소폰 연주도 합니다. 그런데 저 혼자만 즐기는 것은 너무 야박하다 싶어서 지난해부터 직원들에게 취미활동비조로 지급하게 됐습니다.
그 시대, 그 종업원의 수준에 맞는 사기 앙양책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요즘 젊은 직원들은 회사 창립기념일에 고만고만한 기념품 돌리는 것보다 부부에게 괜찮은 음악회 표 선사하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이 제도를 시행해보니 직원들이 붓글씨도 배우고, 어학원, 요리학원, 수영장 등 기호에 맞춰 다양하게 문화예술비를 지출하더군요.”
▼ 지금은 몰라도 행여 경기가 나빠지면 인건비 부담이 커지지 않을까요.
“우리 회사는 창사 이래 거의 매년 연말 성과급을 지급했습니다. 그것도 기본급 대비 900%로 매우 높은 편이었죠. 저는 늘 ‘영업실적 향상에 따른 분배’라는 걸 강조합니다. 지금껏 그런 적은 없어도, 만일 적자가 나면 성과급은 물론 상여금을 못 줄 수도 있고, 기본급이 깎일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직원들과 적어도 그 정도의 공감대는 갖고 있죠.”
▼ 매년 이익금의 10%를 지역사회에 기부한다고 들었습니다.
“순이익금 기준이니까 요즘은 연간 3억∼4억원은 될 겁니다. 기업을 해서 돈을 번 것은 사회가 저를 도와준 덕분이라는 생각이 밑거름이 됐죠.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던 모친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돈만 좀 있었으면 힘든 사람들 많이 도와줬을 텐데’ 하시던 게 마음에 남았습니다. 1996년엔가, 지역에 있는 창신고등학교엘 무작정 찾아갔죠. 교장선생님을 만나 ‘우선 1억원을 내놓을 테니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형 도서관을 짓자’고 했습니다. 다른 조건은 없고 다만 도서관 이름만 제 모친 함자를 따 ‘귀남관’으로 해달라고 했죠. 전례가 없던 일이라 교장선생님도 처음엔 당황해하셨지만 이내 서로 마음이 통하게 됐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껏 운영비 조로 월 200만원씩 지원하고 있습니다. 모친이 세상 뜨신 지 10년째 되던 2003년에는 또 2억원을 기증해 ‘귀남체육관’을 짓기도 했고요. 액수는 얼마 안되지만, 저는 재벌기업에서 100억원 내는 것보다 중소기업에서 1000만원 내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기에 나름대로 자부심도 큽니다.
지방학교라서 더 그런지 모르겠지만, 학생들에게 정말 요긴하게 쓰이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낍니다. 요사이 1, 2년은 입시제도가 지방학생에게 불리하게 바뀌어서 전보다는 주춤하다고 들었지만, 귀남관이 세워지고 3년여 만인 2000학년도 대학입시에서는 창신고 출신 서울대 합격생이 32명으로 많아져 화제를 모은 바 있습니다. 합격생 수가 서울 8학군 수준이었다는군요.
기숙사가 생기니까 학생들은 시간을 허비하지 않게 되고 학교에서도 저녁까지 학사지도를 해주게 됐죠. 이 기숙사형 도서관이 히트를 치니까 창원, 마산 지역의 다른 고교들도 동창회에서 앞다퉈 기숙사 기금을 지원해 기숙학교 건립 붐이 일기도 했습니다.”
▼ 비(非)서울 기업, 비(非)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문광부에서 주는 메세나 우수기업상을 받았는데, 메세나 운동에 애착을 갖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회사 창립 후 경남오페라단, 경남 재즈오케스트라단 등 지역 음악단체의 연주회를 비롯해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에 종사하는 장애인이나 소외계층 예술인들의 전시회를 지속적으로 후원하고 있습니다. 지방에 문화적 토양이 척박한 게 아쉬웠고, 또 이런 분야를 지원하는 것이 꼭 대기업에서만 가능하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데 작게나마 기여한 것 같아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기업이 문화예술을 지원한다는 것, 이것도 달리 생각하면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회사의 가치는 결국 경남스틸이라는 브랜드 가치가 얼마냐에 좌우되는데, 회사 브랜드의 총체적 이미지를 상승시켜 자산가치를 올리는 데 이런 문화예술지원 정책이 한몫을 한다고 봅니다.
그런 이미지는 또 주가에도 반영되지 않겠습니까. 이런 활동이 직원들의 자부심은 물론 생산성까지 높인다는 나름의 통계자료도 만들어놓았습니다. 해마다 회사의 각종 지표가 목표를 초과하는 것을 보면 제가 하는 일에 더 믿음을 갖게 됩니다.”
돈, 비워야 채워진다
최 사장은 10년째 경남장애인재활협회장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1사(社) 1청각장애인 희망의 소리 찾기 운동’을 이끌어 지역 재계에서 호응을 얻기도 했다. 지역기업들이 청각장애인 1명의 수술비용인 800만원씩을 희사하자는 캠페인인데, 삼성테크원 경남에너지 등 많은 지역기업이 동참했다. 장애인 단체 협회장을 맡으면서 그는 장애인의 ‘생산적 복지’ 향상에 힘써왔다. 장애인 취업박람회에 특히 신경을 썼다고 한다.
“장애인이 때로는 중소기업에 고급 기술인력으로 취업할 여지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몇 해 전엔가 청각장애인 몇 분이 소주회사에 취업했는데, 이 분들이 소주 제조 마지막 공정에서 이물질이 들어갔는지를 육안으로 검사하는 일을 맡았거든요. 그런데 듣지 못하는 대신 시력이 뛰어나 비장애인보다 일을 더 잘 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는 지난해 창원시 웅남동에 경남스틸 제2공장을 준공하면서 공장 주변에 담을 쌓지 않는 대신, 임직원의 동의를 얻어 그 공사비에 해당하는 금액을 청각장애인 수술비로 쾌척했다. 최근 주택과 학교가 담장 허물기 운동을 벌이는 데 착안, 보안장치가 설치된 공장에 굳이 담이 있어야 할 필요를 못 느껴 이런 결정을 내렸다. 막상 담을 없애고 보니 주차공간도 넓어졌고 직원들도 ‘덜 답답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외부인에게는 기업 브랜드 노출효과도 커졌다.
인터뷰가 끝난 뒤 최 사장에게 농반진반으로 “그래도 기업의 존재 이유와 목표는 이윤 추구인데, 이런 선행(善行) 항목에 지출이 많이 잡히면 가끔은 아깝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 않느냐”고 물어봤다. 최 사장은 “그건 돈을 버는 철학의 문제”라며 망설임 없이 답했다.
“돈은 비워야 채워지고 나눌수록 불어납니다. 직접 경험하고 느껴보면 점점 더 확신을 갖게 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