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국제산업디자인단체협의회(ICSID)가 서울을 세계디자인수도로 선정한 이유다. 서울은 이후 공공디자인 분야에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내년 7월 완공되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대표적이다.
지하 3층, 지상 4층 8만5320㎡ 규모의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2009년 4월 착공, 현재 43%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이곳과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낼 동대문역사문화공원과 함께 동대문운동장과 야구장을 허문 자리에 들어선다.
“공사가 빠르게 진척되고 있습니다. 외국의 건축회사 직원과 건축가들이 자주 다녀가는데 하나같이 놀라워해요. 완공되면 한국의 디자인 경쟁력을 키우고 수백만명의 해외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세계 디자인의 메카로 성장할 겁니다.”
4월7일 오후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 내 이벤트홀. 심재진(56) 서울디자인재단 대표이사는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서울디자인재단은 서울의 디자인산업 진흥과 디자인 문화 확산을 목적으로 2008년 설립됐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을 운영하고 내부공간을 꾸밀 콘텐츠를 개발·육성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세계 디자인 트렌드와 역사, 독특한 전시를 볼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집니다. 컨벤션홀과 전시시설, 디자인정보센터, 도서관, 교육장, 디자인박물관, 디자인역사관 등이 들어설 거예요. 건물 내 어디에 있든 디자인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스마트 정보 시스템도 구축됩니다. 일반인과 전문가가 디자인으로 소통하는 장이 됐으면 합니다.”
국내 최초로 3차원 입체설계 방식인 BIM(빌딩정보모델링) 기법을 도입한 점도 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주목받는 이유다. BIM 기법은 반듯반듯한 2차원 평면 설계를 적용하기 힘든 3차원 비정형 건축물을 지을 때 유용하다.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뮤지엄, 중국 베이징올림픽 메인스타디움의 아름다운 곡선은 이 기법을 적용했기에 탄생할 수 있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와 동대문역사문화공원 내 모든 전시관이 3차원 비정형 건축물입니다. 사선과 곡선이 많고 대칭을 이루는 곳이 없어요. 여기 이벤트홀만 보더라도 기둥이 9개인데 하나만 빼고 모두 기울어져 있어요. 기울기도 저마다 다르고요. 바닥과 수직인 기둥이었다면 눈에 거슬렸을 텐데 사선이니 있는 듯 없는 듯합니다. 빛의 산란 때문인데 이런 게 디자인의 묘미죠.”
디자인은 이라크 출신의 세계적인 여류 건축가 자하 하디드(61)씨가 맡았다. 서울시가 2007년 동대문 공원화사업을 위해 연 지명초청방식의 국제설계 경기에 국내 건축가 4명, 외국인 건축가 4명이 지원했는데 자하 하디드씨의 작품이 가장 한국적이었다고 한다.
“하디드씨는 1990년대 초반과 이후 몇 차례 한국에 와서 초가집과 산세, 시골 풍경을 인상 깊게 봤다고 해요. 모나지 않은 부드러운 곡선미에 매료됐다고 하더군요. 그때부터 하디드씨의 디자인풍이 곡선으로 바뀌었답니다.”
심 대표는 디자인역사관에 남다른 애정을 보이며 “과거를 알아야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생긴다. 앞서가는 디자인을 개발하려면 디자인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소신도 밝혔다.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1978년부터 29년8개월간 LG전자에 근무했다. 이후 사무용 가구를 생산하는 중소기업 부사장을 거쳐 2009년 3월 한국디자인재단 대표로 취임했다. 광주디자인비엔날레 2007 준비위원, 국내외 각종 디자인 어워드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했으며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ICSID의 집행위원 이사직을 맡았다.
“디자인은 생활입니다. 인간의 삶과 디자인은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우리나라가 디자인 강국이 되려면 실력 있는 인재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 재단은 서울을 네 구역으로 나눠 디자인 분야의 창업, 중소기업 운영, 디자이너 마케팅, 연구개발(R·D)을 지원하고 있어요. 이제 시작입니다. 앞으론 우리나라에서도 자동차디자이너 주지아로와 같은 슈퍼 디자이너가 많이 나올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