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호

“더 낮은 자세로 현장에서 답 찾겠다”

2년 연속 ‘행복지수’ 1위 이끈 진익철 서울 서초구청장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입력2013-11-21 1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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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잡하고 해묵은 민원 ‘현안회의’로 해결
    • 손주 돌보미, 서초다산장학재단…출산율 높이기
    • 1조3000억 투자 유치한 우면 R&D센터 가슴 뿌듯
    • 100년 앞 내다보고 만든 방배열린문화센터
    “더 낮은 자세로  현장에서 답 찾겠다”

    ● 건국대 행정학과 졸업<br>● 서울대 행정학 석사<br> ● 美 컬럼비아대 비즈니스스쿨 수료<br>● 북경서울문화무역관장<br>● 대통령비서실 행정관<br>● AFEC 연구소 연구원<br>● 서울시 공보관·환경국장·재무국장·상수도사업본부장 역임

    주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24시간 휴대전화를 켜두는 구청장, 마사이 슈즈를 신은 양 발목에 2kg짜리 모래주머니를 하나씩 차고 현장을 뛰어다니는 구청장, 집무실에 CCTV를 달아 부정과 청탁을 근절한 구청장…. 진익철(62) 서울 서초구청장 얘기다.

    1979년 행정고시(23회)에 합격하고 이듬해 동작구 환경위생과장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진 구청장은 2009년 퇴직 전까지 서울시에서 법무, 문화, 공보, 기획, 재정, 환경 분야를 두루 거친 30년 경력의 행정 전문가다. 2010년 7월 1일 서초구 민선 5기 구청장에 취임한 그는 솔선하는 소통 리더십으로 조직문화를 일신하고, 주민이 쏟아낸 불만을 창의행정 아이디어로 삼아 서초구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구청장의 새벽 메시지

    이를 통해 서초구는 2년 연속으로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행복지수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또한 진 구청장이 구정(區政)을 이끈 지난 3년 반 동안 서울시와 정부 부처가 평가한 65개 분야에서 모두 19억4000만 원의 인센티브를 받았다. 다달이 1.5개 분야에서 4600여만 원의 포상금을 받은 셈이다.

    11월 7일 오후, 서초구청장실을 찾아 다짜고짜 “그간 받은 포상금을 다 어디에 썼느냐”고 묻자 진 구청장은 조금도 당황하는 기색 없이 말문을 열었다.



    “일정 부분은 해당 부서에 포상금으로 주고, 나머지는 주로 구 세입으로 편성해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사업비로 썼습니다. 발로 뛰는 현장행정을 위해 전 직원에게 업무용 운동화와 점퍼, 청사(廳舍) 에너지 절약을 위한 방한복을 지급하기도 했고요.

    예를 들어 불법 플래카드 단속을 잘해 얼마 전 서울시로부터 받은 포상금 2000만 원은 ‘불법광고물 제로 실버 지킴이’를 18개 동마다 20명씩 구성해서 그 인건비로 사용하고 있어요. 주로 60세 이상 틈새계층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집 주변에서 음란 전단지나 불법 플래카드 등을 수거하게 하고 한 달에 40만 원까지 드립니다. 노인 일자리 창출과 도시 미관 개선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지요.”

    진익철 구청장이 건넨 명함에는 여느 고위공직자의 명함과는 달리 집무실 직통번호와 개인 휴대전화 번호가 적혀 있었다. 그는 지난 지자체 선거 때 돌린 명함에 넣은 휴대전화 번호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며 스마트폰을 꺼내 보였다. 주민들이 보낸 문자 메시지가 가득했다.

    “주민과 직접 소통하겠다는, 선거 때 약속을 지키려고 휴대전화를 24시간 켜둡니다.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면 업무에 방해될까봐 우려하는 분도 있는데, 저희 구민들은 저를 배려해선지 대체로 문자 메시지를 이용합니다. 사연도 가지가지고, 좋은 정보도 정말 많아 공무원에게선 받지 못한 창의행정 아이디어를 많이 얻어요.

    퇴근하면 9시 뉴스 보고 바로 잠들었다가 새벽 2시에 일어나 밀린 문자 메시지에 답을 하는데, 주민들이 새벽에 저한테서 문자 온 것을 보고 깜짝 놀랍니다. 그전에는 ‘설마 구청장이 직접 답을 하겠어’ 했던 거죠. 이게 진정한 소통입니다. 힘들 때도 있지만 행복해하는 주민을 보면서 방전된 기운을 충전해 뛰다보니 벌써 임기 4년이 다 돼가네요.”

    ▼ 구청장으로서 스스로를 평가한다면 몇 점을 주고 싶습니까.

    “상당히 후하게 주고 싶네요(웃음). 한 85점? 얼마 전 ‘리서치 뷰’에서 서울시 자치구를 대상으로 ‘현 구청장을 다시 찍겠느냐’고 주민 설문조사를 했는데 제가 전체 석차 2위를 했어요. 주민의 객관적 평가와 제 주관적 평가가 일치한 셈이지요. 주민들의 작지만 간절한 바람에 즉각 반응해서 감동을 줄 수 있구나, 민선 자치단체장의 자리가 봉사하는 측면에서 기막힌 자리구나 하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업무를 보면서 다음 선거를 생각하면 불안해서 재미없어요. 초심을 잃지 말아야죠.”

    즉각 반응해야 진짜 소통

    ▼ 지난 3년 반 동안 주민과의 소통에 치중한 특별한 계기가 있습니까.

    “30년간 직업공무원으로 서울시 국장, 본부장 등 많은 자리를 거치면서 소통의 중요성을 절감했습니다. 227개 기초지방자치단체장이 모두 소통을 이야기하지만 소통은 경청만으로 되는 게 아니에요. 귀담아듣고 나서 바로 조치할 수 있는 건 하고, 즉시 해결하기 어려운 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하는데 대부분은 경청만 하고 말아요.

    저는 즉각 반응하는 소통행정을 중시해서 매일 아침 서초구청 홈페이지 민원 코너 ‘구청장에 바란다’에 들어가 직접 댓글을 답니다. 휴대전화에 들어온 카카오톡과 문자 메시지에도 일일이 답을 하고요. 현장에서도 즉각 반응하는데, 정말 보통일이 아니에요. 주민이 부르는 즉시 현장으로 가야 하니까 무엇보다 다리 힘이 있어야 합니다. 마사이 슈즈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다니는 것도 그 때문이지요. 지난 3년 반을 매일 그렇게 뛰어왔는데, 명예나 다른 욕심이 있었다면 힘들어서 못 견뎠을 거예요. 남은 인생을 아낌없이 나누고 봉사하자는 마음으로 임하니 즐겁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겁니다.”

    그때 진 구청장의 휴대전화에서 문자 메시지 수신을 알리는 신호음이 연신 울렸다. 그는 기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재빨리 답을 보낸 후에야 마음이 놓인 듯 미소를 지었다.

    ▼ 청탁도 많이 들어올 법한데요. 선물도 들고 오고.

    “명절 같은 때 선물 들어오면 바로 다 돌려보내요. 얼마 전 원로 한 분이 보내온 가을대추를 바로 돌려보냈더니 비서실로 다시 보내왔어요. 그래서 또 돌려보냈더니 무슨 곡해를 해서 돌려보낸 게 아닌가 하고 놀라서 찾아오셨더라고요. 청렴하고 투명한 구정을 위해 제가 취임하자마자 이 방에 맨 처음 설치한 게 CCTV예요. 누구든지 뭔가를 가져오면 (CCTV를 가리키며) 저기를 보라고 해요. 그건 제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기도 해요. 서초구는 전체 면적의 60%가 공원녹지예요. 조금만 토지 변경을 하면 땅주인이 엄청난 이익을 봅니다. 처음에는 조건 없다고 말하는 호의도 다 이유가 있게 마련이죠. 막말로 제가 백수라면 뭘 가져오겠습니까. 제 방에 CCTV가 있다는 게 널리 알려져서 이제 뭘 들고 오는 사람도 없어요, 하하.”

    취임과 동시에 ‘즉각 반응하는 소통행정’을 서초구의 슬로건으로 내건 진 구청장은 출근 첫날 구청장실 옆에 ‘직소 민원실’을 설치했다. 절박한 민원부터 해결하겠다는 그의 의지가 담긴 현대판 신문고다. 업무 처리 과정이 복잡해 해결되지 않은 해묵은 민원은 ‘현안회의’에서 처리한다.

    칸막이 무너뜨리기

    현안회의는 구청의 주요 현안을 놓고 담당직원과 관련 결제라인의 모든 부서장이 한자리에 모여 난상토론으로 답을 찾는 구청장 주재 회의다. 진 구청장이 만들어 정착시킨 현안회의를 통해 서초구는 지금까지 920여 건(322회)의 안건을 처리했다. 현안회의가 서초구 창의행정의 발판이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3년 전 이곳에 와보니 해묵은 민원의 대부분이 부서 간 칸막이와 소통 부재가 원인이었어요. 시스템을 바꿔야 했어요. 박근혜 대통령도 부처 간 벽을 없애라는 말을 자주 하지 않습니까. 관료제의 가장 큰 폐해가 할거주의입니다. 자기 부서, 자기 팀만 봐요. 단순 민원은 크게 상관없지만, 여러 부서에 걸친 복합민원은 부서별로 문서를 주고받는 데만 몇 달이 걸려요. 그런 경우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저를 비롯한 모든 관련 직원과 대한민국 최고 전문가, 변호사, 수혜자, 반대자 등이 한데 모여 토론하다보면 답이 나옵니다. 그런 현안회의로 서초구의 수십 년 묵은 현안들을 깨끗이 청소했어요. ‘손주 돌보미’ 같은 창의행정 아이디어도 많이 얻었고요.”

    “더 낮은 자세로  현장에서 답 찾겠다”

    4월 9일 서초구청에서 열린 아이 돌보미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진익철 구청장(앞줄 오른쪽).

    손주 돌보미 제도는 2007년부터 국가사업으로 시행해온 아이 돌보미 제도를 확대 발전시켜 손주를 돌보는 친할머니나 외할머니에게 양육비를 지급하는 제도다. 손주 돌보미 자격은 아이 돌보미의 절반 수준인 25시간의 돌보미 교육을 받은 70세 이하 할머니에게 주어진다. 서초구에서 돌보미 교육을 받고 손주 돌보미가 된 할머니는 시행 첫해인 2011년 25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23명, 올해 170명으로 늘었다. 진 구청장은 “손주 돌보미 제도에 대한 반응이 폭발적이라 최근 강남구청에서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있고,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은 내년도 전국 사업으로 확대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2009년 서초구 출산율이 전국 최하위권인 0.93명이었어요. 44만 명이 사는데 하루에 아기가 10명도 안 태어난 거죠. 그래서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둘째 아이 때부터 돌보미를 보내줬더니, 할머니들이 불만을 제기했어요. ‘손주는 우리가 제일 잘 보는데 왜 우리한테는 혜택을 안 주느냐’고. 현안회의에서 이 안건을 토론해보니 외할머니, 친할머니에게도 돌보미 교육을 이수하면 돌보미 수당을 주되, 부정수급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죠.”

    서초구 돌보미 사업은 공동육아 개념으로 정착해 만족도가 높다. 진 구청장이 어린이집 인근을 금연거리로 지정하고 아파트를 신축할 때 어린이집 정원을 늘리도록 제도를 개선해 보육시설 부족과 안전 문제에 대한 걱정도 크게 줄었다. 2010년 말 영유아 보육법 시행규칙 시행을 앞두고 한 어린이집 원장이 ‘구청장에 바란다’에 올린 민원도 여기에 한몫했다.

    껑충 뛴 출산율

    “영유아 보육법 시행규칙(장관부령)이 개정되면서 한층 강화돼 어린이집 1층은 80%가 지상에 나와 있어야 한다고 규정했는데 그게 문제가 있었어요. 건축법은 50%만 지상에 나와 있으면 1층으로 보는데 5년 안에 80%가 노출되도록 개선하라니, 건물을 들어 올릴 수도 없고 참으로 난감한 노릇이잖아요. 서초구 관내만 하더라도 27개 보육시설이 당장 문을 닫고 400명이 넘는 어린이가 갈 곳을 잃을 상황이었죠. 이 건으로 현안회의에 참석한 여성가족과장은 법규 사항이니 구청장이라도 어쩔 수 없다고 했습니다.

    건축법보다 영유아 보육법 시행규칙이 더 강화된 것은 장관부령을 뜯어고치는 격이었어요. 당장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면담을 신청했더니 담당 국장과 과장, 팀장이 오더라고요. 문제가 뭔지 설명하고 현장을 보여줬더니 제 말이 맞다며 시행규칙을 원안대로 다시 바꿨죠. 그 일로 서초구뿐 아니라 전국의 많은 어린이집이 구제받았다고 해요.”

    지난 3년여 동안 서초구의 출산 증가율은 서울시 평균치(4%)보다 4배 이상 높은 17.5%를 기록했다. 진 구청장은 “지난해 서초다산장학재단을 설립해 다자녀 가정의 셋째 이상 대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이처럼 서초구의 육아 환경이 계속 좋아지고 있어 출산율은 꾸준히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30억 원가량의 기금이 모여 지금까지 50명에게 각 250만 원씩 1억2500만 원을 줬고 올해도 봉사활동과 성적, 가정형편을 고려해 50명의 장학생을 선발할 거예요. 목표액 100억 원이 다 모이면 그 이자로 1인당 대학등록금 500만 원을 줄 수 있습니다.”

    ▼ 현안회의를 통해 530억 원의 세입 증가 및 예산 절감 효과를 냈다고 들었습니다.

    “불필요한 비용 지출을 막고, 지출한 비용도 다시 보는 겁니다. 예를 들면 반포에 재건축해서 최고 아파트가 들어섰어요. 그곳 조합장이 전임 구청장 시절 구청을 상대로 모두 770억 원을 달라고 4건의 소송을 냈어요. 해당 부서에서만 판단하도록 내버려뒀으면 소송에서 계속 졌겠지만, 전 부서장과 변호사 등을 모아 현안회의를 열고 대처한 끝에 결국 이겼어요. 구청장이 행정의 맥을 모른다든지, 관련 법규를 모르면 구민이 낸 세금을 허투루 낭비하는 불상사가 벌어집니다. 꾸준히 공부해서 주민에게 정말 필요한 일을 해야지, 행사장만 찾아다니며 인기를 얻으려 해선 안 됩니다.”

    ▼ 민선 5기 서초구의 가장 돋보이는 성과를 꼽는다면.

    “우면산 산사태 현장으로 매일 달려가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대응한 일, 어르신들에게 칭찬받게 해준 손주 돌보미 제도, 지자체 최초로 설립한 장학재단인 서초다산장학재단, 3월에 문을 연 서초구립 반포도서관, 11월 6일 개관한 방배열린문화센터, 지난해 착공한 우면 R·D(연구개발)센터가 파노라마처럼 떠오르네요. 그중에서도 가장 자랑스러운 건, 삼성에서 1조3000억 원을 투자해 짓고 있는 우면 R·D센터와 진익철이 구청장으로서 뭘 지향하는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방배열린문화센터예요.

    한국판 실리콘밸리

    방배열린문화센터는 동(洞)주민센터와 어린이집, 보건소, 수영장 등을 두루 갖추고 있어요. 서초의 100년 앞을 내다보며 행정, 문화, 복지, 스포츠가 한데 어우러지게 만든 친환경 최우수 등급의 복합시설입니다. 상습침수지역에 자리해 그에 따른 피해가 없도록 시공 초기부터 주민 의견 수렴과정을 거쳤고 설계와 구조 등 모든 면을 세심하게 살폈어요. 당초 설계와 달리 수영장을 맨꼭대기인 7층에 두고, 전기실을 침수가 잦은 지하에서 지상 2층으로 올린 것도 그 때문이죠.

    우면2지구 R·D 부지 2만 평(약 6만6000㎡)도 전임 구청장이 4층까지밖에 못 짓게 해서 제가 취임하기 전에는 아무도 안 쳐다보는 땅이었어요. 그대로 두면 안 되겠어서 관계부처 담당자와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위원들을 삼고초려하는 심정으로 일일이 설득해 10층까지 용적률 360%로 지을 수 있게 규제를 완화했죠. 지금은 25t 트럭 300대가 매일 다니니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지만 2015년 5월 공사가 완료되면 글로벌 석·박사 1만 명이 입주합니다. 수원, 구미 등 각지에 흩어진 삼성 연구원이 그곳에 모이면 같은 연구를 해도 시너지가 배가되지 않겠습니까.

    또한 협력업체도 모여들겠죠. 우면동 양재권 일대에는 LG, KT 등 270개 R·D 센터가 모여 있어요. 이제 삼성이 오면 서초구는 판교나 대덕밸리를 능가하는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우뚝 설 수 있습니다. 삼성이 앞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도 상당히 기여할 거고, 1만 명의 글로벌 인재가 서초구에 거주할 것으로 기대해선지 다른 지역 집값이 떨어져도 서초는 현상유지를 합니다. 결국 수십 년 앞을 내다본 먹을거리를 마련한 셈이지요.”

    즉각 반응하는 소통행정, 전례가 없는 독보적 창의행정은 서초구의 행복지수를 끌어올리는 데 톡톡히 한몫했다. 하지만 일거리가 늘어난 구청 직원들도 진 구청장과 같은 마음일까.

    “처음엔 ‘머리에 쥐가 난다’는 불평도 좀 들었지요(웃음). 하지만 직원들이 힘들어한다고, 안쓰럽다고 관행과 전례라는 명목의 복지부동을 반복할 순 없지요. 그래서 후배들에게 ‘튀면 안 된다, 적당히 하라’며 물을 흐리는 직원은 좀 더 발로 뛰는 업무를 하게 해서 ‘즉각 반응하는 소통행정의 중요성을 체감할 기회를 줍니다. 노력과 열정으로 일하는 직원들에게는 합당한 피드백을 해주도록 보상 시스템을 강화했고요. 가령 남보다 더 창의적으로 일한 직원에게는 평가를 통해 표창과 포상을 하는데, 그 포상금을 적립했다가 구 예산을 조금 보태서 해외 연수를 보내줍니다. 취임 초부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업무를 하는 직원이나 격무 부서 직원들의 명단을 뽑아서 다양한 방법으로 격려하고 있고요. 그러다보니 지금은 다들 국민의 봉사자라는 자부심이 대단해요. 현장에 나가면 주민들이 잘한다, 고맙다고 칭찬해줘서 일하는 보람을 느낀다고들 합니다.”

    서울시와도 ‘소통행정’

    ▼ 정치 성향이 다른 현 서울시장과 임기 내내 대립 각을 세우고 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서울시는 25개 자치구와 유기적인 협조 관계에 있는 조직이에요. 서로 불필요한 대립이나 갈등을 앞세우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주민에게 돌아갑니다. 그래서 어느 구청장보다 원활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서울시가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데도 현장감 없이 밀고 나갈 때는 주민의 목소리를 모아서 강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심도 저류조’ 건이 그런 예입니다. 저지대인 강남역의 상습침수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강남역에 모인 빗물을 반포천을 거치지 않고 저류했다가 한강으로 내보내는 대심도 빗물저류시설을 만드는 것뿐입니다. 그런데도 서울시에서 이러한 계획을 변경해 교대역에서 반포천까지 자연유하식 하수터널을 설치하는 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극심한 폭우가 쏟아질 때 물이 제때 빠지지 않아 반포천 하류가 범람하기 쉬워요. 그래서 제가 주민 10만 명의 서명을 받아 박원순 시장께 드렸습니다. 주민을 안전하게 지켜드리기 위해서요.”

    서초구는 이밖에도 다양한 복지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하철역과 아파트 및 주택 단지를 서초구에서 마련한 공공 자전거로 저렴하게 오갈 수 있게 한 ‘서초 바이크’, 간호사와 운동처방사 같은 보건 공무원들이 아파트 단지를 직접 찾아가 각종 검사와 상담을 무료로 해주는 ‘찾아가는 보건소’, 한강에서 청계산까지 24km를 원스톱으로 걸어갈 수 있는 ‘녹색 보행길’ 사업이 그것이다. 주민이 부르면 언제든 달려가는 그의 ‘현장행정’이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을까.

    “마사이 슈즈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다니며 근력을 키운 덕분에 두 다리가 쓸 만합니다. 때론 힘들어 파김치가 되기도 하겠지만 앞으로도 현장에 가서 답을 찾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을 겁니다. 주민의 소리에 즉각 반응하는 소통행정과 현장행정으로 주민들을 더 낮은 자세로 섬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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