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원순, 손가락에 물 안 묻히려 해
- 시민 돈으로 인심 써놓고 자랑
- 한국 근대사 인식, 좌파와 같아
- 선거 떨어지면 망신? 최선 다하겠다
인터뷰는 1시간 넘게 진행됐다. 정 후보는 인터뷰 도중 ‘서울시 임대주택공급량’ 자료를 보여주며 ‘공공임대주택 8만 채 건설 추가 달성’이라는 박 시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특히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1억 원 피부과 출입 흑색선전’ 자료를 보여주며 “박 시장이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눈에 눈물 고이며…
▼ 12일 당내 경선에서 아들 발언 때문에 눈물 흘리는 장면을 놓고 일부 사람들은 의도된 것이 아니냐고 말하는데….
“(웃으면서) 내가 무슨 영화배우도 아니고….(이어 심각한 표정으로) 세월호 사고에서 한 여고생이 엄마한테 ‘엄마 사랑해’라고 문자를 보낸 것을 보고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지. 내가 정상이고, 나한테 각본이 있는 거냐고 물어보는 것이 비정상이지. 이런 큰 비극이 어디 있어요. 그야말로 어른들이 잘못해서 아이들이 찬 바다에서 죽었는데….(두 눈에 눈물이 고임)”
▼ 공식 후보 등록을 위해선 의원직을 사퇴해야 하는데….
“(국회에 하는) 사퇴서 제출은 큰 게 아니고요. 무소속 의원을 20년 한 사람이고, 제가 국제정치학을 공부한 사람이고, 현역 정치인이지만 정당 틀 밖에서 오래했잖아요. 그래서 우리 정치, 우리 국회에 대해 간단하게 한 말씀 드리려고 해요. 26년을 정리하는 소회를 얘기하는 것이 나의 책임 아니겠어요. 26년간 일도 열심히 했지만 낙천·낙선운동에도 걸려보고, 당(2007년 12월 한나라당 입당)에 들어와서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이라는 양 계파에 시달려보고, 우리나라 정치가 어떻게 되면 좋을지 간단히 얘기하려고요.”
“월드컵 유치도 했고”
▼ 그러면 의원직 사퇴에 대한 소회를 먼저 얘기해주시죠.
2002년 월드컵 4강의 주역인 정몽준 당시 대한축구협회 회장, 박지성 선수, 거스 히딩크 감독.
정 후보는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 대통령선거를 향한 일종의 청부업자 간 대결의 장이 되면 안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어 그는 “이번에 내게 ‘다선 의원인데 한 것이 뭐 있느냐’고 해서 좋은 질문 같아 생각을 해봤다(웃음)”고 했다. 4년 전 당 대표할 때 기초의회 여성 의무 공천 통과시킨 것, 18대 국회에서 국회 선진화법 통과할 때 반대 표 던진 것, 여성이 공공기관에 취업을 많이 하는 법안 낸 것을 자신의 공으로 꼽았다. 그는 “하여간에 월드컵 유치도 내가 했다”고 말했다.
▼ 본선이 남았습니다. 승리를 자신하는가요?
“서울시민께서 현명한 선택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이 있습니다. 서울시장선거는 어려운 선거잖아요. 박근혜 대통령이 2년 전 대선에서 당선됐지만 서울에선 졌어요. 세월호 침몰 사고로 정부·여당이 어려움에 처해 상당히 어려운 선거죠. 그렇지만 제가 좋아하는 구절이 ‘공직은 죽음하고 같다’입니다. 찾아올 때 피하려고 하면 어리석고 평상시 그걸 감투라고 생각해서 따라다니면 어리석다고 하는데, 내가 출마할 때가 됐으니까 출마한 것입니다.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 결국 경선에서 이길 것인데 다른 후보들을 공격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얘기도 당내에서 나옵니다.
“선거는 매일매일 알 수가 없어요. 그런 얘기는 누가 못해요? 그런데 선거할 때 상대편이 네거티브라는 것을 하면…. 네거티브는 어려운 것인데, 포지티브를 언론이나 관련 기관에서 해주면 좋겠어요. 포지티브가 아닌 것은 다 네거티브거든요. 네거티브 한다고 하면서 네거티브를 하는 사람은 없어요. 어느 자동차 두 대가 정면충돌한 경우 둘 다 나쁘다고 하면 도움이 안 돼요. 중앙선 넘으면 90%라고 해줘야지. 물론 피하지 못한 사람도 책임이 있겠지만 중앙선을 넘어서 들이받는 쪽에 더 책임이 있다고 언론에서 정말 운명을 걸고 가끔 가다 해줘야죠. 양비론으로, 그러니까 만날 안심하고 하는 것이지.”
▼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지도가 떨어지는 추세죠. 선거 전략은 무엇인가요?
“박 대통령도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어요. 대통령께서 자기 느낌 그대로 말씀하면 됩니다. 총리가 자기가 그만둔다고 하니 좋은 사람 총리로 하고 일을 하시는 방법밖에 없죠. 일이 어렵다고 일을 하지 않으면 안 좋은 것이고. 이런 큰 비극 앞에 대책이라는 말은 안 맞고 여당에 책임이 있다는 것은 당연한 말씀입니다. 여당이 보기 싫다는 것도 우리가 감수해야 합니다. 국가 개조, 관피아(관료+마피아) 추방 다 좋은데 부정부패의 뿌리가 넓고 깊다는 것이죠. 다 척결해야지.”
▼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는데….
“대통령선거 때 상황에 악재 없어도 서울에서는 졌어요. 쉽지 않아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진) 3년 전에 ‘나꼼수’라는 데서 발표했죠. 나경원 의원의 다이아몬드 반지, 1억원 피부과. 당시 민주당 우상호 의원도 했는데 그게 네거티브 아닌가요. 그 덕을 본 사람이 박원순 시장이 아닌가요. 자기가 거기에 대해서 사과해야죠. 그 사과는 안 하고 이것을 안 한다? 본인이 그런 말을 한 것은 서울시민을 우습게 보는 거죠.”
재건축·재개발 총력
▼ 박 시장이 후보님의 공약에 대해 1970년대 굉장히 낡은 개발방식이라고 비판했는데요.
“이해가 안 됩니다. 내가 다녀보면 서울시민은 대부분 재건축, 재개발 해달라고 합니다. 박 시장의 말은 3분의 1이 반대하면 안 하겠다고 하는데, 대개 3분의 2가 찬성하면 추진하는 것이죠. 그 사람은 안 하는 쪽에 비중을 두는 것이고, 하는 쪽에 비중을 둬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1인당) 소득이 2만6000달러예요. 박 대통령이 4만 달러를 바라보자고 했는데 10년 후면 돼요. 우리가 ‘의식주’라고 합니다. 옷은 입고 다니고 밥도 먹잖아요. 그런데 주택이라…. 제가 출퇴근 등 교통과 주택을 묶어서 ‘공간복지’라고 했습니다. 집은 한번 지으면 20~30년 살고, 도로·지하철 등 교통도 장기계획 세워야 해요. 4% 성장하면 대략 10년 후 4만 달러 돼요. 지금 주택과 교통 정책을 해도 늦죠. 그런데 이 분이 그런 것이 없어요. 자기는 일을 안 하는 시장이 되겠다고 하니까, 나는 일을 열심히 하는 시장, 시민은 일하는 시장을 뽑습니다.”
박 시장은 임기 중 잘한 일 3가지로 채무 감축, 공공임대주택 8만호 건설 추가 달성, 복지 예산 비율 32% 책정을 꼽은 바 있다. 이에 대해 정 후보는 “복지 예산을 늘렸다면 잘한 것”이라면서 “그런데 복지 예산을 늘려 어려운 사람한테 잘 전달됐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지는 정 후보의 말이다.
“(송파구) 석촌동 세 모녀 사건이 안 일어나야지. 그 사건은 사회적 연대가 없어서 생긴 것이 아닌가요? 복지 예산을 늘렸다고 자랑하는 것은 시민 돈으로 자기가 인심을 썼다는 것인데 무슨 자랑이 되죠. 공공주택 8만 호는 내가 알기로는 실제로는 맥시멈(최대치) 2만3000호입니다. 정말 관대하게 봐서 도장 찍어준 것도 쳐서 그 정도밖에 안 했어요. 그다음에 채무를 줄였다고 하는데 마곡지구가 있는데 사업이 잘돼서 이득이 난다고 해요. 이것은 오세훈 전 시장의 업적이지 어떻게 자기 업적인가요? 말이 안 됩니다. 암만 당적이 달라도 전임자를 아주 무능한 사람이라고 할 필요가 있나요. 나는 이분을 참 이해하기가 어려워요.”
▼ 박 시장은 자신의 장점으로 경청, 소통, 공감, 위로를 많이 한 점을 들었고, 약점으로 너무 부지런한 점을 들었어요.
“허허허. 틀린 말씀이 아니길 바라는데…. 내가 알기로 미디어 관련 직원들이 대변인실과 시민소통기획관 등을 합치면 190명입니다. 대변인실에만 49명이죠. 내가 서울시 주택에 대해서 여러 번 공부했어요. 통계를 보면 24년간 임대주택 20만 호밖에 못했어요. 그러니까 1년에 한 8000가구밖에 못한 거죠. 박 시장이 8만 호라고 하는데 내가 알기로는 절대로 사실이 아니야. (웃으면서) 박 시장이, 토건 사업을 안 한다는 사람이 무슨 8만 호를 했겠어요. 전문가들 얘기가 전부 집을 지을 수가 없고 다가구·다세대 주택을 매입해서 원룸 기숙사형 주택으로 해서 임대주택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죠.”
▼ 후보께선 박 시장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 한다고 했죠.
“나도 막 얘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서울시 자료를 근거로 했어요. 평가 자료가 있어요. 그것을 보면 자기 관심사항에 자기가 점수를 매깁니다. 박 시장이 관심 있는 분야, 마을공동체 등은 서울시민은 관심이 없는데 스스로 평가해 잘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자기 관심 있는 일을 열심히 한 것이지.”
▼ 박 시장에게 이긴다면 그 요인은 무엇이고, 진다면 무엇일까요?
“서울시민이 원하는 것은 서울에 좋은 일자리 많이 만드는 것이죠. 다음에 서울의 ‘의식주’에서 이제 우리나라가 앞으로 4만 달러가 되면 그 수준에 걸맞은 주거환경이 되길 바라는 게 아닌가요? 내가 이런 것을 박 시장보다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민께서 인정해주면 내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웃으면서) 진다면 내가 노력이 부족해서 지는 것이고, 열심히 하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박 시장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이라고 보나요?
“(몇 초 뒤) 좋은 고등학교 나왔고, 좋은 대학교 다녔고 머리가 좋고, 사법시험 했어요. (잠시 뒤 ‘고발당하는 것 아닌가’라고 혼잣말을 한 뒤) 근데 내가 볼 때 박 시장은 ‘우리나라가 좋은 나라다’라는 의식은 약한 것 같아요. 박 시장이 그렇다는 것은 아닌데, 우리나라 친북 좌파는 우리나라를 ‘태어나지 않았어야 하는 나라’라면서 군대는 결사적으로 안 갑니다. 왜 이런 나라 군대에 가느냐는 것이죠. 나는 이분이 우리나라에 대해서 ‘자랑스러운 나라다. 산업화와 민주화 등 우리의 업적에 자부심을 느끼자’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별로 못 들어봤어요. 문제가 있다는 얘기는 많이 하시는데…. 우리나라는 객관적 기준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래 독립한 신생 국가 중에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나라입니다. 6·25 참화를 겪었음에도. 이분은 내가 보면 우리나라의 근대사에 대해 일부 잘못된 좌파와 인식을 같이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도 해요.”
▼ 박 시장을 한마디로 평가하면?
“서울시장으로 적합한 분이라고 생각 안 해요. 그분은 남이 하는 일을 비판하는 일은 잘하는 것 같고, 평론가로는 잘 할 것 같아요. 그런데 실제 일에 대해 기획하고 집행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사람은 누구다 다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일을 진짜 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남이 한 것에 대해서 토를 다는 사람이 있고, 이분은 일을 하는 분이라고 생각 안 해요.”
“적반하장이고 위선”
▼ 부적합하다고 평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일하는 것을 두려워하는지도 모르죠. 위험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어요. 위험하지만 위험부담을 안고 하겠다는 사람이 있고 가능한 한 내 손가락에 물을 안 튀게 하겠다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 것은 선천적일 수도 있고 후천적일 수도 있죠. 일을 안 해본 사람은 일 못해요. 일은 해본 사람이 하는 것이죠.”
▼ 박 시장은 네거티브 없는 선거전을 제안했습니다.
“아휴, 하여간에 그런 게 나는 미안하지만 위선적이라고 생각해요. 3년 전에 나경원 후보가 1억 원 피부과 다닌다고 했는데 경찰 발표가 550만 원입니다. 본인이 덕을 보고서 3년밖에 안 지났는데, 서울시민이 다 잊어버리지 않았는데 그걸 자기가 제안한 것은 적반하장이고 위선적이라고 생각합니다.”
▼ 후보께서 내세우는 핵심 공약은 무엇인가요.
“재건축, 재개발 등 사업을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리고 노인 요양시설, 어린이집 등을 많이 짓겠습니다. 내가 관심이 많아요.”
▼ 이번 선거에서 패배하면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는데….
“공직은 죽음과 같다고 얘기하죠. 국회의원 7번 했는데 선거 나가서 떨어지면 망신이 아니냐고 하고 정치적으로 큰 거라고 하는데 난 그렇게 생각 안 해요. 나를 필요로 해서 내가 나왔어요. 중요한 것은 내가 최선을 다하느냐, 안 하느냐입니다. 내가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든지, 일을 잘 못할까봐 걱정은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