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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선 ‘北風’ 차단 평양밀사 파견설 전모

“‘대북라인’ 가동중이었던 것으로 안다”

한나라당, 대선 ‘北風’ 차단 평양밀사 파견설 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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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신(新) 북풍’ 막기 위해 2002년 9월 이후 한나라당 밀사 두 차례 방북
  • ● 정통한 北 소식통 “밀사, 한나라당 집권하면 DJ보다 더 화끈하게 밀어주겠다 제안”
  • ● 밀사로 지목된 인사 “방북했지만 결코 그런 적 없다” 펄쩍
  • ● 2002년 대선 전 북한 침묵은 ‘기상이변?’
  • ● 한나라당 관계자, 2002년 9월 당시
한나라당,  대선 ‘北風’ 차단 평양밀사 파견설 전모
대선 때마다 단골메뉴처럼 등장하는 것이 이른바 ‘북풍(北風)’이다. 북한은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돕기 위해 한반도에 위기를 조성하거나 대형사건을 터뜨렸다.

1987년 KAL 858기 폭파사건에 이어, 1992년 안기부가 발표한 남파간첩 이선실의 남조선노동당 사건, 그리고 1996년 4·11 총선 전 판문점 북한군 무력시위 및 군사분계선 월경으로 인한 전쟁위기감 고조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그 결과는 보수세력의 결집과 진보적 후보에 대한 불안감으로 이어져 선거판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쳐왔다.

지난 1997년 15대 대선 때도 이른바 ‘총풍(銃風)’ 공작설로 시끄러웠다. 그 실체는 아직까지도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북한은 어김없이 대선의 주요 변수로 등장했었다.

두 번째 밀사는 첫 번째와 다른 사람

이처럼 선거 때마다 정국을 휘몰아쳤던 ‘북풍’은 그러나 지난 2002년 대선 때는 나타나지도 시도되지도 않았다. “북한은 유례없이 조용했다”는 게 대북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철마다 불던 바람이 사라진 ‘기상이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렇다면 과연 북한의 ‘침묵’은 남한의 대선이 공정하게 치러지기를 바라는 순수한 목적에서 결정한 행동이었을까. 아니면 미국과의 핵 협상에 전념하다보니 미처 신경을 쓰지 못했던 것일까. 대북 전문가들조차 지난 대선 전 북한의 ‘침묵’에 대해서는 그다지 설득력 있는 분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북한정보에 정통한 한 남한 소식통이 이같은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비화’ 한 토막을 전했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측 밀사가 2002년 9월 이후 평양을 두 차례 방문했다는 것이다.

이 소식통은 “첫 번째 밀사가 평양에 다녀간 것은 지난 해 9월 일본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부친 이홍규(李弘圭)씨가 황해도 해주지법 검찰서기로 근무할 때의 전력을 폭로한 직후”라며 “그 밀사는 조선신보의 추가보도를 중지시켜달라고 요청했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북한측에서는 ‘조총련 언론은 우리도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는 게 이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믿을 만한 분명한 정보원을 통해 확인한 내용”이라며 당시 밀사가 북한측 관계자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에 대해 좀더 자세히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당시 한나라당측 밀사는 그동안 북한의 심기에 거슬리는 이회창 후보의 대북 발언에 대해 “이회창 후보 주변을 보수적인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이해를 구한 뒤 “한나라당에는 나 같은 사람도 있다. 나 같은 사람이 노력해서 우리 당의 정책을 ‘절대적 상호주의’에서 ‘전략적 상호주의’로 바꿔놓았다. 때문에 이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북과 계속 적대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 것이다. 이후보가 틀림없이 대통령이 된다. (앞으로) 5년 동안 남북교류협력을 중단할 거냐. DJ는 국회에서 소수파라 북쪽을 마음대로 지원할 수 없었다.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국회도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DJ보다 더 화끈하게 도와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북한측에서는 “지켜보겠다”는 원칙적인 입장만 표명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또 “그 이후 두 번째 밀사가 북한측 인사와 접촉한 것으로 안다”며 “첫 번째 밀사와는 다른 사람이었다는 것 이외에 북한측 인사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첫 번째 밀사보다 더 깊은 대화가 오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에 다녀온 국내 한 인사도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북측의 한 관계자로부터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며 이 소식통의 말에 힘을 실었다.

결국 이들의 발언을 지난 대선 전 상황에 대입해보면 한나라당측 밀사의 평양 방문과 북한의 ‘침묵’에는 분명하지는 않지만 그 어떤 인과관계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시 말해 북한의 ‘침묵’은 한나라당측 밀사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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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엄상현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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