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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난 노무현, DJ 전방위 압박

국정원 현안보고엔 ‘대북송금’ 없었다

화난 노무현, DJ 전방위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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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무현 대통령은 DJ 햇볕정책의 계승자를 자임해왔다. 그러나 양측 신뢰에 금이 갈 만한 사건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마무리됐지만 한때 노-DJ 진영을 갈등으로몰아넣었던 사건의 발단은 대선 직후 두 사람의 화기애애했던 청와대 회동에서 시작됐다.
화난 노무현, DJ 전방위 압박

국정원 보고누락으로 한때 노무현 대통령과 DJ 사이에는 냉기류가 형성되기도 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23일 청와대에서 만난 두 사람

지난 2월14일 현대그룹의 대북 송금 의혹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성명을 계기로 의혹에서 사실로 확인됐다. 이로써 지난해 10월 한나라당의 현대상선 대북송금 의혹 폭로로 시작된 대북송금 사건은 사실관계 규명과 관련자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로 넘어갔다.

한나라당 주변에서는 김대통령까지는 아니라도 박지원(朴智元) 청와대 비서실장, 임동원(林東源) 청와대통일외교안보특보 등 핵심 관련자는 사법처리해야 국민적 의혹과 분노가 풀릴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런 국민여론과 한나라당의 적극적 공세가 계속되는 한 노무현 정권 초기, 권력과 야당 간의 허니문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특검제 하자” 이상수의 공격

여기서 의문 하나. 지난 초가을 현대상선 대북송금 의혹을 시작으로 한나라당의 줄기찬 공세가 있었음에도 대선 후보 시절, 그리고 당선자 시절 노무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대북송금사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한나라당과 언론의 폭로공세에 끌려다니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노대통령 주변 사람들의 말도 수시로 바뀌었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노대통령측은 야당이 대북송금 의혹 규명을 위한 특검제 주장에 맞서 정치적 해결을 주장해왔다. 그러던 1월말, 인터넷 매체가 여권 관계자의 입을 빌려 현대상선이 지난 2000년 6월7일 산업은행으로부터 긴급대출자금으로 받은 4000억원 가운데 2240억원(2억달러)을 북한에 송금했다는 사실확인성 보도를 한 직후 여권의 태도는 달라졌다. 김대중 전대통령의 추가해명 거부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졌다. 김대통령이 직접 나와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민주당을 장악했다.



2월4일 아침 민주당 이상수(李相洙) 사무총장은 교통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국정조사는 정쟁화할 가능성이 있고 일반 검찰수사는 검찰의 중립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 특검제를 수용해 빨리 끝내는 것이 좋다”며 야당이 주장하는 특검제 수용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날 발언에 앞서 이총장은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을 만난 것으로 알려짐으로써 그의 특검제 발언이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의중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 민주당 신주류측의 김 전 대통령을 향한 공세도 눈여겨볼 만했다. 신기남(辛基南) 의원은 “진실을 밝히고 국민의 처분을 기다려야 한다. (DJ가) 추가 해명을 안 하면 특검으로 가게 되고 결국 다 밝혀진다”고 말했다. 김경재(金景梓) 의원은 “대북송금 방법이 적절했는지, 김대중 대통령 보좌진의 오도(誤導)는 없었는지 등을 면밀히 따져야 하며, 그 과정에서 몇 사람 사법처리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마치 한나라당 의원총회를 방불케 하는 발언들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스스로도 밝혔듯 김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 계승자다. 그는 지난 대선기간 햇볕정책은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을 위해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을 숨기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현대그룹을 통한 대북송금 의혹에 대해서는 애써 무시하거나 “정치적 해결만이 최선”이라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그러던 노대통령 주변 사람들이 돌연 김 전 대통령을 공격하고 나선 까닭은 무엇일까. 단지 들끓는 국민여론을 의식한 행동이었을까. 그렇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1월말 인터넷 매체가 여권 관계자의 말을 인용, 대북송금이 사실이었음을 보도한 직후, 대통령직인수위 주변에서는 노대통령이 적지않게 당황하고 분노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인수위 한 관계자의 전언.

“2월초 민주당 이상수 사무총장을 비롯한 신주류측에서 DJ의 직접 해명과 특검제를 주장한 것은 그만큼 노대통령 진영의 격앙된 감정을 반영한 것으로 봐야 한다. 분명 그 시기 DJ와 노대통령 사이는 갈등관계였다. 동지 사이라면 서로 숨기는 것이 없어야 한다. 노대통령은 남북문제에 관한 한 DJ가 이룬 업적을 높이 평가하고 보수층의 공격으로부터 지켜주려고 했다. 그런데 대북송금이 사실이라는 것을 우리는 인터넷 매체를 통해서야 알았다. 노대통령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당연히 화가 나지 않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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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기영 had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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