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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부터 노무현까지, 代 이은 러시아 연해주 프로젝트 전모

‘광개토 사업’에서 ‘흥개호 계획’ 거쳐 ‘발해복권 플랜’ 지나 유전개발 사업으로

노태우부터 노무현까지, 代 이은 러시아 연해주 프로젝트 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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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전개발, 청와대는 몰랐다”는 게 어불성설인 까닭
  • ●이광재·김태년·서갑원·한병도의 ‘에너지 정책 4개 프로젝트’
  • ●고르바초프, 다르네고브스키 지역 개발권 제의
  • ●남한 경지면적 6배, 포그라니치니 사업의 비운
  • ●전두환의 사과상자 속 61억은 흥개호 주변지역 개발자금
  • ●연해주 근거로 북한에 벼 수천t 보낸 DJ
  • ●노무현 정부가 對러 차관 6억6000만달러 삭감한 이유는?
  • ●농업개발과 유전개발의 차이는 ‘시행착오’ 여부
노태우부터 노무현까지, 代 이은 러시아 연해주 프로젝트 전모
‘권력형 비리’ 여부를 둘러싸고 언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개발 의혹사건.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사건은 ‘주객(主客)이 전도’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철도공사가 러시아 유전개발에 참여하려다 계약금을 떼이며 철수하긴 했지만, 러시아 유전개발 붐을 조성한 기관은 아니기 때문이다. 철도공사는 다른 기관이 일으킨 붐에 객(客)으로 불려갔다가 코가 업자들의 농간에 꿰여 ‘독박’을 쓴 형국이다.

사실 러시아와의 에너지 협력을 추진한 것은 동북아시대위원회와 산업자원부다. 노무현 정부 들어 설치된 동북아시대위원회는 한국을 동북아 중심국가로 만드는 방안을 연구하는 곳인데, 이 위원회 관계자들은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를 끌어오면 한반도가 동북아의 중심국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동북아시대위원회는 2000년 6월15일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남북 철도 및 도로 연결사업에도 천착했다. 그리하여 남북한 간에 철도를 이으면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를 한국으로 들여올 수 있다고 판단해 러시아 유전개발 붐을 유도했다. 동북아시대위원회에서는 산자부에서 파견된 정모씨가 이러한 역할을 주로 맡았다.

동북아시대위원회는 아이디어를 내는 곳이지 정책을 집행하는 곳은 아니다. 그 틈을 뚫고 에너지 정책을 집행하는 기관인 산자부가 이 사업에 적극 관여하고 나섰다. 산자부는 산하 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을 동원해 러시아 유전사업의 타당성을 조사했고, 관련 세미나가 열리면 장관이 참석할 정도로 관심을 보였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는 P박사가 중심이 된 동북아에너지연구센터가 이 분야의 연구를 주도했다.

2004년 9월21∼24일, 노무현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했다. 이 시기를 전후해 동북아시대위원회와 산자부는 경쟁적으로 러시아 유전개발 붐을 일으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러시아 유전개발과 관련된 보고서는 청와대에 파견된 산자부 공무원에게 제공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니 청와대가 러시아 유전개발을 몰랐다고 한다면 이는 한마디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두 기관의 유전개발 붐 조성을 측면에서 지원한 것이 국회 산업자원위 소속이던 열린우리당의 이광재, 김태년, 서갑원, 한병도 의원이다. 지난해 10월3일 네 의원은 ‘한국도 영국의 BP처럼 초대형 석유개발사를 세워야 한다’ ‘러시아 이르쿠츠크 유전개발에 참여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에너지 정책 4개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이에 대해 산자부 고위관료는 한국석유공사와 가스공사를 통합해 초대형 석유개발회사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몇몇 검증되지 않은 석유 사업가들이 재빨리 뛰어다녔고, 철도공사는 성급히 계약까지 했다가 홀로 ‘독박’을 쓴 처지가 된 것이다. 왜 이처럼 많은 러시아 유전개발에 관심을 기울였을까.

유령처럼 떠도는 ‘對러시아 차관’

돌이켜보면 러시아 유전개발은 새로운 사업이 아니다. 김영삼 정부 때 무너진 한보그룹과 김대중 정부 때 사세가 꺾인 현대그룹은 오래 전부터 이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성사시키지 못하고 무너졌다. 왜 러시아 석유사업을 추진하는 이들은 이렇듯 불운에 봉착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안보에서 찾는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이유 중의 하나가 석유임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석유는 강대국들이 사활을 걸고 덤비는 주제인지라 때로는 석유를 놓고 동맹이 재편될 수도 있다. 한국이 러시아 유전개발을 매개로 러시아와 가까워지면 한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는 미국이 긴장한다.

일본과 중국도 한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게 된다. 에너지 문제를 잘 다루면 한국은 노무현 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동북아 중심국가 혹은 동북아의 균형을 잡는 나라가 될 수 있지만, 까딱 잘못하면 주요 강대국으로부터 집중견제를 받는 피곤한 처지로 전락할 수도 있다.

노무현 정부의 실세는 왜 러시아 유전을 두드리게 됐는가. 그 배경에는 역대 정권을 관류해온, 일반인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한·러 관계사가 깔려 있다. 그 핵심은 노태우 정부 때 제공한 14억7000만달러의 대(對)러시아 차관이다. 잠시 비밀의 커튼에 가려진 한·러 관계사를 살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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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정훈 동아일보 주간동아 차장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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