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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의 덫, 한국인의 ‘대통령 이미지’

2007년, ‘현실감각 없는 정치신인’이 대권 잡는다?

모순의 덫, 한국인의 ‘대통령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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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상적인 대통령과 그렇지 않은 대통령에 대한 이미지는 바로 현재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대통령에 대한 ‘작용과 반작용’의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 실험을 통해 확인됐다. 다시 말해 현재의 대통령에 대해 만족하는가, 아니면 불만스럽게 생각하는가에 따라 각기 다른 대통령의 이미지가 만들어진다는 것. 물론 이런 만족과 불만은 대통령의 실체에 대한 탐색과 판단의 결과라기보다 자기 나름의 희망과 불만의 표현이었다.

결과적으로 한국인은 어떤 기준을 가지고 대통령을 판단하거나 또는 어떤 이미지를 그리는 것이 아니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어떤 이들은 대통령의 이미지를 이미지에 불과하다고 무시하는지 모른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대통령의 이미지는 대다수의 국민이 경험하는 바로 그 대통령의 실체이기도 하다.

한국인이 지닌 대통령에 대한 이미지는 ‘이상적인 정치 지도자의 이미지(이상형)’와 ‘현실에서 경험하는 정치 지도자의 이미지(현실형)’로 구분된다. 이상형은 이상적인 리더십의 표현이다. 그리고 과 같은 행동특성이나 성격을 가진 사람으로 묘사된다.

여기에는 미래에 대한 기대, 즉 정치지도자가 우리를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희망이 포함돼 있다. 만능에다 비전까지 제시하는 정치 지도자가 바로 우리가 항상 바라는 이상형인 것. 하지만 이런 이상형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적 반응은 일정한 거부감을 동반한다.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완벽한 인물’ ‘강한 카리스마로 열등감을 느끼게 하는 사람’ ‘형식적, 습관적으로 생각하는 막연한 지도자의 이미지’ ‘친해지기 힘든 사람’이 그것이다.

사람들은 이런 지도자를 연상시키는 대표적인 인물로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보고 등을 꼽았다. 드라마를 통해 구국의 지도자나 영웅으로 우상이 된 역사적 인물들이다.



결국 우리의 이상형은 우상화한 어떤 지도자의 모습이다. 전형적인 예가 할리우드 영화가 그려낸 이상적인 미국 대통령의 모습이다. 영화 ‘에어포스 원’에서 해리슨 포드가 연기한 대통령, 바로 그 역은 이상적인 대통령의 이미지를 모두 담고 있다. 그는 영웅 그 자체다. 테러리스트의 공격에 의연하게 대처할 뿐 아니라 가족적이면서 공적인 책임에 충실한 사람이다. 여기에 로맨스와 인간미까지 갖췄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런 이상적인 대통령을 현존하는 인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 같은 이상과 현실의 갈등은 대통령을 인간적으로 그린 국내 영화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영화배우 안성기가 주연을 맡은 영화 ‘피아노 치는 대통령’에서 대통령은 매우 가족적이면서 로맨틱한 인간으로 그려졌다. 사람들이 바라는 이상형을 적절히 이미지화한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흥행은 물론 관객의 공감을 얻는 데도 실패했다. 이유가 뭘까.

미국의 문화는 현실적으로 완전하지 못한 대통령의 실체를 이상적인 이미지를 통해 받아들이는 데 그다지 큰 거부감이 없다. 반면 한국인은 그렇지 못하다. 이상형은 존재하지만, 그 이상형의 대통령이 결코 현실에 있는 대통령이어서는 안 된다.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날까.

한국인은 가치관이 분명하고 추진력 있고 공정하고 결단력 있고 전문성 있으면서 민주적 태도를 가진 대통령이 대한민국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할까. 만일 ‘에어포스 원’에 등장한 대통령이 바로 우리의 대통령이라고 누군가 주장한다면 사람들의 반응이 어떨까. 연구에 참가한 한 응답자의 답변이다.

“아마, 미친놈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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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상민 연세대 교수·심리학 swha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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