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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리더 되려면 온몸의 감각 깨워라

좋은 리더 되려면 온몸의 감각 깨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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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리더와 배우의 연기력 상관관계
  • ● 레이건과 고이즈미가 성공한 이유
  • ● 수박 겉핥기식 예술 공부로 쇼 하지 말라
  • ● 생명·자연에 대한 관심과 학문 자세의 중요성
리더가 되려면 지식이 먼저일까, 감각이 더 중요할까?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는데 우리나라 리더들은 감각이 둔한 편이다. 대통령이 배우처럼 연기(역할 수행)를 잘한다면 명리더라고 할 수 있을까? 리더와 배우는 다른 직업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반드시 그런 건 아니다. 오히려 리더는 배우여야 한다는 주문이 있다. ‘리더는 배우’라고 하면 통상 그럴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배우는 더 멋지고 캐릭터도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우가 리어왕 역도 했다가 맥베스 역도 하듯 정치 리더도 장관 했다가 국회의원 하고 협회장도 하는 등 여러 역할을 수행한다. 배우가 무대에서 관객과 한 몸으로 호흡을 맞출 때 명배우가 되듯, 리더도 그래야 국민이 박수를 친다. 두 직업 모두 예외 없이 역할인지(role perception)를 제대로 하고, 역할수행(role performance) 역시 제대로 해야 한다. 그러나 많은 리더가 자신이 배우여야 한다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

청와대에 입성한 대통령은 국민에 의한 선거라는 지난한 과정을 거쳤으니 권력을 누릴 권한이 당연히 있다고 통상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역할인지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다. 21세기 리더십은 무대 위와 무대 아래를 구분하지 않는다. 동시에 무대 앞과 무대 뒤도 구분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배우가 반드시 무대 위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무대 뒤에서 고생하는 스태프 역시 무대 앞의 배우와 다름없이 중요하다. 서울대 리더십센터는 2011년 11월 뮤지컬 ‘대통령이 사라졌다’를 공연하면서 배우들은 바닥에서 공연하고 관중은 이동식 목조 스탠드에 앉아서 관람하게 했다. 무대 위의 주역과 무대 아래 관객이 바뀔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큰 나라 대통령은 의전 절차가 까다로워 만나기 힘들다. 하지만 2000년 방문한 코스타리카의 경우 대통령 면담이 그리 어렵지 않았고, 대통령궁 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매우 쉬웠다. 1987년 노벨평화상을 탄 아리아스 전임 대통령을 사저 서재에서 만났을 때, 그는 농담도 하고 장난도 하며 여유를 보였다. 코라손 아키노 전 필리핀 대통령을 1992년 인터뷰했을 때도 그랬다.

리더를 배우라고 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배우의 배(俳)자는 사람 인(人)변과 아닐 비(非)자로 이뤄져 있다.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다. 사람이 아니라니, 이상하다 싶다. 배우는 개인이 아니라 팀의 일원으로서 전체 중의 하나일 뿐 개체로서의 정체성은 없다는 뜻이다. 리더 역시 혼자 존재할 수 없는 숙명을 지닌다. 함께 하나가 될 때 리더로 존재할 수 있다. 함께 일하는 사람은 물론 관객과도 호흡을 같이 해야 한다. 원 피스, 한마음이 돼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리더가 독불장군이 돼야 한다고 착각한다.

정치인의 퍼포먼스



리더가 배우처럼 되려면 연기를 잘해야 한다. 물론 진정성이 묻어 있어야 한다. 요즘 대선 후보들처럼 쇼 하라는 것이 아니다. 연기란 잘 보이는 기술이다. 그러려면 첫째 감각이 남달라야 한다. 리더십의 요소로 자질·상황(때) 등을 주로 꼽는데, 여기에 필수적인 것이 리더의 감각이다. 감각이 얼마나 빼어난지가 리더의 자질을 가리는 시금석이 된다. 감각은 지능(IQ)이 높다고 저절로 나오지 않는다. 좋은 학교 다녔다고 감각이 빼어난 것은 아니다. 평소에, 특히 어릴 적부터 여러 경험을 하면 다양한 감각(미각·리듬감각·심미안 등)이 절로 몸에 밴다.

그럼 배우가 정치 리더가 되면 어떨까? 자연스러울까?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배우 출신인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얼마 전까지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지낸 아널드 슈워제네거도 배우 출신이다. 레이건은 성공 사례, 슈워제네거는 실패 사례다. 필리핀의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도 배우 출신인데, 대통령선거 때는 최다득표를 했으나 재임 중 각종 부패에 연루되고 독직 혐의까지 받아 ‘피플 파워 2’ 시민운동에 밀려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그 후 필리핀 법원에 의해 종신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배우가 아니면서 배우처럼 퍼포먼스를 잘해낸 정치인도 있다. 일본 총리를 지낸 고이즈미다. 그는 극장형 정치 퍼포먼스를 한 것으로 유명하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TV에 출연해 정치 쟁점을 간결하고 명확하게 설명했다. 당내 기반이 약했던 그는 미디어를 자유롭게 활용해 자신의 정책을 국민에게 직접 전했다. CNN과 인터뷰 중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를 부르는 등 대중에게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레이건은 재임 내내 훌륭한 정책을 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국내 경제를 살려 레이거노믹스(Reagonomics)라는 신조어가 탄생할 정도였다. 2005년 2월 CNN·USA투데이·갤럽이 공동으로 실시한 미국 성인 1800명 대상 여론조사에서 역대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도 뽑혔다. 그는 수전증이 약간 있긴 했지만 연설이며 제스처를 꼭 연기하듯 했다.

‘레이건의 리더십’ 저자 최병구에 따르면 레이건은 시대정신이 무엇인지를 잘 포착한 정치인이다. 대통령의 업적을 한두 마디로 말할 때 링컨은 ‘노예를 해방시킨 대통령’, 루스벨트는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대통령’으로 불린다. 레이건은 ‘냉전(Cold War)을 승리로 이끈 대통령’으로 지칭된다. 대처 전 영국 총리는 레이건이 총 한 방 쏘지 않고 냉전을 승리로 이끌었다고 했다. 레이건은 그레나다 침공 결정으로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국제 테러국가에 단호하고 굳센 의지를 보여 평범한 미국인을 매료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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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웅│서울대 명예교수·명지전문대 총장 kwkim0117@mj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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