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후보는 이미 5년 전인 2007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의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혹독한 검증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당시는 그래도 같은 집안인 이명박 후보 측이 공격했다. 아무래도 양쪽 모두 상대방의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은 건드리지 않았다. 이번에도 박 후보는 당내 경선을 거쳤지만 워낙 승부가 싱거워서 제대로 된 검증은 받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다르다. 여론조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박 후보를 끌어내리기 위해 야권은 무차별적으로 칼날을 휘두를 것이다. 사생결단의 분위기마저 감돈다. 남은 대선 기간 내내 박 후보를 괴롭힐 7대 아킬레스건을 꼽아봤다.
① 아버지 박정희 시대 역사 인식
박 후보에게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은 자산이자 부채다. 박정희 시대가 우리나라를 경제적으로 부흥시켰다는 데는 야권에서도 어느 정도 수긍한다. 다만 정치적 측면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당장 야권과 진보언론은 5·16과 유신(維新)에 대한 박 후보의 입장 표명을 요구한다. 아버지 시대에 일어난 일들에 대한 역사인식을 줄기차게 묻는다.
박 후보는 아버지 시대를 절대 부정하고 싶지 않은 것 같다. 5·16은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 유신은 “역사의 판단에 맡길 문제”라고 했다. 최근에는 유신 시절의 대표적 공안 사건인 ‘인민혁명당(인혁당 사건)’에 대해서도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나. 이 역시 앞으로의 판단에 맡겨야 되지 않겠는가”라고 말해 논란을 키웠다. 이 한마디로 박 후보가 앉아서 100만 표는 날렸다는 말까지 나온다. 생각보다 후폭풍이 거세고 특히 지지자들 사이에 실망감이 큰 것 같다.
새누리당 안에서도 비판론이 일었다. 친박계 안에서 쓴소리를 자주 하는 유승민 의원은 “결국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과(功過)를 말하는 것인데, 과에 해당하는 아픈 부분에 대해 부녀(父女) 관계에서 가질 수 있는 생각과 18대 대통령후보로서 생각은 다른 만큼 국민의 눈높이에서 공과에 대해 밝혔으면 하고, 또 그렇게 할 것이라 본다”고 강조했다.
대선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면 박정희 시대 들춰내기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고(故) 장준하 선생 의문사에 대한 진상규명 요구도 이미 대선 쟁점으로 부상해 있다. 그렇다고 박 후보가 대선 전략 차원에서 역사 인식을 바꿀 것인지도 궁금하다. ‘아버지를 버려야 산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지만 지지기반인 보수층의 표심도 고려해야 하는 측면도 있어 진퇴양난의 형국이다.
② 박근령, 신동욱, 그리고 서향희
박 후보에게는 형제, 친척들의 일탈도 고민거리다. 특히 여동생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과 그의 남편 신동욱 전 백석문화대 교수(구속수감 중)가 대선 국면에서 어떤 돌발행동을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다. 박 전 이사장 부부는 남동생 박지만 EG회장과 육영재단 운영권을 두고 6년째 분쟁을 벌이고 있다.
박 전 이사장은 박 후보가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을 맡아 정치생명을 걸고 총력을 기울인 지난 4·11 총선에서 충북 보은·옥천·영동 지역구에 출마하기 위해 선진통일당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낙천했다. 옥천은 육영수 여사의 고향이다. 언니인 박 후보에 대한 반감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장의 14세 연하 남편인 신 전 교수도 사사건건 박 후보의 발목을 잡는 인물이다. 신 전 교수는 인터넷에 박 후보에 대한 비방 글을 올린 혐의로 실형까지 선고받았다.
박지만 회장의 부인으로 박 후보의 올케가 되는 서향희 변호사도 각종 구설에 올라 있다. 서 변호사는 2004년 12월 결혼 당시 사법연수원을 갓 수료한 3년차 변호사였지만 이후 놀랄 만한 활동력을 보였다. 가죽 가공업체 신우의 사외이사, CNH 감사, 폐기물 처리 업체인 인선이엔티 법률고문, KMAC 사외이사 등을 잇달아 꿰찼다. 경영컨설팅 회사 피에스앤피를 창립했고, 2009년에는 대구고검장을 지낸 이건개 전 의원과 법무법인 주원도 설립했다. 저축은행 비리로 물의를 일으킨 삼화저축은행 고문변호사도 이때 맡았다. 2011년에는 법무법인 ‘새빛’의 대표변호사가 됐다.
법조계 출신 한 인사는 “서 변호사는 결혼 전부터 법조사회에서 마당발로 유명했다”며 “박지만 회장과 결혼 후 활동 폭을 더욱 넓혀 말이 많았다”고 귀띔했다. 항간에는 서 변호사의 영향력을 빗대어 ‘만사올통’(모든 일은 올케를 통하면 된다)이란 말까지 나왔다. 박 후보의 친인척 비리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는 새누리당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은 “서 변호사를 제외하면 박 후보 친인척 중에 문제 되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만큼 서 변호사가 요주의 인물인 셈이다. 현재 서 변호사는 ‘새빛’의 대표변호사직을 사퇴하고 근신 모드에 들어갔지만 야권의 공세는 대선 기간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박 후보를 불안하게 만드는 친척은 적지 않다. 2011년 9월에는 박 후보의 5촌 조카 두 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수사 결과, 한 조카가 사촌지간인 다른 조카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밝혀졌다. 박정희 가문의 불행들이 대선판에서 회자되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③ 최태민과 정윤회
박 후보 주변에서 고(故) 최태민 목사 얘기를 꺼내는 것은 금기시돼 있다. 그만큼 박 후보가 정치를 시작했을 때부터 최 목사와 관련한 각종 루머에 시달려왔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당시 박 후보와 최 목사의 관계에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전력이 불투명한 인물이 박 후보를 등에 업고 각종 비리를 일삼았는데도 박 후보가 감싸기만 한 것은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박 후보 측은 “시중에 떠도는 루머를 무책임하게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한다”는 입장이다.
최 목사의 사위인 정윤회 씨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박근혜 의원실에서 활동하다 2004년 나온 이후에도 소문이 무성했다. 심지어 4·11 총선 때 막후에서 공천에 관여하고 있다는 설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친박계 의원들은 “우리도 최근 몇 년 사이에 정 씨의 얼굴조차 보지 못했다. 지금 떠도는 얘기들은 전부 억측”이라고 입을 모은다. 기자는 그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