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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 밑 가시’ 뽑고 지하경제 끌어내라

경제 1, 2 분과

‘손톱 밑 가시’ 뽑고 지하경제 끌어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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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박 당선인 “경제 살리려면 중소기업 먼저 잘돼야”
  • ● 실망스러운 업무보고…“부처 현안만 잔뜩 들고 왔더라”
  • ● 증세 없는 세수 확보 위해 지하경제 양성화 골몰
  • ● 대선 뜨겁게 달군 경제민주화 이슈는 ‘휴화산’
‘손톱 밑 가시’ 뽑고 지하경제 끌어내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12월 2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및 소상공인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의 축하박수를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8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등 ‘경제 5단체장’과 만났다. 대선 캠페인 기간 대선 후보가 경제단체장을 만나는 일만큼 자연스러운 일도 없다. 언론에서도 의례적인 만남 정도로 여기고 크게 보도하지 않았다.

경제 5단체장 중 유일하게 중소기업계를 대표하는 중소기업중앙회에서만 회장 대신 부회장이 참석했다. 경제 5단체장 모임에선 대개 전경련이나 대한상의가 좌장 노릇을 맡기 때문에 중기중앙회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한다. 행사 말미에 발언 기회를 얻은 송재희 중기중앙회 부회장은 “나중에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소상공인도 따뜻한 경제 온기를 느낄 수 있도록 기업 생태계를 잘 구성해달라”며 “거창한 정책보다는 손톱 밑에 깊이 박혀 있는 작은 가시를 빼시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참석자 그 누구도 귀 기울여 듣지 않았지만, 박 후보는 조용히 수첩과 볼펜을 꺼내 송 부회장의 말을 적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행사를 취재한 언론매체 중 머니투데이 등 일부 경제전문 매체에서만, 그것도 기사 맨 마지막에 한 줄 걸치듯 이를 언급했다. 그렇게 묻혔던 ‘손톱 밑 가시’가 2013년 새해 벽두를 가르는 최대의 화두가 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후 중소기업계와 박 당선인의 교감은 갈수록 깊어지고 커져갔다. 지난해 12월 26일, 박근혜 대통령당선인은 경제계에서는 처음으로 중기중앙회를 찾아 회장단과 손을 맞잡았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역대 대통령 모두가 당선 이후 대한상의나 전경련을 먼저 찾았지만 박 당선인은 중기중앙회가 먼저였다. 이 자리에서 박 당선인은 “경제를 살리려면 중소기업이 먼저 잘돼야 한다. ‘중소기업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고 그래서 (중기중앙회를) 제일 먼저 왔다”고 말했다.

최대 화두는 ‘중소기업 살리기’



박 당선인이 인수위 전체회의를 처음 주재한 1월 7일엔 “중기중앙회 분들을 만나면 계속하는 얘기가 ‘이런저런 정책보다 손톱 밑에 박힌 가시 하나 빼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 말이 그렇게 기억에 남는다”고 언급했다. ‘손톱 밑 가시’가 경제분과는 물론 인수위 전체를 관통하는 화두로 떠오른 순간이었다.

박 당선인이 말하는 ‘손톱 밑 가시’란 대체 뭘까. 이명박 대통령이 인수위 시절 언급했던 ‘전봇대 규제 뽑기’와는 어감부터 다르다. 이 대통령의 ‘전봇대 뽑기’가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굵직굵직한 규제를 제거해야 한다는 의미라면 박 당선인의 ‘손톱 밑 가시’는 밖에서 보기엔 별거 아닌 것 같지만 해당 기업 처지에선 회사의 생사(生死)를 가르는 방해물이다. 이제까지 정부가 기업계의 건의를 받아 숱하게 기업 규제 개선을 한다고 나섰지만, 정작 중소기업들이 느끼는 ‘손톱 밑 가시’는 여전하다는 문제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업무보고가 처음 시작된 1월 11일, 경제분야 업무보고는 중소기업청이 테이프를 끊었다. 중기청 개청 이래 유례없는 ‘대사건’이었다. 중기청은 경제 2분과 담당이지만 류성걸 새누리당 의원, 홍기택 중앙대 교수 등 경제 1분과 인수위원들도 전원 참석했다. 당선인의 핵심 국정과제로 떠오른 ‘중소기업 살리기’를 먼 산 바라보듯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업무보고 후 인수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박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의 말이다.

“당선인은 기업인들의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는 정책을 원한다. 그런데 가져온 업무보고를 보면 전부 기금 조성, 부처 승격, 세금 감면 같은 것들이다. 이제까지 중소기업들이 예산이 부족해서, 세금을 덜 깎아줘서 발전을 못 했을까? 늘 해오던 대로, 지금껏 관계부처가 하고 싶었는데 못했던 정책들을 이번 기회에 해보자는 식이라면 곤란하다. 정말 중소기업인들에게 부족한 게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게 급선무다.”

가시 뽑기 못지않은 경제분과의 또 다른 핵심과제는 박 당선인의 복지정책을 뒷받침할 재원을 마련하는 일이다. 재원 마련은 크게 각 부처의 예산 절감과 세입(稅入) 확충으로 나눠볼 수 있다. 예산 절감은 기획재정부가 주요 재정사업의 성과와 유사·중복 여부를 대대적으로 점검해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재원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핵심은 세입을 얼마나 늘리는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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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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